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빌1:3-11)
갈등
1. 어느 날, 한 여인이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녀는 편지 한 장을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합니다. 오래된 종이에서 은은한 향이 풍겨옵니다. 손때가 묻은 글씨는 삐뚤삐뚤하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녀의 눈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마음속에는 따뜻한 불씨가 피어납니다. 그것은 바로 감사의 편지였습니다. 편지는 마음의 향기를 담아 전달하는 씨앗과 같아요. 누군가의 감사와 사랑이 담긴 편지를 받을 때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마음에 남아 새로운 열매를 맺도록 하는 씨앗이 됩니다.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도 그런 향기로운 편지였습니다. 그의 글은 단순히 감사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선한 일을 끝까지 이루실 것이라는 확신을 담아 교회의 마음에 심은 복음의 씨앗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바울이 보낸 편지를 함께 펼치며 그 안에 담긴 감사와 사랑의 향기를 느껴요.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바울과 빌립보 교회는 특별한 관계에 있었습니다. 3-4절,“내가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며, 간구할 때마다 너희 무리를 위하여 기쁨으로 항상 간구함은.”
2.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그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감사는 아무에게나 표시하지 않습니다. 바울은 일반적인 감사를 하지 않았고, 빌립보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감사했어요. 바울은 빌립보 교회를 위해서 기도할 때는 보통 기도하지 않았고 항상 기쁨으로 했습니다. 바울과 빌립보 교회가 이렇게 돈독한 관계가 된 것은 5절,“너희가 첫날부터 이제까지 복음을 위한 일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사람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아요. 오랜 세월이 필요합니다.
빌립보 교회는 사도 바울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가 처음 개척한 교회-복음을 전한 도시였습니다. 바울은 무시아에서 터키 북동쪽을 경유해서 드넓은 중앙아시아로 복음을 전하러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성령께서 환상을 통하여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바울에게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음성을 듣고 순종했습니다. 바울은 드로아에서 배를 타고 네압볼리로 간 후 마게도냐의 첫 성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습니다. 유럽에서 첫 열매가 된 빌립보 교회는 지금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순교를 기다리는 마지막 시기까지 기도와 후원을 해준 유일한 교회였습니다. 바울과 빌립보 교회의 깊은 신뢰 관계가 궁금합니다.
갈등 심화
3. 사도 바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이 함께 해준 빌립보 교회에 감사하며 자신의 사적인 감정도 표시했습니다. 8절,“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참 멋진 표현이지요! 바울이 빌립보 교회 성도들을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아신다.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성도들을 사모하는 마음의 근원을 밝혔어요.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성도의 교제의 특징이 잘 담긴 말입니다. 성도의 교제는 단순히 사람들 사이의 인격적 신뢰와 만남만이 아닙니다.
여기에 추가된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입니다. 심장-스프랑크나는 내장-창자를 의미합니다. 고대 그리스와 히브리 문화에서 내장은 감정, 특히 강렬한 사랑이나 동정심-연민 그리고 깊은 정서가 발생하는 자리로 여겼어요. 현대 서구 문화에서는 심장이 사랑과 감정의 중심으로 간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이라고 말할 때, 그는 예수님의 깊은 사랑과 연민의 감정이 바울 자신 안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저는 이 말을 지난 15년 동안 치유 기도를 섬기면서 더욱 알아갑니다. 나를 살려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알고, 나도 내게 맡겨주시는 영혼들을 섬기고 그들이 살아나도록 기도하고 사랑할 때 경험하는 마음입니다.
4. 사도 바울은 자기를 위해 극진히 기도와 섬김을 다해준 빌립보 교회를 향해서 축복했습니다. 9-11절,“내가 기도하노라 너희 사랑을 지식과 모든 총명으로 점점 더 풍성하게 하사, 너희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 또 진실하여 허물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의 열매가 가득하여 하나님의 영광과 찬송이 되기를 원하노라.”바울은 빌립보 교회의 사랑이 성숙하기를 기도했어요. 지식과 총명-분별력을 가지고요. 사랑-가슴은 뜨거워야 하지만, 머리는 차가워야-지식과 총명으로요. 이래야 교회의 사랑이 성숙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향한 두 번째 축복은 10절, 선한 분별력과 순결한 삶입니다. 영적인 싸움이 있을 때 우선 필요한 것이 분별력입니다. 이것과 더불어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순결한 삶입니다. 두 가지가 잘 균형을 이루는 교회가 건강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결단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빌립보 교회를 향한 바울의 세 번째 축복은 11절, 예수님을 통해 의의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데 사용되기를 기도했습니다. 의의 열매는 성령의 열매-성령을 통해서 얻는 열매를 말합니다. 최고의 교회입니다. 의의 열매가 가득하되, 하나님께 영광과 찬송이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향해 세 가지 축복을 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실마리
5. 저는 35년째 목회를 하면서 빌립보서를 읽을 때 제일 기쁩니다. 빌립보서가 기쁨의 책이기도 하고요. 빌립보서에서는 목회자인 저에게도 언제나 기쁨을 주고 또 빌립보서가 기쁨의 책이지만, 진작 사도 바울과 빌립보 교회는 그렇게 기뻐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로마 감옥에서 네로 황제의 명령만 있으면 순교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감옥은 어둡고 차가웠습니다. 벽에는 이끼가 끼어있고,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은 희미하게 그의 얼굴을 비췄습니다. 그 순간 바울의 마음은 빌립보 교회로 날아갔습니다. 그곳은 환한 햇빛 아래 사람들이 찬송을 부르며 하나님을 찬양하던 곳이었습니다. 바울의 입술에서 감사의 미소가 번졌습니다.
비록 그의 손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들에 대한 사랑으로 자유로웠습니다. 빌립보 교회 역시, 작은 도시에서 박해를 받으며 쉽지 않은 매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목회자인 사도 바울은 멀리 로마에서 죽음과 삶 사이에서 끼어서(23절) 있었고, 빌립보 교회도 순전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바울과 빌립보 교회는 서로 신뢰를 잃지 않고 기도와 후원 관계가 이어졌어요. 이것이 그들에게는-특히 목회자요 선교사로 오랫동안 외로운 영적인 전쟁을 거듭해온 바울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감사하고 기쁨으로 그들을 향해서 마음껏 축복했습니다.
6. 제가 교회를 개척하고 건축을 하고, 치유와 회복 사역-선교지 신학교 순회사역을 짧지 않은 세월 계속하면서 바울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요,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어요. 제게도 빌립보 교회같은 분들이 계십니다. 이 시간 그들이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포항에도-지역을 넘어 전국에-또 선교지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제가 오늘도 기도하고 설교를 하고, 오늘도 예배 후에 현장에서 안수 기도 또 전화 기도를 이어갑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너무 외롭지 않도록 사도 바울에게 빌립보 교회를 붙여주셨듯이, 우리에게도 누군가를 붙여주십니다.
이런 분들이 있는 분이 행복합니다. 바울은 이러한 빌립보 교회를 위해서 세 가지 축복을 했습니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특히 치열한 영적인 전투 가운데 있던 빌립보 교회를 위해서 꼭 필요한 세 가지 기도를 했습니다. 성숙한 사랑을 하는 교회가 되라. 시대가 어수선한 때 지혜와 총명을 가지고 사랑하라. 가슴은 뜨거워야 하지만,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바울은 사랑을 마치 씨앗이 심겨진 밭으로 묘사합니다. 그 씨앗은 단순히 자라는 것이 아니라, 농부가 세심히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식과 총명은 사랑의 밭을 돌보는 도구입니다. 사랑이 무분별하게 퍼지는 잡초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선한 열매를 맺게 하는 밭으로 가꾸어져야 합니다.
7. 영적인 전쟁이 장기화 되면 분별력을 잃기 쉽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회의 형편을 잘 알고 그들이 영적인 분별력을 갖되 순결한 삶을 잃지 않도록 기도했어요.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이 영적 길잡이가 되어 어둠 속에서도 선한 길을 찾기를 원했습니다. 마치 어두운 밤, 나침반을 손에 쥔 항해자가 별빛을 따라 안전한 항로를 찾는 것처럼, 그들이 하나님의 빛으로 선한 길을 분별하기를 바랐습니다. 그 선택이 그들을 더 밝은 빛과 더 큰 기쁨으로 이끌 것임을 바울은 확신했습니다. 영적인 전쟁에서 실패하는 첫 요소가 순결한 삶을 잃는 것입니다. 치명타가 됩니다. 보통 때도 우리가 성령에 충만해야 하지만, 영적인 전쟁이 있을 때는 더욱 그래요.
바울이 말하는 순결함은 투명한 유리창과 같습니다. 햇빛이 투과될 때 아무 왜곡 없이 맑게 비치는 창문처럼, 그리스도인의 삶도 흠 없이 투명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통해 그의 빛을 세상에 비추시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흠 없는 삶은 고운 모래 위에 흔적 없이 스쳐 가는 바람처럼, 다른 이들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조용한 발걸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사탄의 공격을 어떻게 이기고, 사탄의 권세를 어떻게 쫓아낼 수 있습니까? 말씀과 성령으로 충만해야 하는데, 우리가 순결하지 못하면-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죄 가운데 있으면 성령님은 우리에게서 멀어지십니다.
8. 사도 바울은 영적인 전쟁을 하도 많이 경험을 해서 이것을 너무 잘 알았습니다. 바울은 빌립보 교회와 같이 선한 교회가 영적인 분별력 가운데 순결한 삶을 이어가도록 기도했습니다. 성령충만한 교회는 의의 열매를 맺고, 하나님께 찬송과 영광을 돌립니다. 성령충만하면 교만하지 않고 하나님께 영광과 찬송을 올려드립니다. 바울은 의의 열매를 가득 맺는 나무를 상상하며 기도합니다. 그 열매는 거친 광야 한가운데 서 있는 풍성한 나무처럼, 메마른 땅에서도 생명을 나눕니다.
빌립보 교회의 삶에서 맺히는 사랑, 기쁨, 선행, 온유의 열매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배불리 먹이고, 하나님께 영광의 제물로 올려질 것입니다. 그 열매는 결코 스스로 자란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뿌리로 내려지고, 성령의 비와 햇빛으로 자라난 열매입니다. 바울은 빌립보 교회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중보기도를 했습니다. 바울은 빌립보 교회와 좋은 관계-신뢰 관계를 형성하며 그들에게 꼭 필요한 영적인 아비 역할을 끝까지 감당했습니다.
복음 제시
9. 사도 바울과 빌립보 교회의 관계는 오직 하나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바울이 순교하는 날까지 양자 사이가 끊어지지 않은 이유는 복음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은 복음 전도자-순회 선교사였어요. 유럽에서 처음 만난 교회-바울은 아시아에서 태어나고 아시아에서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성령님은 바울이 아시아에서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복음을 전하도록 이끄셨습니다.
사도 바울의 유럽 전도의 최고 열매가 빌립보 교회가 되었어요. 바울의 유럽 전도 가운데 수와 양, 은사 등에서 최고의 열매는 빌립보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고린도 교회였습니다. 고린도 교회는 수와 양은 빌립보 교회와 비교가 되지 않게 컸습니다. 그러나 바울의 신뢰를 끝까지 잃지 않고 좋은 관계를 맺은 것은 고린도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빌립보 교회였습니다. 복음의 능력과 열매는 수와 양에 있지 않고 성숙함과 순결함에 있습니다.
기대
10. 오늘은 12월 6일, 금주일 대림절 두 번째 주일입니다. 사도 바울과 빌립보 교회의 좋은 관계의 본보기를 보면서, 오늘 우리도 복음의 실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복음을 위해 사는 좋은 관계-네트워크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성탄을 기다리면서 빌립보서를 나누었어요. 우리의 기도는 언제나 우리가 나눈 말씀을 과거의 사건-과거의 이야기로 여기지 않고 오늘 나의 삶 속에서도 이뤄지는 말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 지나갈 때 남기는 향기와 같습니다. 어떤 이는 장미꽃처럼 향긋한 사랑을, 또 어떤 이는 바람에 실린 풀 향기처럼 소박한 선행을 남깁니다. 바울이 말하는 의의 열매는 바로 그런 향기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의 열매를 받으실 때, 마치 예배의 제단에서 올라오는 향기로운 제물처럼,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그분께 기쁨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