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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과 경칩(驚蟄)사이의 날 우수라
우수절 / 황금찬 ------------------ 우수절인데 비가 오지 않고 눈이 내린다 이별이라 그날도 눈이 내렸다 쟁반에 바람을 담아 들고 소녀가 걸어온다 작년의 그 소녀가 아니다 우수절날 한사코 세상은 봄눈을 닮아가고 있다. 우수(雨水) -------------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양력 2월 18일 . 태양의 황경이 330°이며, 입춘으로부터 15일 후에 오는 절기이다.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뜻으로, 이 무렵부터 날씨가 많이 풀리고 나뭇가지에 싹이 돋기 시작한다. 우리 옛말에는 "우수 경칩이 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하여 겨울 찬 바람이 물러나는 시기라고 보았다. 우수(雨水) 무렵 - 강수정 ---------------------------- 불만스런 식욕에 투덜거리며 차분히 눕지 못한 머리카락, 부시시한얼굴, 발끝을 보다 직선으로 마주치는 장미 미용실, 제일 떡 방앗간, 궁전 노래방, 간판 읽으며 시장을 간다 立春도 지났고 몇 밤 자면 雨水인데, 겨울의 뾰쪽한 꼬리, 질기게 목덜미 잡고 달겨 붙는다, 비늘 돋은, 바람 깊숙이 아려오고, 순간, 성급한 재회로 부딪히는 손뼉소리, 그냥 피하고 싶은 회오리바람 되어, 먼지가 된 권태, 휴지가 된 실언들, 도리 킬 수 없는 악몽으로 마구 솟구친다, 그리곤 덧없이 뒷골목으로 사라진다 고무줄처럼 탱탱한 봄볕 한 줄기, 시장 사람들의 투박한 손마디 아래 얼비치듯 웃고 있다, 오늘은 쑥과 냉이를 만 눈짓으로 인사하고, 망설이며 데리고 오지 못했다 싹이 노란 무 하나, 동태 한 마리, 하루 종일 악보 그리고 남을 콩나물 대가리 와글와글, 시장 어귀 담벼락 한켠, 바람 쪼그리고 앉은 눈꺼풀 쳐진 할머니, 작은 목판에 난전 펴놓은 도라지, 우엉, 연뿌리… 겨울의 끝은 검정고무신처럼 질기기만 하다 우수 / 권경업 --------------- 언제부턴가 엄동의 조개골 비집고 실낱같은 물길 열더니만 보세요, 큰일났어요 그 물길 콸콸 그리움 되어 밤마다 내 가슴엔 막막한 홍수 우수무렵 / 김경실 -------------------- 여린 살 차가와 선뜻 다가서지 못해 동구 밖 서 있었습니다 몇날 며칠 헤살대던 바람 지나는 마을마다 무작정 풋정 풀어놓고 입춘 지나 저 끝 마라도로부터 북상해 갔습니다 버들강아지 산수유 제가끔 제 몫으로 이 나라 산야에서 야무지게 봄물 오를 쯤 이젠 옛이야기로 남은 허기진 유년의 봄날이 흑백 필름 거꾸로 돌아 모두 한꺼번에 살아옵니다 우수 무렵 강이 풀리면 / 김동환 -----------------------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고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고 가노라 우수 이후 / 김수우 --------------------- 왜 노랑멧부리새를 좋아하나요 그냥요 왜 오래된 사랑을 나비처럼 놓아주나요 그냥요 왜 어제 본 영화를 다시 보나요 그냥요 건널목에 언덕길에 무덤가에 잎눈, 잎눈, 잎눈 돋는다 사는 데에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되는 그냥, 봄 우수 / 나종영 ---------------- 선암사 해천당 옆에 수백년 묵은 뒷간 하나 있습니다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문 틈새 이마 위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木魚 흔들어 깨우고 가는 청솔 바람소리 보입니다 부스럭부스럭 누군가 밑닦는 소리 들리는데 눈 맑은 동박새가 매화 등걸 우듬지에 앉아 두리번두리번 뭐라고 짖어댑니다 천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새로운 천년이 무섭게 밀려오는지, 그 울음소리 대숲 하늘 한 폭 찢어놓고 앞산머리 훠이 날아갑니다 하릴없이 대나무 대롱 끝에 입술을 대고 한 모금 찬물을 삼키다가 옳거니 매화꽃 봉오리 움트는 소리, 겨울 산그늘 얼음꽃 깨치고 봄 햇살 걸어오는 것 보았습니다. 우수절 / 박옥위 ------------------ 스님 뵈러 가는 길 조팝나무 가지 끝에 새 울음이 매달렸다 종알종알 좁쌀눈 봄 입김 따스하다고 분홍 웃음 물고 있다 퐁 하고 떨어지는 고드름 끝 물방울이 떨어지다 맺힌 아픔을 딸꾹 하고 멈추는데 풀잎에 총총 앉은 이슬, 눈빛 초롱 빛난다 우수(雨水) / 박종영 ----------------------- 잿빛 구름이 눈물의 배를 띄운다. 호젓한 산비탈 아득한 고향 하늘, 그토록 융숭한 말씀 들고 오리나무 숲으로 찾아간 촉촉한 바람이 들썩거리는 새움을 간질인다 사랑의 신호인가? 긴 겨울을 이기고 돌아와 빛바랜 풍경을 주어 모으며 눅눅한 마음자리 씻기는 빗소리 푸석한 마음에 한줄기 강물로 기지개 켜는 오늘은 맑디맑은 우수(雨水)절기, 그대의 우수(憂愁)가 사라지는 날로 기쁨이네. 우수절의 시 / 박재두 ----------------------- 한 장 창호지 밖에 나직이 듣는 음성 어린 날 그 언덕에 흘리고 온 꿈의 씨앗 향 맑은 귀가 열리어 이젠 움이 돋는가. 돌아온 산모롱이 구비 구비 짓다 둔 인연 원수도 손끝이 저려 맺힌 허물 고를 풀고 한 떨기 민들레처럼 떨고 일어나는가. 죄 없이도 가슴 닳던 그리움도 벗어두고 묵밭된 마음의 이랑 새로 닦은 보습을 대어 묵혔던 길이 열리어 기적처럼 오실 손님. 비 그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이 밤 옥색 치맛자락을 끄는 꿈길도 결이 맑고 청매화, 새 피가 돌아 숨소리도 고르겠다. 우수를 보내며 / 오정방 -------------------------- 날씨도 땅도 풀리고 강도 호수도 풀리고 사상도 이념도 풀리고 미움도 갈등도 풀리고 원한도 증오도 풀리고 복수도 전쟁도 풀리면 봄도 봄 같은 계절을 맞을 수 있을 터인데 낙원 같은 세상이 건설될 수 있을 터인데 평화론 지구촌이 이룩될 수 있을 터인데… 오늘은 우수(憂愁)가운데 우수(雨水)를 보낸다 우수 / 원영래 ---------------- 겨우내 참았던 그리움이 실핏줄로 흘러 버드나무 가지마다 저리 파란 물이 들었구나 강나루 얼음 풀리면 그대 오시려나 코끝을 스치는 바람 아직은 맵지만 내 마음은 벌써 봄 우수 / 이재봉 버들가지 끝에 맺힌 물똥이 똥그르 못 속으로 떨어진다 물결이 빙글빙글 돌며 레코드판처럼 소릿결을 내자 놀란 송사리들이 지느러미를 흔들며 춤을 춘다 우수절 / 이향아 ------------------ 한 사흘 안개가 겨드랑이로 파고들더니 오늘 아침엔 앞산이 유리창을 부술 듯 내 앞에 섰다 나무들도 수런수런 물길을 텄는지 묶었던 짐을 다시 푸느라 부산을 떨며 나팔만 불면 떠나갈 듯이 죽지를 옹그려쌓더니 마음을 고쳐 먹었나보다 온 동네에 파다한 소문을 나만 몰랐나 보다 겨우내 엮어달아 곰삭은 매주를 손 없는 날 골라서 소금물에 띄우는 우수절 내 속에 오래 묵어 헝클어진 매듭들은 한참 더 엎드려 뜸을 들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 그만 둑 허물어 헤픈 고백을 쏟아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온종일 뒤숭숭하다 우수절 / 위선환 ------------------ 남쪽에 내린 비가 땅을 적시며 올라오더니 내다보이는 길바닥이 척척해졌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머뭇거리는 빗발은 차고 비를 맞지 않아도 나는 목덜미가 식는다. 비는 어둡도록 내리다가 굵은 빗소리를 두드리며 문득 들어서는 것이므로 문을 잠그지 않는다. 작은 뜰을 잠깐 적시고 유 리창에 얼굴을 대고 흐르고 빗물 뚝뚝 흘리면서 들어와서는 여러 겹으로 젖은 제 몸을 한 겹씩 벗어 내리는 것인데, 빠진 발톱 두엇도 집어내고 반 넘게 센 머리칼을 헤집어 털고 그리고는 내 팔을 끌어다 베면, 간 겨울에는 참 많이 야위었구나, 뼈마디가 잘게 걸리는 등허리에서 매만지는 손가락이 마르고 속울음 깨물며 울고 어깨가 얼어서 떨면서 비는 춥다. 어쩌겠는가. 조심스럽게 내 가죽을 벗어서 빗줄기를 덮고, 깊게, 더 깊은 안으로 끌어안는 밖에. 우수雨水,우수憂愁 / 임영준 -------------------------------- 팽팽하던 하늘이 느슨해지고 겨우내 내몰리던 내일이 가까워질 만도 한데 물 건너간 풀씨들은 여전히 발이 묶이고 주름진 나무들은 갈증을 면하지만 눅눅한 뒷골목엔 시름만 더 한 것을 우수의 끝 / 임영준 -------------------- 햇빛도 바랜 한낮에 아슬한 G현의 선율 살로메는 꿈꾸는 나의 연인 가슴을 두드리는 광시곡 욕정을 뿜어내는 흰포말의 분수 구름과 연못의 풍랑 한가한 자의 식탁 풀죽은 향연에서 절벽같은 서러움 어긋난 그리움 속에 버릇이 되어버린 허탈 이슬 머금은 꽃잎은 우수의 방울 단절된 열정 위에서 노여움을 되삭이며 체념의 글을 읊는다 雨水(우수) / 염홍철 ----------------------- 차가운 나뭇가지에 매달린 바랜 잎새 마냥 슬퍼 보이더 니비 맞고 안개 감싸주니 하, 숨소리 나고 이파리에 생명 꿈틀댄다 빗물 창에 스미지만 숨 가빠 뚫지 못하고 그 소리만 몰래 방안 첼로에 화음 더해 준다 무반주 첼로 조곡, 내 가슴 휘젓지만 창에 맞아 흘러내리는 빗물, 그리움 되어 가슴에 스민다 오리나무도 젖고 첼로 소리도 젖었고 내 넋도 깊이깊이 젖는다 빈 몸의 겨울나무도 풍성해지고 맑은 날씨에 비껴 있던 첼로 소리 오늘 비에 묻어 애달더니 내 온 가슴 무아경에 빠지고 있다 우수(雨水) / 조현동 ----------------------- 우수(雨水)가 되면 여기저기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자주 듣게 되는 말 우수(雨水)에는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 태어나서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도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아직은 가볼 수 없는 곳 한 번 가보기가 너무너무 어려워서 우수(雨水) 때에만 잠시 잠깐 떠올려 보는 곳 대동강 이번 우수(雨水)에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자주 듣고 있는 말 우수(雨水)에는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 춘설 / 정지용 ---------------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우수 전후 / 정재영 --------------------- 산마다 초경을 앓더니만 팽팽해진 몸뚱어리 위로 끝내 눈물비가 내린다. 계곡마다 헛트림으로 겨우내 막혔던 체증을 내리지만 긴 겨울에 묻어둔 마음도 속앓이로 초경통을 앓고 있는 중이다. 우수 지나 경칩 되니 / 천숙녀 --------------------------------- 봄보다 먼저 내게 시가 되어 안겨왔네 겨드랑이 가렵더니 눈빛 환히 맑아 졌어 각질이 벗겨 졌나 봐 세포마다 피가 돌아 봄소식 하나에도 시가 있고 노래 있어 노래하는 여울 되고 춤추는 강물 되어 마침내 바다에서 만나 꽃울음을 만들겠네 아는 가 예쁜 내님 나도 그대 시가 되어 그대 향한 긍률한 밤 가슴 치는 뜨거움 해 맑고 건강한 인연 사는 날까지 이어지길 우수(雨水) / 최승연 하늘 가르며 피어나는 노을이 우수수 떨어지는 빗방울 따라 저만치 흘러가는 먹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손짓하며 다가오고 들을 가로질러 피어있는 물망초 이파리에 여름의 아픈 상처 주렁주렁 달려있다 시들어 떨어지는 꽃잎 타오르던 정열 사그라지고 가슴속 깊숙이 숨겨둔 말 그날의 감격들이 사라져가는 추억 속에 빗물 되어 떨어진다. 여름 오후 회안(悔顔)의 얼굴로 분주하던 날들 다독여 쓰다듬고 인생여정(旅情)의 빗물 되어 그세 불어난 강물위로 배를 띄운다. 우수날에 / 최영희 -------------------- 우수날 요란한 새소리 내게 다시 봄이 왔음을 알리려 함이려니 뽀릉, 뽀릉, 뽀르릉 사랑스러운, 그래, 너는 봄문을 열고 나는 시문(詩門)을 열어 보자 우수 / 허영자 --------------- 비 그친 들판에는 아지랑이 분홍 싹이 트는 가지마다 비취빛 내음 부드럽고 따스한 神의 음성으로 나직히 나직히 흥얼대는 시냇물. 우수에 열리는 강 / 홍금자 ----------------------------- 네가 달아준 종소리에 눈이 내린다 겨울 땅에선 아직 눈 다 뜨지 못하고 우수날 열린 강 밑 물길로 새순을 단다 뿌리로 길어올린 목숨 하나 타나 남은 골짝의 한 줌 낙엽들 흰 눈 쓰고 앉아 반나절의 하늘을 맞는다 이제것 언 땅의 두께로 눌렸던 네 그리움은 겨울꽃 속에 숨은 아방 가르드 우수절 - 하나의 전설을 위하여 / 황금찬 --------------------------------------------- 기다리며 일년을 산다. 이월이 없는 열 두 달은 절대로 무의미해 진다. 우수절 그날을 눈 속에 감추고 즈문 해를 살리라. 얼음이 풀린 호수가에서 우수를 맞는다. 수선화로 피어나라 아프로디테 오늘 나는 피그말리온이다. 누구의 모습일까 낮 하늘에 찬란한 별 하나 에코 나르시스의 전설로 남아라. 우수절 / 황금찬 ------------------ 우수절인데 비가 오지 않고 눈이 내린다 이별이라 그날도 눈이 내렸다 쟁반에 바람을 담아 들고 소녀가 걸어온다 작년의 그 소녀가 아니다 우수절날 한사코 세상은 봄눈을 닮아가고 있다. 우수절 부근 / 황금찬 ------------------------ 모두 울고 있다. 이 계절엔. 오고 있는가 비도 내리고 있는가 겨울이 풀린 계곡에 메아리도 울리고 있는가 마음의 얼음도 풀리려는가 너와 나는 본래 적이 아니다 사랑이 오려는가 이 반목의 계절은 이제 가고 이해의 바다가 열리려는가. 우수절 강물도 풀리는데 나는 너를 미워할 수가 없구나 사랑하려고 죽기까지 사랑하려고 사랑 앞에는 원수도 없다고 들려오는가 해빙의 나팔소리가 이 계절에 메아리처럼 울려오고 있는가 이 우수절에. Oamul Lu 作 ***은이네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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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우수와는 관계 없는 노래 우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