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민병도
선비 탈을 쓴다고 여우가 양이 되랴?
백정이나 초랭이나 탈은 늘 정직하다
함부로 제 몰골 뒤에 슬쩍 숨지 않는다
-『고요의 헛간』 민병도 시조집(목언예원시조선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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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질척거리는 어제 우편함에 꽂힌 시조집을 반갑게 펼쳤습니다
지난 겨울 문협경북지회장 선거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텐데...
글을 써서 책을 낸다는 본연의 업을 지켰다는 점에서 존경하게 됩니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눈으로 읽을 때는/온 세상이 사전이었다//
마음에 불러오면 /풀잎마저 경전이던 것//
그 경전 놓친 행간에/붉은 밑줄, 보탠다" 고 적었네요
시조단에서 일찌감치 이름을 얻은 분이어서
믿고 따르고 지지하는 이들이 얼마였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도 주위를 맴돌거나 어른거릴 이들에게서 '탈'을 보신 걸까?
이미 알고 있던 얼굴 위에 덮어쓴 탈이
본연의 모습이 아니란 걸 확인하는 시대에 섞일려니
하회탈 중에 어느 하나를 골아써야 할 것 같아서 저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