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미소를 지켜내는 일
이수나(삼전종합사회복지관 아란야대안학교)
외근을 마치고 돌아온 오후, 교실에 들어서서 아이들을 살핀다. 고작해야 한나절이라지만 싸우지는 않았는지, 결석한 녀석들은 없는지, 궁금한 마음에 교실 안쪽으로 얼굴을 빼꼼히 들여다보다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와! 선생님이다!" 그리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들의 환대가 이어진다. "아! 뭐에요 샘, 지각했어요.", "어! 누구세요?".... 지각을 했다는 면박에서부터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다는 듯한 반응까지... 환대라 하기에는 약간은 어색한 인사이지만 눈빛 가득 반가움이 담겨있다. 그리고는 떨어졌던 짧은 시간동안 벌어진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이 시끌벅적한 환영식이 더욱 기분 좋게 느껴지는 이유, 그것은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던 이들과의 어색했던 첫 만남의 기억 때문이다. 친구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아이들, 그래서 학교라는 공간이 불안과 공포의 장소로 느끼는 아픔을 겪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 학교폭력피해학생을 위한 위탁형 대안학교인 이곳 '아란야대안학교'에서 맞이하는 첫 만남은 아이들이 보내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에서 시작된다.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약하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배척되었고 그 지속된 소외감으로 미소 짓는 방법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는 상대방을 마주보고 입을 여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어색했던 시간을 미소짓는 방법을 익히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가는 것. 그리고 마침내 학교를 공포의 공간이 아닌 성장의 공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 그것이 내가 이곳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마음껏 꿈꾸고 또 그 꿈을 실현하는 방법 찾기! 대안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해결할 새로운 과제이다. 수많은 부정적 사건을 경험한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들이기에 제 시간에 등교를 하고, 짝꿍과 이야기를 나누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 조차도 어렵게 느낄 만큼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능성 또한 믿지 못한다. 이런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알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찾아가도록 돕는 시간, 스스가 그리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란야학교 수업의 시작이다. 자신의 성장을 계획하고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약속들을 잡아가는 과정..... 유난스러웠던 성장통으로 목표의식도, 생활의욕도 낮아진 아이들이기에 그 과정은 의심가득하고 어려운 과정이 되지만 그동안 힘겨운 생활로 잊었던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도전과제가 되며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치료한다. 또 꿈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고 진지하게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우리 아이들은 한 번 더 힘을 낸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도전에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꺼내어 보이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돕는 나의 1년은 아이들보다 더욱 바쁘게 지나간다. 그렇지만 사회복지사인 내가 대안교육을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행복한 지역사회와 행복한 청소년이 조화를 이루는 즐거운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물론 기나긴 아픔을 간직했던 아이들이기에 제한된 시간 안에 감당해야 할 수많은 과제 앞에 허덕이거나 주저할 때도 있고,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좌절을 경험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숨 가쁜 1년의 시간을 함께 한 아이들이 앞으로 닥칠 좌절 대신에 ‘도전’과 ‘용기’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릴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그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한다. 앞으로 남은 2개월, 긴 성장통을 겪은 아이들과의 2010년을 정리해야하는 요즘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제일 처음 보여주었던 두려움 가득한 눈빛에 어느덧 새로운 도전을 견뎌낼 자신에 대한 설렘이 대신 담겨져 있음을 느낀다. 자신을 믿고 친구를 믿고, 그 안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자신의 즐거운 성장을 지켜낼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내는 일, 그 시간을 함께 한 2010년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 출처 - 서울 사회복지사 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