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 중의 단편 감상 몇가지, 그 세번째.
***************************************
여행지에 가서는 쇼핑은 잘 안합니다, 사진은 찍지만 사진 찍느라 관광을 포기하는 짓도 싫고요... 차라리 잘 찍힌(!) 우편엽서를 사고말죠. 풍경 안에 내가 있든 없든,,, 어디 증명사진 제출할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다년간(?) 여행을 하면서 습득한 노하우, 이번 패키지 여행에도 여전히 유효했슴다.
아슬란 같은 관광객은 관광지로서는 달갑지 않은 손님일테죠? ㅋㅋㅋ
앙코르 유적군 하나하나, 들어가는 입구에는 소년소녀들이 물건을 팝니다.
원달라, 혹은 천원을 외치면서 스카프라든지 모자라든지, 엽서라든지... 그런 걸 내미는데, 우스운 것은 유적군을 돌아보고 나올 때는 그 값이 반으로 떨어져 있더라는 것. 첫날, 둘째날... 계속 외면했슴다.
사건은 마지막날 터졌슴다.
힘든 여정(?)은 앞의 두 날에 다 끼워놓고 마지막 날은 좀 여유로운 일정을 잡아 쇼핑가게를 무려(!) 네 군데나 들르게 한 가이드(--++)는 구색을 맞추느라 그랬는지 중간에 서쪽 저수지로 안내했겠죠. 그 인공 저수지의 한 가운데는 섬이 있었고 한 무리의 주황빛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그곳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있었슴다.
제 철이 아닌데도 파는 망고스틴이란 열매를 제 철이 아닌 만큼 비싸게(!) 사는 일행들, 저는 다른 구경을 하느라 미처 돌아볼 겨를이 없었슴다. 저수지 변, 거기에 늘어선 노점상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서 간식을 하게끔 만들어 놓은 돗자리며 햇빛 가리개...
파는 물품 중에는 볶은 메뚜기도 있었는데요, 직접 경험한 바는 없지만 메뚜기를 구워 드셨다는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그 이색 음식에 눈이 갔습죠.
카메라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동생넘. 그 뒤를 눈이 한번 마주친 꼬마 소녀가 졸졸 따라오더라구요.
- 이곳 애들은 달라붙긴 해도 엉겨붙진 않네.
바로 전날, 씨엠립의 시내 밤거리를 거닐며 의외로 담백한(?) 성품의 현지인들을 칭찬(?)하던 동생넘이었는데... 섣부른 판단이었을까요?
그 곳에서 만난 소녀는 예외였슴다. 졸졸 따라오며 원달라, 삼촌 멋져요를 반복하는 것이었슴다.
삼촌,이라는 말이 아마 먹힌 모양... 삼촌 멋져요란 말에 결국 넘어가버린 동생은 1 달러 지폐를 건네고 플라스틱 구슬로 만든 팔찌 다섯개를 받아 내게 주었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꼬마는 활짝 웃었고요...
모델값으로 다시 원달라를 받아야 하지 않냐는 말은 그 옆의 언니가 한 모양, 그러나 모델료는... 공짜였슴다. 어린아이의 웃음은 티없었어요.
졸지에 생긴 악세서리 팔찌 다섯개를 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한 본파파는 그냥 오른손목에 차고 있기로 했슴다. 그리고 다음 코스로 간 곳은 보석점이었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고 돌은 돌이로다... ㅋ~ 보석이 아름답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슴다. 관심이 없는 물건, 사지도 않을 것을 이것저것 만져보고 달아보고 하는 것은... 성격상 싫어해서 말임다. 일행이 둘러보는 동안 나는 팔짱을 끼고-이건 아무것도 만지지 않겠다는 나름의 제스추어인지도- 있었슴다.
목걸이를 걸어보라고 하는 친절한 말을 관심 없어요, 라고 일언지하에 자른 본파파, 좀 미안해져서 귀조차도 뚫지 않을 정도로 보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니 좀 특이한 사람이 왔구나, 그렇게 생각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슴다.
일하신지 꽤 오래 된 듯 보이는, 좀 나이 지긋한 분의 눈에 내 오른 손목에 다섯개의 팔찌가 눈에 띈 모양이었슴다.
"좋은 거 차고 계시네요."
농담이지만 진지했슴다. 저는 웃었슴다.
"네. 멋진 기념품이에요. 강매당한 거긴 하지만."
"얼마 주셨어요?"
"일 달러에 다섯개요."
"저런... 한번 튕겼으면 일 달러에 여섯개는 사셨을 텐데."
"이런... 꼬마에게 당한 거에요?"
웃는 낯의 그 남자분은 그것들에 물기가 닿으면 살갗에 염색이 묻어나고 잘 안지워지니 조심하라는 말씀을 해 주셨슴다.
마지막날의 시간이 거의 다 갔슴다. 저녁을 먹은 일행의 마지막 코스는 맛사지 샵. 애시당초 그 옵션을 거부했던 나와 동생만이 일행과 떨어져 시간을 죽여야만 했는데요... 이건 전적으로 가이드의 탓이라는 생각을 했슴다. 맛사지 옵션을 첫째날이나 둘째날 저녁쯤에 집어넣어야 선택안한 사람은 호텔로 가서 쉴 것이 아닌가 말임다. 마지막날을 잡아 그 코스 이후에 공항으로 직행해야 하는 우리 일행은 버스에 짐을 실어놓은 상태였으니 고역은 고역이었어요.
관광도시 씨엠립에서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았슴다. 우리나라엔 흔한 패스트푸드 점도, 커피샵도 눈에 띄지 않았슴다. 시내 한복판이라면 얘기는 달랐겠지만 한복판도 아니었고요.
전기가 비싼 캄보디아에서 불이 밝혀진 곳은 대부분 호텔이란 말은 들었슴다. 어두운 사위를 방황하며 불밝은 곳을 기웃거리니 다 호텔, 아니면 기념품샵이었죠. 그런데 한 곳이 유난히 눈에 띄었슴다.
앙코르 와트 모형을 본딴 건물, 불이 밝혀져 있고... 박물관 간판... 그럴듯 해 보이죠?
문 앞엔 경비들이 서 있었는데 들어가도 되냐고 영어로 물었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하지 않았슴다.
앙코르 유적이 있는 도시 씨엠립에 박물관이 없으면 이상할 터,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완전히 오픈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곳.
바깥에서 사진 찍는 것은 가능했고요.
약속시간까지 한시간도 훨씬 넘게 남은 상황, 다리가 아팠지만 달리 쉴 곳이 마땅치 않았슴다. 에구에구...
길을 따라 걷다가 책이 진열되어 있는 가게를 발견했슴다. 그 곳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니 밖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소녀 둘 중 하나가 따라들어 오네요.
어차피 엽서를 사고 싶었고요. 유적지의 입구에서 파는 그런 조악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진 엽서를.
규모는 작지만 서점이었슴다. 제가 엽서를 뒤적거리는 동안 동생은 그 소녀와 대화를 나누었슴다. 경악케 한(!) 스무살의 소녀...(정말 많아야 열 여섯 쯤으로 보였슴다)는 열정적으로 한국말 단어를 물어왔슴다. 영어로 대화했는데 자기가 아는 일본어 단어에 해당하는 한국어 단어를 알고 싶다고. 예를 들면 숫자들, 싸다, 비싸다... 이런 것들.
저도 간간이 대화에 끼어들었슴다. 소녀의 관심은 놀라울 정도였슴다. 그리고 참으로 유쾌했슴다.
고른 엽서를 내밀자 갓 배운(!) 한국어로 답해줍디다. 4 달러라고.
고른 엽서 중 압사라(무희)의 미소... 서점의 그녀도 이와 비슷한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패키지 여행의 단점은 현지인과 접할 기회가 전혀 없다는 것이죠. 물건을 흥정할 필요도,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필요도, 길을 물어볼 일도 없으니까요.
유일하게 현지인과 접한 건 그 달갑지 않은 '시간 죽이기'의 와중이었슴다. 그녀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추상적으로 생생합니다. 이상하죠.
건기에 들른 제가 직접 볼 수는 없었던 풍경을 엽서 안에서 봅니다.
비오는 앙코르 와트. 엽서 안의 풍경.
비가 뿌리는 습한 계절에, 붉은 흙빛 물을 머금는 앙코르 와트는... 이런 모습이겠죠. 본 적도 없는 풍경이 그리워집니다. 캄보디아 소녀들의 미소와 더불어...
첫댓글 비오는 앙코르와트 정말 멋있습니다. 저순간 그곳에 있고 싶으네요 ~~~ 앙코르와트를 만들고 신비한 미소를 조각한 옛선인들은 과연 지금 태국사람의 조상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쩝................
그쵸? 묶음으로 되어 있는 엽서들 중에서 하필 그걸 고른 건 바로 비오는 앙코르 와트의 저 모습 때문이었는 걸요... 비올 때 다시 한 번 가면... (끈적하게 덥겠죠?)
캄보디아가 아마 사파이어가 유명하지 않나....가공 안한 원석으루다가....걍 돌맹이 같은 걸 하나 집어오지.....그팔찌는 아마 1불에 10개 짜리였을 거라능....돈 주고 샀다기보다는 걍 소녀가 지어준 미소 값이 였다고 생각 하라능...그런데 왜 부조들 사진이 없냐는....엽서 말고 직찍 부조사진들....
캄보디아에선 돌을 함부로 집어가면 안된답니다. 부조들에 손을 대도 막 뭐라 하더라구요~~ 꼬마에게 당했다는 것은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뭐 억울하단 얘긴 아니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