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맨 [김중일]
바람이 나뭇잎과 매일 박수 치며 부르는 노래. 새로부터
내 이름 석자가 불린 이후, 나는 그 노래의 사이사이 코러
스처럼 떠돌았다. 지휘하던 커다란 손이 내 목덜미를 한손
에 거머쥐고 하늘로 한없이 끌고 올라가더니 돌연 사라져
버렸다. 나는 빗방울처럼 당신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누가 돌연 박수를 단 한번 쫙 치고 사라졌다. 한순간 화끈
하게 달라붙었던 두 손이 떨어지듯, 아침마다 하늘과 땅이
둘로 떨어져나갔다. 드센 빗줄기는 하나로 달라붙어 있던
하늘과 땅을 무지막지한 힘으로 뜯어내는 사이 드러난 아
교풀처럼 공중에 끈질기게 들러붙어 있다. 산천초목은 처
음에 하늘과 땅이 단단히 달라붙어 있었다는 증거. 땅에서
하늘이 공중으로 뜯겨나가며 생긴 풍경이란 잔해들.
우리가 왜 틈만 나면 손 붙잡고 있었는지 끌어안고 있었
는지 금세 또 혼자 있고 싶어 했는지 이제 솔직히 노래해야
지. 지난 하루들은 모두 그 노래 사이로 삽입된 코러스.
녹슨 마이크를 입술에 대고 보니, 이미 모두 노래하고 있
었다. 비와 바람은 내 양쪽 귀를 나눠 잡고, 부지불식간에
노래하는 내 입술까지 복면처럼 얼굴을 뒤집어씌웠다.
- 내가 살아갈 사람, 창비, 2015
* 가수는 무대 앞에 나와 마이크를 잡고 열창을 한다.
그 뒤 약간 어두운 곳에서 세,네명이 보면대 앞에서 악보를 보고 코러스를 넣어준다.
그 장면은 마치 장미꽃다발을 받쳐주는 안개꽃과 같은 것이다.
어디에나 주인공이 있고 코러스 넣어주는 사람처럼 도움을 주는 이가 있다.
모두가 주인공이라면 세상은 참 복잡한 세상이 될 게다.
반장이 있으면 부반장도 있고 분단장도 있고 미화부장도 있는 법.
모두가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코러스를 넣어주고, 안개꽃이 되어주며 살아간다.
코러스맨이라도 이름이 있고 묘비명이 있고 자부심이 있다.
서로 서로 코러스 넣어주며 산다면 누구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