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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천(帝釋天, 因陀羅, skt. S'akrodevandra) >
제석천 탱화(평창 상원사)
여러 경론에 따르면 제석천(帝釋天, 인드라)은 원래 마가다국(Magadha)의 브라만이었으며,
보시(布施) 등의 공덕을 닦음으로써 도리천에 태어나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천주가 됐다고 한다.
제석천(帝釋天)의 완전한 이름은 사크라 데바남 인드라(Sakra devanam indra)로서
사크라(Sakra)는 강력한 힘이 세다는 뜻의 형용사이고, 데바(deva)는 신을 의미하므로,
결국 이 말은 강력한 신 인드라(Indra)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인드라(Indra, 因陀羅)는 인도 고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신들의 제왕이었으며,
<리그베다>에서는 그를 가리켜,
「불굴의 투지를 지니고 싸우면 언제나 이기는 승리자이며 아리안족의 구세주」로 노래했다.
그리하여 <리그베다>의 1/4이 이 신에 대한 찬양으로 짜여있는 것을 보면 그 인기도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크사트리아 무사 계급에게는 군신(軍神)의 의미가 강조돼 나타나고,
사제 계급에게는 이 세계와 역사 속에 질서를 가져오는 신으로 섬겨지며,
농민들에게는 풍작과 풍요의 신으로 군림해서 농부들은 나무 주변에 모여
이 신을 찬양하며 경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신의 두드러진 특징은 천둥을 치고 비를 내리게 해
이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서 잘 드러난다. 그는 비의 신인 것이다.
더불어 그 비와 동반된 벼락과 천둥을 관장하는 신으로도 일컬어진다.
그는 매우 인간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큰 두 팔과 커다란 손을 지녔으며,
무성한 수염, 황금빛 털이 나 있어 전신이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듯하다.
더불어 커다란 입으로 술을 잘 마셔 뱃속에는 언제나 소마주(酒)로 가득 차 있으며,
식도는 커다란 강과 같이 거대하다. 모습은 보통 천인(天人)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하얀 코끼리를 타고 오른손에는 금강저(金剛杵, Vajra, 三鈷杵라고도 함)를 들고 있다.
<리그베다>에 묘사된 제석천(인드라)의 특징을 간추려보면 이렇다.
첫째, 그는 늙지 않는 존재로서 언제나 젊은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싸움을 잘 하는 황소를 닮았다.
둘째, 그에게는 공포가 없다.
그러나 질투가 매우 많은 편이며 화를 잘 내기도 한다.
셋째, 윤리적인 면에서 매우 도량이 큰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찬양하며 떠받든다.
넷째, 지적으로 총명하고 신중하며 사리 판단이 옳아
아래 사람들에게 좋은 충고를 한다.
인드라에게는 매우 용감하고 순종을 잘 하는 두 마리 말(또는 코끼리)이 끄는 황금 마차가 있다.
그는 이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적을 무찌른다. 그의 강력한 무기로 금강저(金剛杵, Vajra)가 있다.
그 금강저 끝에는 뾰족하게 솟아나온 1천 개의 창이 있다.
인드라는 금강저를 오른 손에 들고선 마차를 타고 손살 같이 달려가 적을 섬멸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오직 인드라 신에 달려 있다고 전할 정도이다.
그의 부하로서 천둥의 신 마루트(Marut)는 그를 도와서 적을 물리친다.
더불어 그의 또 하나의 무기인 그물(인드라 망)은 너무나 커서 하늘을 덮을 정도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석(帝釋)이 단군신화에도 나타난다.
즉, 단군의 할아버지를 묘사할 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이라고 표기했다.
또, 신라 선덕여왕(善德女王)이 죽기 전에 도리천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선덕여왕은 병이 없을 때 신하들에게
“내가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에 죽을 것이니, 나를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했단다.
그곳을 알지 못한 신하들이 어디인지를 묻자 ‘낭산(狼山)의 남쪽 봉우리’라고 했다.
선덕여왕이 죽자 그곳에 장사 지냈는데, 즉위 10여 년이 지나자
문무왕이 사천왕사(四天王寺)를 왕릉 남쪽에 창건했으므로 선덕여왕의 영성(靈聖)에 탄복했다고 한다.
사왕천(四王天)의 위가 도리천이기 때문에 여왕은 죽기 전에 묻힐 곳을 미리 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제석천은 도교와 한반도 무속신앙의 최고신이라 할 수 있는 옥황상제(玉皇上帝)도 겸하고 있다고 한다.
제석천을 한역해서, 석제환인다라(釋提桓因陀羅)ㆍ석가제바인다라(釋迦提婆因陀羅)라고 하며,
줄여서 석제환인(釋提桓因)ㆍ석가제파(釋迦提婆)라고도 하고, 삭까(Sakka)천왕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제석천이 불교에 받아들여져서 욕계에 속하는 도리천(忉利天)의 임금이 돼,
불법과 이에 귀의하는 자를 수호하며, 아수라의 군대를 정벌한다고 하는 하늘의 임금이다.
불교 우주관에 의하면, 이 우주는 「무색계ㆍ색계ㆍ욕계」라는 삼계로 이루어져 있고,
삼계엔 각기 천상이 있는데, 무색계 4천, 색계 18천, 욕계에 6천이 있다. 그 욕계 6천의 제2천이 도리천이다.
욕계 천상의 중심에 수미산(須彌山, Sumeru)이 있고, 그 꼭대기에 도리천이 있다.
제석천은 도리천의 왕으로서 수미산 중턱에 있는 사천왕(四天王)의 호위를 받으며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이다.
도리천(忉利天)의 모양은 사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네 모서리에는 각각 봉우리가 있으며,
그 봉우리에 각기 8천(八天)이 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선견천(善見天)이라는 궁전이 있다.
선견천에 제석천(帝釋天)이 머무르면서 사방 각 8천, 도합 32천의 신(神)들을 지배한다.
32천에 선견천을 더한 천상계(天上界)를 33천이라 하는데,
33천(三十三天)을 도리천이라 하고, 그 우두머리가 제석천이다.
석가모니가 보살일 당시에 머무르면서 지상에 내려갈 때를 기다렸던 곳이 도리천이며,
오늘날에는 미래불인 미륵보살이 설법하면서 지상으로 내려갈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내원궁(內院宮)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석가모니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죽은 뒤 다시 태어난 곳이 바로 도리천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브라만교의 인드라신이 불교에 수용되면서 제석천이라는 선신(善神)이 되고,
범천(梵天)과 함께 불법수호의 역할을 하는 호법신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됐다.
헌데 ‘천(天)’이라고 하면, 원래 '신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인데,
그 신들이 불교에 수용되면서 대부분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됐다.
즉, 불교에서는 ‘천(天)’이 하늘이란 의미보다 ‘신(神)’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그 신(神)들이 불교에서는 신앙이나 존경의 대상이라기보다
부처님과 불교를 보호하고 섬기는 부처님의 제자들이다.
그리하여 제석천이 불교에 수용되면서
수미산 꼭대기 도리천(忉利天)의 임금으로 선견성(善見城)에 거처하면서
사천왕과 32천을 통솔하며,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부처님을 위해 여러 가지 좋은 일을 했다.
그 제석천이 부처님을 위해 행한 선행에 관한 설화가 여러 곳에 전하고 있다.
• 싯다르타 태자가 출가해 아노마(Anomā) 강가에서 머리채를 잘라 공중에 던지자
제석천이 그것을 받아서 삼십삼천의 쭐라마니(Cūḷamani)탑에 안치했다.
• 부처님의 정각을 방해하려고 마라(Māra) 파순(波旬)이 왔을 때는
보리수 근방에서 천상의 나팔을 불면서 서 있었다.
• 부처님께서 빈비사라(Bimbisāra) 왕의 초대를 받아 왕궁으로 들어가실 때
젊은이의 모습으로 변해서 부처님과 비구들 앞에 가면서 부처님을 찬양했다.
• 부처님께서 삼십삼천에서 천인들에게 아비달마를 설하고 상카샤(Sankasya)로 내려오실 때는
제석천이 금은보화로 만든 세 개의 사다리를 만들어 내려가게 해 드렸고,
야마천(Yāmā)의 왕 쑤야마(Suyāma)가 불자(拂子)를 들고 수행했었다고 한다.
※상카샤(Sankasya)는 인도의 델리 동남쪽 파그나에서 11 km 떨어진
우타르 프라데시(Uttar Pradesh) 주(州) 날란다 지구의 촌락인데,
산카샤(Sankassa)⋅산카시아(Sankasia)⋅산카시(Sankasy) 등으로 불리는 불교 성지이다.
부처님이 도리천에 갔다가 하강한 곳으로, 인간과 하늘 세계를 잇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장소이다.
일찍이 많은 승원과 대탑이 건립돼 불교 성지 순례자의 발길이 이어지던 곳으로
"아소카왕의 코끼리 도시"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석가족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 부처님께서 유행병에 시달리는 베살리(Vesāli)를 방문하실 때 함께 동행해
자신의 위력으로 잡귀와 악령들이 사라지도록 했다.
• 한때 기원정사(祇園精舍)의 연못이 가뭄으로 인해 말라가자
그곳에 사는 많은 어족(魚族)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보시고 큰 연민의 마음을 일으키셨다.
그리고는 물이 마른 연못에서 목욕을 하려고 연못가에 서 계셨다.
그것을 안 제석은 비의 신에게 즉시 비를 내리게 해서 연못에 물이 차도록 했다.
• 부처님 병이 위중했을 때 지상에 내려와 몸소 병간호를 해드렸다.
• 또 제석천은 세상에서 도덕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지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즉, 사람들이나 왕이 계행을 지키지 않으면 지상에 내려와 그들을 겁주어 선행을 하도록 하고,
선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정신적인 진보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제석천은 비록 높은 덕과 위력을 지닌 천인들의 왕이었지만,
경과 주석서에 따르면 지성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았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종종 불안에 떨기도 했다.
한때 제석천은 자신에게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징조를 보고는 매우 두려워했다.
그리고 부처님을 찾아와서 법문을 듣고 수다원과를 얻었다.
그러고 죽어서 젊고 새로운 제석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천인은 화생(化生)을 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은 모르고
오직 부처님과 제석만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제석은 다시 아나함과를 얻었기 때문에 위로 흐르는 자(uddhaṁ-sota)가 돼
정거천(淨居天)의 무번천(無煩天)에서 1천 겁, 무열천(無熱天)에서 2천 겁,
선현천(善現天)에서 4천 겁, 선견천(善見天)에서 8천 겁,
색구경천(色究竟天)에서 1만 6천 겁, 이렇게 해서
모두 3만 1천 겁 동안 범천의 수명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제석천의 궁전에 쳐진 그물을 흔히 인드라망, 혹은 '제망(帝網)'이라고도 한다.
제석천이 사는 선견성(善見城) 위의 하늘을 덮고 있는 보석그물을 말한다.
이 그물에는 그물코마다 보배구슬이 박혀 있고, 그 수많은 보석 하나하나의 구슬마다
다른 모든 구슬의 영상이 비치며, 구슬마다에서 나오는 빛들이 무수히 겹쳐
무수한 보주들은 서로를 비추며 빛을 낸다.
그런 인드라망이라는 말이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인드라라는 그물은 한 없이 넓고 그 그물의 이음새마다, 구슬이 박혀있는데,
그 구슬은 서로를 비추고 비추어주는 관계다. 그 구슬들은 서로를 비출 뿐만 아니라
그물로서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한데, 그것이 바로 인간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스스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결돼 있으며
서로 비추고 있는 밀접한 관계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세상과 인간과의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일체제법도 서로서로 무진(無盡)하게
상즉상입(相卽相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인드라망의 비유이다.
이는 개체는 전체이고, 전체는 개체 속에 존재한다는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 연결돼, 온 세상으로 퍼지는 법의 세계를 뜻하는 말이기도 해서,
<화엄경>의 중중무진(重重無盡), 상즉상입(相卽相入), 법계연기(法界緣起)란 말들과
모두 같은 맥락의 말이다.
또한 절실하게 자신을 아는 개체는 전체를 안다고 하는 불교철학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드라망이라고 하는 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그리고 우리를 깨우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 세상의 존재원리이다.
세상의 유형무형의 모든 존재들이 인드라망의 그물에 비치는 구슬이 서로서로 반영하고,
비추는 그 원리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법계연기다.
그리하여 화엄철학에서는 ‘인다라망경계문(因陀羅網境界門)’이라고 해서
모든 현상은 서로가 서로를 끝없이 포용하고, 또 포용되어지는 관계임을 말한다.
또한 이는 부처님이 온 세상 구석구석에 머물고 있음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즉, ‘인다라망경계문’이란 상즉상입해 마치 인드라의 그물에 달린 수많은 보주(寶珠)가
서로를 무궁무진하게 비추듯이, 모든 현상은 서로가 서로를 끝없이 포용하는 것,
즉 인드라그물망의 그물코에 끼인 아름다운 구슬들이 서로 비추듯,
하나와 전체, 작은 것과 큰 것이 다함없이 서로 겹치고 서로 스며드는 존재의 실상임을 말한다.
이와 같이 인드라망이 화엄사상(華嚴思想)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제석천이 불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허긴 불교가 출발할 때 전부 하나부터 열까지 이론과 기제, 방법들을 새롭게 시설한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 기존 종교들에서 비슷한 것들을 받아들여 불교화 해서 활용했던 것이다.
[출처] 블로그 아미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