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마케팅과 매우 유사하다. 통계를 기반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선수들의 장단점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부여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실시간 작전을 통해 결국 팀 승리를 이끌어낸다. 여기서 선수들은 마케팅의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실시간 작전은 마케팅의 전략, 팀 승리는 매출이나 커뮤니케이션 효과인 셈이다. 야구에 적용되는 다양한 통계 방법론과 선수 평가지표는 마케팅 효과 측정에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때로는 우승팀의 리더십과 운영 방식이 마케팅의 벤치마킹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최근 야구에서 주목받는 지표는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Wins Above Replacement)`이다. WAR는 특정 선수가 대체 선수에 비해서 얼마나 많은 승리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준다. 개인 성과인 타율, 홈런 대신, 팀 승리 기여도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종합적 선수 가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연봉도 높고, 자유계약(FA) 시즌이 되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2018년 5월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WAR가 가장 높은 타자는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포수 양의지다. 양의지는 현재 타율 0.393(전체 2위)이고 WAR는 2.25로 국내 타자 1위이다. 포수는 항상 무거운 장비를 차고 투수의 수많은 공을 받는 기본 임무뿐 아니라, 전체 수비를 조율하고 도루를 저지한다. 홈에 들어오는 상대팀 주자를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까지 한다. 과거에는 수비 역할에 충실했으나, 최근 공격력도 향상되면서 몸값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야구의 포수와 가장 유사한 마케팅 활동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 생각한다. 기업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객과 직접 실시간 소통한다. 제품 홍보부터 고객의 불만 섞인 댓글까지 브랜드의 모든 긍정·부정 이슈에 실시간 대응한다. 마치 포수가 투수의 수많은 공을 받아내듯 말이다. 포수가 수많은 타자를 상대하며 그에 맞게 공 배합을 짜듯이 소셜미디어에서는 성별, 연령, 관심사가 다양한 소비 계층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와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한다. 또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브랜드의 부정적 이슈가 커지기 전에 사전 대응을 통해 위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포수가 홈으로 들어오는 상대팀을 저지하는 수비의 마지노선인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기반의 캠페인들이 바이럴(자발적인 전파)을 일으키며 좋은 성과를 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방에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성공 캠페인은 야구의 홈런과도 같다. 양의지처럼 수비부터 공격까지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성과는 어떻게 평가받고 있을까.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어도비(Adobe)가 지난해 3347개 기업 담당자에게 조사한 결과 디지털 마케팅 예산이 가장 크게 증가할 부문으로 소셜미디어 마케팅(56%)과 콘텐츠 마케팅(55%)이 꼽혔다. 하지만 현업에서는 아직도 소셜미디어 채널의 구독자 수와 댓글, 공유 등 반응 수, 도달 수 등 정량적인 수치로만 평가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마케팅에 활용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야구의 WAR처럼 소셜미디어 활동을 종합 평가하는 지표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대홍기획은 한국광고학회와 공동으로 브랜드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 `디소셜(D-social)`을 개발했다. 디소셜은 소셜미디어 운영관리, 영향력, 활동성, 고객 대응 등 30여 개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콘텐츠가 얼마나 노출됐나`는 정량적 수치를 얻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했나`는 정성적 평가도 가능하다. 이론적 검증을 거쳐 한국PR학회지에 게재될 정도로 새로운 소셜미디어 성과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디소셜을 통해 200여 개 브랜드의 최근 2년간 소셜미디어 활동을 분석한 결과 인스타그램이 지난해 대비 54% 증가했다. 페이스북 콘텐츠의 참여율은 평균 4.0%로 나타났다. 특히 제작된 콘텐츠 중 19%가 동영상 콘텐츠였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최근 디지털 광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웹드라마, MCN, 뮤직비디오 같은 브랜디드 콘텐츠들이었다. 또 고객의 불만 대응시간은 평균 24시간으로 29시간이었던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었다.
지표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활동을 지표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야구에서 WAR가 자리를 잡은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마케팅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활동 역시 정확한 평가를 통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