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누스(Venus)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여신이다. 영어로는 비너스(Venus)로 불린다. 반면 마르스(Mars)는 전쟁의 신이다. 신화에서는 두 신이 사랑하는 사이로 나오지만, 만약 둘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르네상스 시대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년 경-1510)는 베누스가 이긴다고 확신했던 듯하다.
산드로 보티첼리는 1485년경에 ‘베누스와 마르스(Sandro Botticelli-Venus and Mars)’(국립미술관.런던·사진)를 그렸다. 그림 속 두 신은 숲속 풀밭에서 거의 드러누운 자세로 마주하고 있다. 얇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베누스는 침착하고 또렷한 표정으로 먼 데를 응시하는 반면에 벌거벗은 마르스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깊은 잠에 빠졌다. 아마도 격렬한 싸움 후 혹은 사랑을 나눈 뒤 곯아떨어진 듯하다. 커플을 둘러싸고 있는 반인반수의 아기들은 사티로스(Satyros)들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숲의 정령들로 산양의 뿔과 다리를 가졌다. 이들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마르스의 투구와 갑옷, 무기를 가지고 놀고 있다.
보티첼리는 메디치(Medici) 가문을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 피렌체 공국을 지배하던 메디치 가문은 보티첼리의 가장 큰 후원자였다. 최고 권력자의 후원 덕에 보티첼리는 수많은 걸작을 남길 수 있었다. 그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도 메디치 가문의 주문으로 탄생했다. 한데 이 그림에서 화가는 다른 그림과 달리 베누스에게 옷을 입히고 마르스를 누드로 그렸다. 아마도 메디치 가문 자녀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그림이라 그랬을 것이다. 신랑, 신부의 침실을 장식할 목적이다 보니 베누스는 아름답고 정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마르스는 근육질의 사랑꾼으로 표현했다. 마르스는 녹초가 된 건지 사티로스가 소라고둥으로 시끄럽게 깨우는데도 전혀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화가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베누스가 마르스를 완전히 정복했다는 것, 파괴와 폭력을 부르는 전쟁의 신도 사랑의 힘 앞에서는 무장 해제되고 만다는 것이다. 부부 싸움이든, 나라 간 분쟁이든 전쟁을 이기는 유일한 무기는 사랑밖에 없음을 일깨우는 그림인 것이다.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년 경-1510) 자화상.
●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년 경-1510)는 15~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주요 교회와 예배당에 종교화를 그린 화가로 주요 작품은 <비너스의 탄생>. 초기 작품은 스승인 프라 필리포 리피, 마사초,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영향을 받았다. 전성기로 접어들며 선명한 색체와 사실적인 세부묘사, 부드러운 표현이 특징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년에는 피렌체의 거의 모든 교회로부터 작품을 의뢰받아 시스티나 예배당의 장식에도 참여했다. 보티첼리는 다음 세대의 르네상스 거장들에 가려져 몇 세기 동안은 소홀하게 평가되었지만,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등장한 보티첼리 양식 분석들은 현대비평의 기초를 이루었다.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년 경-1510), 비너스의 탄생 (Birth of Venus), 1486년.
산드로 보티첼리, 〈봄(프리마베라)〉, 1477-78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그의 대표작인 〈비너스의 탄생 Birth of Venus〉(1485경)·〈봄 Primavera〉(1477~78)은 현대인에게 르네상스의 정신을 가장 잘 요약해 보여주는 작품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산드로 보티첼리, 〈코라의 처벌(Punishment of Korah)〉, 1480–1482년.
산드로 보티첼리, 〈신비한 탄생〉, 1500년경, 캔버스에 템페라, 109×75cm, The National Gallery (London).
산드로 보티첼리, 〈아펠레스의 명예훼손(The Calumny of Apelles)〉, 1494년.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4년 03월 28일(금) 「이은화의 미술시간(이은화 미술평론가)」/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