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공광규
대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속을 더 크게 비워가고
오래된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썩히며 텅텅 비워간다
혼자 남은 시골 흙집도 텅 비어 있다가
머지않아 쓰러질 것이다
도심에 사는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도
머리에 글자를 구겨 박으려고 애쓴다
살림집 평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친구를 얻으려고 술집을 전전하고
거시기를 한 번 더 해보려고 정력식품을 찾는다
대나무를 느티나무를 시골집을 사랑한다는 내가
늘 생각하거나 하는 짓이 이렇다
사는 것이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줄 내가 다 알면서도 이렇게 살고 있다
나를 얼른 패 죽여야 한다.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
공광규시인
* 1960년 서울 돈암동에서 출생하여 충남 홍성, 보령을 거쳐 청양에서 성장
* 동국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문학박사),
*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신인문학상).
2013년 120명의 시인과 평론가가 추천한 ‘올해의 가장 좋은 시’에
「담장을 허물다」가 선정
* 시집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를 냈다.
아동전기『성철스님은 내 친구』 『마음동자』 『윤동주』와
동시그림책 『구름』 『청양장』 『흰눈』 『담장을 허물다』 등
* 논문집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 시론집 『시 쓰기와 읽기의 방법』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여성시 읽기의 행복』
* 수상 : 제1회 신라문학대상, 제4회 윤동주상 문학대상,
제23회 동국문학상 및 제1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제14회 현대불교문학상, 제1회 고양행주문학상, 제1회 디카시작품상
첫댓글 순간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