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악단 중악단 하악단은 예로부터 우리의 선조들이 국가적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마음과 역량을 하나로 모아 통합하고 나아갈 바를 하늘에 묻고 고하는 천제를 거행하던 장소입니다.
오늘 오체투지순례단은 2008년 9월 4일 지리산 성삼재 노고단 하악단에서 순례 출발행사를 시작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도 낮은 자세로 땅바닥을 기고 또 기는 참회와 성찰의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땀방울로 길을 이어 중악단인 계룡산과 서울을 지나 상악단인 묘향산으로 가는 길 마침내 124일 만에 남녘땅 북쪽 끝자락인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하여 한국전쟁 전후의 좌우익 희생자 영령들과 민주화 영령들을 위한 합동위령제및 회향행사를 가졌습니다.
오체투지순례단은 묘향산에서 천제를 올리려 북한측에 방북신청을 하여 북녘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정부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체투지 남녘땅 마지막구간인 통일로 마정교차로 ~ 임진각역 ~ 임진각 구간에 참여하기 위하여 마눌님을 모시고 일찍 집을 나선다.
오늘 순례예정표를 보니 9시에 운천교 인근 마정교차로를 출발하여 12시에 임진각에 도착할 예정이므로 임진각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도시락 준비 없이 긴팔 하나만을 간단히 챙겨 외곽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임진각 주창장에 도착 주차하려니 주차요금이 2,000원이다. 웬걸? 얼마 전 나들이 길에 인근 임진강역 주차장은 무료인걸 알고 있는데 당연 차를 돌려 임진각역 주차장에 주차하고 마정교차로로 향한다.
일전에 참가 시에는 길을 몰라 헤맸는데 오늘은 외길이라 한 번에 찾아 마정교차로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분들이 준비에 한창이다. 일행이 모여 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홀로 명상하시듯 가볍게 걷고 계시는 수경스님께 합장 인사를 드린 후 몸자보와 무릎보호대를 수령하여 착용하고 신발을 조이고 몸을 풀기 위한 가벼운 체조를 하고 있는데 문규현신부님이 기억하시고 도봉구 걱정 많은 부부가 모셨다고 반갑게 맞아주신다.
9시경 모이신분들이 함께 인사를 올리며 출발한다. 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기어 배와 머리 순으로 아스팔트 바닥에 닿는 순의 연속이다. 아직 아스팔트가 달아오르기 전이나 햇볕은 한여름과 다르지 않다.
1배 2배 3배 4배 5배 몇 회 몇 번인 줄이야 모르나 오체가 땅에 닿고 일어남을 알리는 징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나만의 시간이기에 1배 2배 3배 4배 5배.... 내 머릿속에 스치는 이들의 건강과 평화 행복을 위해 기도를 한다.
임진각입구에 도착하여 1시까지 점심시간이나 전 날 요즘 들어 유일하게 시청중인 미드를 보느라 잠을 설치고 벌써 땡볕에 더위를 먹은지라 밥을 먹을 입맛이 아니다. 식당을 기웃기웃하니 새워둔 광고판에 기계로 뽑는다는 냉면이 있어 반가웠으나 바로 ‘매콤 시큼“이란 작은 글씨가 보인다. 바로 땡이다. 냉면은 아무 맛없이 맹맹한 놈이 아니면 먹음과 동시에 바로 후회하므로 아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 가 닭날개 몇 점과 콜라 한잔으로 점심을 대용한다.
점심시간이 지나 입구에 다시 모여 시작하기전 문정현신부님이 용산참사유가족분들과 오시는데 그 모습이 친정아버지 모습과 다르지 않다. 참가자 모두 큰 박수로 맞이한다. 그분이 계시기에 유가족 여러분도 버티고 있는 듯하다. .
이제 목적지인 망배단까지는 얼마 안 되는 거리이나 아스팔트가 달아올라 살점이 데이는 듯 따갑다. 나야 두꺼운 옷감의 긴팔 상의를 준비하여 덜하나 반팔 상의를 착용한 분들은 보통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수십 대의 관광차가 지나면서 뽑아내는 배기가스와 그곳에서 기다리시는 화계사 신도님들 전주 평화동 성당 교우님들의 박수와 그밖에 많은 분들이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합창속에 망배단에 도착한다.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다. 그 분들이 함께 경과보고도 들으시고 순례단에게 박수도 보내드리고 시국선언문도 낭독하시고 108배로 위령제도 올리고 회향식도 끝내고 신부님들과 스님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에게 북녘 땅 가시면 건강하게 무탈하게 돌아오시라고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으나 그분들에게 번거로움만 줄 것 같아 조용히 빠져나오는데 다른 분들과 인사를 나누시던 문신부님과 전신부님이 일일이 손을 잡아 주신다. 그리고 몸에 착용하고 몸자보와 무릎보호대가 이제 그 소용을 다 하였으니 기념으로 가져 가라신다.
스님, 신부님 그리고 봉사자님들 북녁 땅 순례길 무탈하시라 . 건강하시라
인사를 드리고 차를 주차한 임진강역으로 걸어오는데 ‘노무현 대통령 추모’란 큰 깃발을 높게 든 한 무리가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신계륜전의원의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 출정식이었던 ‘걸어서 제주에서 백두까지‘ 도보단 이었다. 기분에 누군가 아는 분이 있을 것 같아 단체티를 입으신 분들을 유심히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는 얼굴이 몇 분 보인다.
그중에 한 분
인사를 드리고 오두산막국수집으로 가 물 막국수 한 그릇하고 외곽고속도로를 탔다. 요금소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데 옆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내는 봉고차를 문규현신부님이 운전하고 계신다. 뵌지 얼마나 됐다고 마눌님이 차창을 열고 ‘신부님’ 한다. 손을 흔들어 주신다. 요금소를 빠져나와 내 차 바로 뒤에 오신다. 그렇게 한 참을 지나서 빠져 나가시려는지 비상깜박이 점멸로 인사를 보내는 신부님의 센스 작열에 오늘 피곤함이 가신다.
첫댓글 고생 하셨네요 함께 못해서 아쉽습니다.
몸은 고생이 되셨지만..맘은 한 없이 기쁜 날이셨겠네요...
'오체투지순례단은 묘향산에서 천제를 올리려 북한측에 방북신청을 하여 북녘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정부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내생에 다시없는 시간으로 기억되리란 맘에 가능한 여러번 참석하려 했으나.......6일은 현충일 이라 대전현충원 행사를 몸으로 때워야 하는 입장이라....5일꼭 가려 했으나 생업으로......아무튼 형님 무진장 부럽고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사실은 순례단보다 참여하시는분들이 더 많은 무언가를 얻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고생하셨어요. 그렇게 그렇게 만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