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8번째 편지 -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지난주 월요편지에서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질서>를 소개하면서 번영의 끝자락에 1) 향락적 소비, 2) 관료주의, 3)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4) 계급투쟁, 5) 진실이 사라진 언론, 6) 희미해진 준법정신과 원초적 투쟁 등 국가적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월요편지를 읽고 국가발전론의 대가이신 원로교수 한 분이 전화를 하여 같은 우려를 하면서 극복 방안에 대해 설명하셔서 장시간 통화를 하였습니다. 이처럼 많은 학자들이 국가 흥망성쇠는 어쩔 수 없는 순환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나름대로 극복할 대안을 제시합니다.
오늘은 그 대안 중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나는 이 이러한 위기가 나타나는 이유가 경제적 환경적 재앙 때문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경제적 번영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번영의 빈틈을 메울 것인지 아니면 무시무시한 힘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사회를 분열시키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The Price of Prosperity)>의 저자 토드 부크홀츠의 말입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애국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는 국가 번영의 대가로 구성원들 간에 소득, 부, 가치관의 차이가 커지면 각자 이를 쟁취하고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사랑>은 등한히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미국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는 <신화> 같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신화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류는 삶과 일터로부터 신화를 몰아냈기 때문에 오늘날 사람들은 대용품을 찾으려 하고 있다”
“플라톤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고귀한 거짓말’, 또는 ‘웅장한 신화’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론에서 시민들이 서로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자극하는 신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플라톤이 말하는 신화를 미국이 건국 이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설명하였습니다.
“미국 건국 이후로 교사들은 국가의 가치를 민간 설화와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해 왔다. 콜럼버스 기념일, 추수감사절, 조지 워싱턴의 생일, 밸런타인데이, 전몰장병 추모일 등이 그것이다.”
“전통적인 기념일들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리고 국가 정신의 부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콜럼버스 기념일은 용기와 모험, 끈기, 도전, 자신감을, 추수감사절은 관용과 감사, 예절과 노동의 덕목을, 워싱턴 탄신일은 자유와 용기의 정신을, 밸런타인데이는 사랑을, 전몰장병 추모일은 희생정신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그는 책 말미에서 국가의 <신화와 기념일에 대한 존경>이 공동체의 단결에 기여한다고 결론짓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이든 민주당 출신이든 취임사에 꼭 넣는 것이 있습니다. 성경 구절과 역대 대통령 어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경의 시편 30장 5절의 말씀을 인용하였습니다. "Weeping may endure for a night but joy cometh in the morning.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그리고 링컨 대통령이 1863년 노예해방선언에 서명한 후 행한 연설의 한 대목을 인용하였습니다. “If my name ever goes down into history it will be for this act and my whole soul is in it. (내 이름이 역사에 남으면 이 행위를 위한 것이고 내 영혼이 그 안에 있다.)"
저는 이런 전통이 <신화와 기념일에 대한 존경>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공통으로 들어가는 그 무엇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신화와 기념일로 무엇이 있을까요? 단군신화와 개천절,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광복절. 이런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가슴 뜨거운 그 무엇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또한 성경과 역대 대통령 어록에 준하는 그 무엇이 있을까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는 <신화와 기념일에 대한 존경> 비슷한 개념으로 <대한민국이 ‘하나’되는 순간>이라는 개념을 월요편지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된 역사가 아닌 우리가 경험한 최근 역사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된 순간을 회상하여 국가의 방향을 분열이 아닌 단결로 바꿀 가능성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농구선수 신동파’, ‘프로레슬러 김일’, ‘권투선수 홍수환’, ‘축구선수 차범근’,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등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된 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그 월요편지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때도 정쟁은 치열했고, 경제는 늘 어려웠으며, 사회도 문제투성이였습니다. 그러나 전 국민이 <하나>되던 그 힘으로 대한민국은 힘차게 전진하였습니다.
그 기쁨의 순간이 사라지면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머지않아 우리는 또 <하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도록 그 <하나>됨의 순간을 맛보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진영의 골이 깊어져, <하나>가 불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됨의 순간이 반드시 다시 올 것입니다. 그 순간이 오면 우리는 언제 싸우고 미워했냐는 듯이 <하나>가 되어 손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순수한 민족입니다. 단순하기까지 한 사람들입니다. 그날 하루 빨리 오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제 그 <하나>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드디어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 국가대표팀은 11월 24일 우루과이, 11월 28일 가나, 12월 3일 포르투갈과 예선전을 벌입니다.
GK 김승규, 조현우, 송범근, DF 김민재, 김영권, 권경원, 조유민, 김진수, 김문환, 홍철, 윤종규, 김태환, MF 정우영1, 손준호, 황인범, 이재성, 정우영2, 황희찬, 손흥민, 권창훈, 백승호, 이강인, 나상호, 송민규, FW 황의조, 조규성 등 26명의 태극전사들이 승리를 쟁취하여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하나됨의 순간을 맛보게 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예선전이 벌어지는 3일은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치는 뜨거운 밤이 될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11.21.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