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때늦은 부자증세
한나라당이 어제(6일) 부자증세를 위한 '버핏세'(부유세)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잇따른 선거 패배로 극심한 민심 이반을 확인한 집권여당이 뒤늦게 '부자·재벌대기업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버핏세'란 세계 3위 부자인 미국의 워런 버핏이 지난 8월 "나 같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재정적자를 줄이라"고 주장하면서 전 세계적 화두가 된 것으로, 미국의 연간 100만달러(10억) 이상 버는 부자들에게 일정한 세율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미 버핏세 도입을 천명했고, 월가 점령 시위와 더불어 전 세계가 부자증세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한나라당이 당내 보수파와 지지기반인 재벌·부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부자증세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때늦은 반성과 정책 전환이 좌초될 경우 오히려 부자·재벌정당 인식만 더욱 확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지금 한미FTA 비준안 강행처리를 위해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다. 한미FTA는 부자·재벌 대기업의 탐욕에 대한 규제를 못하게 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정책과 복지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게 핵심이다. 그것을 강행처리하면서 부자증세(버핏세)를 도입하겠다는 건 모순이자 양구두육(羊頭狗肉)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민주당의 '용기 없는' 진보 노선을 머쓱하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주류와 관료 출신의 민주당 정책 라인이 정동영 최고위원의 부유세 도입 주장을 '시기상조', '세금폭탄 재현' 운운하며 줄곧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정동영의 집념, '욕 먹은 보람 있다'
최근 우리 사회 최대 이슈로 떠오른 한미FTA와 부자증세. 과연 해법은 없을까. 국민들도 혼란스러워 한다.
한미FTA와 부자증세에 대해 1년 전부터 선도적 문제 제기와 실천적 행보를 보여 온 대표적인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작년 10월 전당대회 때부터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등 독소조항 제거를 위한 한미FTA 전면 재검토,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부유세(부자증세)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보수진영과 보수언론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조차 "정치적 계산에 따른 변신", "대선후보를 지낸 사람이 막 나간다"는 비이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회만 되면 한미FTA 독소조항 제거와 부자증세를 역설하고 다녔다.
정 최고위원의 집념과 실천적 노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주장이 제기된 지 불과 1년 만에 '부자증세'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버핏세 도입과 월가 점령 운동에서 보듯 전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미FTA 또한 민주당의 기존 '한미FTA 원안 찬성-선대책 후비준'이라는 사실상 찬성 당론을 지난 7월에 10개의 독소조항 제거를 위한 재재협상으로 바꿔놓았다. 민주당이 이처럼 '원안도 수정'으로 당론을 바꾼 데에는 '정동영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게 정설이다. 야권이 한미FTA 비준 저지를 이만큼 끌고 온 데 대해, FTA 최고 전문가인 이해영 교수는 "정동영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며 그의 노력을 평가했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미 한미FTA에 관한 한 '민주당 대표=정동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국회 안팎에서 한미FTA 비준 저지에 가장 앞장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오늘자 캄럼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최근 한미FTA 반대 행보를 빗대 "정동영의 아류가 되려고 하는가"라며 힐난할 정도다. 한미FTA 찬성파였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지난 5일 한미FTA 반대 촛불집회에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체결한) 한미FTA 원안도 반대한다"며 이전과 전혀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이는 정 최고위원이 작년에 제출했던 반성문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동영마저 없었으면…"
정 최고위원의 부자증세(부유세), 한미FTA 독소조항 제거에 대한 소신과 열정적인 실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11일 <‘한국판 버핏세’ 부유세는 조세정의>라는 한겨레신문 기고(☞ 기고 전문)를 통해 "순자산 30억원 이상인 개인과 1조원 이상인 법인에 순자산액의 1~2%를 별도의 부유세로 부과해 복지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10월 2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미FTA 반대 이유, 부자증세 도입, 재벌개혁, 비정규직·정리해고 체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대자보>는 정 최고위원의 이날 대정부 질문 내용이 현 정국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판단, 동영상과 발언 전문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대정부 질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몇 년 전에 참여정부에서 한미FTA가 타결됐을 때 저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었습니다.
첫째, 신자유주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시장 개방을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우리도 금융허브 국가, 뉴욕이나 홍콩처럼 금융으로 돈을 버는 나라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3년 전 2008년 9월에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제가 어리석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첫째, 돈 장사로 돈을 버는 금융허브 국가의 꿈이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신기루였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둘째, 신자유주의 시장만능 국가는 우리가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아니라,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도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당시 미래를 꿰뚫어 보지 못했던 저의 안목의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반성합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길을 묻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세계인들도 길을 묻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82개 나라 1500개 도시에서 수백만 명이 들고 일어난 것은 예삿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대로는 안되겠다. 새로운 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황식 총리께 간단하게 몇 가지만 묻겠습니다.
정동영 :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의 시위를 지지한다 하는 입장을 내놓았구요.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지지자 명단에 내 이름을 올려달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황식 총리께서는 월가의 시위를 지지한다 이렇게 말씀하실 용의가 있으십니까?
김황식 총리 : 예, 제가 월가의 시위를 이해하는 것은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적자금을 투입받아 가지고 회생한 금융기관들이 또 이득이 남았다고 해서 천문학적인 보수와 퇴직금들을 챙기고 하는 그러한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지적이기 때문에 저도 그 한도 내에서는 지지를 합니다.
정동영 : 네, 탐욕에 대한 비판. 자, 이 월가의 시위와 한미FTA는 어떤 관계에 있다고 총리께서는 보십니까?
김황식 : 예, 기본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미FTA는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장치이고, 월가의 시위는 그야말로 탐욕스러운 일부 계층에 대한 도덕적인 행위라든지 여러 가지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이런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와 양국의 이익균형을 맞추면서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FTA 문제하고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동영 : 다르다고 말씀 하셨습니다만, 월가에서 탐욕이 가능한 것은 규제 완화 그러니까 완벽하게 1% 소수의 탐욕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역할을 포기한 것, 방기한 것. 거기에 대한 반성 그리고 대중들의 분노가 월가 시위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월가가 무너지기 1년 반 전에 한미FTA를 체결한 것, 그것은 1년 반 후에 올 월가의 붕괴를 예측 못한 것 아니겠습니까?
김황식 : 저, 의원님. 제가 조금 죄송합니다만 논리적 비약이 있는 것 아닌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세히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은 그야말로 세계화 시대에서 어떻게 해당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서로 이렇게 협약을 하고 또 상호 윈원하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문제하고 또 자본주의의 발전 단계에 있어서 일부 파행적으로 진행이 되어가지고 그런 곪은 상처가 생긴 문제하고는 별도의 문제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정동영 : 일부 상처가 아니라 체제 자체를 지금 바꾸라는 요구가 전 세계의 분노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우리 총리께서는 아까 금융의 탐욕을 말씀하셨는데, FTA는 어쨌든 미국의 월가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요?
김황식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구요. 아시다시피 자본주의는 순수하게 자유방임주의부터 시작해 가지고 수정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 이렇게 항상 그 시대 상황에 따라서 문제가 생기면 그걸 수정해 오는 그런 과정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지.
정동영 : 알겠습니다. 그러면 총리께서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 승자독식의 시장만능주의, 금융자본주의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된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방향을 바꾸어서 사람 중심,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복지국가의 길로 바꿔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십니까. 어느 쪽을 생각하십니까?
김황식 : 예, 뭐 기본적으로 후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공생발전 그리고 각종 규제를 한편으론 완화하지만은 나쁜 규제는 철폐를 하고, 또 필요에 따라서는 공공복지라든지 이런 쪽을 위해서는 또 규제를 강화를 하고 그야말로 다방면에 걸친 개별적인 노력들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지금 말씀하신 바와 같이 그야말로 자유방임으로 흘러가지고 그것이 엄청난 부작용을 야기하는 그런 자본주의가 아니라, 그야말로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그런 자본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방침이기 때문에 후자에 대해서 저는 생각을 같이 합니다.
정동영 :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말씀하신 부분과 앞의 얘기가 충돌합니다. 됐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설명을 드리지요.
월가의 시위대는 지금 1% 소수 금융자본의 탐욕을 통제하라고 요구합니다. 고삐 풀린 금융규제를 다시 단단하게 잡아매라고 요구합니다. 월가는 분명히 병들었습니다. 세계는 지금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고 있는 혼돈의 상태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정부는 3년 전에 병든 쇠고기를 수입하려다가 국민들로부터 촛불 벼락을 맞은 데 이어서, 이번에는 병든 월가 시스템을 통째로 직수입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습니다. 한미FTA는 그 자체로 선이거나 악은 아닙니다. 문제는 내용이고 또 미래에 우리가 가야할 길이냐 하는 것을 묻는 것입니다. 이것은 길이 아닙니다
한미FTA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탈규제, 신자유주의, 미국의 월가를 따라가는 것.
자, 여기에 이런 자료가 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미국 의회에 이런 보고서를 냈습니다.
한미FTA의 목적 "한미FTA는 한미 간에 자유무역의 확대", 여기까지는 저도 인정합니다.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팔리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쉐보르나 포드 차가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무역의 확대. 그러나 문제는 그 뒷부분, 자유무역의 확대를 넘어서서 "한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입니다. 경제 종속입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통상교섭본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은 이제 낡은 일본식 경제 시스템을 버리고 선진 미국식으로 가야 살아남는다." 과연 그럴까요? 지금 월가가 병들어서 고치라고 세계가 아우성인데, 한국만 뒤늦게 미국식을 쫓아가자고 하는 건 시대의 흐름을 명백하게 역행합니다.
이번에 미국 의회가 100페이지짜리 FTA 이행법이라는 것을 통과시켰습니다. 이걸 보면 미국의 FTA가 미국 국내법과 충돌하면 FTA는 무효입니다. 효과가 없습니다. 미국 국내법이 한미FTA보다 위층에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 한미FTA와 우리 법이 충돌하면 우리 법은 무효입니다. 한미FTA가 위에 있습니다. 이층집에 비유하면 2층에 미국 국내법이 살고 있고, 1층에 한미FTA가 있고, 국내법이 지하실에 있는 격입니다. 불평등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따라서 민주당과 야4당은 시민사회와 함께 통상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이 가운데 핵심은 '어떤 통상 조약도 우리의 경제주권과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 이것을 골자로 하는 법을 냈는데, 국회는 FTA 강행 처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여당은 이 법 처리에 우선 함께 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한미FTA의 핵심 중에 핵심은 민영화 그리고 규제 완화입니다.
전국에 포크레인 한 대, 굴삭기 한 대로 먹고사는 분이 12만명을 넘었습니다. 4대강 공사 때문에 늘어났습니다. 자, 그런데 이제 일거리가 줄어듭니다. 정부가 얼마 전 국토부가 굴삭기 대수를 제한하는 건설기계 총량제를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외통부가 "이건 한미FTA에 위반이다." 이렇게 반대해서 시행을 못 했습니다. 또 있습니다. 지난 4월 달에 여야가 진통 끝에 통과시킨 상생법과 유통법이 있지요. 골목상권, 재래시장 등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려는 국회의 노력입니다. FTA가 처리되면 이거 다 무효되지 않습니까.
자,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하도록 합시다. 미국 의회는 4년 동안이나 끌면서 미국의 국익을 챙겼는데, 한국 국회가 다음 주에 강행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 국민들이 참여하는 총선이 5달 반 남았습니다. 내년 4.11 총선에서 그 결과에 따러서, 국민의 심판에 따라서 FTA를 결정하자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장차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월가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돈 걱정, 취직 걱정, 생활 걱정 등 걱정투성이로 살다가 가는 경쟁만능·승자독식의 세상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고 대학 보내고 그리고 직장 잡고, 병원 가고, 은퇴했을 때 국가가 책임 지고 보살펴 주는 복지국가의 길을 우리 국민은 소망합니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 보편적 복지에 드는 재원 마련입니다. 돈이 있었야 합니다. 둘,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가 필요합니다. 경제민주화. 셋,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를 극복하는 노동민주화. 노동민주화입니다.
저는 그동안 복지를 말하려면 세금을 얘기해야 된다. 세금을 얘기하지 않는, 재원을 얘기하지 않는 복지는 가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편한 진실입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돈을 조금 버는 사람은 세금을 조금 내는 이 당연한 상식, 이것이 조세정의이고 조세혁명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워런 버핏세를 제안했듯이 우리 국회도 이제, 우리 정부도 이제 부자 증세, 부자 감세 철회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부자 증세와 부유세를 검토해야 할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2개의 119가 있습니다. 불 나면 달려오는 소방차, 또 하나는 영세자영업자와 서민 중산층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작동해야 하는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입니다. 재벌 대기업이 경제력 집중, 시장 지배력을 남용을 할 때 이것을 막으라고 있는 조항입니다. 잠자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흔들어 깨워야 합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고, 재벌개혁의 핵심은 법 앞에 평등입니다. 탈세, 배임, 횡령, 불공정 거래, 재벌그룹 내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범죄행위와 불법행위에 대한 치외법권적 특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재벌은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행사하며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습 지배구조와 문어발 족벌 경영으로 서민경제를 파탄내고 있다" "대기업 하면 떠오르는 것은 '착취'다"
이것은 존경하는 한나라당 의원님들께서 최근에 쏟아내 놓으신 말씀들입니다. 이런 문제 의식이라면 여야가 함께 재벌 개혁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복지국가의 핵심 축은 또 하나 노동민주화입니다.
이 정권 들어 노동3권 탄압, 노조파괴, 용역 깡패들을 내세운 인권 유린, 폭력침탈. 너무 가혹합니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완전하게 보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정규적 고용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사내하청을 늘리는 이런 반사회적인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전면적으로 철폐돼야 합니다.
저는 정치에 대한 사회적 약자들의 불신이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푸는 데 우리가 무능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속에서도 영도 한진 조선소 문제를 푸는 데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한진이 남긴 교훈, 그것은 더 이상 정리해고가 남용돼서는, 남발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죄 없이 잘라내고, 경영진과 사주는 수백 억의 배당 잔치, 수백 억의 현금 배당 그리고 억대의 연봉 인상, 이 같은 돈잔치 앞에 국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아직 완전 타결은 이르지 못 했지만, 국회에서 한진 청문회를 개최하고,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여야 가릴 것 없이 질타하고, 다시 국정감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고, 마침내 국회에서 권고안을 만들어 합의 타결을 촉구한 것은 18대 국회 들어서 아마 기록할 만한 일입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국회 권고안을 수용했던 정신을 받들어서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실무협상을 타결 짓고, 289일째 고공 크레인에 머물고 있는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이 하루 속히 땅 위에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국회 권고안을 다시 한번 대승적으로 수용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제 정리해고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도입했던 정리해고 제도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법원은 회사 문을 닫을 지경, 이 정도에서 정리해고를 용인하는 판결을 내놓았는데, 최근에는 장래 경기가 좋지 않으면 대량해고를 해도 좋다, 이런 사실상 무제한으로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쪽으로 흐름이 판결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24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때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보다 엄격하게, 보다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주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운데 17번째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1976년 생 35살 청년이 "불효하고 먼저 갑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외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휴대폰 단축번호에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번호가 입력돼 있었습니다. 영결식에 가서 저는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만일 전염병이 발생해서 전국에서 17명이 사망했다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것입니다.
18번째, 19번째 자살자가 나오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쌍용차에서 또다시 예정돼 있는 죽음을 막지 못한다면 정치는 무엇입니까.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제 정부와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쌍용차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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