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아침 - 도종환
동생아, 오늘 아침엔 잔서리가 내렸구나
네 작은 몸을 치떨게 하는 것이
일찍 온 겨울 추위나 서릿발이 아님은 알지만
단단히 여며 입을 옷조차 없는 갇혀 있는 네게
이번 달엔 영치금도 넣어주지 못해
그게 자꾸 맘에 걸리는구나
네 몫으로 꼬깃꼬깃 여미었던 것들을 풀어
흩옷으로 이른 추위에 떠는 아이들 옷 몇 벌 사주었구나
찬물에 손 넣기도 주저거려지는 이 시린 아침에
맨살로 다니는 아이들이 있어 신을 것을 사주었구나
고개를 비틀리고 입을 틀어 막히며 끌려가는
이 시대의 목소리로 너희가 살아 있는 것도
네가 갇혀 있는 그 안쪽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깥세상을 위해서임을 알기 때문에
바깥세상의 평화와 따뜻함 위해서임을 알기 때문에
서리 내리는 초겨울 아침 네가 조금 더 견뎌야겠구나
오늘이 공판날인 걸 알면서도 지금 네가 갇혀 있는
담벼락길을 지나 출근을 한다
몇 개 남지 않은 느티나무잎이 사정없이
가슴을 때리며 떨어지는구나
공판정에도 나가볼 수 없는 형을 용서해라 속으로 빌면서
출근을 한다
네 마음속의 바깥세상 한군데에 서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너는 생각할 것이다
동생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너는 생각할 것이다.
<Chris de Burgh -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