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허밍을 한다 [강혜빈]
빛의 벙커로 내려간다
기계들이 기다리는
잠들 줄 모르는 백야 속으로
강가에
배나무 흔들리는
그대의 집
그리운 산책로
배꽃이 피었겠지
도둑도 경찰도 없는
유령 도시의 안전한 밤
어린 별들만이 수런거린다
걸으며
뒤돌아보겠지
차가운 밀실 안에서
인류를 구하겠지
세상은 타버린 베이글 같아
발보다 작아진 구두 같아
늙지 않는 시계
건전지들의 서바이벌 게임 같아
지상의 나는
너에게 노래를 줄게
벌들의 윙윙거림
바람이 사각거리는 소리
앰비언트 음악과 닮은
최소한의 내일을
여름의 싱그러운 무릎을 줄게
돌아올 집을
수플레케이크의 환대를
20미터 아래에서는
아포칼립스의 시나리오를 준비해
기계들의 웃음소리가
벽에 부딪힐 때
빗소리보다
작은 노래를 줄게
돌멩이의 닫힌 결말을
사랑을 기념하는 세리머니를
빛의 벙커로 손을 내밀고
미래를 구할게
강가에
배나무 흔들리는
그대의 집
그리운 산책로
배꽃이 떨어졌겠지
지상의 나는
허밍을 멈추지 않을게
그대의 빈집이 될게
- 미래는 허밍을 한다, 문학과지성사, 2023
* 미래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한때 배를 잘 만들어서 다른 대륙을 지배했던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은 점점 쇠퇴하고
빈 땅을 차지해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도 점점 쇠퇴하고
우후죽순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를 추구해서 인구 많은 나라만 잘 사는 그런 미래?
기후환경이 해마다 열악해져서 지구의 수온이 높아지고 식량이 점점 사라져
식량을 찾아 약탈하는 그런 미래?
정신세계를 잘 다스리던 음악은 사라지고 벙커 안에서 허밍이나 하면서 무료함을 달래는
그런 미래?
이런 종교도 싫고 저런 종교도 싫고 싫으니 늬들은 죽어야 해!
모두 죽이겠다고 총과 칼을 들고 정벌, 또 정벌하는......그런 미래?
하늘을 찌르던 마천루들이 빈 집이 되어 황폐해진 세상에, 폭우와 허리케인과 태풍을 피해
벙커로 숨어 가끔 햇빛을 쬐러 지상으로 나오는 소박한 인류만 존재하는 그런 미래?
엔트로피가 증가해서 인류가 추구했던 인간적인 품성은 잊고 좀비처럼 무질서의 극치를 이루는
그런 미래?
설상가상 그런 미래가 오더라도 나지막히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고 허밍을 하며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하길 바라고 詩民들은 살아남아 세상을 꼭 지켜주길!
첫댓글 희망의 미래가 보여져야하는데
공포의 미래
무서운 미래입니다
인구가 절벽이되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이 됩니다
자연현상이라고 봐야겠지요.ㅠㅠ
인구감소에 애쓰는 대한민국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