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짜증나는 윤석열의 실언과 이재명의 거짓말을 듣다가 TV를 꺼 버린다.
창가에 앉아 있으려니 불현듯 공허감이 스믈스믈 몸을 뒤덮는다. 냉장고에서 마시던 red-wine 한 잔을 따라서 책상으로 가져온다. 아내가 치즈 한 장을 슬쩍 갖다 놓는다. red-wine에 치즈. 궁합이 맞는것 같다.
이 와인이 소설 '개선문'에 나오는 남자 라빅이 애인 조앙마두와 카페에서 함께 마시는 칼바도스였다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칼바도스란 프랑스 노르망디의 칼바도스에서 만드는 애플 브랜디라고 한다. 어느 해인가 해외출장을 갔다가 들어오면서 면세점에서 병속에 빨강 사과가 하나 들어있는 calvados 한 병을 제법 비싼 값을 주고 사 들고 들어온 것이 기억난다. 그때 라빅과 조앙마두가 마시던 칼바도스가 애플 브랜디란것을 알았다.
개선문에서 " 한 친구는 아내가 죽었는데 장례를 치를 때까지 방에 틀어박혀 체스만 연구하고 있더군. 또 한 친구는 아내가 죽자 침대에 누워 이틀동안이나 잠만 자더군.
나의 친구 하나는 강도사 (講道師)로서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들어와 심정지가 되어 사망하였는데 그 부인은 오히려 좋은 곳에 가셨다고 별로 슬픈 기색도 없이 웃는 모습으로 장례를 치르더라고.
상기 세 사람중에서 누가 가장 망자의 사망을 애도한다고 생각하는가 ? 사람이란 갖가지 모순된 행동을 하면서도 동시에 완전한 절망에 빠져들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어제 조선TV에서 실시한 내일의 국민가수경연에서 나이 50의 박창근이란 가수가 본인이 작사 작곡 노래한 '엄마' 란 노래로 제1대 국민가수가 되었다. 백지영은 노래에 있어 '엄마'란 단어는 반칙이라고 웃었지만 엄마란 단어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가슴을 미어터지게 만드는 말이다. 보구싶구요 미안하구요 사랑하구요 하고 노래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엄마란 말을 조용히 내 가슴속에 되뇌어 본다. 2021.12.24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