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남자와 사는 순한(?) 여자
"여름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 옛말은
옛날 개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인듯
우리 아들네 강아지 두비가 여름감기에 걸렸다.
어제 아들집에 갔더니
두비가 나를 반기는게 영~ 시원찮은 것이
인사로 잠깐 시늉만 하더니만
이내 지 집으로 들어가서 밥도 안먹고
산책 나가자고 해도 평소 같았으면 좋다고 난리가 날텐데..
시들 하니 들은둥 만둥, 그냥 턱을 바닥에 부치고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 기침에 헛구역질 까지 하고
기운없는 모습이 역력하니 뭔 탈이 난게 분명한 거 같더라구.
털이 많아서 그런지 더위는 유난히 많이 타서
두비때문에 에어컨을 하루종일 켜 놓아야 한다고 하더니만
기어코 감기에다가 냉방병까지 걸려버렸다.
그날 저녁
아들이 퇴근해서 곧 바로 단골병원으로 직행
주사 맞히고 약 먹이고 ... 난리를 떨었나벼
오늘 아침에
두비상태가 궁금해서 아들한테
어떠냐고 카톡을 해봤더니만 달랑 이런 답이 왔네 .
"ㅁ ㅈㄹㅈ"
또 이런 문자를 보내다니...
늙은 엄마가 풀어서 읽을래면 골치가 너무 아프니
제발 멀쩡한 글짜로 좀 보내라고
번번이 말을 하는데도
지들끼리 보내는 습관인지 바쁘면 매번 이런식이다.
이게 젊은이들 사이에
일상적으로 쓰고있는 거라
못마땅 해 하면서도
이런 글씨도 자꾸 보니
어느정도는 읽어지는거 같긴 하더라만
그래도 세종대왕이 노하실 일이지
애써서 만들어 놓은 소중한 우리한글을
지들 맘데로 반동가리로 만들어 쓰고 있다니..
혼이 나도 단단히 날 일이다.
툭하면 치매예방에 좋다는 번드거리한 이유를 대는게
더 짜증을 나게 하지만
이런글을 보내 오면 짜증은 내면서도
자꾸 딜다보며 생각을 하게되니
오늘 아들이 보내온 카톡내용도 한참 머리쓰고 알아낸게
" 몸 조리중" ㅋㅋ
그러고 있는데 며느리한테서 전화가 왔다.
모처럼 쉬는날,
두비 간호하고 있는중이라고 보고가 왔네
속으로 내가 가는날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싶은생각이 먼저 들길래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구나 싶었어
근데, 사단이 난 건 .
울영감이 두비 아프단 소식을 어덯게 알고
내게 득달같이 전화를 했더라구
지금 아들네 집에 가보라고 ~
두비가 아프다는데 경험도 없는 며느리가 혼자서 당황할테니
한번 가서 보고 보살펴주고 오는게 어떠냐는 말에
갑자기 부애가 나데.
모처럼 쉬고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여 ?
마누라가 아직도 새파랗게 젊은줄 아나,
삼복더위 한낮에 늙은 노친네 보고 어딜 가라고 ~하고
소리를 지를려다가
그키 걱정이 되면 자기가 가지 , 속으로만 욕을 했단다 ㅋㅋ
정말 못말리는 영감탱구다.
이제 하다하다가 강아지 문병까지 가라고
늙은 마누라에게 성화를 하니 ~ 참 내~
근데, 이상한건 강아지가 아프다는걸 어찌 알았을꼬?
난 분명 입도 뻥긋 하지않았는데... 했더니만
아침나절에 며느리와 통화끝에 알게 된 모양이라 .
며느리도 그래,
두비 아프단 말은 왜 또 시아버지에게 해서
내 맘을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는지
짜증과 함께 엉뚱하게 화살이 며느리에게 간다.
옛날부터 아들과 난 몸이 아파도
" 우리, 아픈걸 아빠에게 알리지 말라 ~~"
무언의 약속이 되어
절대 울영감한테는 비밀로 한다. .
그동안 경험상으로 남편이 모르는게 훨씬 편하다는걸
우린 둘다 너무나 일찌감치 터득하여 알고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픈걸 알게 되는 날엔
어찌나 유별을 떠는지
오만 간섭을 다하면서 신경을 있는데로 쓰고 난리를 떠는통에
아픈 몸보다 옆에서 유별을 떠는게 더 견디기 힘들어서
환자가 마음이라도 편하게 아플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웬만하게 아픈건
우리끼리 알아서 몰래 하는게 습관이 되었다.
이렇게 하면서 우리는 수십년을 잘 살아왔는데
아직 지 시아버지의 성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험이 부족한 며느리가
가끔씩 실수를 하는데 이번에도 또 실수를 한 것이다.
며느리와의 통화로 알게 된 두비의 감기가
울영감의 고질적이 염려증에 불을 붙여
그 불똥이 또 나에게 튀었으니 내 마음이 불편해 질 수 밖에...
곧 바로 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안오셔도 되니 마음 편히 집에 계시라고
아빠는 자기가 책임지겠노라고..
그럼 그렇치
며느리가 아픈것도 아니고 강아지 아프다고
며느리가 모처럼 쉬는날에 시어머니가 가면
안아픈 며느리가 퍽도 반가와 하겠다 .
오히려 며느리가 생병이 날지도 몰라. ㅎㅎㅎ
간 시어머니도 맞이하는 며느리도
서로 불편할 일을 뭐하러 하냐구?
남자들은 정말 모른다 . 특히 늙은 우리집 남자는,
내가 며느리였던 젊은 시절을 돌이켜 보면
시어머니와 함께 한집에서 살면서
손자를 다 키워주시는데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어머니가 집을 비우시는 날이면
야호~야호~를 부르짖으며
기분이 마냥 좋아지고 마음이 웬지 한없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울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행동에 간섭을 하고
자유를 구속하시는 분이 전혀 아니셨는데도
그냥 내 마음이 그랬었다.
그 홀가분한 자유를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보지못한 며느리와 아들들이 어찌 알겠노?
그러니 툭하면 가보라고 하는 거겠지.
더 세월이 가면 몰라도
난 아직도 며느리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말도 조심해야하고 행동도 조심해야 하는건
며느리만 그래야 하는게 아니라는걸
며느리를 본 다음에야 알게 되었으니
내가 이럴진데 며느리도 시어머니인 내가 편할 리가 있겠냐?
옛날 우리 시어머니께서도 지금 나처럼
조금은 이런 마음이셨을거란 생각도 지금사 하게 되니
다 지나간 지금 그때 시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괜히 내 마음이 아련해지는걸 보면
다 자기가 격어봐야 안다니께.
시대가 변해
요즘은 시어머니가 며느리보다 참고 살 일이
더 많은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른 아이 상하 위계질서만은 지켜지고 있으니
그거라도 다행이라 여기며 살아야 될듯 싶다.
어쨌든 난 오늘
남편말 무시하고 아들네 집을 가지 않았으니
지금쯤 분명 삐져있을수도 있지만
삐지면 좋은점도 있는게
나를 귀찮게 불러대지를 않으니 얼마나 편한지..
본인은 몰라, 본인이 삐져있는 동안
내가 세상 편하게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지를 ...
그래도 나 정도 되니까
유별난 영감 뜻 맞춰주면서 지금것 살았지
웬만한 여자 같았으면
이혼을 해도 열두번은 하고도 남았을걸 , 아마도...
상주여자들이 순하고 착하고 양반스럽다고
본인 입으로 인정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니 평생을 같이 산 남편의 인정을 받았으니
난 양반스럽고 순하고 착한 여자인건 분명하다.
근데, 지입으로 지자랑 하는거 보면
겸손한 여자는 아닌거 같지 ㅋㅋㅋ
나의 친구들이여 ~
자부심 갖고 살자
우리가 순하고 착하고
거기다가 양반스럽기 까지한 상주여자임을 ~~^^ ㅎㅎㅎ
순하고 착한 양반스런 친구가 ^^
첫댓글 나는 친누나/여동생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내 사촌 여동생/누나들을 보면
상주 여자들이 마누라로서 억척스런 건 있지만
왠지 사촌 자형들이나 매제들이 측은하게 느껴지는건 왠지몰라,
같은 이유로 (큰사위는 괜찮지만) 작은사위한테는 미안한 감이 있고(작은 딸이 드세서),
뜻과 이유는 다르다고 해도,
그집 母子가 이순신 장군의 "내죽음을 알리지 말아라"는 깊이 새겼겠네,
아 ~~~~~~ 아들의 효심과 부인의 애틋함이여 !!!!!!!!
성격 나름이지
드세고 억척스러워 지는건 환경탓도 있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착하고 순한건 있어
우리친구들 수십년동안 만나오며
단 한번도 서로. 얼굴 붉힌적도 없으면
순하고 착하고 양반스럽기 때문이지
특히 상주초 여친들
ㅎㅎㅎ 울영감이 마누라가
그렇다는데 니가 왜?
아들의 효심과 부인의 애틋함이 아니라
다 우리 편하자고 하는 짓이라네 ㅎㅎ
성격이야 다 장단점이 있으니까 이혼 열두번도 더 할걸 참고 살았다는 거, 착하고 순하다는 거 선뜻 수긍이 안가네
그동안 들어 온 네 얘기를 종합해 보면 재현 아빠도 착하고 순한 면이 있고 참을성이 많으신 거 같아
이혼 열두번도 더할 걸 참고 잘 살아 낸 여자가 상주 여자중 있는 건 분명한데 ㅋㅋㅋ
그나저나 두비가 한바탕 혼줄을 빼 놓았구나
더위에 오가느라 네가 수고가 많다
시어머니 노릇은 옛말, 아무리 착해도 요즘 며느리는 상전에 가까운 건 사실이야
일단 같이 사는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거여 인정받은 여자 ㅋㅋ참는건 서로 참아야 하지만
어느집이든 여자가 더 참고 살은것은
분명해
요샌 지하철이 너무 잘 되있어
땅위로 걷는건 얼마 안되니
다닐만은 하지 일주일에 두세번
날 찾을때 가줄수 있는 체력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언젠가 다닐 힘도 없어지면 끝이지
살살 체력 관리하며
감사하면서 다니는 중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