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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샐리온
“단의 말 잘 듣고, 넌 강한 아이니깐 엄마는 걱정 안해도 되겠지?”
“내가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왜그래요.”
유이와 슬레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 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뭐.. 내가 또 저번처럼 심하게 다치고 올까봐 그러는 거겠지. 이번에 라크랑 둘이 가는 것도 아니고 또 단과 폴이 준
무기와 갑옷도 있는데 머가 걱정이래. 그런데 이거 미스릴 체인메일 은근히 맘에 드는데 자켓 안에 입고 있기에 아주
편해. 겉으로 보이지도 않고. 난 가슴을 몇 번 툭툭 쳐보곤 든든함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럼 걱정들 마시고, 다녀올게요.”
“그래.. 잘 갔다 오고, 갔다 와서 꼭 다시 보자.”
“슬레인 까지 왜 그래? 단아저씨 실력 좋다며 뭐가 걱정이야. 나 간다.”
슬레인과 유이의 표정에 씁쓸함을 뒤로 한 채 약속장소인 동문 쪽으로 향했다.
오늘 따라 안개가 왜이리 심하지.. 슬레인과 유이의 모습도 오늘은 왜 이렇게 머릿속에 남는 거지? 흠.. 오늘은 왠지
이상한 기분만 드네.. 뭐 별거 없겠지.. 다들 기다리겠다 빨리 뛰자.
안개를 가르며 열심히 달린 곳 엔 여러 사람들이 서있었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 온건 회색의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는 부자였다. 라크는 이번 여정을 떠나기 위해 입었다 치지
만 켄라우 공작도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기사단의 마크는 없었지만 라크도 회색빛의 갑옷과 옷차림을 봤을때 은근히
기사의 분위기는 내고 있다. 제드일행들도 어제와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단일행들은 어제와는 달리 단을 제외하
곤 상체에 조끼 모양의 체인메일을 걸치고, 각자 뒤에 바스타드소드 급의 큰 검을 차고 있었다.
“이야~ 아딘도 제법 전사 분위기가 나는데.”
“어이구. 라크기사님 만큼 하겠어요?”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와 둘이서 동문을 나설때와는 달리 꽤 서로가 믿음직해 보였다.
“초보자티 팍팍 흘르는구만... 에휴.. 내 팔자야.”
역시나 우리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주황색소녀.. 왜 성격이 저 모양일까? 난 레나를 향해 손을 휘저으며 부정을 표시했
다. 내 손짓에 그녀도 고개를 휙 하고 돌려 버렸다.
“자 그럼 출발하자. 하루라도 빨리 갔다 와야 공작님의 속이 편해 지겠다.”
단일행의 선두로 우리들은 열려 있는 동문을 지나갔다.
“잘들 부탁하오.”
켄라우 공작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동문이 닫히는 소리가 등뒤로 들려 왔다. 이제 새로운 모험이 시작이구나. 난 왠지
모르게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퍽’
“야 임마 멀 긴장하고 그래. 내가 준 검은 장식품이 아니잖아.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키는 거야.”
“왜 때려요! 아퍼 죽겠네.”
그냥 말로 하면 되지 굳이 왜 주먹으로 때려. 그것도 힘이 완전 실렸네. 나를 때린 단에게 투덜 거리며 폴아저씨 옆으
로 가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좀전의 떨림은 진정이 되었는지 조금 편해진 듯 했다.
에휴.. 역시 경험자들은 다르구나.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채는 구나. 뒤에 제드 일행에 섞여 따라 오는
라크를 쳐다 보았다. 그도 역시 매우 흥분된 얼굴을 띄고 있었다.
“멀 그렇게 흥분하고 있냐. 그러다 옆에 있는 아가씨들이 쫄 겄다.”
단 덕분에 먼저 여유를 찾은 난 라크를 놀려 주기 위해 말을 던졌지만 의외로 라크는 가만히 있고 그 옆에서 레나의
목소리만 들려 왔다. 이제부터 그녀와의 전쟁시작이다.
“누가 너희 같은 애들한테 쫄까봐!”
애들? 참나.. 비슷한 또래 인거 같은데 애들이란 소리를 들으니 감정이 상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티를 내면 안된다.
“아..예..예.. 레나님은 나이를 많이 드셔서 좋으시겠네요.”
뒤에서 씩씩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게 꽤 열 받은 모양이다. 왠지 그 소리에 난 상했던 기분이 다시금 좋아 지는 걸
느꼈다. 그녀와 나의 이런 다툼거리가 재미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전부 걸으면서 웃는라 바빠 보였다. 심지어 라크도 웃
음으로 긴장이 좀 풀렸는지 표정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침 일찍 안개를 맞으며 출발한 우리의 머리위에는 강한 햇빛이 쬐고 있다. 금방이라도 우리를 태
워버릴 기세다.
“이거 물가를 찾아서 조금 쉬었다 가야겠는데.”
폴의 말에 모두들 수긍 한 듯 다들 주위를 둘러 보며 물소리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곳 라사섬에 살아 온지 18
년된 내 머릿속에 라사섬의 강줄기는 마을 안에 있는 것 밖에 없다고 들었다. 동쪽 숲은 나무와 풀로만 가득 하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물을 찾지?
“엘로인. 물의 정령에게 물어 볼수 있지 않아요?”
모두 귀를 얼마나 쫑긋 세우고 있었는지 라크의 속삭임 같은 작은 말소리에 일순간 반응 하며 엘로인에게 시선이 고정
되었다. 갑작스런 시선에 당황 스러 운지 얼굴이 붉어 지는 엘프. 역시나 이쁘다.
‘물의 정령 운디네여. 엘레스트라의 이름을 빌어 내 앞에 나타날 지어다.’
엘레인의 부름에 물로된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녀의 귀에 속삭이곤 바로 사라졌다.
“이 앞에 조금만 가면 작은 계곡이 있다네요.”
우린 그녀의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걸었다.
“폴아저씨. 저게 정령소환 이에요?”
“응. 저 엘프 엘레스트라랑 계약 할 정도면 마력이 제법 되나 본데.”
내 궁금증을 해소 해준 폴은 곧 부가 설명을 해줬다.
“엘레스트라는 물의정령중 최상급이야. 정령왕 바로 다음이지.. 정령 소환을 저렇게 계약한 정령보다 낮은 급의 정령들
을 마음대로 부릴수가 있지. 현재 대륙에서도 정령왕과 계약한 자는 내가 듣기로는 3명이 채 안될걸.”
“그럼 그 최상급 정령이랑 계약한 사람은요? 대단한거에요? 물의 정령이랑 계약하고 또 다른 정령이랑도 계약 할수 있
어요?”
“흠.. 최상급 정령이랑 계약 한 사람들은 꽤 있지. 엘프들은 대부분 인간보다 마력이 높고 자연 친화력이 좋기 때문에
대부분 상급이상이랑은 계약하지. 그리고 중복계약은 모르겠다.”
“가능은 해요. 단.. 그만한 제약이 따라서 그렇지만.”
역시 엘프는 큰 귀 만큼 청각이 좋은가 보다. 나와 폴아저씨의 대화를 들었는지 한참 뒤에서 라크와 함께 오던 그녀가
알려주었다. 더 할 얘기가 있는지 빠른 걸음으로 내 쪽까지 다가와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먼저 소환해 계약한 정령이 정령왕이라면 그 다음 정령소환또한 정령왕이 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먼저 계약한
정령왕에게 소멸을 당하고 말죠. 정령 소환을 하려면 마력도 중요하지만 자연친화력이 있어야 하는데 두가지이상의 자
연친화력은 동급으로 가지려면 그만한 세월을 지내야 하죠. 그렇기에 짧은 수명을 가진 인간은 한가지의 정령계약도 힘
들거에요. 저희 엘프들도 두가지의 정령과 계약 한자는 그리 많지 않아요.”
엘프 들도 자부심이 강한가? 난 드워프들만 자부심이 강한 종족으로 알고 있었는데 엘로인을 보니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설명을 끝낸 그녀는 걸음 속도를 늦춰 뒤의 일행들과 합류했다.
“엘로인 머하러 저녀석에게 그런걸 알려줘. 정령 이름도 모를 앤데.”
레나군.. 그래 넌 항상 그런식으로 나와라. 내가 언젠가 또 한번 씩씩 거리게 만들어 줄테니. 뒤에서 들려오는 레나의
목소리를 흘려 들은 채 단 일행에 합류해 계속해 걸었다.
그녀의말대로 눈앞엔 시원한 소리를 내며 돌을 쳐내고 있는 계곡을 발견했다. 동문에 들어 선지 반나절이 지났지만 몬
스터의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던 터라 다들 체력은 많이 남았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벌써 야영해요?”
라크는 반나절 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좀더 진행 하자는 말투 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계속해 준비 하고 있
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왜 벌써부터 야영 준비를 하는지 좀 의아했지만 단의말을 듣곤 수긍했다.
“도련님. 이런 울창한 숲에서는 해가 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인데. 앞에 야영 할만한 곳이 없으면 다들 그냥 땅바닥에서
잘 수밖에 없으니 이렇게 미리 준비하고 해가 뜨는데로 출발 할거요. 일단 우리들을 믿으라고.”
“예.”
너도 수긍했구나. 솔직히 라크와 난 한번의 여정에서는 반나절의 시간도 채 안되게 숲에 있었다. 그다음은 내가 기절해
서 기억이 없지만, 나와 라크는 야영한 적이 없어 뭘 해야 몰라 어정쩡하게 서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참.. 뻘쭘 하구만. 뭐라도 좀 시켜 주지.
“누가 가서 불을 지필 나무좀 해오지.”
저 아저씨 이제 완전히 그룹의 리더가 되셨구만. 누군가를 지목 하지도 않고 시켰지만 라크도 나와 같이 뻘쭘 했는지
자신이 나무를 해오겠다며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엘로인. 저 도련님 길 잃을 지도 모르니 따라 가줘요.”
대답 대신 라크가 간 방향으로 갔다. 날렵하네.. 근데 저렇게 가버리면 난 멀하지? 이거 가만히 있기도 눈치 보이네..
“할거 없으면 물이라도 좀 떠오시지.”
이제 퉁퉁거리는 말투가 그냥 저여자의 평소 말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눈치도 보였고 한 상황에 두말없이
물을 퍼 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때다 싶었는지 저거 가져와라 이거 해라 하면서 나를 실컷 부려먹는
레나와 그걸 어쩔수 없이 하고 있는 날보며 뭐가 그렇게 좋은지 히히덕 거리고 있는 저 아저씨들. 후드를 덮고 있던
보닌에게서도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 이거 조용하던 보닌까지 웃는 걸 보니 자존심이 좀 상한다.
“이제 나무만 오면 되겠네. 이것봐 벌써 어두워지네.”
단이 제일 먼저 모닥불을 피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위를 둘러 보며 앉았다. 단의 말대로 주위는 금세 어두워 졌
고 다들 그 주위에 모여 앉기 시작했다.
“단님 말씀대로 정말 빨리 어두워 지는군요.”
오랜만에 입을 연 제드는 입고 있던 갑옷들을 텐트에 넣어 놨는지 아까보단 가벼워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만 빼고 전부 갑옷은 벗어 놨네. 젠장 말좀 해주지. 난 눈치것 단의텐트 쪽에 세워논 배낭에 체인메일을 넣었
다.
무기도 같이 놓을 까 하다가 사람들이 무기는 자신의 옆에 두고 있는걸 보곤 다시 챙겨 자리에 앉았다.
“배도 고픈데 나무팀은 왜 이렇게 안오는 거야.”
여기서 덩치도 가장큰 볼칸 아저씨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투덜 대자. 전염병처럼 배고프다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도 아직 걸어 오면서 중간에 유이가 싸준 배낭에서 고기 말린것을 먹은 것 밖에 없어서 그런지 배에서 신호가 오는
걸 느꼈다.
다들 배고프다며 라크를 기다리 던중 숲 한쪽에서 남자와 여자의 웃음 소리와 함께 등장한 라크와 엘로인. 뭐지? 저렇
게 금방 친해 졌나?
“역시 젊은 피 들은 빠르다니깐.하하”
배고픔을 잊었는지 볼칸 아저씨는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아딘 너는 뭐하냐. 니친구는 엘프도 꼬시는데.”
“저놈은 생긴 것부터 인기가 많게 생겼잖아요. 야! 빨리 나무나 가져와. 몬스터 만나기 전에 배고파 죽겠다.”
“이야~ 아딘 정답인데. 하하”
배고프다는 말에 다시 자신의 배고픔을 인식 했는지 볼칸 자리에 일어나 라크가 들고 오던 나무장작들을 이어 받고는
계곡의 돌들로 원을 만들어 놓은 가운데에 쏟았다. 그리고는 준비 해둔 부싯돌로 나뭇 잎을 태워 불을 집혔다.
“도련님. 인기 많아서 좋겄수.”
로우드 아저씨가 라크를 비꼬자 그는 극구 부정에 나섰다.
“아니에요. 제가 인기가 어디 있다고 그러세요.”
니가 부정해 봤자 니 얼굴만 봐도 그 정도는 다 알겠다. 부정할 걸 해야지. 그동안 내가 옆에서 대신 마을의 여자들에
게 받아 준 선물이 몇 개 인데. 전부 폭로 해버리고 싶었지만 너무 쑥스러워 하는 그가 안쓰러워 보여 속으로 삭혔다.
그런데 저놈이 왜 저렇게 쑥스러워 하지? 평소에는 대꾸도 하지 않는 애인데. 흠..뭔가 미심쩍은데.. 모르겟다 일단 배
좀 채우자.
점심겸 저녁을 빵과 스프로 때우고는 누가 아저씨들 아니 랄 까봐 럼프주를 꺼내어 마셔댔다.
“역시 모닥불 앞에서는 럼주가 최고라니깐. 아딘 너도 한모금 할래?”
“네.”
“너도 멀 좀 아는 구나. 자 마셔봐.”
난 단이 준 럼프주를 한모금 마셨다. 윽. 좋은데~
내가 방긋 웃으며 한 모금을 더 마시자 옆에서 함께 마시고 있던 제드도 나에게 자신의 럼프주를 나누어 주었다. 그러
고 보니 서로에 대해 딱히 설명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걸로 봐서는 지금이 딱 그 분위기 인거 같은데.
“아딘. 넌 그 검은 어디서 구한거야?”
“니가왜 안물어 보나했다. 흐흐 이거 폴 아저씨한테 받은거야. 저 미스릴로 만들었다는 체인메일은 단 아저씨가 준거
고.”
“?!”
순간 라크의 눈이 팽창하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심지어 제드와 레나 그리고 그 일행까지도 나를 뚫어 져라 쳐다 보는
것이 아닌가.
“왜? 나한테 머 묻었어?”
“아딘씨. 미스릴이라면 오리하르콘 광석에 버금가는 엘프만이 가공할수 있다는 희귀한 금속이에요. 그리고 미스릴로 저
런 체인메일을 만들 수 있는건 그 들밖에 없구요. 저건 구하기도 힘든 물건인데.. 저런걸 그렇게 쉽게 말씀하시다니..”
“제드오빠. 쟤는 그런 것도 모르고 받은 걸 거에요. 뭐하러 그렇게 말을 높혀요. 그리고 빌려 주신거겠죠.”
어째 반응이 이상하다. 저 갑옷이 좋은건 알았지만 이정도 인가? 단 일행을 제외하곤 갖고 싶다는 말투로 별거 아닌
거 처럼 말한 나에게 구박을 주었다.
“흠. 이거 저 검까지 얘기 해주면 더 놀라 겠구만. 그렇지 폴?”
단의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던 폴 아저씨는 내옆에 있던 검을 들어 검집에서 검을 빼 보았다. 역시나 새하얀
검신이 달빛에 반사 되어 어두운 밤에도 모닥불 보다 더 환한 빛을 내었다.
“그 검은 혹시...”
보닌이 저 검을 알아 봤다는 듯 무표정의 사나이가 두 번째로 다른 표정을 보였다. 저 검도 그렇게 좋은 건가?
“‘에시메드’아닌가요?”
“보닌은 이검을 어떻게 아세요?”
검을 꺼내자 마자 알아보는 보닌이 신기했다. 반대로 단 일행은 당연히 알겠지라는 반응이다.
“이 검을 모르는 건 여기 이 놈밖에 없을 거요. 하하”
갑자기 다들 날 보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잘못 한건가? 심지어 라크도 안다는 듯이 날 바라본다.
“너 정말 저 검에 대해서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답답한 듯 라크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에시메드’는 과거에 죽음의 정령왕이 사용하던 검인데. 화룡이 정령왕을 소멸 시켜 버리고는 그 검을 빼앗아 자신이
사용 하다가 18년 전에 마족과의 전투에서 사라졌다는 얘기가 있는 검이야. 그런데 화룡이 마법을 걸어 놔서 용족이
아니면 사용 할수 없게 해놨다고 하는데.. 이상하네.”
화룡? 정령왕? 머가 이렇게 복잡해. 그냥 날이 좀 잘드는 특이하게생긴 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거 또 말 잘못했다
간 큰일나겠다. 근데 단이랑 폴 아저씨는 어디서 저런걸 구했지?
“하하하. 역시 유명하긴 하구만. 그런데 그걸 모르네. ‘에시메드’는 두자루라는 사실.”
“?!”
“다들 잘 모를거야. 그 시대에 안 살아 봤으니. 18년전 카..아니 화룡과 마족간의 전투에는 인간도 포함되어 있었지.
원래 다들 알다 시피 용족은 잠이많고 귀찮은 일을 싫어해서 자신들의 호기심을 제외 하고는 대륙일에 간섭 하지 않
지. 처음엔 인간과 엘프, 드워프 들과 마족간의 전쟁이었지만 거기에 다크엘프가 마족에게 붙고 인간쪽이 수세에 밀려
있었지. 하지만 어떤 계기로 통해 화룡이 자신의 둥지근처인 하이센 제국의 절반을.. 인간, 마족 구분없이 전부 불태워
버렸고 순간 공통 적이 되버린 화룡에게 인간 쪽 동맹군은 철수 했지만 끝까지 대항하던 마족과의 사투 끝에 큰 상처
를 입고 ‘에시메드’를 두 개로 나누어 한 개는 그레센 성지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의 레어로 가져가 버렸지. 그
이유는 ‘에시메드’검은 이름 그래도 죽음의 정령왕 그 자체 이기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화룡도 검을 통해 죽음의 정
령왕이 소환 되면 감당 할수 없기에 두 개로 나누어 완전히 봉인 해 버린거지. 이건 그때 우리가 그지역을 벗어 나던
중 그레센 성지에서 슬쩍 해온거지만. 하하”
흠.. 단이 설명을 꽤 잘해 준거 같지만 난 전혀 이해가 안됐다. 제드일행과 라크는 제법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끄
덕 대고 있다.
“단. 그런데 그거 아무리 그래도 원래 우리는 뽑지 못하지 않았었나?”
“방금 폴도 뽑았잖아. ”
“그렇네...허허.. ”
순간 폴과 단, 그들 사이에선 무언가 눈 빛으로 주고 받는게 느껴졌지만 그냥 못본채 했다. 왜냐 하면 난 빨리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졸립다..
“그런데 우리보다 더 많이 살아온 엘로인은 잘 아시지 않나요?”
“네.. 저도 그당시 전쟁에 참여 하기에는 어려서.. 얘기는 들어 대충 알고 있어요..”
단이 엘로인에게 묻자 엘로인도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 었는지 얘기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인지 그
얘기는 모닥 불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또 다시 타겟은 나에게로 왔다.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면 정말 좋은 명검인데 그런걸 이런 애를 빌려 줘도 되요?”
“그냥 준건데?”
“예?!”
레나의 질문에 답한 단의 말에 또다시 나에게 시선들이 쏠렸다. 이번엔 시기의 눈총인 거 같은데... 머하러 내 무기랑
갑옷 얘기를 해가지고 이런 시선을 받나.. 에휴. 이놈의 입이 문제다 정말.
“단 아저씨. 그런건 우리 제드 오빠나 좀 주시지. 뭐하러 저런 애한테 줘요.”
우리 제드 오빠? 쟤네들도 뭔 사이인가 보네.. 크크 내일부터 뒤에서 좀 씩씩 거리게 만들 수 있겠는데. 그녀의 놀림
감을 찾은 듯한 기분에 그들의 시선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레나. 니가 잘 모르는데. 제드와 이검은 어울리지가 않아. 물론 누구나 명검을 갖고 싶어 하는 열망은 이해 하는데.
심지어 우리도 솔직히 같은 마법검을 가지고 있지만 ‘에시메드’에 비하면 아무 것 도 아니지. 그런데 그걸 왜 우리가
사용하지 않고 아딘에게 줬겠니. 명검도 그검에 맞는 주인을 만나야지 빛을 보는 거란다. 까놓고 제드는 이검의 무게때
문이나 길이 때문에 제대로 사용을 하지도 못할걸.”
“폴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 같은 전형적인 기사들에게는 한손검보다 무겁고 길면 그만큼 사용하기에 힘들죠. 레나 넌
쓸데 없는 소리 하지마.”
“그치만.. ”
오. 제드의 말에는 꿈쩍을 못하네? 참 은근히 섭섭하기도 하네..
“그럼 이만 잠들 자야죠?”
나만 졸린게 아니었나 보다. 내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럼 초번부터 말번 까지 정하고 자도록 하자.”
“단님이 정해 주시죠. 현재 이 그룹의 리더 이신데.”
“허허. 그럼 그렇게 하지.”
난 반대 인데.. 왜 저 아저씨가 리더야. 여기 폴아저씨가 더 어울리는데. 제발 저 레나랑은 따로 하게 해줘요.
“일단 초번은 여성분들 먼저 하지. 그리고 초보자들은 한명씩 끼우고 흠...다음은 제드와 라크, 폴과 아딘, 로우드와 나,
볼칸과 보닌 으로 하지. 그럼 여성분들 잘 부탁해.”
폴아저씨랑 이네 다행이다. 로우드 아저씨 다음으로 텐트에 들어가 배낭에 챙겨온 모포를 덥고는 잠을 청했다.
태양이 수직으로 머리위에 놓여 있고, 내 눈 앞에는 누런 이를 뽐내며 금방이라도 잡아 먹을 듯한 기세로 대치 하고
있는 오크와 고블린.. 그리고... 소문으로만 듣던 오크의 몇배의 덩치와 긴팔에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는 오우거...
우리의 뒤에는 꽤 커다란 웅덩이와 폭포가 있었다.
우린 점심도 먹고 좀 휴식을 갖기 위해서 숲을 지나던 중 폭포를 만나 이곳 이다 싶어 잠시 쉬고 있던 중 이었다.
평소 경계라고는 눈 씻고 찾아 봐도 없던 단의 외침 소리에 현재 이런 상황이 펼쳐 졌다. 솔직히 나를 제외하고는 모
두 눈치를 챘었는지 어리둥절하게 주위를 살폈지만... 다들 벌써 전투에 임할 상태를 만들어 놓은 것 이었다.
타협의 여지는 이미 고갈 되었는지 다들 무기를 뽑아 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단.. 오우거랑 싸워봤어요?”
내 물음에 입술 끝을 치켜 올리며 반대쪽을 더욱 주시 했다.
“한마리는 별거 아닌데.. 이놈들은... 조직적인 거 같아서...”
단의 말대로 예전의 오크 로드와 상대 했을 때처럼 마구잡이 식으로 덤비는게 아니라 꽤 대열을 맞춰서 있는 듯 했다.
선봉에 서있는 오우거 한 마리와 그 옆에는 오크로드 두 마리가 서있었고 또 그 주위에는 오크들 7마리 정도가 보였
다.
그리고 그 양쪽 대열에 오크의 절반도 채 안되는 덩치의 고블린들이 석궁 같은 것을 들고 나열해 있었다.
전쟁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내가 봐도 녀석들은 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보였다.
“폴아저씨. 저놈들 원래 저렇게 싸워요?”
“나도 이렇게 체계적으로 덤비는 놈들은 18년전 이후 처음인데.. 그때는 이녀석들을 우두머리로 마족이 있어서 그들의
명령을 받고 움직였다 하지만.. 흠..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 가는 것 같구나.. 아딘. 긴장을 늦추지 마라. 조금 힘든 싸
움이 될것 같다.”
“폴! 멀 그렇게 애를 겁주고 그래. 우리도 머릿수는 적은 편이 아니잖아.”
바스타드 스워드를 두손에 힘을 주어 쥐며 볼칸이 폴에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웃음이 나올 상황인가? 우리의 배가 넘
는 상대를 보면서도 저런 여유가 있는 아저씨들을 보며 의아했지만 또 다치면 마음 아파할 유이를 생각하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래도 먼저 올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은데요. 저희가 먼저 공격하죠.”
제드의 말을 알아 듣기라도 했는지 녹색의 괴물들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정말 듣기 꺼름칙한 소리였다.
“레나. 엘로인은 뒤에서 마법으로 서포트 해주고 자 다들 석궁을 조심 하라고 가자!”
단의 외침과 함께 다들 무기를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나 또한 달려 나가려 했지만 폴이 나와 라크를 저지하며 레
나와 엘로인을 지켜주라 해 어쩔수 없이 주위를 경계 한 채 자리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레나의 지팡이가 향해 졌고 곧 수십개의 불화살이 고블린을 향해 쏟아 져 몇 마리의 고블린
들이 불에 타며 고통스러워 했다. 바로 엘레인도 주문이 완성 되었는지 물의 정령으로 보이는 것이 오크와 고블린에게
달려 들었다.
그녀들의 주문이 끝나자 곧 바로 육탄전이 벌어 졌다. 주위에는 이미 숲의 고요함은 사라지고 괴물들의 괴성소리와 쇠
가 부딪치는 소리가 주위를 매워 쌌다. 나도 저 사이에 끼고 싶었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런 전투에서 내 욕심을
부릴수가 없어 꾹 참고 주위를 경계하며 앞에서 싸우고 있는 단의 일행들과 제드, 보닌을 지켜 보았다.
단아저씨들은 정말 대단했다. 고블린이 날리는 석궁을 그 큰 검으로 막아 내고 가볍게 좌우나 대각선으로 베어 버리고
있었다. 그중 오우거와 대치 중인 단과 제드는 오우거의 힘에 눌리는지 검을 부딪치지 않고 이리저리 피하며 하체 부
분에 상처를 조금씩 내고 있었다.
“레나! 오우거에 마법을 날려.”
오우거의 도끼를 방패로 막으며 멀리 날아 가던 제드가 소리쳤다. 그러자 레나도 뭐가 그렇게 다급한지 앞으로 달려가
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라크. 엘로인을 부탁해.”
순간 나또한 레나의 뒤를 쫏아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야! 그렇게 앞으로 가면 고블린 놈들의 사정거리라고!”
내말은 들으려고도 안한채 주문을 외우며 제드 쪽으로 달려 갔다. 완전 무방비다. 지금 그녀에게 화살이 날아 온다면
그냥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시나 뒤에서 달려오는 그녀를 포착한 고블린 한 마리가 석궁을 조준하고 있었다.
“젠장!”
난 순간 속도를 내어 그녀를 앞질러 조준을 하고 있는 고블린의 정면을 빼앗았다. 예상대로 자신에게 달려 들자 나를
재조준해 화살을 날렸다. 몸을 앞으로 굴르며 날아 오는 화살을 피하곤 곧장 고블린의 배에 ‘에시매드’를 찔러 넣었
다. 주위에 범벅이 되있는 녹색의 액채가 쏟아져 나왔다. 순간 속력을 내서 그런지 숨이 목까지 차 올랐다.
난 다시 레나의 옆으로 가 주위의 경계를 했다.
“파이어 디그 (fire Dig)”
그녀의 머리위에서 사람의 크기만한 불덩어리가 오우거의 발밑으로 날아가 땅에 부딪쳤다. 단과 제드의 계속되는 협공
에 너덜해진 다리로 차마 피하지 못한 오우거는 그 순간 솟아 오르는 불기둥을 차마 피하지 못한채 잿더미가 되어 가
고 있었다.
“저 아가씨 대단하구만.. 이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마법을 사용하다니...”
“네.. 그런데 사용한 뒤가 문제라서..”
제드의 대답에 뒤를 돌아 본 단의 눈에 마법을 사용하고는 땅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헐떡 이고 있는 레나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빗나가면 힘들겠어.”
“네....”
섬에서만 살던 나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오우거를 한방에 태워버리는 마법이며 고블린과 싸우는 물로 여성의 형태를
하고 있는 정령들이며 오크로드나 오크들을 가볍게 상대하는 저 덩치의 아저씨 들이나 그리고 처음 검을 사용해 고블
린의 몹을 관통시켜 버린 것도 모두 머릿속에 한번에 들어오기에는 벅찰 정도 였다.
“레나!”
다급한 소리로 그녀를 외치며 제드가 몸을 일으켜 내쪽을 향했다. 그 순간 나의 눈에도 나무 위에 숨어 있던 고블린
한 마리가 그녀를 향해 석궁을 쏘는 모습을 보았다. 아무것도 모른재 주위를 둘러 보던 그녀는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나의 등에서 더 큰 비명소리가 나왔다.
“아딘!”
그녀를 감싼채 바닥에 같이 떨어 졌지만 땅에 부딪친 충격보다 화살이 파고 들어온 등쪽에서 더 큰 고통이 느껴졌다.
단의 목소리에 다들 나를 주시했는지 싸움은 잠시 정적에 흘렀고 이내 다시 오크들과의 싸움은 이어졌다.
“볼칸. 내가 맡을테니 어서 아딘을 먼저 치료해줘.”
폴과 함께 싸우던 볼칸이 나에게로 달려 왔다. 그리곤 폴의 옆으로 제드가 합류했다.
나의 등에 꽂혀 있던 화살을 뺀 볼칸은 화살촉을 유심히 쳐다 보았다.
“다행히 독은 없군.”
뒤에 있던 라크와 엘로인이 가방하나를 가져와 그곳에서 헝겊을 꺼내 출혈부위를 압박했다. 그리곤 유이가 치료해줬을
때 처럼 볼칸의 손이 닿자 하얀 빛이 나면서 이내 따뜻한 느낌이 느껴졌다.
전투가 끝나고 우리는 나의 부상을 제외 하고는 다들 괜찮은 듯 했다. 3일동안 조용했던 여정에 난 미스릴 메일을 입
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 된것이다. 전투가 끝난 후 난 몇 개월에 걸쳐 먹을 욕을 한순간에 먹어 배가 불렀다.
치열했던 싸움이 끝나고 긴장이 풀렸는지 다들 그 현장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계곡물에 녹색의 액채를 닦고는 바로 누
워 있었다. 나도 볼칸의 치료마법 덕분에 출혈이나 통증이 많이 없어졌다.
다들 평상시와 같이 행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 내가 목숨을 구해준 레나. 그녀만은 먼가 불편한 듯 시무룩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이정도 쉬었으면 빨리 움직이자고. 괜히 다른 놈들이 더 달라 붙을지 모르니깐.”
폴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 나며 모두에게 재촉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 말에 동의 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들의
짐을 챙겼다.
“아딘. 니 가방은 내가 들어 줄게.”
“됐어. 나 멀쩡해.”
라크의 성의를 무시한채 난 몸을 일으켜 폴의 뒤를 따랐다.
“이제 2일만 더 가면 라사섬의 동쪽 끝에 도착하겠군.”
폴이 단에게 말을 던졌다. 3일을 이렇게 걸었는데 2일이나 남았다니.. 라사섬은 의외로 컸나 보다. 나도 이정도나 걸릴
줄은 몰랐다.
“그럼 2일 뒤에는 아래 쪽으로 해서 다시 복귀해야 겠구만. ”
낮에 있었던 전투에 다들 피곤했는지 야영을 준비하면서 까지 다들 별 얘기가 오고 가지 않았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나또한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고 궁금한 것들을 꾸욱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을 푸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피곤해 하던 볼칸과 로우드 보닌을 제외 하고는 모닥불에 앉아 멍하니 불을 쬐고 있었다. 난 이때다 싶어
궁금 했던 것 들을 폴과 단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제가 듣기로는 오크나 오우거들은 지능이 없다고 하던데. 오늘처럼 그렇게 조직적인 애들인거에요?”
“나도 아까 말했듯이 18년 만이라고.. 보통 그런 놈들은 그저 먹이로만 생각하고 마구 잡이로 덤비는게 정석인데. 과거
마족들이 그들의 정신을 지배하고는 꽤 애 를 많이 먹었지.”
단이 말을 끝내고는 럼프주를 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켄라우공작 말대로 마족들과 다크엘프들이 다시 움직이기 사작한 건가..”
또다시 말의 끝을 흐린채 럼프주를 입에 대고 마시고 있었다.
“여기서 조사를 끝내고 마을로 돌아가는게 좋을듯 하지만 아직 확증이 부족해.. 어쨌든 동쪽 끝까지 가보고 결정하자.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위험한 일과는 좀 멀리 하고 싶으니깐.”
“단. 자네 말대로라면 확증을 얻으면 바로 바르카에 멀든을 찾아가서 말해야 겠군.”
단과 폴은 의외로 꽤 진지 했다. 너무 분위기가 무거워 지는 걸 느낀 나는 이 분위기를 바꿔 보고 싶은 마음에 장난
스런 말을 건넨다.
“엘로인. 나도 정령 소환을 할수 있어요?”
내가 생각했던 반응들이 나오기 사작한다.
“푸하하. 야 니가 무슨 정령소환이야. 검쓰는 법이나 더 배워라.”
나를 약올리는 단. 원래 한명더 있어야 하는데 그녀는 조용하다. 하지만 내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 주지 않는 엘프.
“글쎄요. 마력이나 자연친화력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건 막상 해봐야 알것 같아요.”
“그럼 나도 해볼래요.”
저녀석도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다. 난 장난으로 던진 말에 라크가 죽자고 달려 들어 하는 수없이 그 장단에 맞춰 주게
되었다. 솔직히 난 정령 소환에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가.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원래 우리 일행
들의 웃음 포인트가 나를 놀리며 시작되기에 일부러 던진 말이었는데 라크의 진지함에 또 다른 반응이 나왔다.
“그럼 라크는 어떤 계열의 정령을 부르고 싶으세요?”
라크는 엘로인이 마력을 담아 바닥에 그린 원과 문양의 가운데 서서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불의정령이요.”
“그럼 눈을 감고 불만을 생각하세요. 그리고 혹시나 이지만 무언가 나온다면 그들 나름대로 시험을 할텐데 제가 그린
이 원 밖으로 나오시면 안되요. 그 안에서 해결을 하셔야 되요. 그럼 시작할게요.”
다들 처음 보는 광경인지 주의깊게 라크와 엘로인을 바로 보고 있었다. 나또한 그랬다. 엘로인이 눈을 감고 처음 듣는
언어로 속삭인다. 그러자 라크를 감싸던 문양과 원들이 빛을 내며 숲속을 환하게 했다. 하지만 이내 그 빛이 사라지고
엘로인의 말소리도 멈췄다.
“라크. 아직 당신의 마력으로는 무리 인가 봐요. 뭐..원래 인간은 마법사라고 해도 정령을 소환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
어서요. ”
기대를 많이 했는지 고개를 숙인채 원안에서 나와 모닥불 쪽으로 걸어 갔다. 그리곤 내가 그 원안에 들어가자 이때구
나 싶은지 다들 웃으며 말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난 빛이 또 생겼다 사라진다에 10은화 걸지. 누가 나와 내기할사람 있나?”
단이 먼저 내기를 제안하자 다른 사람들 전부 내기에 합류 하고 있었다. 심지어 제드와 보닌까지고 함게 했다. 그런데
내기가 잘 성립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원래 내기란 편이 갈려야 하는 법인데 전부 한쪽에만 건 모양이다.
“이러면 내기가 안되잖아. 모처럼만의 돈벌이 였는데. 아쉽네.”
이거 나도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저사람들을 보니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최하급이라도 불러 내고 만다.
“엘로인 나도 여기서 불을 생각하면 되는거죠.”
“아..네.”
엘로인 역시 못 믿는 눈치다. 내가 몇일동안 쌓은 이미지가 겨우 이정도 였단 말인가.. 난 바로 눈을 감고 불을 생각
했다. 그러자 원에서 빛이 나더니 곧 기둥을 만들었다.
‘나를 부른게 자네인가.’
난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라크와는 다른 전개 였다 엘로인이 그린 원에서 나온 빛이 기둥을 만들어 일행들과 나를
격리 시키고 있었고 눈을 뜬 내 앞에는 커다란 화염에 감싸인채 나를 쳐다보고 있는 한 사내만이 보였다. 내 멍한채
그를 쳐다보고만 있자 답답했는지 또 먼저 말을 꺼낸다.
‘그대는 나 샐리온과 계약을 하길 원하는가.’
샐리온? 최하급이야 중급이야...
‘하하하. 이런 어의 없는 인간을 봤나. 나 불의 정령왕을 보고 최하급, 중급을 논하다니..’
“헉. 어떻게 속으로 한 말을 알았죠? 그리고 당신이 정령왕 이라고요?”
‘흥. 현재 이곳은 내 영역이다. 인간이 나를 불러 내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일이구나. 그래 넌 나와 계약을 하기 위해
불러 낸 것이냐?’
“뭐..정령을 불렀으니 그런거겠죠.”
‘푸하하. 정령왕을 불러 놓고 그따위 말을 하는 놈이 있다니 별난 놈이구나.’
“저기..그만 웃고 나랑 계약 할거에요? 말거에요?”
‘..........좋다. 그럼 너의 검을 나에게 보여라.’
난 그의 말대로 검집에서 검을 꺼내 보였다.
‘이건! 푸하하. 좋다 너와 계약을 하지. 이거 카린에게 좋은 얘깃거리가 하나 생겼는걸. 크하하.’
그의 웃음 소리가 끝나자 ‘에시매드’의 검날에 고대의 언어로 보이는 것이 새겨졌다.
‘이제 넌 불의 정령을 나의 이름으로 부릴수 있다. 또한 내 힘이 필요할 땐 날 부르거라. 카린 이후 정말 오랜만에 계
약자가 나왔구나.너의 이름은 뭐냐?’
“아딘이요.”
‘아딘?! 크하하하. 내 계약자들이 이 둘이라니..크하하하’
그의 웃음 소리와 함께 나를 감싸고 있던 하얀 빛기둥과 샐리온은 사라졌다. 사라진 빛속에 내가 나타나자 모두 괴물
이라도 본 듯이 토끼눈이 돼서는 나를 쳐다보았다.
“아딘. 괜찮니?”
가장 먼저 말을 걸어 온건 폴이었다. 걱정하는 폴에게 어깨를 들썩이는 걸로 답을 했다.
“아딘. 당신과 계약한 정령의 이름이 뭐라고 하던가요?”
이미 계약을 해본 엘리온은 눈앞에 벌어 진 일이 정령과의 계약이 성사 된걸 알고 있는지 먼저 계약한 정령의 이름을
물어 봤다.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샐리온’이라는 이름을 얘기 해줬고 내 검에 새겨진 고대어를 보여주었다.
“세상에! 당신은 지금 정령왕과 동급으로 계약을 한거에요.”
내가 알아 들을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엘로인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다른 정령과는 달리 정령왕을 불렀을 때에는
3가지의 계약방식중 한가지를 하게 된다. 첫 번째로 정령왕과의 계약에서 흔히들 하는 자신의 마력을 나누어 주며 그
의 아래 등급을 불러 낼수 있는 것과 두 번째로 계약자가 정령왕의 시종이 되어 그의 말을 전하고 그 능력을 정령왕
의 허락하에 사용할수 있는것 그리고 세 번째는 정령왕의 힘을 물건에 새기고 그힘을 사용할수 있으며 정령왕의 소환
또한 그가 귀찮아 하지 않는 이상 가능한 계약이다. 흔히들 정령왕을 불러 내도 그힘을 제어 못하기 때문에 첫 번째
계약을 많이 하는데 정령왕을 불러내는 것 조차 정령과 친한 엘프들도 힘든 일이다. 그리고 두 번째 계약은 주로 엘프
들중에 성녀로 추대 받는 이들이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정령왕들도 한명의 성녀만을 인정 한다. 물론 현재 엘프들
중에 물,불,바람,땅,숲,얼음의 성녀들이 존재 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크엘프가 섬기는 죽음, 번개의 정령왕의 성녀는 다
크엘프중에 있다고 한다. 지금은 죽음의 정령왕이 화룡에 의해 소멸되어 그 힘이 검에 봉인되어 있지만.. 어쨌든 내가
한 계약은 그중 세 번째 것인데 그건 엘프들도 아직 물, 숲, 얼음의 정령왕과 계약한 자가 고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불의정령왕과 계약을 그것도 동급으로서 한 것이다.
아직 그렇게 크게 실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내 검에 샐리온이 새겨 놓은 문자는 ‘샐리온’자신의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이다. 차후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검인지 난 아직은 몰랐다.
엘리온의 이야기를 들은 일행들은 또다시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날렸다.
“너 인간 맞냐?”
라크가 장난 스레 말을 했지만 이상하게 다들 받아 치지 않고 묵묵히 생각에 빠져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난 좋은 생
각이 떠올랐다.
“엘로인. 정령을 부를땐 어떻게 해야 되요?”
“정령왕과 계약 했기 때문에 그의 부하들의 이름은 머릿속에 들어 왔을 거에요. 그럼 필요한 정령의 이름을 부르면 되
요.”
쉽구나. 그럼...누굴 불러 볼까? 흠..샐리온의 바로 아랫 놈을 부르기엔 좀 미안하고..
‘불의 정령 샐라임이여. 샐리온의 이름을 빌어 내 앞에 나타날 지어다. ’
주문이 끝나자 머리에 뿔이 두 개 달린 사내가 불을 머금고 있는 삼지창을 들고 내앞에 나타났다. 이거 보초로 딱인
포스인데.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내가 이런 고대어를 어떻게 사용할수 있게 됐지? 정령과 계약을 해서 그런가.
이내 의문을 접고 난 내앞에 나타난 정령에게 명령을 했다.
“우리들이 잘동안 여기의 경비를 책임 져줘.”
나를 제외한 정령을 포함해서 전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다들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대단하다. 역시 물건이야. 넌”
그중 바닥까지 뒹굴며 웃던 단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웃음을 머금던 목소리로 말하곤 텐트로 갔다. 내 생각에 웃음은
나와도 다들 부정은 안하는지 웃다가 각자의 텐트로 들어갔다. 전부 텐트에 들어가 아무도 없는 주위엔 모닥불과 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경비병만이 존재 했다.
깊은 밤 다들 낮의 전투가 피곤했는지 코를 고는 소리가 우렁찼다. 난 전투부터 정령소환 까지 그 순간에는 별거 아닌
것 처럼 넘어 갔지만 막상 잠을 청하려 눈을 감으니 하나 둘 떠올라 잠을 방해 했다. 계속 뒤척이던 나는 바람이라도
쐬기 위해 텐트 밖을 나왔다. 역시나 나의 충직한 정령은 모닥불과 함께 계속 타고 있었다.
“샐라임. 당신도 고생이 많네요.”
내 말을 알아 들었는지 입가에 미소를 띄운채 한번 웃고는 다시 주위를 경계 했다. 역시 밤바람은 꽤 서늘했지만 춥다
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옆에는 불이 두 개나 있어서 그런가?
오늘 하루 생각이 참 많이 난다. 체계적으로 대열을 짜고 덤비는 오크들 장난으로 시작한 정령소환에 정령왕을 만나게
된 것. 오늘 하루는 참 길었던 것 같다.
“...아깐 고마웠어.”
어느새 내 앞에 마주 앉은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 왔다. 저애가 고맙다고도 할줄아네.
“이야~너도 그런 말을 할줄 아는구나.”
또 평소처럼 받아치려 던걸 참는게 눈에 훤히 보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와 버렸다.
“야. 남은 미안해서 그러는데 넌 웃음이 나오니.”
“아.. 미안.. 니가 막상 그런 표정을 지면서 그러니깐.. 너도 이럴땐 귀엽네.”
또다시 고개를 숙인채 씩씩대는지 어깨가 들쑥날쑥 하는게 보였다. 또 웃음이 나왔지만 한마디 더 들을 까봐 내 인내
의 한계까지 참아 보려고 노력했다.
“상처는 괜찮아?”
이건 뭘까? 정말 평소와는 정반대의 어투를 보여주는 그녀. 숲의 나뭇가지에 가려 달빛은 없었지만 앞에 있는 모닥불
의 불빛에 의해 더욱더 붉게 보이는 얼굴이 나름 예뻐 보였다.
“내일부터 또 걸어야 할텐데. 어서 자.”
고개를 숙인채 텐트로 들어가는 그녀를 보며 나도 잠을 청하려 텐트로 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