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만리장성을 넘어라" 한국 '톱10' 대장정 2008 베이징올림픽 8개월 앞으로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으면 13억 중국대륙이 `100년만의 꿈'이라는 베이징올림픽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축제인 제29회 베이징하계올림픽은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베이징시 북쪽에 위치한 메인스타디움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갖고 17일간 열전에 들어간다. `하나의 세상,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번 올림픽은 중국이 명실상부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대회다. 지난 1993년 올림픽 유치에 나섰다가 호주 시드니에 아쉬운 패배를 당했던 베이징은 200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재도전에 나서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파리를 따돌리고 힘들게 개최권을 획득했다. 오랜 산고 끝에 올림픽을 유치한 만큼 중국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는 총 2천800억위안(한화 약 33조원)을 투자해 일명 `새 둥지(Bird's Nest)'로 불리는 `궈자티위창'을 비롯해 12개 경기장을 신축하고 12개 경기장은 증축중이고 선수촌과 메인프레스센터(MPC) 등 45개 올림픽 시설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BOCOG은 올림픽 개막전부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역대 최장거리 성화봉송을 펼친다. 내년 3월26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될 성화는 31일 베이징에서 공식 봉송에나서 130일동안 5대륙을 거치는 13만5천㎞의 대장정에 나선다. 진한 붉은색과 밝은 은색을 기본 색상으로 전통 두루마리 족자와 구름을 형상화한 성화봉 `약속의 구름(Cloud of Promise)'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넘어 티베트에 도착할 예정이며 서울과 평양, 대만에서도 봉송 행사를 갖는다. 아시아에서는 1964년 도쿄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 1만500여명이 참가해 28개 종목에서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결전을 펼치게 된다. ◇한국 종합 10위 목표 = 어느덧 `아시아의 공룡'으로 떠오른 중국이 미국을 꺾고 최초로 종합 1위를 노리는 가운데 한국은 금메달 10개를 수확해 2회 연속 종합 10위 진입을 지상목표로 잡았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훈련 모토를 내걸고 일찌감치 올림픽 체제에 돌입한 태릉선수촌은 전통적인 메달밭인 양궁과 태권도에서 각각 2개 이상씩, 펜싱과 레슬링, 역도, 수영, 사격, 탁구, 배드민턴, 유도 등에서도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세계수영의 `기린아'로 성장한 박태환(경기고)이 내년 베이징에서도 금빛 물살을 가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던 박태환은 베이징에서는 1,500m와 200m에서도 금메달 사냥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략 종목 중 탁구와 배드민턴, 사격, 역도 등에서 주최국 중국의 극심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종합 1위를 노리는 중국은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이 약한 탓에 미국을 넘어서기 위해선 구기와 투기종목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 노골적인 텃세 판정도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1984년 LA 대회 때 종합 10위로 오른 뒤 1988년 서울 대회에서 4위까지 치솟았고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7위, 1996년 애틀랜타 대회 10위로 4회 연속 10위 안에 머물러왔다. 이어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12위로 밀려났지만 2004년 아테네에서 금메달 9개와 은메달 12개, 동메달 9개로 종합 9위에 올라 세계 10강 재진입에 성공했다. 이제 관심은 새해와 함께 본격 준비에 들어갈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받아볼 성적표다. 한국은 전체 28개 종목 302개 세부종목 중 이미 15개 종목 73개 세부종목에서 121명이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고 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 사냥을 위해 담금질을 하고 있다. 10위 내 진입에 성공하려면 최소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게 태릉선수촌 훈련본부의 분석. 중국의 메달 독식이 예상되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치열할 메달 레이스에서 세계10위 안에 들려면 아테네올림픽 8위였던 이탈리아(금메달 10개), 10위 영국, 11위 쿠바, 12위 우크라이나(이상 금메달 9개) 등에 뒤지지 않아야 한다.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해야 톱10 안정권에 들 수 있는 것이다. 10강 수성의 쌍두마차는 전략 종목인 양궁과 태권도. 양궁은 4년 전 아테네에서 여자부 2관왕에 오른 박성현(전북도청)을 앞세워 전체 4개 종목 중 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고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전종목 석권에 도전장을 던진다. 대표 상비군으로 뽑힌 남녀 각 8명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선발 관문을 거쳐 최종 3명이 태극마크를 단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박성현과 여자부 기대주 이특영(광주체고), 최은영(청원군청)이 대표 후보들이다. 남자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빛 과녁을 명중시킨 임동현(한국체대)과 베테랑 박경모(인천 계양구청)가 올림픽 개인전 첫 우승에 도전한다. 태권도는 `종주국' 체면에 걸맞게 지난 10월 세계 예선전에서 국가별 쿼터인 남녀 두 체급씩 총 네 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제 남자 68㎏급과 80㎏ 이상급, 여자 57㎏급, 67㎏급에서 누가 대표로 뽑혀 베이징에 가느냐만 남아 있다. 2개 이상의 금메달을 기대하는 태권도는 아테네올림픽 여자 67㎏급 동메달리스트 황경선(한국체대)이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2005, 2007년) 여세를 몰아 금빛 발차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이고 내년 2월 3차례에 걸친 최종 선발전 통과가 유력한 남자 68㎏급의 손태진(삼성에스원)도 우승에 도전한다. 여자 57㎏급도 색깔이 문제일 뿐 메달을 예약했으나 은퇴를 번복하고 현역 복귀를 선언한 문대성(동아대 교수) 등이 태극마크를 다투고 있는 남자 80㎏ 이상급은 국제적으로 쟁쟁한 라이벌이 많아 금메달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별' 뜬다 = `수영 천재' 박태환(경기고)이 금빛 물살을 가를지는 톱10 수성에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3월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출전 사상 첫 금메달 쾌거를 이룬 박태환은 400m와 1,500m에서 금빛 터치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월드컵 3회 연속 3관왕 위업을 이룬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2관왕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이 밖에 역도와 체조, 유도, 레슬링, 탁구, 사격, 배드민턴, 펜싱도 금메달 기대가 높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고양시청)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 상승세를 발판삼아 금빛 바벨을 들어올릴 기세이고 아테네올림픽 남자 체조 은메달리스트 김대은(전남도청)과 `비운'의 동메달리스트 양태영(포스코건설)도 개인종합과 평행에서 금빛 연기에 도전한다. 또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KRA)와 `드라이브 달인' 유승민, `무명 신화'의 정지현(이상 삼성생명)도 유도와 탁구, 레슬링에서 올림픽 2연패 달성을 노린다. 이와 함께 여자 펜싱의 `작은 거인' 남현희(서울시청)와 남자 사격의 명사수 진종오(KT)도 금빛 찌르기와 금빛 총성으로 국민에게 벅찬 감격을 전할 태세다. 그러나 대회 출전 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중국의 홈 텃세가 예상되고 육상 등 기초 종목은 세계와 기량 차가 커 경쟁국들과 10위 안에 들기 위한 숨가쁜 메달 레이스를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스포츠 스타 `총출동' = 우선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육상에서 스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개최국 중국이 `올림픽의 얼굴'로 내세우고 있는 `황색탄환' 류시앙이 가장 먼저 손꼽힌다. 류시앙은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지난 8월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동양인으로는 사상 처음 단거리를 제패했다. 남자 110m 허들 세계기록까지 보유해 트리플 크라운을 손에 쥐고 있다. 류시앙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신이다. 그는 오사카에서 금메달을 따낸 다음 “고문과도 같은 심적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홈 트랙이 기술적으론 유리하겠지만 엄청난 부담이 황색탄환의 질주를 옥죌 수 있다. 류시앙이 압박에서 벗어나 궈자티위창 트랙을 뜨겁게 달군다면 단연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만 하다. 남자 100m에선 타이슨 가이(미국)와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의 리턴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가이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파월을 압도하며 사상 네 번째 단거리 3관왕에 올랐다. 20세기 최고 스프린터 칼 루이스(미국)에 필적하는 업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세계기록(9초74)은 여전히 파월의 몫이다. 통산 30회 가까이 9초대를 주파하고도 무관에 머물러있는 파월의 설욕 의지가 만만찮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일한 육상 세계기록을 세운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도 빼놓을 수 없다. 5m 벽을 훌쩍 넘는다면 베이징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을수 있다. 수영에선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8관왕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2007 세계수영선수권대회 7관왕 펠프스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마크 스피츠(미국)가 목에 건 금메달 7개를 넘어서겠다는 기세다. 8관왕에 성공한다면 역대 올림픽 모든 종목을 통틀어 최다 금메달이 된다. 물론 박태환(경기고)도 베이징에서 금빛 물살을 가를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펠프스 만큼 다관왕을 노릴 상황은 아니다. 그랜트 해켓(호주)과 재대결은 세계가 주목할만한 한 판 승부다. 기계체조에선 공룡 중국의 금맥 전선에 힘을 보탤 양웨이가 뜬다. 지난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개인종합 2연패를 이뤄낸양웨이는 중국 체조의 자존심이자 마지막 보루다. 여자부에선 중국세를 저지할 대항마로 미국의 숀 존슨이 꼽힌다. 중국인 코치의지도를 받아 섬세함을 겸비한 존슨은 첫 성인무대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고 이제 `베이징의 요정'으로 뜰 날을 기다리고 있다. 여자 유도 두번째 금메달에 도전하는 북한의 영웅 계순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회 연속 우승한 기세로 세계를 매칠 준비를 하고 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다니 료코(일본)도 월드 스타 후보로 손색이 없다. 녹색 테이블에선 아테네에서 절치 부심한 왕하오(중국)가 유승민(삼성생명)을 상대로 설욕을 노린다. 여자 탁구 장이닝(중국)은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베이징에서도 미국농구대표 `드림팀'이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단 아직 선수단 구성이 확정되지 않아 어떤 별이 뜰지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아테네에서 단단히 망신을 당했던 만큼 NBA 스타들을 대거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류시앙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양대 모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만리장성' 야오밍(중국)이 드림팀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고공 쇼를 펼칠 기세다. ◇남북 단일팀 염원 이룰까 = 그라운드 밖에서는 한국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을 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2004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남북단일팀은 양측이 선수 구성방안에 대해 이견을 보여 더 이상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지만 올림픽 직전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21세기 최강국을 노리는 중국이 주최하는 베이징올림픽은 이래저래 풍성하고 다양한 화젯거리로 벌써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