최근 서울을 ‘재난지역’, ‘긴급대피지역’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대기오염이 위험수위에 달했는데 그 중에서도 ‘죽음의 먼지’라 불리는 미세먼지가 목에 칼을 들이댄다. 업계용어로 ‘PM10’이라 불리는 미세먼지는 10㎛ 미만의 미세입자들로 호흡기질환 뿐만 아니라 심장병,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PM2.5)는 호흡기에 깊숙이 침투해 더 큰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서울대와 경기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연간 미세먼지로 조기사망하는 수도권 인구가 각각 5천여명과 1만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심지어 향후 3년간 미세먼지로 인한 서울의 조기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하철 미세먼지 농도 역시 위험수위를 훌쩍 넘겨 왔다. 최근 박동욱 방송통신대 교수(산업보건관리학)가 수도권 지하철 전구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철 미세먼지 농도는 홍콩이나 멕시코보다 세배 높다. 특히 환승구역은 수많은 인파로 붐벼 먼지구덩이다. 이를테면 1호선 동대문~종로5가 사이는 운행중 ㎥당 207㎍까지 치솟는다. 일반 성인이 150㎍ 이상의 미세먼지를 하루 이상 마시면 폐기능이 손상된다는 걸 감안한다면, 지하철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수 있다.
최근 미세먼지의 또 다른 주범으로 건설공사 현장이 떠오르고 있다. 대기환경학회가 지난 2001년 건설공사로 인한 비산먼지 배출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공사현장의 년간 총 미세먼지 발생량이 1만6천3백31t인데, 이중 43%가 서울·경기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보건학자들은 “현재 재개발공사의 80% 이상이 서울에서 진행된다”라고 말한다. 뉴타운 개발과 청계천 복원으로 앞으로 훨씬 더 심한 몸살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흙먼지를 막기 위해 차단막을 치거나 물을 뿌려도 PM10을 없앨수는 없다”라고 지적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이다. 현재 1~4세의 유아들 중 아토피 발생률이 절반에 이른다. 대구 중구가 65%로 최대치고, 서울 중구 역시 전체 유아의 45%가 아토피다. 신축 건물에서 라돈 같은 방사선이나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독물질이 방출되는 것도 있지만, 미세먼지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PM10은 몸무게에 비례해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라, 동일한 양을 마셔도 아이들은 어른보다 2~3배 많이 마시는 것이다. 또 아이들은 대사능력이 발달하지 않아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경우 미세먼지로 호흡기 발달이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무서운 힘(?) 때문에 권호장 단국대 교수(환경위생)는 대기오염을 ‘조용하고 교묘한 살인자’라 부른다. 인식할 새도 없이 PM10이 몸으로 파고 들어와 수명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때문에 죽었다고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어떻게 막아야 하나
여태껏 미세먼지의 주범으로는 경유자동차의 매연이 꼽혀왔다. 특히 서울은 미세먼지의 85%가 경유차 매연으로부터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대기환경)는 “공장지대가 매연을 배출한다 해도 7~8%밖에 안된다”라며, “서울의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경유자동차를 제한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지난 2003년부터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발효됐고, 이에 따라 내년부터 서울, 인천, 경기지역 경유차 전체의 매연배출 허용기준이 강화될 방침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더 큰 매연을 방출시키는 대형 경유차를 단속하지 않고선 미세먼지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지적한다.
재개발 공사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에 대해선 사실 이를 규정할만한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상태다. 10만평 건설공사에서도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니, 3백평 이하의 주택가 건설은 대책이 없다. 공사장 주변에서 어떤 물질들이 방출되는가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PM10의 방출량을 검사하고, 이를 제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좀더 근본적인 대책들도 내놓고 있다. 초록정치연대의 우석훈 정책실장은 “서울지역의 모든 공사를 전면 중지시키고 2년간의 대기 안정화 기간을 긴급 선포한 다음, 2년 사이에 각 공사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또 “가능한 건물을 고쳐가면서 쓰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진국들 중 공사총량제와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 프랑스 파리는 시청에서 6층 이상의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유럽에는 이 같은 제도가 일반적이다. 일본 역시 장기불황을 겪은 이후엔 건물을 지어대는 일을 거의 멈췄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과연 가능하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상목 부산대 교수(경제학)는 “공사총량제는 현재 개발논리에 때문에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한국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아이러니하게 각종 개발로 미세먼지는 더 증가한다”라며, 개발논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시민들의 환경선호도가 거의 전무한 것 또한 하나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보통 환경개선에 성공한 국가들 같은 경우 시민들의 환경선호도가 높아져 법적인 호소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나 미국이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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