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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DAYS-day02
[배수진]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원체 추위를 많이 타는 터라...
잘 때부터 한기가 올라오지 않을까 걱정이어서 준비된 모포를 어깨까지 올리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같은건..
쏟아져내리는 잠 때문에 정말 신경쓸 겨를도 없을 정도로..
하지만...
열대야도 아닌데...
따뜻한 느낌에 나는 자꾸만 자꾸만 얼굴을 깊이 뭍고는 포근하게 감싸오는 온기에 아주아주 꿈도 안꾸고 푹 자고 있었다.
"일어나야지..?"
나직하고 조용한 목소리는 너무나 낯설었지만..
난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엄마품을 찾는 병아리마냥..자꾸만 따뜻한 곳에 얼굴을 파 뭍은 채 자고 싶을 뿐이었다.
"우웅. 조금만.."
"지금 일어나야 씻기가 편해."
"..........5분만.."
"일.어.나.세.요.공.주.님."
귓가에 불어오는 뜨거운 입김에 나는 정말로 소스라쳐 눈을 떴다.
내...눈 앞에는...
하얀 티셔츠의 로고가 바로 코 앞에서 보였고..
익숙하지 않은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누구..?
그제서야 누군가의 가슴팍에 얼굴을 푹..파 뭍고 자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는 나는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벌떠일어섰다.
"잘 잤어?
누구..? 심하게 요동치는 마음으로 그 누군가의 얼굴을 그제야 볼 수 있었지만..
누구인지...고개가 갸웃거렸다.
아니..그건 그렇고..여기는...
여기저기 조용히 모포 한장씩 덮고는 아주 골아 떨어진 사람들 무리 속에...
나는 그나마 일찍 잠자리에 들러 왔었기 때문에 나랑 경아 미경의 가방이 놓인 가장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잠이 들었었다.
그래...여긴 J대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경아랑 미경이 자리를 맡아 놓고 잤는데..?
물론 그 두 인간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리도 만무하거니와..
빈 자리에 아무나 와서 잔다고 해서..딱히 뭐라 할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지만...
이 여자는...
긴 머리가 어깨아래로 내려와 있고..
낯선 얼굴을 조금 더 바라보았다.
"잠이 덜 깼어?"
멍 하니 바라보는 날 보면서 빙그레 웃음짓는 얼굴.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에 드디어 누군지 기억이 났다.
그래 부팀장 언니구나.
머리를 묶은 채 모자 쓴 모습만 보다가 이런 모습을 보니 다른 사람인 줄 알고 한참이나 누군지 생각해 내고 있던 날
아주 재미있단 듯이 보고 있는 그녀.
"자 일어났으면 언넝 씻으러가자.
조금만 있으면 기상시킬거거든..
그럼 너무 붐벼서 씻기 힘들어."
일어서는 언니의 손에 이끌려 나는 주섬주섬 세면도구를 챙겨 언니를 따라 나섰다.
세면도구라고 해도 세안제와 칫솔, 수건이 전부.
나머지는 꼼꼼한 경아나 미경에게 빌려 쓰려고 전혀 갖고 오지 않았는데..
"그게 다야?
내꺼 빌려줄까?"
그냥 빌려준다고 하면 될 것을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하는 꼴이 몹시 얄미웠다.
한 마디 쏘아주고 싶었지만..
푹꺼진 목구멍에서 나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침 공기는 찼고..
더우기 주거공간이 아닌 지하에 마련된 샤워실은 몹시 추웠다.
세안제로 세수를 하고 치약을 빌려서 양치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양치와 세수를 같이 하던 언니가 갑자기 옷을 훌렁 훌렁 벗기 시작해서
정말로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뭐..뭐하시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치약이 튈 정도로 소리를 꽥 질렀고..
언니는 날 돌아보면서 어이 없다는 듯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샤워하려고. 왜?
너도 해. 이따 엄청 붐벼. 어제도 못씻고 잤잖아.
여기 온수도 나와."
나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폭풍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빨 다 닳겠다.
어제도 땀 흘리고 자서 그런지 땀냄새나던데.. 언능 씻지?
샴푸랑 다 빌려줄게."
내 쪽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은채 티셔츠에 손을 넣어 쑥 벗어내면서 말하는 그녀.
땀냄새란 말에 몹시 부끄럽기도 했지만..또한 발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죄송하게 됐네요. 냄새나는데.. 붙어자서.
근데 전 이따 더 땀흘리고 나서 씻을거예요."
이미 속옷만 입고 서서 날 기다리는 그녀를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서둘러 샤워실을 벗어났다.
난 오빠만 있고..자매가 없어서 그런지..
정말 친한 친구와도 알몸을 보인적이 없었다.
몹시 부끄럽기도 해서..대중탕도 거의 가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당연....아는 누군가를 만날까봐서..
자매가 있는 친구들은 친구간에 터치도 자연스럽고 같이 목욕도 자가곤 하는 듯 했지만..
내 세상에서 그런 면은 몹시 낯선 장면일 뿐이었다.
심지어 옷도 같이 입어 본 적 없다구...
부리나케 샤워실을 벗어나서 복도를 통해 올라오면서 생각해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부팀장 언니의 가슴에 얼굴을 뭍고 잠을 잔 것 같은..그런 민망한 시츄에이션으로..
잠이 깨다니..
설마 내가 밤새 그런 것은 아니겠지..?
그냥 아침에 잠깐..잠이 깰 때 아주 잠깐 그런 걸거야..그치?
여자끼린데..뭐 어때..
라고..아주아주 내 행동을 합리화시켜보려 했지만..
생각할 수록 민망해 지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만은 분명했다.
아마도..내가 너무 붙어자서 일찍 깨운 모양이었다.
다행히..언니가 딱히 그런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그건 그렇고 말투 한번 직설적이네...
땀냄새라니..
티셔츠에 무슨 냄새가 나나 싶어서 킁킁 거리고 맡아보았지만..
원래 땀도 많이 흘리는 편이 아닌데다..
흘려도 빠르게 식어버리는데...
내 냄새라서 나만 못맡는 건지..
어딘가 찜질방이라도 가서 씻고 오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은 7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7시가 가까워지자..관리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방을 돌면서 자는 사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언니 때문에 머리도 못감고..
갖고온 캡 모자를 눌러 쓴 채..
친구들과 함께..식사를 하러 지하로 내려갔다.
왠지..땀냄새가 날 것 같아서..
티셔츠를 새 것으로 갈아입고 화장실에서 속옷도 갈아입었다.
여자끼리 있을 때면 훌렁훌렁 잘 벗고 잘 갈아입는 친구들이 난 참 신기할 뿐이었다.
친구끼리라도 보통은 부끄럽지 않나..?
진짜 언니가 있었다면 나도 저 아이들 처럼 저렇게 편하게 살 수 있었을까..?
역시...맨날 엄마한테 '언니' 낳아달라고 매달리곤 했었는데..
오빠의 심술이나 심부름..또는 오빠가 괴롭힐 때마다..
나는 엄마에게 달려가서 울면서 투정부리면서 혹은 장난스럽게도...'언니' 낳아달라고 참 많이도 떼를 썼었다.
그러다 언젠가 엄마가..아가 하나 더 낳을 테니까...
이름을 '언니'라고 짓자고 ..
나한테 맡길 테니..'언니 밥먹어', '언니 기저귀 갈자.', '언니 똥 닦아줄게'그래야해..
라는 농담에..생각만 해도 오싹해져서..
그 이후에는 전혀 그런 떼를 쓰지 않았던 일이 있었지..
물론 엄마는 아기를 낳지 않았지만...
어린애 한테 그런 무서운 농담을 하다니...
경아와 미경이 씻고 오길 기다리면서 혹시나 부팀장 언니가 오면 모른척 하려고..
폰게임을 하는 듯 집중하고 있었지만 마주치지 않았다.
경아와 미경은 어제 늦게 까지 마신 모양인지 아침엔 힘들어 했지만..
우리는 재잘거리면서 아침식사를 먹으로 지하로 내려갔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것이..
기분이 좋아졌다.
식판을 들고 아직 한산한 식당에서 뜨끈한 국과 바찬 두가지랑 밥을 받았다.
여전히 거대한 밥통 앞에는 부팀장 언니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나를 보고 웃는 모습이 보였지만..
난 눈을 내리깐 채..전혀 못본척 조용히 밥을 받았다.
역시나 남자들 만큼이나 수북히 쌓아주는 밥.
덜어달라는 말해 봐야 더 줄 것 같기도 하고..사실 말도 붙이기 싫어서
모자 아래 얼굴을 숨기고..
밥을 받아 경아와 미경이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각 학교의 학생부에서 준비단 여러분을 위해서 모은 자금으로 준비한 식사입니다.
절대 식사는 남기지 마세요. 적당량 드시고 더 필요하면 더 드릴테니. 버리는 음식은 없도록 합시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J대 준비대 총괄 장이 언제나 처럼 식사 전에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통 앞에 서서 저렇게 외치고 있으니..버리려는 사람이 있으려나..
"야..너 이거 다 먹을 수 있어?"
미경이 산처럼 쌓인 내 밥을 보면서 놀라며 물었다.
"못먹어..ㅜㅜ 내 것 좀 나눠 먹자."
하지만...이내 J대 회장의 우렁찬 말을 듣고 난 후라..
경아와 미경은 슬슬 식판을 내게서 멀리 치우면서 바쁘게 먹기 시작했다.
"근데..왜 네 밥만 이렇게 많이 줘?
너 많이 이쁜가보다."
경아는 밥솥 앞에 서 있는 부팀장 언니를 홀깃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쁘긴...개뿔..
배터져 죽으라는 거지 모.."
이걸 다 어떻게 먹나 싶어..울상이 된 나는 정말 농부만큼 밥숱가락 가득 밥을 퍼서 입에 쑤셔 넣으면서 말을 이었다.
"ㅋㅋ 너 살찌워서 잡아먹으려나 보다."
미경이 볼이 터질듯이 먹는 내 모습을 보면서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꺼낸 디카에 내 모습을 담았다.
"ㅇ!"
찍으면 죽일테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에 밥이 가득 남아 있어.. 더 이상 말을 할 수도 없었고..
막 튀는 밥풀에 두 친구들이 손사래를 쳤다.
주변에 있는 남학생들도 우리를 보고 있어서..
나는 정말로 부끄러워져서...고개를 푹 숙이고 묵묵히 농부 밥을 먹어치워야 했다.
속으로 무진장 부팀장 언니를 욕하면서..
8시 부터 칼같이 연습이 시작되었다.
역시나 나는 우왕자왕하는 중이었고..
안그래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뒤에 서서 우리를 지쳐보고 있는 팀장과 부팀장.
특히나 부팀장은 아주 내 모습만 뚫어져라 보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고..몹시 신경쓰여서 나는 더 자주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
벽에 붙어 있는 선풍기 바람 조차 덥다고 느낄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나서야..겨우 10분 정도 쉴 수가 있었다.
팀장과 부팀장이 준비해 준 커피와 음료를 마시면서 잠시 한 숨 돌리고는 다시 연습이 시작되었다.
점심을 먹고...
역시나 산처럼 쌓아 준 밥을 나는 분노의 숟가락질을 하면서 먹어치우고는 재빠르게 식당을 벗어났다.
사실 밥 먹은 후에..
내가 못하는 파트에 대해서 팀원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양치질을 하고 연습실로 향했고, 곧 나타난 팀원에게 하나씩하나씩 다시 배우면서 익히기를 반복했다.
기억하려고 애쓸 수록 신기하게도..
머리 속에는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뒤섞여 더 정신 없어지는 신기한 사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팀원이 우리의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파트너가 되기도 하면서..
얼추 7개의 춤을 모두 대강 배우고..
이제 하나씩 하나씩 익혀가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좀 리듬을 타기도 하고..
제법 잘 따라하는 것 같은데..왜 나에겐 이렇게 어려운지..
거기다 나이도 어리면 참 좋아.
팀원 중에서 21살은 나와 지수 두명.
그 와중에 지수는 댄스동아리 출신이라..
1곡은 지수가 가르치는 상황.
쉬는 시간에 캔커피를 바쳐가면서 지수에게도 배우고..
그렇게 하나씩하나씩 더디게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춤을 익히고 있었고..
그 압박감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스트레스 받는 내 모습을 아는지 지수는 조용히 바람이나 쐬러 가자며 나를 데리고 연습실을 나섰다.
물론 잠시 쉬는 시간에.
시원한 음로 하나씩 먹으면서
강렬한 햇살이 푸른 하늘 아래로 쏟아져 내려오고..
자연스럽게 살랑이면서 조용한 교정의 모습은 마음을 한결 차분하게 해 주었다.
지수는 말없이 음료를 마시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나무 그늘 아래 맨 바닥에 드러누웠다.
하늘을 보면서 다리를 꼬고는 담배를 한 입 물고..자연스럽게 연기를 내 뿜는 모습이..
너무나 자유로워 보여..나는 넋 놓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대 줄까?"
"아냐..."
"ㅋㅋ 너 담배 한 번도 안펴봤지?"
약간 어린애 취급하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조금 기분이 상할만도 했지만..
지수는 누구랑 달라서.. 그녀의 그런 말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다만...바로 누워서 봉긋한 가슴 아래 납작한 배 위에 올려진 담뱃갑이 그녀의 호흡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양새가
재미있어..나는 묵묵히 음료를 마시면서 그녀의 담배갑만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 하다 보면 다 되니까.."
"하아..안 받을 수가 있어야지.
내일 오후에 중간 평가 아냐? 맞지?
내가 제일 못하는것 같아. 걱정이야."
"못하면 못하는 걸로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뭘 그렇게 걱정하니...누가 점수매기는 것도 아니고.."
"중간 평가 있잖아 중간평가..그것도 평가는 평가라구.."
"ㅋㅋ 수진아. 넌 너무...열심히 하는 데....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귀여우니까 괜찮아."
키득 거리면서 머리 위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나직하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무심한 듯....안도감을 주어 나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의 꼬리를 따라 나도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 말야..첫 인상은 왠지. 좀 날카롭고 도도해보였는데..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어.
부팀장도 네가 귀여운지 아주 너만 보던데..?"
"..으휴..아니야. 내가 너무 못해서 나만 보는 거야.."
내가 풀이 죽어 말하자..
"너 많이 좋아졌어. 진짜야.
그건 그렇고 부팀장 스타일 좋지 않아?
키도 크고 늘씬하고...
성격도 디게 시원시원하고 좋은 것 같아. "
그래...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
"노래도 무진장 잘한데..
원래 노래패 부팀장이라던데.."
"노래패? 근데 왜 우리한테 온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뭐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그냥 정해진 거 아닐까?
악..벌써 연습 시작했겠다 우리 들어가자."
서둘러 일어서는 지수는 담배 꽁초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툴툴 털면서 앞서 갔다.
다시 연습이 시작되고....
저녁을 먹고..
또다시 연습.
연습 시간이 지나고 몇몇은 아래층에 술자리에 참석하고
나머지는 자러 갔다.
나는 딱 30분만 더 연습하고 가려고
아직 연습실에 남아서 천천히 안무를 생각하면서 해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다는게 맞긴 한가보다...
물론 나는 리듬을 탄다기 보다는 안무를 외워서 하는 것이 더 잘 맞는 표현이긴 하지만..
정신 없이 연습하고 있는데...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렸다.
부팀장 언니가 서 있었다.
"이야 ..많이 늘었다."
한껏 기분 좋게 웃으면서 그녀는 박수를 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조용히 틀어놓은 카세트의 음악을 끄면서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주섬주섬 일어섰다.
"왜? 이제 다 한거야? 한번 더 해봐 내가 봐줄게~"
됐거든요?...
라고 마음 속에서 외치고 있었지만...꼭 참은채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이제 자러 가려구요."
"왜에? 오늘은 술자리 안가?"
"좀 피곤해서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럼..네 옆자리는 내자리니까 찜해둬."
그녀를 지나쳐 올라가는 내 뒤통수에 대고 큰 소리로 경쾌하게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짜증이 폭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왜요?"
"몰라서 물어?"
이미 두계단 올라가 뒤돌아보는 내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은..
시원시원하고 멋진 언니의 모습이라고..개뿔..
악마처럼 보였다.
내 앞에 선 그녀는 두 계단이나 올라가서 선 내 키와 거의 엇비슷해 보였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내 모습에..
고개를 살짝 숙여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녀의 도발적이면서 당당한 시선이..못내 불쾌했지만..딱히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네 잠버릇 말이야. 원래 그렇게 아무나 껴안고 자?
아주 가슴에 얼굴을 푹 파뭍고는..."
아무렇지 않게 술술 말하는 그녀의 입을 나는 황급히 손으로 막았다.
아니..남이 들으면 오해할 그런..말을 아무렇지 않게..
안그래도 당신 목소리도 꽤나 크거든요?
물론 복도와 계단엔 사람이 보이지 않았지만...혹시나 누군가 들었을지 모르고..
상당히 당황한 내 얼굴을 보면서 꽤나 만족한 듯한 그녀의 눈동자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반짝거렸다.
"그러니까 내 옆에서 안 주무시면 되잖아요."
"안돼지..안돼..
그럼 아무나 껴안고 자려고?
너 그나마 나니까 너 잠버릇 조용히 받아준거라고..
난 자매가 많은 집이라 별로 상관 없긴 한데..
딴 사람한테 그렇게 하고도..누군가 먼저 일어나기라도 해서 보면..얼마나 민망하겠니.
상대는 더 하고..
상관 없어? 그래도?
난 원래 아침잠이 없어서..일찍 너 깨워줄 수 있어.
그럼 남들이 그런 모습 못볼거 아냐.."
내 손을 살며시 치우면서 그녀가 말했다.
"그..그런가..."
뭘...그런 말도 안돼는 것에 납득하는 거야..난?
이라고 이성이 아우성 치고 있었지만..
이미 멍~한 얼굴로 그녀의 빠르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듯한 이상한 말에 말리고 말았다.
"그럼...난 술한잔 하러 간다. 굿나잇. 내자리 잘 맡아둬.."
날 버려둔 채..돌아 계단을 내려가던 그녀가 다시 다다닥 올라오더니..
내 귀에다 살짝 말을 하고는 재빠르게 내려갔다.
난 새빨게진 얼굴로 한 동안 멍~하게 계단에 서 있다가..
겨우겨우...잠자리로 돌아왔지만...
가방에서 지갑을 챙겨들고는 학교를 아무렇게나 벗어나 택시를 타고 가까운 찜질방으로 향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씻고 찜질복으로 갈아입고는..
뜨끈한 자리에 누우니 잠이 절로 왔다.
식혜 하나를 원샷하고는 자리에 누웠다.
'그나저나..너 가슴에 얼마나 뜨거운 입김을 불어대던지..
나 한 숨도 못잤다?'
라니.....
그런 낯뜨거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부팀장이 이젠 슬슬 무서워지고 있었다.
내게 그런 고약한 잠버릇이 있는 줄도 정말 몰랐고..
물론 누구랑 잠을 같이 자 본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엠티 같은거 가서도 그런적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은데...
혹시 있었는데..너무 민망해서 상대가 나한테 아무 이야기도 안했나?
이....악취미 부팀장 같으니라고....
나같이 착하고 연약한 어린 양을 괴롭히면서 희열을 느끼는 나쁜 X
그나마...
찜질방에서 부팀장 없이 잘 생각을 하니 아주 긴장이 풀어지는 것이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내일 6시에 나가서 택시타고 가면 되지 뭘..
왜..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난 정말 천재야.
난 또다시 아주 기절하다 싶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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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추워요..후덜덜.
첫댓글 요즘 날씨가 영 맘에 안드네요. 저도 찜질방 가고 싶어요. 잘 보고 갑니다
저도 요즘 오락가락하는 날씨때문에 정말 짜증지대로네요...찜질방가서 지지고 싶은데...혼자가기 꺼려 진다는..ㅎ
찜질방 가실분들 여기 붙어라~
오늘 추웠죠? 바람이 쌀쌀..
ㅋㅋ 찜질방 저도 가고파요. 시간이 안나요. 매여있는 몸이라..ㅜㅜ
잘 읽었어요. 부팀장 성격이 눈에 보여서 재미있는걸요?
이전 글과 색깔이 아주 달라서 같은 분이 쓴것 같지 않네요.
뭔가 기분 전환할 필요가 있으셨던가 봐요. 현지한테 치여서 탈출구가 필요하셨던지 ㅎㅎ.
꾸준한 연재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런가요? 사실 너무 비슷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지만...같은 사람이 쓰는 지라....
우선 다행이네요. 가장 우려한 부분은 패스~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ㅋㅋ 1401호는 좀 너무 어두운데다..제가 꼬아논 꽈리에 제가 질식하는 중이었답니다. 컥.
너무~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 기분이 좋아요~ㅎㅎㅎㅎ 읽고 났는데 기분이 좋은건 뭘까요? 완결을 읽은것도 아닌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_______________^
ㅎㅎ 쩡님 제가 늘 감사하죠. 덕분에 꾸준히 글도 쓰고 ㅎㅎ 작가란 말도 들어보고. 언제 이런 호사를 누리겠어요
덕분에 재미나게 쓰고 있어요. 감사감사
매일 매일 한편씩 올리시는 줄 알았는데...^^: 바쁘신가 봐요
언제쯤 다음편을 써 주실까나...보고싶어요^_____^
밝은거 완전 좋아하는데...
오늘 중부지방에 눈 내린다고 하는데...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네요
오늘은 오랜만에 파김치와 삼겹살과 막걸리 한잔을 해야겠습니다..
먹고 싶죠~ㅋㅋㅋ
ㅋㅋ 따끈따끈 아이가 왔어요
파김치랑 삼겹살이랑 막걸리 먹고 싶다아~~~
하지만 전 내일 한우 먹으러 간답니다 ㅠㅠ 회식이예요 먹으면서도 눈물이 나는 것은 제가 사야 하기 때문이죠. 꼭 한우만 고집하다니... ㅠㅠ
그 심정 충분히 알지요~^^
메뉴를 사다리 타기로 결정하세요~^^ 우린 그렇게 하는데... 재미있어요~
웬만한건 다 사다리 타기로 해요. 간식같은거 사먹을때는 완전 똥줄타요~ㅎㅎㅎ
대박과 쪾박이 있으니까... 중간에 백 넣어서 하면 더 재미있구요. 함 해보세요~
슬픈 지갑과 기쁜 위장의 하루 되세요 ^^
ㅎㅎ 사다리 좋은 생각인데요~
다들 여지들인데;; 먹는거 보면 무서워요
저도 직원때 저랬을 까요? ㅎㅎ 아마도?
분명히 그랬을 거예요.
그 먹성 내눈에만 보여요. 나만 볼수 있어요.ㅋㅋㅋ
울 동네 병원에서 의사쌤이 얼마나 짠지 회식을 하자고 하면서 비빔밥집가서 밥만먹고 오고 2차 노래방 가자면서 튀김 튀겨서 음료수랑 사가지고 갔다고 하더라구요. 헐~~~~~~
정말이지 이건아니잖아~~그죠~통크게 쏘세요.
날씨가 좋아서 2차 3차 까지 가셔야 겠어요 ^^: 쏠때 쏘는 오너가 최고~~~
오늘 당신의 지갑을 버리세요 ㅋㅋ 눈물은 카드값이 날라올때 잠깐만^^
ㅋㅋ 튀김은 대박인걸요;;
당근 1차만 갔다왔어요. 정신줄 놓고 2차 갈 뻔 했지만... 여전히 카드값이 제 정신줄을 잡아주더라구요;;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카드값에 놀라고 우리 직원들 먹성에 또한번 놀랐지만... 차분한 얼굴로 컴백홈 했습니다 ~^^
늦잠자겠네요;; 잘봤습니다
ㅋㅋㅋ 아.마.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