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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메들리] 01 - 전학생
1. 어른 정우의 나른한 꿈
초록색 칠판에 분필로 수업내용을 적어나가는 선생님(어른 정우)의 등이 보인다.
화면이 천천히 뒤로 빠지면 맨 앞줄에 앉은 학생들의 뒷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은은한 바이올린 지나치게 느리다 싶은 선율의 <위모레스크>가 들린다.
학생정우E : (속삭이듯 목소리만) 반장~
화면은 계속 서서히 뒤로 빠지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이 계속 보인다.
학생정우E : (속삭이듯 목소리만) 반장~
정우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계속 들리면서 화면은 계속 뒤로 빠진다.
학생정우 : (속삭이듯 목소리만) 양아영!
이때, 중간에 앉은 양아영이 천천히 뒤로 고개 돌려 화면을 본다.
같이 돌아보는 선생님. 어른 정우다.
(E) 선생님!
2. 입시학원. 밤
빠른 템포의 <위모레스크>.
수업종이 울리는데 계속 자고 있는 어른 정우.
원장 : (E) 최 선생님! 최선생!!
소파에 몸을 묻고 꾸벅꾸벅 졸던 정우가 화들짝 놀라서 깬다.
원장(40대 후반, 여, 꼬장꼬장한 느낌) 뒷짐 지고 서있다.
원장 : 수업종 울리는데 계속 주무시게요?
정우 : 아! 네.. 들어갑니다. 들어가야죠..
원장 눈치주고 가면. 옆에 안선생이 들어온다.
안선생 : (속삭이는) 최 선생 오늘 조심해... 원장 완~전 저기압이야.
어른정우 : (헉) 왜...요?
안선생 : 길 건너 새로 지은 아파트, 거기 생긴 프랜차이즈 학원으로 애들 다 빠져나간다고...
어른정우 : 그래요...? 우리반은 학생 더 줄면 거의 개인과외 수준..
원장 : (E) 최 선생! 안 들어가십니까?
“네!~” 폭탄 맞은 듯한 정우와 안 선생. 서둘러 수업하러 나가고..
3. 입시학원 복도. 밤
강의실로 향하는 정우.
복도의 열린 창문 너머로 거리가 보인다. 창문 밖을 힐끗 보는 정우.
어른정우 : (중얼거림) 다들 바쁘구만... 히유..
띵동 문자소리에 휴대폰 꺼내는 정우. 덕원이 문자다.
<재경 남일고 동창회 알림> 3일후 프리챌 서비스 종료에 따라 남일고 1-1반 카페도 폐쇄예정
필요한 사람들은 커뮤니티 사진 및 메일을 백업하시길! - 동창회장 임덕원 -
잠시 보다가 이미 수업 시작한걸 알고 복도를 뛰어가는 정우.
4. 입시학원 강의실. 밤
한산한 강의실. 칠판엔 <모란이 피기까지는>.
어른정우 : 자, 찬란한 슬픔의 봄! 이건 확실하게 체크하고 넘어가자. 수능에 세 번이나 나온 부분이야.
슬픔마저도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역설의 의미다!
열심히 강의 하다가 돌아보면, 몇몇은 졸고, 몇은 스마트폰 만지는 교실 분위기.
정우, 깨워볼까 하다가.. 그냥 다시 강의 시작.
어른정우 : .... 그래 뭐.. 시 해석을 외우는 건 좀 바보 같은 짓이긴 하지. 시는.. 나와 문장 사이의 어떤 느낌인데 말야...
자, 피곤하더라도 다시 한번 읽어보자. “5월 어느날 그 하루 무섭던 날..”
5. 정우방. 밤
컴퓨터 앞에 팔짱끼고 앉아있는 정우.
‘freechal 업무 서비스 종료 D-3. - 그 동안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내 문구와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가 보인다.
모르겠다는 듯 고개 갸우뚱. 다른 비번 쳐보는데 계속 맞지 않는다.
<비밀번호 찾기> 버튼을 누르고 몇 번 클릭하니 뜨는 안내질문 “내 첫사랑의 이름은?”
잠시 멈칫하고 고민하다 자판을 치는 정우. ******** 엔터키.
열리는 화면 남일고 커뮤니티로 들어가니 보이는 남일군 풍경과 추억의 학교 사진.
시골 고등학교 교정을 배경으로 찍은 아이들 단체사진..
흐뭇한 듯 한장 한장 넘기는데
한쪽에 정우, 덕원, 영복 그리고 아영이 전국노래자랑에서 찍은 빛바랜 사진이 나온다.
천천히 보는 어른 정우.. 신비한 미소 짓는 정우.
확대 클릭! 번지는 파스텔 화면.
6. 남일군. 낮
(자막. 10년전)
먼 산에는 덜 녹은 눈이 보이지만 쨍하고 맑은 날씨.
실개천, 짚으로 쌓아놓은 논길, 소박한 읍내 전경의 남일군 풍경. 목련 봉우리 흔들리고..
아영 : (E)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남일고 교정으로 카메라가 들어오면, 국어시간.
서서 책 읽고 있는 아영(17세)
아영 :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마을 입구 전봇대, ‘전국노래자랑 남일군편’ 플래카드.
참새들 포르르 날아간다.
플래카드 밑을 지나가는 이삿짐센터 트럭 하나, 그 뒤를 따르는 승용차 하나.
승용차 열린 차창으로 무표정한 소년의 얼굴, 어린 정우다.
아영 : (E)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카메라는 다시 학교 전경을 보여주고,
아영 : (E)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김남조, 설일)
정우모 : (E) 정우야 춥다, 문 닫아~
뒷좌석 창에 이마 뭉개고 기댄 심드렁한 정우(17세).
정우 : 하아.... 좋네... 따분하구 조용하고. 아무도 모르고. 좋아.
트럭과 승용차 지나가는 위 하늘로 올라가면 남일군 풍경.
<사춘기 메들리> - 1화. 전학생
7. 학교 외경, 낮
점심시간 알리는 종소리, 왁자하게 소란스러운 아이들 소리.
8. 복도. 낮
교무실 문 드르륵 열고 나오는 아영, 수정. 수업자료 프린트 한가득 들었다.
담임 : (E) 반장! 최정우한테 가정생활조사 다 썼음 갖고 오라 그래라~
아영 : (E) 네~
걸어가는 아영, 수정.
수정 : (아영 보며 갸우뚱) 최정우?
아영 : 전학생.
수정 : 아~ 걔 이름이 최정우였나? 걘 쫌 이상하게 존재감이 없더라..
아영 : ...
9. 교실. 낮
점심시간, 왁자한 교실.
주머니에 손 찌르고 앉아 귀 파며 앉아있는 정우.
정우NA : 몇 주간 관찰해본 결과... 여기 애들은 좀 과하게 명랑하거나.. (유치하게 장난치고 있는 까불과 덩치 모습)
정우, 책에 얼굴 묻고 자려는데 짝꿍 덕원 말건다.
덕원 : 너.. 도시락 안 싸왔어?
정우 : ?
덕원 : (열던 자기 것 덮으며) 매점 갈래?
정우NA : .... 또는 불필요하게 친절하다..
정우 : (주섬주섬 꺼내 도시락 보여주는)
덕원 : (다시 열면서) 아... 난 또.. 안 싸온줄 알구. (빙그레)
정우NA : 투명인간에게 관심을 보이는 유일한 사람.
삐익- 교실 스피커 잡음 나오고, 밥먹던 애들, 귀막으며 아우. 또 저래. 뭐야.. 등등.
차분한 남자교사의 감수성 어린 시방송 나온다.
스피커 : (E)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진영 : 아오, 느끼한 물리 목소리. (스피커 째려본다) 밥 먹다가 잠들겄네..
반장 이따 쪽지시험 준비 다했어?.. 나 하나도 못했어. 어떡해.. (울상인데 밥만 맛나다)
아영 : (생긋) 나도 한번 더 봐야해. 먹고 나랑 같이 정리한번 하자.
진영 : (예상했다는 듯이 급 밝아지며) 콜!
수정 : (매니큐어 바르며) 하여간 무슨 전교1등이 성격까지 좋아요. (진영에게) 야! 넌 자력갱생 좀 해라 반장한테 좀 빌붙지 말구..
(진영 삐죽대며 밥먹고) 악! 야야! 조심해! 박성태!
까불 : (뜨거운 물 담은 컵라면 아슬아슬 들고 지나며) 쏴~리! (스피커 쪽 보며) 아오, 물리 목소리.
(스피커 째려본다) 밥 먹다가 잠들겄네.
까불, 정우 책상 와서 덕원이 반찬 뺏어먹고 옆에 정우 것도 쿡 찍어먹고..
정우, 살짝 짜증나서 눈 찌푸려지지만 티 안내고 무반응인척.
와구와구 밥 먹는 덕원과 원치 않게 눈 마주친다.
덕원 : (밥 먹으며) 참, 끝나고 우리집 안갈래?
정우 : (힐끔) ?
덕원 : 내 짝 전학 온 애라고 하니까 엄마가 같이 오래. 우리 엄마 떡볶이 진짜 맛있거든. 아얏!
뭔 소린가 보면 영복(18세)이 덕원의 뒤통수 치고 귀 잡아당긴다.
영복 : 어이, 이렇게 밥 드시고 또 떡볶이 쳐 드시려구요? 여유있네 배달 중간에 밥도 먹고?
덕원 : (냉큼 일어난다) 아.. 선배님, 얼른 먹고 갔다오려고...
영복 : (툭툭 때리며) 너 밥 쳐드시는 동안 형님들은 굶어죽든말든 이거냐?
덕원 : (허허실실) 지금 후딱 갔다 올게요 선배님.
영옥 : 빨랑 뛰어 새꺄. 60, 59, 58!
꾸벅하고 뛰어나가는 덕원.
영복 못마땅하게 뒷모습 본다.
영복 : 얼굴도 졸라 노안인게 선배님은... (덕원 도시락 푹푹 찔러보며) 하여간 맨날 맞아도 어떻게 학습이 안돼요 학습이.
영복, 집적대던 숟가락 던지듯 내려 놓는데, 밥알이 튄다. 정우의 교복 소매에 탁-
정우 : (영복과 1초쯤 눈 마주치고, 못 마땅한 얼굴로 슥 떼어 버린다)
영복 : (참내 어이없고) 뭐냐?
정우 : ...... (슥 보는)
영복 : 꼬우면 니가 사오든가. 안 그래도 밥차 함 바꿀 때 됐는데, 니가 할래?
정우 : (눈 돌린다)
영복 : (그럴줄 알았다는듯 피식) 븅신 쫄긴. (전체 돌아보며) 뭐? 뭐!!
아이들, 좌르륵 시선 피하는데 꼿꼿이 아영만 뒤돌아 노려보고 있다가.
아영 : (도시락 탁 덮고 도도하게 일어나며) 저기요, (치마 밑에 체육복)
수정,진영 : (히익! 놀라며 필사적으로 팔뚝 잡아 끌어앉힌다) 참아 참아~~
영복 : ..뭐야~ (같잖다는듯 피식 웃고, 아영 무시하고 뒷문 나가며) 븅신들.
정우, 경멸스럽게 영복 사라지는거 보고 시선 돌리다가 아영과 눈 마주친다.
시선 거두는 아영, 고개 돌리고 밥먹는다.
교실 다시 수군수군.
진영 : 반장, 그냥 모른 척 해. 남자애들 지들끼리 알아서 해야지.
수정 : 근데 진짜 재수 없지 않냐? 맨날 남에 반에 와서 난리야. 선배면 다야?
‘넌 가만 있니?’ 싶었던 아영의 눈빛이 좀 걸리지만 이내 무표정하게 밥 뜨는 정우.
정우NA : 못본척, 못들은척, 모르는척. 누구와든 불가근 불가원. 일곱번 전학에서 얻은 깨달음은
엮이지 않으면 피곤할 일이 없다는 거!
에라 모르겠다, 크게 떠서 입에 넣는 정우, 문득 옆자리 보면 한 숟가락 뜨고 남아있는 덕원의 도시락.
무표정하게 씹고 있지만 왠지 좀 그렇다.
10. 학교 인서트
운동장 한쪽, 벚꽃 하얗고...
아영 : (E) 차렷! 인사
11. 교실. 종례
정우, 부스스 일어나면 교탁에 담임 보인다.
담임 : 자자 조용! 전달 사항 두 가진데... 시험 일정 확정됐다. 셋째주 목요일부터.
알지? 1학년 성적이 고3까지 간다! 정신들 바짝 차리고!
애들 술렁술렁 싫다고 아우성. 어어어어~~~
아영, 시험 생각에 긴장되는지 살짝 아랫입술 깨무는 모습.
담임 : (교탁 탁탁) 그리고 이달 말에 우리 마을에 전국 노래자랑 오는거 말인데.
까불 : (손 번쩍 들며) 초대가수 누구 와요!?
진영 : 신화!? 꺅~~
신화 신화!!!!!!/ 이효리?? 뭔 말도 안나왔는데 각자들 가수 이름 외치며 꺅꺅 댄다. 샤크라, 코요태 난리났다.
정우NA : 아주 ‘여기 시골이에요...’ 티를 내고들 앉았다.
담임 : 조용! 조용! 군청에서 젊은 농촌 홍보 차원에서 학교 당 한 팀씩 꼭 참가해달라고 했다는데..
일동 : (수군수군.. 뭐야..구려)
담임 : 그래서 선생님들이 사다리를 탔는데.. (반전 톤) 우리반이 뽑혔다! (미안) 아하하....
일동 “어우 뭐에요~” “쌤이 나가세요!” “쪽팔려~” “야 쌤이 서른 넘어서 어떻게 나가” “어머 선생님 서른도 넘어? 진짜?”
정우 뒤에서 슬쩍 시비거는 덩치.
덩치 : (정우 샤프로 찌르며) 야.. 전학생 너 한 번 나가봐! 노래는 못하냐?
정우 : ... (움찔 하지만, 대꾸하지 말자. 나서면 피곤하다)
덩치 : (뒤에서 정우 의자를 톡톡 차며) 야 쌩까냐? 쌩까?
정우NA : (힘줘서 꾹 참으며) 못본척, 못들은척, 모르는척...
담임 :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점점 썩소 되고..) 이게 다 학창시절 추억이지! 2학년만 돼봐 이런 거 하지도 못해!
일동 : 우우우우.... (강력한 부정)
담임 : (피해야겠다 싶은) 암튼 반장, 반장이 낼까지 한 팀 뽑아놔~~
아영 : 네.. 차렷,
담임 : 아! 그리고 최정우!
정우 : (화들짝) 네?
담임 : 이제 적응 좀 됐어? 학기 시작하자마자 전학와서 정신 없었지?
정우 : ... 네.
담임 : (대충 분위기 아는 듯) 그래. 무슨 고민 있음 언제든 교무실로 오고.. 이상 반장!
아영 : 차렷, 인사.
아이들 : 감사합니다~
담임, 나가고 애들 와르르 가방 들고 일어난다.
진영 : 어후 뭐야 구리게~ 골든벨도 아니고..
수정 : 골든벨이 너랑 뭔 상관이냐~ 반장이면 몰라두. 암튼 진짜 촌빨 날려서 내가.. 얼른 대학 가서 이 동네를 벗어나던지.
아영 : (장난스레) 왜, 수정이 너 몸빼 입고 함 나가봐. 되게 어울릴 것 같은데~
수정 : 반장!
웃으며 책상에 의자 올리고 일어나는 아영.
12. 복도. 낮
청소, 수다 등으로 바쁜 아이들 속에 혼자 손 찌르고 하교하는 정우.
아영 : (E) 야~~~ 최정우! (정우 못 듣고 계속 가면 더 크게) 최정우우우!
정우 : (? 뒤돌아보면 반장이다. 얘가 날 알았네? 이런 느낌) ...?
아영 : (들고 있던 침대시트 맡긴다) 이거, 너 차례야.
정우 : (이거 뭥미? 이런 표정)
아영 : 양호실 침대시트. 각 반마다 돌아가면서 빨아오는데 이번이 우리반 차례거든.
정우 : .... (근데 왜 나지? 싶은 표정)
아영 : 빨아서 양호 선생님 갖다 드리면 돼. 그럼 부탁해. (돌아서 가다 보면)
정우 : (빤히 보고 있다)
아영 : (머뭇거리다가) 잘가.
뒤돌아 뛰어들어가는 아영.
정우, 아영 뒷모습 쳐다보는데 총총총 뛰다가 혼자 미끄덩! 하고 다시 총총총 뛴다.
‘뭐지?’ 하는 정우.
13. 운동장 한쪽. 낮
자전거 스탠드.
영복, 덕원 세워놓고 틱틱 대고 있다. 덕원의 자전거는 구식 짐자전거.
영복 : (놀린다) 쌀 배달하냐? 좋은 것 좀 타고 다녀~ 야 빨랑 까. (손 내밀고)
덕원 : (주섬주섬 용돈 꺼내다가 지나가는 정우 눈 마주친다)
침대 시트 안고 터덜터덜 가던 정우, 그 모습보고 머뭇거리지만 그냥 가던 길 간다.
영복 : (정우 보고) 쯧쯧쯧. 아요~ 짝도 쌩까는 불쌍한 임떡. (가슴포켓에 천원 찔러주며) 빵이라도 사먹어. 킥킥..
옆에서 원일, 가방에서 담배갑 꺼내며.. (안 걸리게 비밀공간에 숨겼다 하교길에 꺼내는)
원일 : 뭐냐 재?
영복 : 임떡 짝꿍이잖아. 전학생인데 쟤도 만만찮게 찐따야.
뒤통수 뜨겁지만, 참고 가는 정우.
14. 돌다리, 동네 길.
돌다리 건너, 갈림길 지나고, 커다란 나무 밑 장기 두는 가겟방 할아버지..
터덜터덜 걷는 정우.
노을이 지는 봄 풍경.
정우 : (시트 양 어깨에 둘러 감은) ... 좋네 안 춥고...
15. 정우집.
현관문 들어서는 정우. 테이프 찌익찌익 뜯는 소리.
정우 : 다녀왔습니다... ?
들어와보니 정신없는 마루.
TV에 드라마 <올인> 나오고 있고..
침대시트 두른 채 멍하니 서 있는 정우.
엄마아빠는 짐 싸는 중.
엄마 : (주방에서 가위 들고 뛰어나오며) 여보여보 이 망가져!!
아빠 : (이로 테이프 끊으려 애쓰다) 왔냐.
정우 : ... 뭐해요 근데?
엄마 : (일어나 활짝 웃으며 서프라이즈!) 정우야 우리....!!! 서울 간다~~~! 서울!! (완전 난리다)
정우 : ...!?? (이마 찡끗하고 살짝 찌푸리는, 뭔가 불길한 예감)
아빠 : 아빠 이번에 승진했다. 근데 서울로 발령이 났네.. 내 원. 그렇게 해달라 할땐 안되더니..
엄마 : 서울! 드디어 서울!!! 그동안 아빠가 우리나라 송신소란 송신소는 다 다녔잖니. 너랑 나도 덩달아 방방곡곡 안 가본 데 없이!
근데 드디어.. (웃음이 삐져나오고) 오호호호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거리~ 흥얼대며 짐싸고)
정우 : ...
아빠 : 서울이라니까 벌써부터 짐싸고 난리다. 니 엄마.
엄마 : 그럼!! 당신 나 여기 기미 올라온 거 봐봐. 내가 올라가면, 이것부터 그냥 싹 다 뺄거야!
아빠 : 서울이 뭐 다 좋은가. 공기도 나쁘고 경쟁도 심하고. 정우는 당신이랑 여기서 조용히 즐겁게 공부하는 것도 좋지.
엄마 : (단호하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당신은! 어떻게 우리가 떨어져 살아요? 부부 금실이 나쁜 것도 아니고...! 호호호호.
아빠 : (그런가?) 하하하하...
죽이 척척 맞는 엄마아빠.
방으로 발길 돌리는 정우, 양호실 시트 업은 어깨가 더 굽었다.
정우 : 그럼.... 나 또 전학.. 가는 거네?
엄마아빠 : ....! (얜 당연한 걸 물어보네 그런 표정)
16. 정우방. 밤.
방문 여니 조립해 놓은 빈 박스 무더기다.
메고 있던 시트 뭉텅이를 내려놓는 정우.
정우 : (자기한테 일부러 말한다) 뭐 익숙하잖아? (어깨 한번 쿨하게 으쓱 하더니 옷장 열고)
보자.. 이건 춘추중 동복.. 이거 신일중.. 바로 전 상일고 꺼..
그리고 박스에 책넣기 시작하는 정우. 담담히 영혼 없는 표정.
아빠 : (E) 근데.. 정우 전학은 괜찮을까? 저번 학교도 좀 힘들어하지 않았어?
엄마 : (E) (짐 싸는 소리) 크면서 그만한 일 안 겪는 애들 어딨어? 그리구 요즘 애들은 전학생이 오든 말든 서로 관심들이 없대.
워낙에 각자들 바쁘니까.
아빠 : (E) 그런가..
부모님 목소리 흐릿해지고..
다 채운 박스 드는데 밑으로 책이 와르르르! 쏟아진다.
그 모습에 울컥 박스를 던져버리는 정우 시트 위에 앉아버린다.
정우NA : 최장기록 2년 반. 제일 짧은 기록은 여섯 달.... 여기 온지 두 달. 이로써 기록 갱신인가..
17. 플래시백. 초딩~고등학교
꼬마 정우 교실 앞에 서 있다. 긴장한 표정.
선생님1 : 여러분 오늘부터 같이 공부하게 된 최정우예요~ 정우 저기 빈 자리 가서 앉을까?
정우가 빈 자리 쳐다보면 옆자리에 리본 머리핀 한 킹카 소녀. 소녀 환하게 웃고,
(NA) ‘전학 괜찮은데?’
정우도 함박웃음.
점프컷. 그 자리에 다시 서 있는 정우.
선생님1 : 여러분 오늘을 마지막으로 정우가 전학을 가게 됐어요...
정우 울고, 반 아이들 전체 엉엉. 킹카 소녀도 운다.
점프컷. 좀 더 키커진 정우 교실에 서있고.
선생님2 : 여러분 오늘 전학온 최정우에요.
정우 들어가 앉으려는데.
선생님2 : 여러분 정우가 오늘 전학을 가게 됐어요~
정우 : (이잉? 하는 표정)
점프컷. 중학생이 된 정우 교실 앞에 서 있다.
선생님3 : 전학생 최정우. 마 공부 쫌 하는 아니께~ 씰데 없이 놀자꼬 꼬드기지 말고. 알았나~
정우 : (꾸벅, 하고 고개들면 교복 바뀌어 있다)
선생님4 : 오늘부터 거시기 허는 아니께 잘해주고.. 긍게.. 아가 어디서 왔다고?
그 자리에서 교복과 선생님 목소리만 바뀌면서 계속 반복.
정우 키는 점점 커지고 표정은 점점 무표정해진다.
선생님 : 오늘 우리반으로 전학온 최정우!/ 오늘 우리반으로 전학온 최정우예요/ 정우가 오늘 전학간대요~
/정우가 전학왔다... 전학간대... (귀신소리처럼 메아리로 변하고)
정우 : (E) 으악!!!
18. 정우방
양호실 시트에 돌돌 말린 미이라 상태로 침대에서 떨어진 정우.
정우 : 아... 아파..
19. 교실. 쉬는 시간. 낮
덕원이 창문에 딱 붙어 밖을 보고 있다. 턱 괸채 아련한 표정의 덕원.
덕원 : 정우야.. 쟤 좀 봐봐.
정우 : (자려는데 말 시킨 것) 뭐...?
덕원 : 저기서 젤 이쁜 애. 머리 긴 애.. 장나라 닮지 않았냐?
정우 : 어디...? (카메라 정우 시선컷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시선 의식하는 현진에서 정지) 아...
(장나라는 무슨, 택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덕원 보고)
20. 운동장. 낮
현진네 반. 체육 준비하러 나오고 몇몇 체조중.
현진, 그 와중에 손거울보며 뭐 챙겨 바르고 있다.
은미 : 야야 임덕원 너 또 쳐다본다.
현진 : (고개 돌리며) 짜증나. 저쪽 보지마. 내가 지 관심있는 줄 알거 아냐.
은미 : 근데 쟤 옆에 애도 너 쳐다보는데? 누구지? 첨보는 앤데.
현진 : (이놈의 인기.. 표정관리하며 돌아보고) 또 뭐니? (우쭐) 아우..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은미 : 임덕원 쟤, 2학년한테 지갑이라며? 어머, 웃는다 웃어 크크.
현진 : 야. 진짜 보지 말라니까. (하면서도 갖은 이쁜 척 다 하는)
21. 교실. 낮
덕원 : (현진을 좇는 시선. 혼자 아련하다) 휴.... 고등학교 땐.. 꼭 같은반 됐음 했는데... (돌아보며) 넌? 넌 좋아하는 애 없어?
정우 : (엥? 저런 애가 좋냐?) ? 없는데...?
덕원 : (안됐다, 하는 표정으로 다시 창밖)
정우 : (뭥미 이 분위기는?)
영복 : (E) 어이. 떡!
쳐다보면 뒷문으로 들어오는 영복.
영복 : 떡. 핸폰 좀 줘보지?
덕원 : 네?. (머뭇거린다)
정우 : (이건 또 뭔가)
영복 : 아오... (툭툭). 오늘부터 우리반 폰 걷으니까 니꺼 나 달라고 새꺄.
덕원 : 아.. 선배님.. (휴대폰 보여주고) 제가 집에서 연락을 좀 받아야돼서요.
영복 : (무시하며) 오~ 떡, 안 어울리게 가로본능이냐?
덕원 : 저 선배님, 저 오늘 엄마 일 도와드리기로 해가지고... 휴대폰 있어야 되는데..
영복 : 안뺏어 안뺏어. 그냥 쓰다 준다고! 사람 뭘로 보고. 그리고 간식은?
덕원 : 아. 제가 아까 시간이 없어서.. (주섬주섬 봉지 꺼내며) 이거 먼저 드시고 계시면 다음 시간에 갔다 올게요.
영복 : 뭐 하느라 매점 안갔다 오고.. 뭔데 이거. (들여다보는데 한과, 밤, 곶감..)
덕원 : 엄마가 싸주신 건데요, 어제 제사 지내고..
영복 : (빡친다) 아오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누구 죽으라고 제사 지내냐? 제사 지내? 아침부터 재수 없게!
(기분 나쁘게 하나 둘씩 얼굴에 던지고)
덕원 : 그게 아니구요... 어제 아부지 제사였는데..
정우 : ..!
영복 : (제대로 안 듣고 계속 툭툭 던진다) 빨랑 다시 갔다 오라고!
덕원 : 아..넵..
정우, 자리로 돌아가 그냥 모른척 하려고 애쓰는데. 영복이가 던진 비닐 봉지가 정우의 어깨에 맞고 뚝 떨어진다.
정우, ‘이걸 참아 말아’ 짜증나는 표정. 그냥 돌아서려는데.
교실 밖으로 덕원을 몰아가듯 때리고 있던 영복의 깐족거림이 들리고..
/ 어느 순간 덕원이 자기로 보인다.
다른 교실, 다른 교복을 입은 자기가 툭툭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듯 보이는.
(플래시백)
플래시백 (#7) 영복 “어이, 이렇게 밥 드시고 또 떡볶이 쳐 드시려구요?”
플래시백 (#16) 영복 “전학생인데 쟤도 만만찮게 찐따야”
덕원 맞고 있는 모습이 본인의 과거와 겹치면서.
정우 : (나지막히) 그만하지...?
아무도 못 들었다.
계속 퍽퍽 덕원에게 비아냥거리며 건드리는 영복.
정우 : 그만하라고! (버럭!)
온 시선이 자기에게 집중.
영복도 멈추고 정우 본다. 설마 저 새끼가? 하는 표정.
봉지 주워서 교실 밖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정우.
정우 : 이거... 도로 가져가.
영복 : (믿을 수 없어 얼어붙은) ...뭐? 이게 약을 처먹었나..
정우 : 도로 가져가라고!!
확, 집어던지는 검은 봉지.... !!
놀라는 반 애들, 복도의 애들, 걸어오던 아영, 영복, 덕원의 표정..
슬로우 날아가는 봉지 누군가의 얼굴에 철퍽, 맞는 검은 봉지. 대추알 하나 또르륵 굴러떨어진다.
운동장에서 바라본 교실 모습. 모두 얼음이다.
모두가 멈춰서 파랗게 정지 동작인데.. 얼마나 시간 흘렀을까.. 다들 아직 숨죽이고 있다.
봉지 툭 떨어지고, 역호(19세) 천천히 고개 돌린다. 엄청난 포스의 얼굴.
수정 : (애들 교실창에 다닥다닥 붙었다. 옆에 친구에게) 불곰이다...!
역호 : 뭐냐...
영복 : 혀, 형! 괜찮으세요!? (정우쪽) 저 새끼가... 저게 미쳤나... 너 이 새꺄 형님이 누군줄 알어?
역호 : (영복 손 물리치고, 얼굴에 붙은 한과 밥알 슥 뗀다)
정우 : .......;;;;; (서슬에 스르륵 눈을 까는데)
역호 : 어이.
정우 : ... 네, 네?
역호 :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뭐하냐.
정우 : (머릿속이 막 복잡)
저쪽에 출석부 들고 오다가 멈춰 서있는 아영, 역호와 눈 마주치고 정우 본다.
아영 침 꼴깍, 정우도 따라 꼴깍..
정우 : 서..선배면 답니...다예요....? 선배면.. (꿀꺽) 선배답게!
역호 : (담담) 답게 뭐.
정우 : 내 짝 (이름 모르겠다. 덕원이 얼굴에서 이름표로 내려가면 임.덕.원) 임 덕원 괴롭히지 말라고!!!!
덕원 : (감동!)
정우 : 돈 뺏고 심부름도 모자라서 휴대폰 뺏어가고!
역호 : .......
정우 : 게다가 아버지 제사 음식이라는데... 그걸 어따 집어던져!
덕원 : (뭉클!)
역호 : (영복을 힐끔 쳐다본다)
영복 : (눈이 돌며) 아놔... 이것들이 요새 겁대가리를 상실해가지고..! 형 요새 이렇다니까요? 기강이 완전 무너졌어요 기강이!
천천히 다가오는 역호.
빠짝 쫄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정우.
역호 : (가까이 다가와 훑는. 피식) 재밌구나. 그럼 어떡할까?
정우 : (꼴깍...)
역호 : 니 짝 괴롭히는 게 불만이면... 한 판 붙을까? 니가 이기면, 니 짝은 자유.
정우 : (헉... 센 척 하려 애쓰며) ..... 그, 그거면 돼, 돼요?
역호 : (고개 까딱)
정우 : ...(주변 눈치보고) 근데 어...언제요? (모기만한 소리) 쫌있음 점심도 먹어야하고..
역호 : (자르며 피식 웃고) 오늘만 날이냐? 기다려라.. 조만간 다시 보자..
정우 : 조..조만간이 언제,, (목소리 기어들어간다)
역호 : (무시하고 뒤돌아간다) 재밌네...
영복 : (쫓아가며) 형 지금 확 죽여놔야돼요~ 놔두면 계속 기어오른다니까요?
멍하게 쳐다보는 반 애들.
그 보다 더 멍한 정우의 표정.
22. 점심시간. 낮.
종쳤는데도 그대로. 백짓장이 돼서 앞만 보고 있는 정우. 눈에는 다크써클. 마른 입술.
덕원이 앞을 휘휘 저어보고 가방에서 도시락 꺼내 세팅해준다.
남자애들 와르르 밥 들고 몰려와 자기들이 책상 돌려 붙이고 밥 열고 난리.
까불 : 와!! 영복이 새끼 막 도망가는거 봤지? 오.. 간만에 훈훈한 장면!
덩치 : (정우 다시 봤다는듯 어깨 턱 치며) 미친거 아니야? 천하의 불곰한테..
덕원 : 아까 얼마나 놀랬는지 아냐. 솔직히 나 울뻔 했다. 너가 나 그렇게 생각해 주는 줄 몰랐어.. 많이 먹어. 너 다 먹어.
(정우에게 막 반찬 올려주고)
까불 : 야 임떡 그게 뭐냐, 생명의 은인을? 으흐흐 이 정돈 돼야지. (CD뭉텅)
책상 위 야동CD. CD에 털민 웨이터/혀준/발기해서 생긴일 등.
슬쩍 들어오는 정우의 손. 그 정신에도 받아 챙긴다.
덩치 : 근데 너 조심해야 된다. 불곰, 일진도 못 건드려..
정우 : (자기도 모르게) 으...흐흐흐...... 흐흐..
웃는건지 우는건지 실성한 듯한 정우..
앞쪽에 아영, 살짝 그런 정우를 돌아본다.
까불 : 아. 맞다~! 불곰 꿇은 동안 소년원 갔다 왔지? 깜빵인가?
덩치 : 아니야 일년동안 배 탔다던데?
까불 : 무지개파 넘버투가 불곰한테 맞고 반신불수....
덩치 : 실명이라 안그랬어? (태평하게 쩝쩝쩝 밥먹으며 떠드는 까불과 덩치)
자꾸 반찬을 헛손질하는 젓가락질.
정우, 점점 더 파랗게 질려가고. 옆에 있던 덕원도 걱정이 깊어지는데.
띵! 띵!
플래시백.
엄마 : 정우야 우리 서울 간다!!! 서프라이즈~~~!
23. 정우의 상상. 교실.
드르르륵, 뒷문 여는 역호.
역호 : 최정우 이 새끼 나와!
일동 : (모두 정우 빈자리 가리키며) 정우 전학 갔는데요.
역호 : (급 당황. 영복에게 분풀이)
24. 점심시간. 교실.
띵! 안색이 밝아진 정우. 밥 잘 먹는다. 혼자 크크크크크 웃는 정우.
애들, 얘가 놀라 실성했나부다 그런 표정.
정우NA : 그렇다. 나는 다음 주면 여기 없다. ‘전학’이라고 쓰고 ‘먹튀’라고 읽는다.
흐흐흐흐 웃는 정우 표정에서,
25. 학교 뒤뜰. 낮.
역호 : (나지막히) 영복아.
영복 : (!) 예!? 네 형.
역호 : ... 요새도 애들 삥뜯고 다니냐?
영복 : (뜨끔) 아... 아니에요 그런거! 그 새끼가 먼저 열받게 했다니까요, 제사 음식 들고 와서 재수없게,
역호 : (눈빛)
영복 : (쫄아서 삐죽)
역호 : ... 원일이가 시켰냐?
영복 : 아, 아니요...
역호 : 적당히 해라..
영복 : ...
역호 : 신영복!
영복 : (고개숙이며) 예...
역호 : (돌아 들어간다)
영복 : ... 형! 그 새낀 근데 놔두실거에요?
역호 : (보는)
영복 : 깝치는거 보셨잖아요, 반말 찍찍하고.
역호 : (피식) ..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누구라고?
영복 : (잠깐 생각...아!) 아하! 입만 산놈이요! 입만 산 놈 히히...
26. 화장실
변기 위에 힘주면서 귀 간지러운지 귀 후벼 파는 정우.
27. 교실. 낮
정우, 문 드르륵 열자 한곳에 모여 있던 까불과 덩치 등 서넛과 일제히 눈 마주친다.
남자애들 서넛 뭘 하고 있었는지 “정우야!” 하며 정우 자리로 우르르르.
달라진 반응이 좀 놀라우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로 가는 정우.
정우NA : 좀 귀찮아지긴 했지만 뭐... (쿨한 척 무표정 유지하지만 싫지 않고)
까불 : 너 올 때 기다렸다 최정우! (응큼하게 웃으며 폴더를 좍 열면!)
애들 : (순간 우르르르 까불 폰에 모여들고)
빽빽이 쏠려있는 남자애들의 얼굴! 다들 일제히 황홀한 표정.
까불의 폰 액정에 ‘황xx양 모바일 화보 독점 공개!!!’
정우NA : ...좋은 것도 있다.
틱틱 누를 때마다 각자 표정으로 몰입 & 황홀해지는 화상들.
‘야 결제하느라 죽는 줄 알았어’ ‘아빠 번호로 했냐?’ ‘잔머리 지대야 지대!!’ 중얼 중얼..
곁눈질로 보던 정우, “헉! 죽인다!” 소리에 머리 쑥 들이미는데...
아영 : (E) 최정우?
반장 목소리에 좌르르륵 바퀴벌레처럼 흩어지는 남자애들.
정우, 고개 드니 아영이가 뒤에 와 서 있고..
책상에 빙그르르 돌고있는 까불 폰.
아영 : ...... (으음...)
정우 : !!! (이게 왜 .. 으윽! 얼른 닫는데)
아영 : (당황 안한척) 양호실 시트는 갔다드렸니?
정우 : 어? 어 아니!!
아영 : 이번 주 까진 가져와야 하거든?
정우 : (시선 느끼고 앞자리 까불을 쿡 찌르는데 까불은 모른척) 아, 알았어.
아영 : 그리고 칠판 마커 떨어졌거든. 교무실 입구 서랍에 있어. 갖다 채워 줄래?
정우 : 내가 왜.. (말하려는데 아영, 자기 할 말만 하고 이미 뒤 돌았고)
아영 : (돌아서 한걸음 가다) 내 생각엔 말야, 역호 선배한테 너도 잘못한게 있으니 일단 사과하는 게 낫지 않겠니?
정우NA : ... 얘는 정말이지 EBS에서 튀어 나온 애 같다. (CG 아영머리에 EBS)
정우 : (살짝 꼽다) 그게 왜..? 너랑 뭔 상관인데..
아영 : ..(흠..) 그래 니 일이니까 뭐. 그냥 조언한거야.
아영, 자기도 좀 무안한지 총총 제 자리로 가는데.. 가다가 삐끗, 하고는 다시 간다.
그제서야 낼름 뒤돌아서 폰 채 가는 까불. 히힛 웃는게 얄밉다.
정우 표정 빠직...
28. 복도. 낮
색색의 마커 상자 들고 걷는 정우. 씩씩대며.
정우 : (가만 생각하다가) 근데 웬 오지랖? (새초롬하게 말투 따라하며) “일단 사과하는게 낫지 않겠니?”
뭘 사과를 해라 마라야 지네 오빠야 뭐야? 반장이면 다야? 흥, 난 전학 가버리면 땡이라고 이 사람아~! (큰소리 뻥뻥)
"반장~" 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린다.
뭔가 들킨 듯 헉 하는 정우. 창가를 둘러봐도 나뿐, 창문 쪽 아래층에서 들리는 소리임을 금방 안다.
29. 아래층 창가. 낮
창 밖 보고 있는 아영. 풍경 좋은지 새삼 하나씩 훑어보고 있다.
저쪽에서 캔커피 두 개 들고 뛰어오는 수정.
수정 : 뭐해 반장?
아영 : 그냥~ 봄볕이 좋아서. (짧은 미소)
수정 : (뚜껑 따며) 참. 아까 최정우한테 사과하라 그런거야? 뭐 하러 그래, 지네끼리 싸우든 말든이지.
아영 : 싸움이 되겠니. 일방적으로 맞기만 할텐데. 아마 자기도 후회하고 있을걸.
/위층. 창가에 정우, 속마음 들킨 듯 허걱하지만 듣자하니 자존심 상하고..
수정 : 하긴 어이없지! 그래두 맞짱뜨자고 할땐 쫌 멋지던데? 우리반 남자애들은... (생각만해도 별로인듯) 으유 찌질이들!
/ 위층. 약간 체면 차린 정우, 살짝 우쭐해지는데.
아영 : (담담) 주목받고 싶었나부지.
수정 : 그런건가.. 참 양호실 시트도 최정우 시켰지? 그거 2반 차례 아니야? 저저번주에 박성태가 빨아온거 같은데..
아영 : 맞아. 내가 우리반이 하겠다고 했어.
/ 위층. 정우. 으잉?
수정 : (눈 동그랗다) 최정우 시키려구?
아영 : ...응..
수정 : 반장 걔 진짜 싫어하는구나?! 하긴 말 시켜도 씹고, 지 혼자 시크한척 하는게 꼴보기 싫긴 했어.
시골 애들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그치?
/ 위층. 정우. 얼굴이 마구 일그러지고.... 꽝! 창문 닫는다.
아영 : (웃으며) 그런거 아니구.. 걔 전학와서 좀 외로울 것도 같구... 친한 애들도 없잖아~
학급 일 하다보면 말도 붙이고 소속감도 생길까해서.
수정 : 으이구~ 은근 오지랖이야... 넘 착해도 재수없다 반장!
아영 : 치... (커피 마신다. 웃음)
30. 복도. 낮
쿵쾅쿵쾅 거리며 걷는 정우. 창틀에 버려진 마커.
정우 : 이 못돼 처먹은 가시나.. 약아빠진 가시나... 전학생을 그런 식으로 물 먹인다 그거지? 하, 이놈의 학교 텃세 무섭네~
지가 반장이면 반장이지 이래라저래라... 사람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약아빠진 가시나... 양아영? 약,아영이다 약아영!
이 약아빠진 가시나..
31. 정우집. 낮
현관문 들어오는 아빠.
엄마는 여전히 짐 정리중이다.
엄마 : (명랑한 표정 이어지며) 일찍 왔네~
아빠 : 당신 혼자 고생하는 것 같아서... 그러게 포장이사 해도 되는데.
엄마 : 어머! 내 정신! 미쳤나봐 호호호호... 정작 트럭도 안불렀어 호호호.
(벽 달력 쪽 가서) 보자... 손 없는 날로 잡으려면... 제일 빠른게..
달력 보면, 오늘 날짜에 빨간 동그라미.
엄마 : 여보.. 근데 이거, 나 동그라미 왜 해놨지?
아빠 : (코트 벗으며 같이 보고) 글쎄...
엄마 : 어른들 생신 아니구.. 당신 아니구.. 나 아니구 결혼기념일도 아니......!!!
동시 : 정우 생일!? (헉)
32. 정우방. 낮
방문 여는 엄마아빠.
덩그러니 상자 쌓인 정우 방. 한구석에 처박힌 양호실 시트 보인다.
상자에 대충 담겨진 여러벌의 교복 책상위에 흩어진 같은 과목,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들....
아빠, 생각이 많아진다.
아빠 : 정우가 집에 친구 데리고 온 게 언제였더라... 당신 기억나...?
엄마 : (그런가.. 미안한 마음 들며) 그게...
33. 교실. 낮
팔짱 낀 채 못마땅하게 아영의 뒤통수 노려보고 있는 정우.
아영 : 차렷- 인사-
일동 : 감사합니다~
정우 : (자세와 시선 유지)
덕원 : (인사하다가, 혼자만 인사 안하는 정우 힐끔)
종치고, 아영 일어나서 정우 쪽으로 온다.
고대로 째려보고 있는 정우.
아영 : 최정우~
정우 : (빤히 보기만)
아영 : (사무적이다) 마커 가져왔어?
정우 : (노골적으로 씹는다)
덕원 : 야... 반장이 물어.. 보는데?
아영 : 이번시간 화학이니까, 가면서 주기율표도 같이 좀 갖다 줘.
정우 : (책장만 퍽퍽 넘긴다)
덕원 : (양쪽 눈치만)
아영 : .. 곧 시작하니까 빨리 가야돼. 그럼 부탁할게. (돌아선다)
정우NA : 아주 니가 담임해라! 전학생이라 만만하다 이거지?
덕원 : 아, 아 그래 같이 갔다 오자.
정우 : (결심한듯 책상 좍 밀고 일어난다) 야, 양아영.
떨어지는 의자 소리에 놀란 학생들. 모두 정우에 주목한다.
아영 : (누구? 나? 낯선 느낌. 살짝 고속촬영. 이름이 메아리..) ...응? (돌아본다)
정우 : (천천히 다가오며) 양아영 너..
정우NA : (아영이에게 저벅저벅 슬로우 모션. 바람 분다) 그래 양아영, 너. 뭐든지 니 맘대로, 언제나 인생 갑일 거 같지?
인생이 쉽냐? 내가 학교 생활 한번 꼬이게 해줄까!!!?
정우 : 너..
정우, 오른 팔 들어올려지는 것 슬로우...
몇몇 아이들도 그 동작 따라 고개 움직이고 놀라는 표정 슬로우...
아영, 자기한테 다가오는 정우의 손에 놀라며.. 아영 움찔 표정 슬로우....
정우NA : 이렇게 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어깨에 손 척!)
아영 : ..!?
정우 : 나랑 사귀자!
아영, 덕원, 반 애들....!!!!!! 모두 일동 정지!
정우의 카리스마 눈빛.. 은근 입꼬리 올라간다.
복도, 뛰던 애들 정지. “나랑 사귀자!”
운동장, 펄럭이던 태극기, 날던 새 정지. “나랑 사귀자!”
남일군 전경, 달리던 기차까지 정지. 정지. “나랑 사귀자!” “나랑 사귀자!!!!” 메아리 친다.
애들 전부 침만 꼴깍꼴깍.
아영이의 정지 눈동자, 미세하게 흔들리고...
아영 : .... 그래.
정우 : ??? (잉?)
아영 : 그러자구.
창문 밖, 마른 하늘에 번개가 우르릉 꽝! 치고.
그대로 굳는 정우.
애들 ‘우어어~~~’ 함성, 책 날리고, ‘지대!’ ‘공식커플이냐?’ ‘뭐야 비 다시 오는거야’
아영, 머쓱한데 자리에 않아 아무렇지 않은 척 책 펴고 공부하고..
정우 뺨으로 흐르는 한줄기 땀방울.
정우NA : ... 강적이다 E.B.S...
34. 학교복도. 낮
정우, 얼떨떨하게 걷고. 주기율표는 덕원이 거의 다 들었다.
덕원 : 키야~ 반장 표정 완전... (큭큭) 근데 너 반장 언제부터 좋아한거야?
정우 : (멍...)
덕원 : 뭐.. 암튼 엄청 놀랐어. 반장 같은 애들은 연애는 전혀 관심 없는 줄 알았거든. 너 신영복이랑 같이 다니는 이원일 알지?
싸늘하게 생긴. 그 선배가 반장 한참 쫓아다녔었는데, 반장이 완전 개~무시했었거든.
정우 : 응? (멍~할뿐)
덕원 : (넘겨주며) 자, 네가 들고 들어가! (찡긋. 뛰어들어간다)
35. 교실. 낮
교탁. 주기율표 넘겨주는 정우. 눈 마주치자 화끈..
아영 : (주변의 시선 의식하며 작게. 새초롬) ..고마워.
애들 : 워~~~~우우~~
36. 교실. 낮
왁자지껄한 교실 풍경.
종례 대신하는 아영, 수첩 들고 교탁.
아영 : 얘들아~~ 잠깐만~~!
일동 : (떠들다 멈추고)
아영 : 별다른 종례사항은 없는데, 전국노래자랑 나갈 사람 뽑아야 하거든~
일동 : 우우~~ "뭐야? 진짜 우리반 나갈려구?” “무슨 개쪽이냐...” (수군수군)
아영 : (휴..) 지원자 없으면.. 제비뽑기라두 해야돼...
까불 : (손 번쩍)
아영 : (반갑다! 다행..)
까불 : 그거 우리 할머니가 나가신다는데?
일동 : 까르르르르르~
아영 : (애들 자제시키며) 지원자 진짜 없어? 추천이라도 좀 해봐봐~~
애들 : "니네가 나감 되겠네 커플로~” “야 상금은 얼만데!!?” “백만원 줘도 됐다그래! 뭐냐 경로당 잔치같이..” (시끌시끌)
아영, 당황스러운 표정.
정우는 그냥 창밖만 보고 있는데,
덕원 : (속삭) 야 반장 힘들어한다... 너는 어때? ..
정우 : (아오.. 자꾸 뭐래 이자식이.. 하고 아영보는데 띵!!!)
37. 정우의 상상. 교실, 노래자랑 무대
교실, 뒷문 열고 들어오는 아영.
아영 : 얘들아! 정우 못봤니? (뚤레뚤레..)
일동 : (모두 빈자리 손가락 가리키며) 니 남친 전학 갔잖아?
아영 : 뭐??????
노래자랑.
송해 : (E) 자 이번 참가자는... 남일군 전교1등!
이효리 코스프레한 의상에 아줌마 썬캡. 쭈뼛쭈뼛 나오는 아영.
아영 : (썬캡 겨우 올리며) 저.. 저는.. 남자친구가 갑자기 전학 가는 바람에 대신 나오게 된 양아영..이라고 합니...
(빠밤! 빠밤! 텐미닛 전주 이미 나오고 박자 놓쳐 노래 시작)
컷 튀면 텐미닛은 어디가고 할머니들에 둘러싸여 덩실덩실 울먹이며 노래하는 아영.
막 할아버지가 손잡고 브루스 빙빙 돌리고 돌리고..
38. 다시 교실. 낮
정우 회심의 미소. 입꼬리 또 슬며시 올라가고.. 올라가는 손! 척!
놀라는 아영의 시선.
정우 : 내가 할게.
일동 : (돌아본다) 응~?
정우 : (여유롭게 손 내리며) 내가 나간다구. 전국! 노래 자랑.
애들 : (또 난리났다) 얼~ “뭐야 여친 챙기냐~” “커플송! 커플송! 커플송!” “야야 고마우면 뽀뽀라도 해라~!” “뽀뽀해! 뽀뽀해!”
정우NA : (정우 의자 채로 공중부양) 훗훗훗.. 마무리는 너에게 맡긴다, 약. 아. 영.
아영, 최정우 의외라는 눈빛. 고마운 빛이 슥 스치고..
39. 운동장. 낮
가슴 좍~ 펴고 의기양양 걷는 정우. 옆에 덕원 헤죽헤죽.
지나가는 애들이 홍해 갈라지듯 갈라지며 말풍선 머리위에 뜬다.
-(E) 쟤가 전교 1등이랑 사귄다고?..
-(E) 반 애들 앞에서 대놓고 프로포즈 했대.
-(E) 전국노래자랑도 걔 땜에 나간데!
-(E) 야. 진짜 대박은 불곰이랑 조만간 맞짱 뜬다는거야!
덕원, 수군거리며 비켜서는 애들에게 ‘그게 바로 내 짝이야’ 하는 아빠미소 엄지손가락으로 정우 가리켜 주기 바쁘다.
40. 창가/옥상. 낮
2층 1학년 창가에 현진/은미.
옥상에 영복/원일. 한 컷에 잡힌다.
옥상/
원일 : (정우 내려다보며 피식) ...저 새끼가 진짜 양아영이랑 사귄다고.?
영복 : 냅둬.. 쫌만 있어봐. (기대감 눈빛) 역호 형이 아주 밟아버릴거니까.
원일 : 형은 무슨 개뿔, 한 물간 일진한테. 같은 학년이면 말 까는거지...
영복 : (당황) 야... 너 형한테 무슨 그런 말을..
원일 : (담배 틱 튕기며) 내가 불곰 말을 왜 들어야 되는데?
창가/
은미 : 쟤야 쟤! 이렇게 딱! 잡고 “나랑 사귀자!” 꺄! 완전 뒤집어졌잖아~ (자기가 들떠서) 쟤 존재감 없었는데 1반 반장 땜에 확 떴어!
현진 : (못 마땅히 정우 보며) 양아영 능력 좋네. 전교 1등 그만하구 싶나부지?
은미 : 1반 반장이야 천재인데 뭔 걱정이야. 수제비 잘뜨는 년이 국수도 잘 만다고.. 공부 잘하는 애가 연애도.. (힉!)
현진 : (쫙 째려봤다가) 천재는 무슨! 놀거 다 노는척 하면서 맨날 밤 새는거지. 쟤 잠 안오는 약까지 먹어가면서 공부하는 거
중학교때부터 소문났어. 흥.. (작게) 근데.. 양아영..
옥상과 2층 교실 창가 2분할.
현진, 원일 : (정우 뒷모습 바라보며 동시에) 도대체 쟬 왜 사귈까...? / 저 자식을 왜?
그들의 시선으로, 가슴 좍 편 정우와 덕원.
41. 돌다리. 낮
돌다리 혼자 건너고 있는 정우. 킬킬대며 “아오! 나이쓰!” 뭐 이런 동작.
정우 : (팔짱 척) 선배면 선배답게!
정우 : (검지로 정면 가리키며) 나랑 사귀자!
동네길 곳곳 혼자 연기해보는 정우.
정우 : (역호 흉내. 험악하게) 최정우! 나와!
정우 : (천연덕스럽게 돌아보며) 전학갔는데요!?
정우 : (아영 흉내) 얘들아 내 남친 못봤니?
정우 : (천연덕스럽게) 니 남친 전학갔는데??
혼자 신나하는 정우의 1인 쌩쇼. 낄낄대며 어쩔 줄 모르는데...
가겟방 유리문 열고 서있는 할아버지. 뭐여? 하는 표정.
42. 정우집. 저녁
정우 : 다녀왔습니다~!
신발 벗고 들어서는데 집이 깔끔하다. 으잉?
가방 벗겨지는 대로 벗어놓고 식탁가서 먹을 거부터 주워 먹으며 둘러보는데.. 이상하다.
아빠 : (박스 접으며 나오며) 아들 왔어?
정우 : 집이 왜 이래? 짐 벌써 부쳤어요?
아빠 : 아니.. 그게 (결심한 듯) 정우야..
정우NA : 뭐지? 이 싸한 느낌은?
아빠 : 아빠... 서울 발령 포기했다!!
정우 입에서 음식 툭 떨어진다.
정우NA : 이 망할 놈의 예감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
아빠 : 서울 그게 뭐라고, 난 승진만 신경 쓰고, 엄만 서울 생활에 마냥 들뜨기만 했구...
네가 어떤 친구들을 만났을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엔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정우 : ....아..빠? (서서히 경악....)
엄마 : (걸레 들고 기운 없이 나오며) 왔어..
정우 : 엄마!! (애원하듯) 나... 전학 안가??!
엄마 : 아유 그래... 여기서 산대. 니 아빠가, 너 꼭 여기서 졸업시킨댄다!
아빠 : 미안하다. 이사한다고 들떠서 네 생일도 까먹고...
엄마 : (미안해져서) 미안해 아들.
정우 : 전.. 전학..... 가야되는데...
우르르쾅쾅 bg 깔리며.
정우 얼굴 창백하게 일그러진 상태.
정우 : 아빠, 서울 발령 그거 어려운거잖아....!?
아빠 : 괜찮아! 아빠 승진은 했으니까. 도시사는 거 뭐 그런거.. 인생 전부 아니다. 정우 네가 공부가 전부가 아니듯이! 안 그래 당신?
엄마 : (삐죽) 몰라.. 그렇지..뭐..
아빠 : (정우 와락 껴안는) 아빤 니가 최우선이라는 거 잊지 마라! 공기 좋은 남일군에서! 우리 가족 다같이! 얼마나 좋아! 하하하!
정우 : (아빠에게 힘 없이 안겨 흔들흔들. 앞니가 딱딱..)
정우NA : 가족한테... 뒤통수를 맞았다. 그것도 제대로....
43. 정우 꿈
짝~ 이펙트. 뺨 맞은 정우, 어느새 나타난 아영이다. (치마밑에 체육복. 위에도..)
아영 : 나쁜놈.... 장난으로 나 사귄거니? 넌 사랑이 장난이니!!
정우, 어..어버버버.. 하는데 퍽! 턱 돌아가는 정우. 둘둘 말아놓은 시트 위로 풀썩.
어느새 나타난 역호, 주먹 우드득 거린다.
역호 : 내가.. 그냥 안 둘거라고 했지?
영복 : 형! 아주 밟아버려요 밟아!
바닥에 쓰러져있는 정우에게 역호의 우악스러운 손 다가오고...
전국노래자랑 실로폰 탈락종 땡! 땡! 땡!!
44. 욕실. 밤
털털털털털 윙윙윙 돌아가는 세탁기 옆.
쪼그리고 기대앉은 정우 다크써클 가득해서 오밤중에 양호실 시트 세탁 중.
정우 : 휴........... (깊은 한숨쉬며 창밖을 바라다보면)
45. 아영의 집 전경. 밤
시골마을에 휘영청 떠있는 보름달.
46. 아영의 방. 밤
창가에서 보면 스탠드 켜져 있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영.
정우(E) : 나랑 사귀자!
아영 짧은 미소 지으며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47. 정우집 외경, 아침
마당 빨랫줄에 하얀 양호실 시트가 펄럭~ 말라가고..
48. 정우집 주방. 아침
다크서클 짙은 정우, 힘없이 식탁가면 다 타버린 토스트에 우유 한잔.
그리고 누가봐도 질긴 미역국 탁 놓이고.
정우부 : (앞치마 두르고) 엄마가 몸이 좀 안 좋대서 아빠가 간만에 차렸는데.. 좀 탔네.. 하하..
그리고 도시락 대신에 오늘 점심은 좀 사먹어라. (계란 깨넣자 치지직! 소리에 움찔하며) 토스트 좀 그러면
미역국에 밥이라도.. (하며 돌아보는데 열심히 토스트 먹는 정우)
정우NA : (우걱우걱 먹으며) 이렇게 된거 쥐 죽은 듯이 지내는 수밖에 없다. 서서히 잊혀지도록. 그래. 그거야! (우유 원샷)
정우부 : (미소번지며 뭉클) 짜식! 다 컸네. 아빠 맘도 이해해주고.. 앗 후라이..!
49. 갈림길. 아침
초록이 깊어가는 봄.
새들은 날아가고 큰 나무 밑, 천천히 걷고 있는 아영. 슬금슬금 뒤를 돌아보는데.
수정 : 반장!
아영 : (깜짝) 아.. 문수정..
수정 : 뭐야.. 원래 이 길로 다녔어? 그런 줄 알았으면 진작 같이 다닐걸..
아영 : 아.. (말돌린다) 1교시 수학인데 숙제 다했어?
정우, 오다가 멀리 가고있는 아영 발견.
속도 줄이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정우.
할아버지 : (E) 장기 둘줄 아나?
정우 : 네? (장기판 한번 보고 가는 아영 본다)
cut to.
할아버지 : (한 수 옮기며) 장군!
정우 : 그럼.. (장 옮기는데)
할아버지 : 그 쪽은 상장.... (정우 옮기려는데) 허허.. 그 쪽은 포장이고!
정우 : (어쩌라고...)
할아버지 : (쳐다보며) 외통이야! 외통. 빠져나갈 구멍이 없구먼!
정우 : (영혼없는 대답) 네... 제가 졌어요.
할아버지 : (정우 보다가) 근데 학교는 안 다니나?
정우 : 예? 아.. 안녕히 계세요! (다다다다 뛰어나가고)
할아버지 : (가는 모습 보며) 쯧쯔쯔쯔... 저런 맹탕.. 쯧쯔.. (혼자 장기 둔다)
50. 교실 앞
교실 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하는 정우.
정우NA : 할 수 있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투명인간 모드!
51. 교실
정우, 숨 크게 들이마시고 드르륵 뒷문 열면 일제히 아이들 시선 약 2초간 정적 흐르고...
까불이 박수 주동하고... 엄청 큰 소리로 합창 “콩...그레...추...레이션~ 콩그레츄레이션~ 사귄지 첫 날을 축하합니다~~~~”
노래하고 난리 났다.
정우와 아영 살짝 눈 마주치는데, 어색하다.
자리에 앉는 정우.
아영, 뒤로 자꾸 의식이 가고..
덕원 : (불안) 정우야, 아까 영복선배가 너 찾았어. 점심때 다시 온다구.. (울상)
정우 : (헉 놀라지만 애써 초연한 척 하며) 그, 그래? 괜찮아.. 뭐... 아, 난 점심때 좀 나갔다 올건데..
아영, 책장 넘기지만 뒤쪽으로 귀를 쫑긋하며 듣고 있다.
정우 : 혹시 근처에 밥 먹을만한데 있어? 분식집 같은 거.
덕원 : 근처엔 없고 읍내 만나분식이 제일 나아. 아마 남일군에서 제일 맛있을걸.
정우 : 어, 만나분식.. (슬쩍 회심의 미소 지으려는데 드르륵 쿵! 문소리에 깜짝)
쳐다보면 진영이랑 수정 들어오고.. 휴우... 한숨 내쉬는데.
또 드르륵 소리에 깜짝 놀라서 보면 ‘준영아 체육복 좀 빌려줘~’ 하는 옆반 남학생.
놀란 정우 딸꾹질 시작한다.
또 드르륵 소리에 보면 ‘김지연 화장실 가자~’
정우 : 딸꾹! 딸꾹!
덕원 : (속모르고 친절하게만) 정우야 괜찮아? 물 줄까??
정우 : (손저으며) 괜찮아..괜찮. 딸꾹!
52. 교실. 낮
수학시간. 칠판 가득 풀이. 다들 어려운지 지루한 표정.
수학 : 자~ 이번 문제는... 누가 풀어볼까?
일동 : (샤샤샤삭 다들 시선 피하는)
수학 : (죽 둘러보다가) 반장~
아영 : (일어나려는데,)
수학 : 남친! 반장 남친이 한번 풀어볼까?
일동 : 예~ 유유~~ 커플커플~~! (또, ‘콩~그레~츄~’?)
정우 : (헐...)
때마침 울리는 수업종.
수학 : 반장 남친 실력은 다음 시간에 봐야겠네? 노래자랑도 기대할게.
아영, 그런 정우 살짝 뒤돌아보고 의식..
아... 정우 쓰러지듯 책상에 풀썩 엎드린다.
의자에서 가시가 솟아오른다(CG)
핀 조명 받으며, 가시방석 위에 앉아있는 정우 풀샷.
정우NA : 인생이... 피곤해졌다.
53. 계단. 낮
총총 걷는 아영, 계단 내려가는데..
현진 : (E) 밥두 안먹고 어딜가, 전교1등~?
아영, 우뚝 서고.. 누구지? 돌아보면
초미니 교복 치마의 현진. 계단참에 서서 팔짱 끼고 쳐다보고 있다.
현진 : (비아냥) 전교1등이 시간도 많아.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고.
아영 : ...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현진 : 최정우 말야. 요새 걔 인기 좋던데?
아영 : (멈춤. 현진 본다)
현진 : 남친 간수 잘 해야겠더라~
아영 : 장현진.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현진 : (피식. 낚았다 싶은) 너네.... 왜 사귀니?
아영 : !?
현진 : (살짝 비꼬는 말투) 최정우야 네가 워낙 잘난 애니 한번 그래본다 쳐도 너는 왜?
(더 가까이 다가오며) 뭐랄까... 니들한테서 아무것도 안 느껴진단 말이지. 전혀 사귀는 사이 같지가 않거든.
아영 : (무시하고 지나가려다가...) 현진이 너야말로 시간 많은가보다?
현진 : ?
아영 : (돌아보며) 그렇게 남 연애 관심 많아서 어디 만년 2등 벗어나겠어?
현진 : (한방 먹었다!) 야! 내가 너보다 연애는 훨 낫거든?!
아영 : (쏙 돌아보고) 내 걱정 하지 말고 니 치마길이나 걱정해! 그러고 다니다가 너.. 치질 걸린다. (총총총 가버린다)
현진 : 뭐? 치..질... 야! 저 기지배 성깔 저 모양인 거 나밖에 모르지. 허! 어이없어. 더 짧게 입을거다 더 짧게! 어우 진짜..
현진, 중얼대며 막 치마 접어올리고 있는데..
아영 담임선생님 계단 올라오다가 그 모습 보고..
담임 : 뭐하니 너?
현진 : (헉!!)
54. 반 점심시간. 낮
점심시간 종이 울리며, 모두 도시락 꺼내느라 바쁘다.
살짝 주위 눈치 보며 일어나 나가는 정우.
슬쩍 보는 아영.
55. 교실 앞 복도. 낮
정우, 이쪽저쪽을 보며 복도를 걸어나오는데..
저쪽 복도 끝에서 원일과 영복, 건들대며 걸어오고 있다.
영복 : (고개 괜히 꺾어대며) 아주 너까지 가면 (킬킬대며) 새끼, 울지도 모른다..
원일 : .. 면상이나 함 보지 뭐. (싸늘하게 씩 웃고)
멈칫하다가 후다닥! 반대쪽으로 가는 정우.
56. 1층 현관. 낮
바지주머니에 손. 교복 카라 세워서 나름 턱선까지 가리고 빠르게 걷는 정우.
주변을 살피고는 현관을 빠르게 통과! 운동장으로 나가는데 또 멈칫 한다!
운동화 끈을 메고 있는 거친 손. 카메라 올라가면 체육복 차림의 역호 여전히 강한 포스로, 운동장 돌 준비하며 몸 풀고 있다.
정우 : ... 정말.. 다들 왜 이러는 거냐....
거의 007 작전하듯 벽에 딱 붙어서 뛸듯이 걷는 정우. 몸 낮췄다 세웠다 정신없고..
그 와중에 꼬르륵 소리. 배를 부여잡으며 더빨리 걷는데...
1층 계단 창가, 영복이 정우 발견하고 외치는 소리.
영복 : 엇! 저 쉐끼!! (손가락으로 정우 가리킨다. 옆에 원일도 힐끔..)
위에서 보면 와다다다 뛰어가고 있는 정우.
57. 교문 앞
교문 기둥, ‘남일고등학교’ 현판에 기대 서 있는 아영. 뒷 짐 진채 서 있는데,
현진(e) : 너네 왜 사귀니?
뭔가 맘에 안드는지 표정이 삐죽.. 발로 땅만 툭툭 차는데..
그때 교문을 통과하는 정우! 아영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아영, 현판에서 떨어져 서며..
아영 : (E) 최정우!
정문 근처를 달리던 역호, 아영 목소리에 돌아보면
우뚝, 멈춰선 정우... 돌아본다.
교문 앞을 바라보는 역호.
정우와 마주보고 서 있는 아영.
역호부터 봤다가, 다시 아영 보며 마른 침 삼키는 정우. 딸꾹! 딸꾹!
다시 시작된 정우의 딸꾹질.
세 사람의 모습이 멀어지며...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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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