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이 들면 시계들은 외출을 한다.
벽시계는 벽에서 내려오고
탁상시계는 탁상에서 내려오고
손목시계는 손목을 풀어놓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내가 잠이 들면 밖에는
어두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두운 바람이 부는 밖에는
어두운 나무들만 서 있다고 들었는데,
어두운 나무 위에는 어두운 새들만
꺼어억, 꺼어억
울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두운 바람만 불고 있는 어두운 나무 사이로 나간 시계들은
내가 잠든 사이에 어디로들 가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시계들이 외출해버린 빈 방에 혼자 자곤 했다.
시계들이 날 혼자 두고
저마다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잠결에 들으면서 나는
옛날에 나의 아버지도 나처럼
시계들이 외출해버린 빈 방에서 혼자 자곤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옛날에 나의 아버지도 나처럼
저마다 시계들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잠결에 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시계들은 모두 돌아온다.
내가 잠이 들면 밖에는
어두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두운 바람이 부는 밖에는
어두운 나무들만 서 있다고 들었는데,
어두운 나무 위에는 어두운 새들만
꺼어억, 꺼어억
울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두운 바람만 불고 있는 어두운 나무 사이로 나갔던 시계들은
초상집을 다녀오는 문상객들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온다.
벽시계는 벽으로
탁상시계는 탁상으로
손목시계는 손목으로......
시계들의 푸른 명상」 (민음사, 1994)
첫댓글
길 가다 음악이 들리는데 그 음악이 너무 좋을 때, 그런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