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국 대표팀의 모든 선수들은 골문의 ‘수호 천사’였다. 교체 멤버까지 포함, 14명의 선수들은 개인기를 앞세워 끊임없이 한국 골문을 두드리는 스페인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고, 4강 진출을 이뤘다.
1m87의 장신 수비수 최진철은 체격좋은 스페인 공격수들의 쉼없이 날아드는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호아킨과 발레론이 양 측면에서 문전으로 올리는 긴 크로스와 이에로의 칼날 프리킥에 몸을 던졌다.
‘진공 청소기’ 김남일은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공격수들을 미드필드에서 1차 저지했다. 김남일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못찾자 이영표가 김남일 자리로 이동하고 이을용이 왼쪽 윙백으로 들어갔다. 이을용은 38분 오른쪽에 있는 송종국에게, 40분에는 가운데 안정환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전천후 선수’ 유상철은 왼쪽 미드필더로 뛰며 A매치 1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워 ‘센추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유상철과 후반 15분 교체된 이천수는 지쳐 있던 대표팀에 활기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투입된 지 6분 만인 후반 21분, 골문 앞에서 벌어진 혼전에서 볼이 흘러오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슛을 날려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이후에도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후반 22분 박지성이 스페인 왼쪽 골 에어리어 앞에서 가슴으로 볼을 트래핑 했을 때, 관중들은 숨을 멈췄다. 그 순간 번개 같은 오른발 강슛이 날아갔다. 스페인 골키퍼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혀 비록 들어가진 못했지만, 이 슛은 120분을 통틀어 가장 아까운 슈팅 중 하나였다.
상대 수비수들의 ‘경계 대상 1호’ 설기현은 사력을 다해 태클을 걸어오는 푸욜과 이에로 등을 거친 몸싸움으로 압도했다. 송종국은 한국팀 엔드라인에서부터 상대팀 엔드라인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뛰었다. 여러 포지션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기능을 갖춘 송종국은 이날도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에 모두 가담하면서 강렬한 체력을 과시했다.
안정환은 연장전 전반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오른발 강슛을 날리는 등 특유의 위협적인 슛을 날리며 상대를 긴장시켰다. 승부차기에 참가, 성공시킴으로써 이탈리아와의 16강전 페널티킥 실축을 만회했다. 후반 45분 교체 투입된 황선홍은 승부차기 첫골을 성공시켜 한국팀에 행운을 가져왔다. 스페인 골키퍼 카시야스 손에 걸렸다가 무사히 골대를 가른 이 골은 승리를 결정지은 첫 ‘신호탄’이었다. / 광주=채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