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외모에 대한 높은 관심은 남성화장품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남성화장품 전용매장이라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이곳에서는 남성 소비자들이 여성 못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갖고 꼼꼼하게 자기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롯데마트 잠실점 내 남성화장품 전용매장인 맨스튜디오에서 한 남성이 제품을 발라보고 있다.ⓒ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진열대에 붙어 있는 ‘라네즈의 남자 현빈처럼 세련된 멋의 스타일 제안’이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띤다. 진열된 남성 제품들 사이로 배우 현빈을 그대로 축소한 피규어가 놓여 있다.
벽에 붙어 있는 대형브로마이드 속 현빈은 날렵한 턱선에 잡티 없이 매끄러운 피부를 자랑하며 ‘이 제품을 바르면 당신도 저처럼 멋있어 질 수 있답니다’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서울 롯데마트 잠실점 1층에 마련된 아모레퍼시픽의 남성화장품전용매장 ‘맨스튜디오’의 내부 풍경이다.
검정색 바탕에 노란색 브랜드명으로 포인트를 준 매장 내엔 라네즈 옴므, 오딧세이, 헤라옴므 등 아모레퍼시픽에서 나오는 남성제품들이 기능별, 품목별로 전시돼 있다. 제품은 스킨, 로션 등 기초제품을 비롯해 최근 남성들의 관심이 급증한 BB크림, 왁스와 헤어젤 등 헤어제품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 가능한 베스트(Best) 선물세트 코너와 피부 고민별 솔루션 제안 코너 등이 따로 마련돼 남성 소비자들의 다양해진 기호와 욕구를 반영한 모습이다.
남성 취향 살린 제품과 공간 갖춘 ‘맨스튜디오’
최근 외모를 가꾸는데 시간과 공을 들이는 일명 ‘그루밍족’이 늘면서 남성화장품 전용매장을 이용하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내와 여자친구가 사 주던 화장품에 만족하던 남성들이 최근엔 브랜드와 품목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직접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마트 잠실점 내 남성화장품 전용매장 맨스튜디오 내부 모습.
아모레퍼시픽의 맨스튜디오는 오직 남성만을 위해 출시한 그루밍 브랜드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성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들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데 매장엔 여행이나 운동시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키트부터 시트 마스크와 페이셜 미스트, 립케어 제품은 물론 쉐이빙, 헤어, 바디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구비한 매장이다.
맨스튜디오는 2010년 홍대점을 시작으로 현재 홈플러스 동수원점과 롯데마트 잠실점에 입점해 있다. 홍대점은 국내 최초의 남성화장품 체험형 공간으로 운영됐다. 자동차 엔진 모형, 바닥의 기름때 자국, 녹슨 쇠붙이 질감의 벽, 드럼통 모양의 진열장 등 자동차 정비소 콘셉트의 인테리어로 남성 소비자 취향을 한껏 반영한 매장으로 남성전용 피부관리실도 운영됐다.
현재는 이전 및 확장 문제로 잠시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원래 장소는 아리따움으로 변경돼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에 따르면 이 매장은 내년쯤 다른 장소에서 선을 보일 예정이며 맨스튜디오 매장은 앞으로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 방문해 성분과 기능 꼼꼼히 따지는 남자들
“남자들이 오히려 더 꼼꼼합니다. 예전엔 어머니나 여자 친구와 함께 방문하는 남성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혼자도 오셔서 자신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매해 가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젊은 학생이나 주말을 이용한 직장인 남성분들의 문의와 방문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맨스튜디오 잠실매장의 이미연 지니(마트경로 아모레퍼시픽 판매사원)는 최근 매장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그는 “여성매장은 손님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들이 혼자 들어가기 부담스러웠다”며 “남성매장에선 직원이 응대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남성 소비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응대를 최소화하고 동선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배치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검은색을 주로 사용한 심플하고 단조로운 인테리어도 남성손님들의 유인하는데 한몫했다.
“여성매장처럼 화사하고 화려한 분위기는 자칫 남성분들이 거북해 할 수 있는데 내부가 단조로우니까 부담을 덜 느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매장을 이용하는 남성고객들은 대부분 피부 각질이나 건조함 때문에 고민을 상담하거나 주름이나 피부탄력 등 안티에이징을 위한 제품을 찾기 위해 방문한다. 여름철엔 자외선으로 인해 화이트닝 제품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많은 편이다.
매출 신장률은 날로 증가하는 편이다. 예전엔 남성제품 종류가 많지 않아 구매를 원해도 찾을 수 없는 게 많았지만 지금은 종류도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만족을 느끼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재구매를 위한 매장 방문도 많다. 주름기능성 크림과 같은 제품의 재구매율이 특히 높다. 화장품 구매를 위한 남성들의 씀씀이도 이전보다 커졌다.
“예전엔 평균 5~6만원 미만 정도를 썼는데 요즘은 기능성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여성들 못지 않을 정도로 화장품에 비용을 쓰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평균 10만원 정도 비용을 들이고 구매내역도 많이 늘어 매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가격의 구애를 받지 않는 편입니다. 그보다 제품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자기 피부에 잘 맞는 성분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편입니다.”
방문 고객들이 주로 선호하는 제품은 화이트닝, 미백, 모공 트러블, 겸용 제품 등이다. 남성들은 색조화장은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매장처럼 립스틱이나 섀도우 같은 제품은 갖추지 않았지만 최근 또렷한 눈매를 위해 라이너를 그리거나 얼굴의 잡티를 없애기 위해 컨실러 등을 사용하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제품 판매도 많이 이뤄지는 편이다.
요즘 남성 소비자들은 최근 피부와 제품에 대한 정보도 수준급이다. 주로 TV나 잡지 등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꼼꼼하게 선택하는 편이이다.
최근 신사의 품격 등의 드라마가 방영된 후 40대 이상의 남성들의 방문도 급격히 많아졌다.
젊은 남성들은 여성용 제품도 마다 하지 않는다. 여성용의 경우 제품이 다양하고 종류도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순한 제품이 많아서 선호하는 남성들이 많다고.
좋은 성분 사용한 군인용 위장크림, 남성 패키지 인기
요즘은 신세대 군인들도 피부관리를 많이 한다. 군인들이 폼크린징 등 세안제 용품이나 여름철 선블록 제품 등을 사용하는 건 이미 일반화 됐다. 과거엔 ‘피엑스’라고 불리는 군대 내 매점 등에서 군용제품을 구입해 사용했지만 지금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에게 우편이나 전화 등을 통해서 ‘사제’를 구입하는 경향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실제 이 매장에도 많은 군인들과 그들의 주변인들의 제품 문의나 구입을 위한 방문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연씨 이야기에 따르면 휴가를 이용해 직접 방문하는 군인들도 있지만 대부분 어머니나 여자친구, 친구 등을 통해서 군내에서 ‘입소문’이 난 제품을 수소문하거나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찾는 문의가 잇따른다.
피부에 대한 군인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최근엔 군인들이 훈련시 얼굴에 사용하는 군용 위장크림도 성분이 좋고 진정효과나 색소침착이 적은 제품들이 선호된다. 이에 따라 대형 화장품 회사들과 유통업체들도 잇따라 그 같은 니즈를 반영한 프리미엄급 위장크림을 선보였다.
맨스튜디오에서도 ‘밀리터리 시리즈 위장크림’을 출시하고 맨스튜디오 매장은 물론 전국 1000여개 아리따움 매장에서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이 크림은 비타민E 유도체와 식물추출물을 함유해 피부 자극을 최소화 했으며, 땀과 피지에도 끈적이지 않는 산뜻한 사용감을 자랑한다. 천연 성분인 라벤다와 로즈마리잎, 숯가루, 황토로 각각 그린, 블랙, 브라운 컬러를 추출해 민감성 피부도 사용 가능하다. 선명한 발색과 우수한 지속력으로 빠른 위장이 가능하고, 거품 세안만으로 쉽게 지워지는 것이 장점이다.
유통업계들도 남성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군인들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 제품 등 남성용 화장품을 모은 패키지들을 선보이고 있다. C오쇼핑은 지난 17일 군인들을 위한 ‘혹한기 보습 풀 세트’를 콘셉트로 한 ‘밀리터리 켈리 오 박스’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강 추위 속에서 군생활을 위한 장병을 위한 상품들로 구성했다. 보닌 클린저, 넘버원 킹스베리 크림, 넘버원 킹콩 립밤 등 정품 3종과 5종의 샘플 및 미니어처 등이 포함됐다.
CJ오쇼핑이 기획 판매하고 있는 밀러터리 켈리 오 박스.
남성 뷰티 용품을 패키지 판매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11번가는 지난 10월 빼빼로데이 등을 겨냥해 뷰티 전문 구매담당자(MD) 20명이 엄선한 남성 화장품 패키지인 ‘맨즈 뷰티박스’를 출시했다. 당시 일주일 만에 전 제품이 매진되는 사례를 기록했다. 뷰티박스는 여러 브랜드의 화장품 및 미니어처들을 한데 모은 상자로 이번 맨즈 뷰티박스는 가격대별로 A세트(2만 4900원)와 B세트(1만6900원) 2종으로 구성됐다. 각각 400개씩 총 800개 한정으로 판매됐다. 남성화장품 시장이 커지면서 기획된 이벤트였다.
이처럼 최근 남성화장품 시장은 남성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매년 7% 성장하면서 1조원의 시장을 구축했다. LG생활건강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남성화장품 시장은 2008년 5700억원, 2009년 6500억원, 2010년 8000억원, 2011년 9000억원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는 약 1조원의 시장 규모를 예상하는 등 백화점 등의 고가 시장과 브랜드샵 등의 중저가 시장에서 다양한 품목의 남성화장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유럽지역 리서치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의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 남성 스킨케어 시장에서 한국이 매출규모 1위(2010년 기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2위 중국, 3위 일본, 4위 미국, 5위 중국 순으로 각국의 인구와 매출 순위를 감안할 때 한국 남성이 전 세계 남성 중에서 화장품을 가장 많이 바르는 셈이다.
특히 불경기는 남성화장품 시장의 활성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보인다. 불경기가 길어지면서 남성의 외모가 경쟁력으로 평가받게 되고 이에 따라 자기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남성들의 증가하면서 국내 남성화자품 브랜드들의 질주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화장품 업계는 향후 남성화장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팽창 할 것으로 내다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불황속에도 외모에 투자하는 남성그루밍족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이 소비패턴 역시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는데 편의성과 비용절감 측면에서 올인원 제품 및 대용량 제품의 소비는 향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남성화장품 시장이 앞으로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모가 곧 경쟁력이며 남성들도 자기 관리에 소홀하면 도태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원인을 분석했다. 매장에서 남성전용 안티에이징, 화이트닝 라인의 기능성 에센스 등이 고가임에도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이 바로 그 점을 증명한다. 이는 얼마전 SK-Ⅱ 출시 이후 남성들이 보인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K-Ⅱ에센스가 단기간 피부를 눈에 띠게 변화시킨다는 입소문은 SNS 등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과연 화장품만으로 피부가 변할 수 있을까’ 의심했던 남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실제 이 에센스는 출시한 지 4일만에 한달 물량을 소진할 정도로 남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맨스튜디오가 출시해 판매하고 있는 군용 위장크림.
한편 남성화장품도 시대별 트렌드가 있다. 80년대 남성 화장품은 남성에게 있어 터프함, 야망, 자신감 등을 배가시켜 주는 서브 아이템으로 인식됐다. 당시 주된 아이템으로는 스킨, 애프터 쉐이브 등이었다. 1990년대 들면서 남성 화장품은 성공하는 남성의 필수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성공한 남성의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해주는 수단이 됐다. 2000년대부터는 남성의 ‘미’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메트로섹슈얼이라는 단어가 큰 이슈가 되었으며, 남성 화장품도 컬러 로션, 비비크림 등 좀 더 기초 화장품에서 그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이후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2012년 남성 화장품 트렌드로는 짐승남, 꽃남, 꿀피부 등 한가지의 고정된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 중심에는 남성에게 있어서 ‘스킨케어’가 매우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각됐다. 남성이 스킨케어에 다양한 관심을 갖게 되자, 제품군도 훨씬 다양해졌고 남성 전용 아이크림, 에센스 등 기능성 제품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자신감 있고 당당한 남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얼굴빛 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최근엔 남성이 화장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김은경 kek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