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시즌이 시작될 때 즈음이면, "만일 ~가 잘해준다면", "신인 아무개가 성공적으로 적응하면", "~가 성장한다면", "~가 부상에서 회복되면" 이라는 가정들이 야구팬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유창식이 대박이라면", "최진행이 홈런을 더 많이 치면서 타율도 높아진다면", "장성호가 완벽히 부활한다면", "이도형이 부상에서 회복되면" "유원상과 김혁민과 양훈이 모두 일취월장 한다면", "용벽이 대박나면", "박정진과 정원석이 작년만큼 잘하면" 우리도 충분히 중위권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그런 희망 말입니다.
하지만 가정과 희망이 많은 팀은 대개 4강권과 거리가 먼 구단들입니다. 야구를 잘하는 팀은 "누가 잘해줄까" 하는 고민보다 "포지션은 두개고 사람은 세명인데 교통정리를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죠. 채태인-박석민-최형우-라이언 가코-조동찬이 1B-DH-RF-3B에 몰린 삼성처럼 말입니다. 주전급 외야수가 6명인 SK, 내야 포지션은 4개뿐인데 주전급 선수가 6명인 두산도 좋은 얘가 되겠네요.
잠시 1년 전 상황을 돌아봅시다. 우리는 어땠습니까. 포지션에 선수가 남기는 커녕, 전부 검증되지 않은 새 얼굴이 좋은 성적을 찍어주기만 바라고 있었습니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없지만, 김태완과 송광민이 성장하고 최진행이 각성하고, 이대수가 내야의 중심을 잡고 오선진과 전현태가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타선의 체질 개선이 이뤄질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뻥야구 대신 짜임새 야구가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핑크빛 꿈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꿈은 그저 꿈일 뿐이었습니다. 이건 장성호가 와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야구를 잘 하는 선수가 적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그럼 우리는 왜 야구 잘하는 선수가 적을까요? 한번 쭉 훓어봅시다.
김태균 이적 : (05~09) 107홈런 412타점
이범호 이적 : (05~09) 111홈런 360타점
송진우 은퇴 : (05~09) 28승 14홀드
정민철 은퇴 : (05~09) 34승
구대성 은퇴 : (06~09) 6승 18홀드 64세이브
토마스 이적 : (08~09) 2.86 5승 44세이브
이영우 은퇴 : (08~09) .282 2루타 33개
데이빗 이적 : (05~06) .303 45홈런 160타점
덕클락 이적 : (08~08) 22홈런 79타점
이도형 부상 : (05~09) 65홈런 216타점
김민재 은퇴 : (06~09) 455게임 2루타 58개 138타점
고동진 입대 : (05~08) 369게임
한상훈 입대 : (05~08) 429게임
2008년 후반기, 2009년 전-후반기를 통틀어 이글스는 야구를 제일 못했습니다. 거기서 김태균과 이범호가 나갔습니다. 이게 결정타를 쳐서 작년에 꼴찌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일본으로 간 두 거포 이전에, 이미 저렇게 많은 선수들이 (그러니까 3년 연속 플옵진출을 이끈 주축 선수가)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팀이 전체적으로 허약해졌다는 얘깁니다. 2명이 나간 게 아니고 13명이 나간 상황에서 정원석+최진행+겨울에 쉰 류현진 데리고 시즌을 치룬 겁니다. 지난 시즌 중간에 팬심과 반대되는 트레이드가 나온 이유도 저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지난 시즌을 한번 돌아봅시다. 2010년에 한화이글스가 꼴찌할 확률은 솔직히 95% 이상이었습니다. 저 상황에서 4강을 기대한다는 건 솔직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얘기죠. 야구는 집중력과 투지로 하는 게 아니라 기량을 갖고 하는 거니까요. 우리 선수들만 끈기와 집념이 있고 다른 팀 선수들은 매일 헤롱 거리면서 놀겠습니까? 스포츠는 이기고 싶어야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전력이 되야 이기는 겁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우리에겐 그런 전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물론 류현진이 있기는 하나 그냥 그것 뿐입니다. "신에게 아직 배가 12척 있사오니~" 하면서 왜구를 무찔렀다는 이순신처럼 나라를 구할 영웅이 될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지난 봄, '파울볼'이라는 사이트에서 23명의 투표인단이 '2010년 순위예상'을 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예상한 이글스의 평균 순위는 <7.7위> 였습니다. 6위를 찍은 사람이 한명도 없었고 2~3명을 빼면 전부 최하위에 투표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최하위를 찍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내가 이 팀을 응원한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니까요. 팬심을 빼고 보면, 뭐 그렇습니다.
2011년이 됐습니다. 올해는 좀 나아지면 좋으련만, 이 전력에서 김태완-송광민이 나갑니다. 다들 <우리는 투수가 문제다> 하시는데, 알고보면 타자도 문제입니다. 2009년 한화는 팀타율/팀출루율/팀장타율/팀득점 모두 최하위였습니다. 그나마 32홈런의 최진행 덕분에 팀홈런만 7위를 찍었죠. 이렇게 득점력이 빈곤한 타선에서 그나마 중심타선 쳐줄 선수 둘이 팀을 떠났습니다. 대안은 장성호-최진행-이도형으로 클린업을 꾸리는건데, 수술한 장성호가 언제 돌아올 지 모를 일이고, 아직 계약도 안 한 이도형이 시즌 준비를 얼마나 착실히 하고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1998년부터 야구에 빠져 살았으니 올해로 24년째 소위 '팬질'을 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시즌 전망이 어두웠던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승패에 비교적 초월한 상태로 야구를 보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지는 경기가 이기는 경기보다 덜 재밌는 건 사실이거든요. 순위경쟁에서 밀려나면 아무래도 야구장에서 집중이 덜 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고.
하여, 올해는 마음의 준비를 좀 단단히 하고 시즌에 돌입해야 될 것 같습니다. 말로는 "신인들 커가는 재미에 본다"고 되뇌이지, 사실 시즌이 시작되면 승패에 몰두하게 되고, 또 실제 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신인 키우는 재미 말고 하루하루 짜내면서 운용을 하게 마련이거든요. 결국 이길 것이냐 질 것이냐가 팬들 사이에서는 화두가 되는 법인데, 다들 패배의 아픔을 빨리 잊는 나름의 해법을 찾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첫댓글 공감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아무리 나뻐도 시즌이 기다려지는거는 어쩔수 없는 야구쟁이가 봅니다.
오~ 1번선발님 글에서 오타를 발견하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용벽이 대박나면" => "용병이 대박나면"
워낙 흔치않은 일이라 용벽이 뭘까 한참 생각한 1人 입니다.^^
2009년 한화는 팀타율...이것도 2010년이 맞는 듯..최진행이 32홈런친건 2010년..^^;;태클은 아니에요..저도 나이가 들다보니 올해가 몇년인지 헷갈릴데가 많거든요..ㅋ
그런것 같으네요.^^
이글스의 암흑기가 빨리 끝났으면 하네요 ㅜㅜ
1988년 수정요 ㅋㅋ 크루즈도 기록만 보면 정말 아쉬운선수 중 하나였죠. 4년 내에 김광현. 정근우. 김강민. 임훈. 이승호. 박경완. 나주환이 이적이나 은퇴를 한다해도 이렇게 우리처럼 비참해질까요 ㅠ 마음을 더 비우는게 몸생각하는거 아닌지...
언급하신 선수들 다 빠져도 한화보다는 훨씬 강할듯하네요...
ㅠ.ㅠ 슬픈현실!
모기업의 대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당분간 암흑기가 쉬이 물러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암담하네요...
그래서 제2,3의 응원팀을 만드는가 봅니다~~!
두산 우승가자 ㅜ
저도 살며시..ㅠ.ㅠ
그래도 투수들에 기대합니다....조금만 더 열심히~~
머리는 세컨드, 써드 응원팀을 만들고 싶은데.. 가슴이 허락치가 않네요.. 21년째 응원하다보니 정말 골수팬이 돼 버린듯...
어쩔수 없는 팬심... 친구가 저한테 그러더군요...눈물나는 팬심이라고...ㅠㅠ 아직도 기아의 연패행진이 이글스를 만나서 떡 하니 연패탈출 한걸 생각하면...ㅠㅠ
저는 아무리 그래도 희망은 놓지 않고 있네요... ㅋㅋ 제2의 제3의 응원팀 만드는것도 생각해보지 않았고요... 잘하든 못하든 그래도 우리의 이글스뿐이랍니다... 다시한번 희망을 갖자고요^^
22한화가 만년 꼴지여도 응원해야죠 ㅎㅎ
인내심을 테스트하여 한계에 다다라 다들 해탈의 경지에 올라 현실을 벗어나 온라인 게임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원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ㅋㅋㅋ 전 집에서 가까운 곰팅이네를 쪼까 응원해 볼까 합니다.^^
비시즌 때는 C모 그룹의 'ㅁㄱㅁㄱ'로 恨을 풀고 있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최정예 멤버로 구성해서 연전연승! 온라인 상에서 다 져도 좋으니 오프라인 상에서 다시 빙그레 시절의 위용을 보여줬으면...
이제는 유원상, 김혁민이 터져주기를.....지금 이게 언제부터의 바램이었는지는 벌써 머리속에서 떠난지 오래입니다.......그리고 우리는 항상 고치로라고 불렀던 고동진선수.....정말이지 이제 선수인생 중반을 넘어섰다고 봅니다...포탠터트려 주시고...암튼 한화는 꼴찌해도 제가 사랑하는 팀입니다.....한화 화이팅입니다....
야구~~몰라여~
그럼요~~ 우리 7위하고 다음해.. 한국시리즈 우승한 한화에요... 이거 왜이래요.. ^^
모기업이라도 사정이 괜찮다면 내년부턴 FA를 좀 지르는 것 밖에는 돌파구가 없어보입니다... 이택근이 나오네요.
전 그리 오래된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뭐...10년쯤이니...중급이죠...작년부터는 나온 선수들 중에 한명이라도 잘하면 그걸로 만족하며...기대치를 작게 잡고 응원한다는...어찌보면...기대치를 작게 잡는 거 자체가 서글프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데 의리를 지켜야죠...^^
올해는 꼴찌만 면하고 올해 마치고 나오는 fa들좀 샀으면... 돈좀 풀자. 지금 전력으로 4강은 커녕 그냥 꼴찌다.
투수,타자 다 안습이다.
기대치를 적게 잡고 볼려고 해도 막상 한화가 지면 열받고 짜쯩나요.
아니 다 떠나서 이 구단은 투자를 안합니다. 비충청도 인 으로써 이글스 골수팬이지만 지역적 무관심과 더불어 한화라는 회사의 특유의 특성 까지 더해져서...그냥 운영 말그대로 그냥 숨쉬고만 있는....답이 없내요...(이영우 송지만 임수민) 머 이렇게 뽑았던 시절의 운이 몇해 지속돼지 않는한...FA? 현금트레이드? 휴....
전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반짝 호사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레이스인 시즌을 볼 때, 그런 운을 기대하기엔 작년시즌 결과가 눈에 밟히는군요 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저는 롯데의 4년연속 꼴찌 기록이 깨질 거 같네요..
공감 한표입니다 ㅠㅠ~~
얼릉 암흑기를 벗어나 한화도 4강 갈 수 있는 팀이 다시 되었으면 합니다^-^*
2011년에도 무소유를 외치며 열심히 응원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