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인생 술몽쇄언
지은이 김대현金大鉉 월창 거사(月窓居士).
화속 化速
사람은 하루 동안에 1만 3천 5백 번 숨 쉰다.
한 번 숨 쉬는 사이에 해(日)가 40만 리를 간다.
대화大化의 속速함이 이와 같다.
사람이 그 사이에 머무르니 또한 무슨 겨를이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성장成長하지 않는 날이 없어서 어느 사이에 장년이 된다.
장년이 되면 쇠약하여 가지 않는 날이 없다.
그리하여 어느 사이 늙음에 이른다.
그 늙은 때와 어린 때를 제외하고 나면 세월이 많지 않다.
질병과 근심과 고통이 혹은 반을 넘는다.
부귀하면 사무에 얽매이게 되고, 빈궁하면 굶주림과 추위에 군박窘迫하여
뜻은 항상 바쁘다.
날마다 바쁘게 지내느라고 실로 하루도 자기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없다.
생각하고 염려하고 계획하고 헤아리고 하느라고 마음이 번뇌煩惱하여,
다시 한 가지의 생각도 자기의 마음대로 자유자재하게 가질 날이 없다.
이와 같은 일생을 지내다가 어느 사이에 죽게 되면,
습성習性의 기운이 없어지지 않음이 거의 꿈속의 경우와 같다.
이와 같이 되풀이를 거듭하면서 잠깐 사이에 여러 겁劫을 지나게 되면,
생전의 총명으로도 오히려 깨닫지 못한다.
죽은 뒤의 아득한 혼魂에게 다시 무엇을 바라겠는가?
소가 되고, 나귀가 될는지도 알 수 없다.
능히 지혜 있고 능히 깨달음이 있기를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이 몸이 금생今生을 향하여 헤아리지 않았으니
다시 어느 생生을 기다려 이 몸을 헤아리겠는가?" 라고 하였다.
그 뜻이 지극히 절실하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꿈속에 있으면서
한 사람도 머리를 돌려 생각하는 이가 없으니 가엾은 일이로구나.
人之呼吸 一日一萬三千五百息 一息之間 日行四十萬里 大化之速如此
人住其間 亦何暇焉 是以無日不長 於焉成壯 無日不哀 於焉到老 除其老幼
光景無多 痴病憂苦 或居太半 富貴則牽纏於事務 貧窮則窘迫於飢寒
意常忙忙 與日俱往 實無一日之自在 而思慮計度 煩惱於中 更無一念之自在
如此一生於焉而死 則習氣未泯 殆與夢境 如是轉展 倏經多劫 生前聰明
猶不能覺 死後迷魂 復何望焉 爲牛爲驪 且不可知 能慧能悟 其可期哉
古人云 此身不向今生度 更待何生度此身 其旨至切 而世人俱在夢中 無一回頭者
可哀也夫
우주 영겁永劫의 시간에 비하면 인생이란 너무나 짧은 수명이다.
그 짧디 짧은 인생 동안이란 것도 어린 시절, 소쇠한 시절, 병든 시간을 제외하면
정말 제대로 인생을 살았다 할 수 있는 시간이란 지극히 짧은 기간뿐이다.
그 짧은 시간에도 부귀한 사람은 그 부귀 때문에 부담되는 일에 얽매여서 바쁘고,
가난한 사람은 굶주리고 헐벗은 걱정에 쫓겨 바쁘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항상 바쁘고 쫓기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느라고 실로 하루도 그런 세속적인 일에서 벗어나서 정말 자기 마음대로
한가하고 고요한 시간을 자유롭게 향유享有하지 못한다.
온갖 생각과 근심과 계획과 헤아림이 가슴을 번거롭게 하여 하루도 홀가분하고
시원한 초탈超脫의 심정으로 생각할 겨를을 갖지 못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자유로운 심경에서 생각할 겨를도,
반성할 겨를도 없이 마치고 만다는 것이다.
월창 거사는, 인생이 이렇게 무상하고 번뇌 속에서 살다가 가는 것을 슬퍼할 뿐만 아니라,
인생의 사후死後, 그리고 영겁永劫에 걸친 윤회에 대하여도 근심하고 있다.
그는, 사람이 생시에 생각하고 경험하던 것이 꿈속에 나타나듯이,
이생에서 온갖 번뇌 속에서만 헤매다가 죽으면 사후에도 생전의 버릇이 남아 있어서
번뇌를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번뇌의 생에서 다른 번뇌의 생으로 전전하게 되면, 생전의 총명으로 깨닫지 못한 것을
죽은 뒤의 아득한 혼에게 깨닫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니 축생도畜生道에 떨어져 소가 될지 나귀로 변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 번 큰 안목으로 반성하고 깨달아서 그 번뇌 속에서 해탈하라는 것이다.
불교는 바로 인생에게 이러한 해탈을 가르치는 종교이다.
옛글에 이런 것들이 있다.
우리 인생의 잠깐임이 슬프구나.
장강長江의 흐름 무궁함이 부러워라.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
애오생지수유 선장강지무궁
해마다 해마다 봄은 지나가는데
인생 백 년이라지만 일찍이 백 년 산 사람 없었네.
우리 꽃 속에서 몇 번이나 취할 수 있겠는가,
두십천斗十千의 비싼 술이라도 가난타 사양 말고 마시게나.
一年又過一年春 百歲曾無百歲人
일년우과일년춘 백세증무백세인
能向花中幾回醉 十千沽酒莫辭貧
능향화중기회취 십천고주막사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