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템플 그랜딘>
* 책소개 *
자폐인이 쓴 자폐인 일기. 천재적인 동물학자이자 자폐인인 저자 템플 그랜딘이 10년 전 출간한 『어느 자폐인 이야기』에 이어 두번째 책을 펴냈다. 자폐인의 감정과 인식세계, 자폐인의 인간관계와 재능계발을 총체적으로 다루었다. 동물행동학 분야의 교수로서 자폐증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특이한 종족, 즉 비자폐인을 이해하고 자폐증 밖의 세상에서 저자 자신의 가치와 역할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자폐의 세계에서 경험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록해 자폐인과 비자폐인의 넓은 간극을 명쾌하게 메운다.
◇ 목 차 ◇
서문
1장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자폐증과 시각적 사고
사고방식의 차이
비시각적인 정보의 처리방식
추상적 개념이해하기
시각적 사고와 머릿속의 이미지
2장 자페증이란 무엇인가?
자폐의 유형과 진단
고기능 자페인과 저기능 자폐인의 차이
자폐증 연속체에서 나의 위치
3장 감각 기관이 전달하는 신호가 다르다
청각문제
시각문제
냄새와 맛
감각혼란
감각통합
4장 감정의 교감을 배우다
자폐증과 동물의 행동
자폐인의 감정
5장 숨겨진 재능을 어떻게 계발할 수 있는가
자폐인의 지능 계발
대학과 대학원 생활
자폐인의 일과 직장 생활
6장 약물치료도 도움이 된다.
약물 치료와 새로운 치료법
생화학 치료를 알게 되다
자폐증의 약물치료
간질과 유사한 상태
자해 행동 치료
신경이완제
7장 타인과 상호작용하기
자폐증과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의 기술
8장 가축 시설을 설계하다
동물과의 유대
인도적 도축과정
이상적인 구속장치
9장 예술가와 회계사
동물 사고의 이해
새 사방
가축의 감정
해부학적, 신경학적 증거
10장 천재성도 비정상이다
자폐증과 천재사이의 고리
비범한 자폐인들
11장 천국으로 가는 계단
종교와 믿음
불멸성과 삶의 의미에 대한 의문
제 1장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자폐증과 시각적 사고
누군가 나한테 이야기를 하면 그 말도 그 즉시 그림으로 번역된다.
대부분의 자폐인들이 언어 능력은 떨어지는 반면 공간 지각 능력은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다. 설계상의 난제를 해결해야 할 때마다 시각화 능력과 그림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의 덕을 봤다. 상상 속에서 설비 가동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것은 머릿속에서 비디오를 보는것과 비슷하다. 또 나는 상상속의 비디오 도서관에 있는 조그만 이미지 조각들을 모아 연결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항상 기존에 최상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먼저 확인해 본다.
3차원 비디오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나는 가축들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할 수 있다. 자폐인이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는 방식으로 정보를 흡수하지 않는다.
내 생각은 이런 식으로 연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주제를 벗어나 흘러간다. 그 외에 많은 자폐인들이 조각 그림 퍼즐을 맞추거나 길을 찾거나 한눈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암기하거나 하는 등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것도, 이들이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시각적 사고를 주된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증거가 된다.
사고방식의 차이
나는 무언가를 발명할 때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선명하고 구체적인 그림으로 사고하는 데 반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이미지를 조합해 사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영상에서 일반적 개념으로 사고가 이동한다. 세상 사람들은 시각화기술에 있어서 제로에 가까운 사람부터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그림을 보는 사람, 반쯤 구체적인 그림을 보는 사람, 나처럼 아주 구체적인 그림을 보는 사람까지 연속체를 이룬다. 나는 새 설비를 발명하거나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걸 생각할 때는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전에 본 이미지들을 가져와 새롭게 배열해서 전에 없던 새로운 그림을 만드는 것이다.
명사를 가장 쉽게 익히는데, 언어능력이 더 떨어지는 아이들은 연상을 통해 익히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장애 정도가 심한 자폐아는 손으로 만져 보고 느낄수 있는 입체적인 글자로 단어를 써 줄 때 더 쉽게 배우기도 한다. 나는 동사도 시각화한다. 부사는 부적절한 그림을 연상시킬 때가 많다. 어릴 적에 나는 ‘~이다(is)’, ‘그(the)’, ‘그것(it)’등의 단어는 빼놓고 말했었다. 마찬가지로 ‘~의(of)’나 관사 간은 것도 나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단어들을 제대로 쓰는 법도 익힐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이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셨고, 그분들이 말하는 형태를 모방해서 말을 배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to be’등과 같은 동사의 몇몇 형태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글을 읽을 때는 단어를 천연색 영화로 번역하거나 아니면 나중에 읽을 수 있게 글이 적힌 페이지 전체의 영상을 저장해 놓는다. 철학책이나 가축 시장의 전망에 관한 기사 같은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쉽게 그림으로 번역되는, 무언가를 묘사하는 글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쉽다. 자폐 아동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연상적 사고 패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적절한 단어는 말하고자 하는 바와 논리적·연상적 연관이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하는 일을 자폐인들은 연상적 사고와 유사한 시가가적 사고 패턴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구체적인 발견이나 관찰에서 시작해서 그것을 조합해 새로운 기본 원칙이나 일반적 개념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의 사고 패턴은 언제나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해 연상적, 비연속적 방법으로 일반화된다. 평화나 정직 같은 개념은 상징적 이미지로 시각화했다. 문과 창문이라는 시각적 상징들을 만들어 내고 난 다음에야 나는 관계에서 서로 주고받는 법을 익히는 것 등의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 했다. 자폐인들 대개가 변화를 무척 힘들어한다. 그래서 나는 실제 문, 창문, 대문 등을 걸어 나가면서 내 삶의 각 단계를 지나가는 것을 행동으로 직접 해보았다. 각각의 문들이 내가 다음 단계로 옮겨 가는 것을 도와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삶은 일련의 계단을 밟아 온 것과 같다. 자폐증에 적응할 수 있게 된 계기나 돌파구 같은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 단 한 번의 약진으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단계적으로 계속 발전해서 여기에 이른 것이다. 내 일기를 보면, 문하나를 통과하는 것은 전체 단계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간 것일 뿐이라는 걸 내가 알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폐인의 삶은 이렇게 갇혀 있는 것과 유사하다.
나는 문과 창문 상징 덕에 자폐인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던 성취를 이루고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시는 문과 구름을 이용해 추상적 특질을 표현하는 시각적인 등급 체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나의 경우, 사물에 대한 기억은 각각의 구체적 이미지로 저장되지만 이런 머릿속의 이미지를 수정할 수도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독서는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는 것과 비슷하다.
시각적 사고와 머릿속의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적 사고는 서로 다른 신경 시스템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폐인의 경우 시각적 시스템이 확장되어 언어적, 연속적 사고의 결함을 보완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이전 경험의 시각적 기억에 기반해 새로운 경험을 하기 때문에, 세계가 계속 확장될 수 있다. 생각하면서 움직이려고 하면 혼동이 되어 실수를 했다. 자폐인은 몸의 경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제 2장 자폐증이란 무엇인가
자폐의 유형과 진단
아기가 자폐증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 수 있는 징후는, 아기를 잡거나 안았을 때 아기의 몸이 뻣뻣해지고 저항을 하는 것이다. 더 뚜렷한 증상은 보통 12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나타난다. 말을 하지 않고, 눈을 맞추지 않고, 짜증을 부리고, 귀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사람에 관심을 같지 않고, 텅 빈 공간을 끝없이 응시했다. 심한 말더듬이 같았을 것이다. 다른 의사소통 방법이 없으니 소리를 지르는 수밖에 없다고 논리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기억난다. 전기 차단기에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 같았다. 혼자 내버려 두면 나는 보통, 세상과 단절되어 최면에라도 걸린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주변의 소음이 심해졌을 때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몸을 흔들고 뱅뱅 돌기도 했다.
자폐증을 초기 아동기 장애라고 정의한다. 자폐증은 여자 아이보다 남자 아이에게 나타날 확률이 세 배 가량 더 높다. 자폐증이라는 지단을 내리려면 세 살 이전에 자폐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말을 하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말을 하는 것, 눈을 맞추기 않는 것, 짜증을 자주 내는 것, 접촉에 예민한 것, 귀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것, 몸을 흔드는 등의 주기적이고 전형적인 행동, 무관심, 부모 형제와 친밀하지 않은 것 등이다. 이 책의 3판에 따르면 자폐 증상을 보이는 어린아이 가운데 91퍼센트가 자폐아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가장 최신판을 보면 범위가 좁혀져서 그 중 단 59퍼센트만이 자폐증으로 진단된다. 자폐증은 신경계 이상이지만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여 진단한다. 새로 정립된 범주는 자폐 증상을 보이는 이상을 자폐증, 전반적 발달 장애(PDD), 아스퍼거 증후군, 붕괴성 장애(disintegrative disorder)등으로 구분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도 아직 이견이 많다.
카너 증후군 아이들은 봉통 말하는 법은 배우지만 극도의 경직된 사고, 일반화 능력 결여, 상식 부족 등으로 인해 심한 장애 상태가 계속된다. 카너 증후군 환자 가운데는 날짜 계산 등의 사방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전형적인 카너 증후군 자폐아는 사고나 행동에 유연성이 거의 혹은 전혀 없다. 상식이 부족한 것이다. 만약 뭔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라고 미리 일러 놓지 않으면, 예기치 않게 이런 일이 생겼을 때 패닉 상태가 되어 허둥대거나 불안해하거나 도피하려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인은 카너 자폐인보다 장애가 훨씬 덜한 편이라 ‘마음이론’테스트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고, 융통성 있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시험에 대체로 더 잘 통과한다. 카너 자폐아에 비해 언어가 훨씬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인지 능력도 더 뛰어나다. 그래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고기능 자폐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행동이 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반적 발달 장애아란 다른 장애 이름을 붙여 부를 만큼 심각하지 않은 가벼운 증상을 가진 아이를 이르는 말이다.
붕괴성 장애 진단을 받는 아이들은 언어와 사회적 행동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다가 두 살 이후에 퇴행하여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다. 말하는 법을 영영 배우지 못하는 사랗들은 일반적인 검사에서 심한 신경 장애를 드러내는 일이 많고 간질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다.
세 살 이전에 집중 교육을 받으면 예후가 더욱 좋아진다. 나는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함으로써 여러 자폐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
성인의 자폐증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그 사람의 초기 아동기에 대해 알아보고 부모나 교사로부터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설명을 듣는 방법밖에 없다. 랜도-클레프너 증후군은 간질의 일종인데, 이로 인해 아이가 언어를 잃게 되는 일이 많다. 항경련제는 비정상적 뇌파나 감각 교란 증상이 있는 자폐아에게도 유용하다.
자폐증과 정신분열증 사이의 구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정의상 자폐증은 아동기 초기에 나타나는 반면 정신분열증의 첫 징후는 대개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나타난다. 정신분열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뚜렷이 드러나는 증상으로 완전한 환각과 일관성 없는 사고를 수반하는 망상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불분명한 증상으로 맥 빠진 듯하고 둔한 감정과 말을 할 때 음색이 단조로운 것 등이 있다. 감각 처리 장애가 일어나는 정확한 시기가 언제냐에 따라, 카너 증후군이 나타나느냐 아니면 말을 하지 못하는 저기능 자폐증이 나타나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 내 가설은, 두 살 이전에 접촉에 지나치게 민감해지거나 청각 교란이 있으면 카너 자폐증에서 보이는 경직된 사고와 정서적 발달 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카너 자폐증의 경우는 초기에 감각 처리 장애가 나타나 감정 중후가 발달하지 못한 경우고, 반면 감각 처리 장애가 좀더 나중에 일어나면 언어를 습득하기가 힘들어진다.
자폐증은 신경계 장애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뇌 성숙 지연의 징후는 자폐아의 뇌파에서도 나타난다. 자폐인은 자폐아를 낳은 가능성이 높다. 또 자폐아의 형제자매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습 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화학물질에 노출된 경우, 백신이 면역 체계 이상이 대뇌 발달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고기능 자폐인과 저기능 자폐인의 차이
카너나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고기능 자폐아는 대개 말을 잘하게 되고 학습 능력도 좋다. 반면 저기능 자폐아는 아예 말을 하지 못하거나 몇 마디밖에 못 한다.
아주 어린 자폐아의 절반 정도는, 아이가 교사를 계속 펴다보고 상호 작용하게끔 만드는 어느 정도 강제적인 프로그램에 잘 반응한다. 촉각 시스템을 사용해 가르칠 때 가장 효과가 좋다.
자폐증은 뇌의 미발달로 인해 일어나므로, 좀더 큰 자폐아에게서 볼 수 있는 반향언어증이나 혼잣말은 미숙한 패턴 때문일 수 있다.
고기능 자폐인도 구두로 내린 지시는 잘 따라 하지 못하고 글로 쓴 내용을 훨씬 더 잘 이해한다. 대부분의 자폐아들은 귀로 들은 말은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로 쓴 단어를 사물과 연결 지어 가르칠 때 훨씬 쉽게 배운다.
자폐 증상의 두 가지 기본적인 패턴을 구분하면, 어떤 아이에게는 집중적이고 부드럽지만 강제적인 교육 방법이 효과가 있고, 어떤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
두 살 이전에 말을 잃은 아이들 중 일부는 감각이 완전히 뒤죽박죽되기 전에 적당히 강제적인 교육을 시작하면 좋아질 수 있다.
일과가 규칙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어린 자폐아한테는 좋다. 여러 연구를 통해 아이가 계속 교사와 상호 작용하게 하는 집중 치료를 일주일에 20~25시간 정도 할 때 가장 효과가 높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의사소통 촉진 기법(Facilitated Communication)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방법이 현재 말을 하지 못하는 자폐인에게 쓰이고 있다. 이 방법은 교사가 자폐인의 손을 받쳐 주어 자폐인이 타자기 자판으로 메시지를 치는 걸 도와주는 방법이다.
의사소통 촉진 기법은 실제로 교사가 언하는 대로 자폐인의 손을 움직이는 것과 진짜 의사소통 사이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자폐증 연속체에서 나의 위치
자폐증 연속체의 한쪽 끝은 주로 인지적 장애고, 다른 쪽 끝은 주로 감각 처리 장애라고 볼 수 있다. 감각 처리 이상이 심한 자폐아는 붕괴성 장애로 진단 받는 일이 많다.
과각성(hyperarousal) 상태에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니 저기능 자폐인은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패닉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적절한 프로그램으로 조기에 치료를 시작 했을 경우 자폐아의 50퍼센트 가량이 초등학교 1학년 일반 학급에 들어갈 수 있다.
대부분의 자폐인들이 그렇듯 개인적 관계에서 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제 3장 감각 기관이 전달하는 신호가 다르다
자폐증과 감각 문제
나도 압력을 좋아했다. 나는 내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아주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다. 압력을 천천히 높였다가 낮출 때 가장 기분이 편해진다. 압착기를 매일 사용하면 불안감이 가시고 긴장이 풀린다.
다른 자폐인들도 압력을 통해 안정을 찾는다. 어떤 남자는 허리띠를 꼭 조이고 신발도 발 사이즈보다 작을 걸 신는다. 어떤 여자는 몸의 특정 부분에 압력을 가하면 감각 기관이 더 잘 기능한다고 한다.
글을 가르치는 데도 촉각을 사용할 수 있다.
자폐인들에게는 과도하게 민감한 피부 감각 역시 큰 문제다. 머리를 감는 것과 교회 가려고 옷을 차려 입는 것이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싫어한 것이었다. 교회 갈 때 입는 옷과 목욕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나말고도 많다. 하지만 나는 싫은 정도가 아니라 샴푸를 하면 실제로 두피가 너무 아팠다. 손가락에 재봉용 금속 골무를 끼고 머리를 문지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빳빳한 페티코트가 살에 닿는 느낌은 마치 겉으로 드러나 신경 말단에다가 사포를 문지르는 것 같았다. 사실, 늘입던 옷이 아닌 다른 옷을 입는 것 자체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바지에 익숙해지면 치마를 입어서 맨다리가 드러나는 걸 참지 못했다. 여름에 반바지에 익숙해지고 나면 긴바지를 견디질 못했다. 보통 사람은 몇 분이면 적응하지만 나는 최소 두 주는 걸려야 새 옷에 적응했다. 새 속옷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나는 브래지어를 다 해져 떨어질 때까지 입는다. 새 브래지어는 적어도 열 번 정도는 세탁해야 비로소 편하게 입을 수 있다. 봉재선이 피부에 닿으면 핀으로 찌르는 것 같아서 요새도 브래지어가 뒤집어 입을 때가 많다. 자폐아들에게 몸을 거의 다 덮는 부드러운 옷을 입히면 감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짜증을 많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청각 문제
시끄러운 소리가 실제로 고통을 주었다. 자폐아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나도 주의를 흩뜨리는 소리가 나면 사고의 맥락을 놓쳐 버리는 문제를 지금도 겪고 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할 때, 나는 한 사람의 말만 걸러내어 듣지를 못한다.
나는 존 벌리의 테스트 중 두 파트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냈다. 둘다 동시에 진행되는 두 대화를 듣는 능력을 가늠하는 것이었다. 이 테스트를 통해 다른 소리 속에서 어떤 특정 음성에 주목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심하게 손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벌리 박사는 장애가 심한 귀에 특정주파수의 소리를 걸러내는 귀마개를 끼우는 방법으로 청각 처리 장애를 지닌 사람의 듣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거슬리는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혼자 콧노래를 부르곤 했다.
시각 문제
나도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해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때가 많다. 형광등 조명 때문에 곤란을 겪는 자폐인도 많다. 일부 자폐아는 곁눈질로 보는 것을 선호하는데, 시각적 이미지 왜곡 현상으로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냄새와 맛
냄새맡는 것을 좋아하는 자폐아들이 많다. 냄새로 사람을 기억한다는 자폐인도 여러명 있었다.
감각 혼란
감각 처리 장애가 심한 사람은 시각, 청각 등의 감각들이 서로 섞이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피곤하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그런 일이 잦다. 즉 보면서 동시에 들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과 교제하는 데 전화를 사용하는 게 편하다고 말한다. 감각 장애가 심한 사람들은 현실이 어떤지 파악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자폐인에게 현실이란 사건, 사람, 장소, 소리와 형체가 서로 혼란스럽게 교차하는 거대한 덩어리 같은 것이다.
자폐증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지각 문제를 정신분열증의 망상이나 환각과 혼동하는 의사나 치료 전문가들이 있는데, 정신분열증의 망상이나 환각은 이것과 다른 형태를 취한다.
시각적 사고방식과 지나치게 민감한 감각 때문에 다른 사람과 교제하고 어울리는 게 힘든 것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감각 통합
감각 통합이라는 치료법을 개발했는데 많은 자폐아들이 이 요법으로 도움을 받았다. 특히 촉각 과민성을 감소시켜 주고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치료법의 두 가지 주요 구성 요소는 강한 압력을 가하는 것과 1분에 10~12회 움직이는 그네를 통해 천천히 전정기관을 자극하는 것이다. 자폐인의 행동은 이상스럽게 보이는 게 많지만, 사실 이런 행동들은 왜곡되거나 지나치게 강렬한 감각 자극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감각 통합 프로그램은 뇌가 아직 발달 중인 아주 어린아이들에게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 4장 감정의 교감을 배우다
감정과 자폐증
많은 자폐아들이 애완동물을 너무 세게 끌어안는다. 그리고 또 자폐인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어떻게 다가오게 해야 할지에 대해 균형 잡힌 감각이 없다.
압착기를 통해서 받은 느낌이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발달시켜야 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1970년대에 일반적으로 통용된 자폐증에 대한 낡은 이론은, 엄마가 아이를 거부해서 아이한테 자폐증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차가운, 이른바 ‘냉장고 엄마’한테 책임을 돌리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접촉이나 포옹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신경계 이상 때문에 자폐증이 발생한다.
소뇌와 변연계 이상이 감각 관련 문제와 비정상적 감정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자폐증과 동물의 행동
동물원에서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우리에 혼자 가두어 놓은 동물은 자폐증과 유사한 이상 행동을 보인다. 감각 경험에 제약이 있으면 중추 신경계가 소리와 촉각에 과민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폐아도 비정상적인 감각 때문에 뇌에 2차적 이상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자폐아의 경우, 어릴 때 치료와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도 알 수 있다. 그래야 발달 중인 신경 말단이 정상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폐인의 감정
내가 화를 내는 패턴은 마치 오후의 소나기 같았다. 아주 강렬한 분노가 찾아오곤 했지만 그때만 지나고 나면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춘기 때는 공포가 주된 감정이었다. 수업 시간표가 조금만 달라져도 강한 불안감과 패닉이 찾아올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일몰을 보고 아름답다고 황홀해할 때 나한테 뭔가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 광경이 아름다운 거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느끼지는 못한다.
“나는 자각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정상일 수 있는 육체와 정신이 깊이 있게 표현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압착기를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조작해 보면서, 조절 레버를 작동하는 방식을 조금만 바꾸어도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천히 압력을 높이면서 압력을 올리는 속도와 시점을 아주 미세하게 변화시켜 본다. 그러면 마치 압력에 언어가 있는 것처럼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다른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나한테는 이것이 복잡한 감정에 해당하는 것 같아서 이걸 통해 감정의 복잡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복잡한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이들과 교제하기란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성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미묘한 감정적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 나와 식구들 사이에 거리가 생기기도 했었다. 예를 들어 내 여동생은 이상한 언니를 두어 무척이나 힘들어했고, 내 옆을 지날 때는 항상 살금살금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동생이 어릴 적 나에 대해 느꼈던 감정을 털어놓기 전에는 그런 사실을 전혀 짐작도 못했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해서 직접 데리고 가르쳤고, 시설에는 보내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때로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신다고 한다.
어머니는 감정적 관계를 이성이나 논리보다 중요시하는 분이다. 아기 때 내가 야생동물처럼 발길질을 한 것이나 압착기를 이용해 애정과 다정한 느낌을 받는 것에 상처를 받으셨다. 그러나 아이러니인 것은 그 기계를 쓰지 않았다면 나는 차갑고 단단한 바위나 다름없는 사람이 되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압착기가 없었다면 어러니에게도 다정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을 느끼기 위해서는 육체적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자폐인도 강력한 감정적 유착을 형성할 수 있다. 자폐인은 장소나 사물에 관련된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좋은 일이 일어났던 장소로 돌아가거나 좋은 느낌과 상관있는 사물을 보면 즐거움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 나는 가축 설비를 설계하느라 며칠, 몇 주 동안 머물렀던 장소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잠긴 문에 대한 공포는 너무 강해서 항우울제로도 완전히 극복할 수가 없다. 공포가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사회적 관계에서 적합한 행동을 머리로 익혀야 했다. 자폐인이 사회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가르쳐 주고 이끌어 줄 인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제 5장 숨겨진 재능을 어떻게 계발할 수 있는가
자폐인의 재능 계발
자폐아들은 내버려 두면 자기만의 작은 세계에서 나오려 들지 않는다. 자폐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조직적인 일과에 따라 생활하도록 하는 게 좋다. 나는 머릿속에서 정보를 빨리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문에 얼른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성장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은 하나같이 창의적이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다.
자폐아는 무언가에 고착(fixation) 증상을 보이는 일이 많고, 그 대상도 다양하다. 일부 교사들은 이런 고착을 막으려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막을 것이 아니라 그걸 확장해서 건설적 행동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고착은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다. 아마 인터넷이 자폐인의 사회적 삶을 개선하는 데 가장 훌륭한 역할을 한 도구일 것이다.
때로 무례할 정도로 직설적인 것이 자폐증의 특징이다. 나는 뭔가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것에 끝도 없이 매달린다.
대학과 대학원 생활
나는 잘못된 행동을 ‘아주 나쁨’, ‘조직 내의 금기’, ‘위반이지만 나쁘지는 않음’의 세 종류로 나누어, 어떤 규칙을 위반해도 좋은지를 판단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자폐인의 일과 직장 생활
어떤 면에서 보면 내가 소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자폐증 덕이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 압착기를 사용해 보지 않았다면 그것이 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도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운이 좋았던 것이, 동물을 이해하고 시각적으로 사고하다 보니 자폐증적 특징이 장애가 되지 않는 만족할 만한 직업을 가질 수 잇게 된 것이다.
기술을 갈고닦기만 하면 자폐인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피아노 조율도 잘 맞는 일인데, 자폐인들 대부분이 정확한 음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폐인들에게는 옷 입는 법이나 몸치장하는 법을 가르쳐 줘야만 안다. 자폐인을 고용하는 사람을 자폐인의 한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자폐인은 일에 대한 집중도가 아주 높고, 적당한 환경을 조성해 주면 직업 영역에서 아주 뛰어난 성취를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상활을 피할 수 있도록 막아 주어야 한다. 닫힌 문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제 6장 약물 치료도 도움이 된다
약물 치료와 새로운 치료법
패닉 상태를 유발하는 심리적 원인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썻다. 지금은 자폐증으로 인한 신경계의 과각성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어릴 때는 불안감이 고착 경향을 심하게 했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도 했다. 범발성 불안감이 불안감에 의한 대장염보다 심리학적으로 더 퇴행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장염으로 아플 때는 불안하거나 공포에 휩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사춘기 이후로 평생 안고 살아온 불안 증상을 극복하게 해 줄 생화학 치료를 알게 되었다.
생화학 치료를 알게 되다
항우울제를 이용해 불안감을 치료하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생존 본능과 과학에 대한 흥미 덕분에 항우울제나 압착기 같은 치료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고기능 자폐인 성인 중 절반 가량이 심한 불안증과 패닉 증상을 겪는다. 과민한 신경계가 나를 무너뜨리기 전에 약물로 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한다.
자폐증의 약물 치료
약물 치료는 특히 사춘기 이후에 나타나는 문제에 아주 유용하다. 자폐증 증상이 무척이나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한테는 효과가 있는 약이 다른 사람한테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 세로토닌은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물질이다. 과용의 징후로 제일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대개 불면증이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부모, 전문가, 자폐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불안감, 공포증, 강박증을 다스리려면 약물 치료가 필요한 자폐인이 있는 반면, 증상이 약한 사람은 운동 등 약물 외의 치료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질과 유사한 상태
일부 자폐 증상은 간질과 유사한 원인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다. 뇌파 검사로는 잘 감지되지 않는 아주 작은 발작이 일어나 감각 교란, 자해 행동, 공격성 폭발 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뇌의 전기적 활동을 정상화하는 물질을 투약하면 자폐 증상이 줄어들고 아이가 말을 알아듣는 능력도 나아질 수 있다.
자해 행동 치료
자학 행위를 막는 데 쓰이는 날트렉손(트렉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자해 행동의 대상이 되는 신체 부위에 진동 마사지기를 대어 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로나는 자해 행위가 있은 직후에 바로 감각 통합 방법을 적용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 자해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실시해서 자해 행위 자체와 연계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전문가들 중에도 이른바 자연 치료법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가을 지닌 이들이 많다. 이 방법이 실험실 환경 연구에서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자폐증이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생화학적 비정상과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광범위한 이상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신경 이완제
신경 이완제는 신경계에 미치는 독성이 무척 강해서, 많은 양을 계속 복용하면 십중팔구 신경계에 이상이 오고 파킨슨병과 유사한 지연성 운동 이상(tardive dyskinesia)을 가져올 수 있다.
자폐인 중에는 투렛 증후군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투렛 증후군이란 의도하지 않은 움직임을 반복한다거나(틱), 하루에 여러 차례 자기도 모르게 짧은 단어를 말하는 현상이다. 리탈린이 투렛 증후군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매일 여러 시간 동안 자폐인을 살필 수 있는 부모나 교사가 약물 치료가 효과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알레르기 등이 심하면 자폐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제 7장 타인과 상호 작용하기
자폐증과 인간 관계
보통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회적 상호 작용이 자폐인에게는 엄청나게 힘든 일일 수 있다. 어릴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이끌어 줄 본능을 타고 나지 못한 동물과 같았다. 시행 착오를 통해 배우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은지 파악하고 그렇게 행동하려고 애썼지만 그래도 항상 어딘가 어색했다. 어떤 사회적 행동이든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으면 납득이 가지 않았다. 평생 나는 관찰자였고, 나 자신을 외부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 느꼈다.
정상적인 아이는 본능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무의식적으로 익힌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폐인은 “지성을 통해 사회적 적응 과정을 배워 나가야 한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첫 연락을 취해야 할 때 주로 전화를 썼다. 복잡한 사회적 신호를 파악하느라 애쓸 필요가 없어, 전화로 대화하는 것이 훨씬 편했기 때문이다.
자폐인한테는 거짓말하는 것도 무척 힘들다. 프리스의 개념은 자폐인은 ‘마음 이론’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으로, 즉 자폐인은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내가 이런 장난을 치는게 어떤 면에서는 깊이 있는 인간 관계에 대한 대용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관계의 기술
자폐인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과거의 경험이나 텔레비전, 영화, 신문 등에서 본 것에 대한 기억을 오랜 기간에 걸쳐 엄청난 분량으로 축적해 놓았고, 이걸 이용해 철저히 논리적으로 행동한다.
자폐아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찰한다고 했다. 어릴 때 이미 나는 내가 사회적인 신호를 파악하질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의 이동에 관한 생리적 문제 때문에 사회적 상호 작용이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는 내 방에 있는 물건이 내 정체감이었다.
한스 아스퍼거는 자폐인들은 장소에 강한 애착을 가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 8장 가축 시설을 설계하다
동물과의 유대
자폐인 중에도 위험한 포식자로 가득한 세계에 던져진 겁에 질린 동물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끝없는 공포 속에서 살며, 일상의 작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주변의 사물이 달라지면 불안해한다. 변화에 대한 이러한 두려움은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이미 퇴화되거나 깊이 감춰진 아주 오래된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폐인도 감각이 고도로 예민하고 언제나 경계 태세다. 높은 소리가 특히 괴롭다.
낯선 것에 대해 소가 보이는 반응은 자폐아가 사소한 환경의 변화에 대해 보이는 반응과 유사하다. 자폐아는 다른 아이가 자기 영역을 침범하면 긴장한다.
한 연구에서, 장애가 심한 자폐인 성인에게 점심 시간이나 버스를 타기로 되어 있는 시간 15분 전에 어떤 물건을 쥐거 있게 하면 공격성이나 돌발적 행동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제 9장 예술가와 회계사
동물 사고의 이해
자폐인 가운데 9~10퍼센트가 사방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도킨스의 연구는 일반화를 하지 못하는 자폐아에게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야기한다.
로바스 언어 교육법은 사물을 보고, 단어를 듣고, 들은 단어와 사물, 그리고 보상을 연결시키게 한다. 아이가 어떤 사물을 익히고 나면 실제 물건 대신 그림을 보여 준다. 자폐가 아주 심한 아이들은 그림과 사물을 연계시키는 것을 어려워한다.
새 사방
자폐인도 이처럼 고도로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다. 자폐아들은 다른 교실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한다. 나는 자폐인의 감각이 동물의 예민한 감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해부학적, 신경학적 증거
마찬가지로 자폐인도 익숙한 일상 속에서는 차분하다가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면 분노나 공격성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제 10장 천재성도 비정상이다
자폐증과 천재 사이의 고리
자폐인의 가계에서는 또 불안 이상, 우울증, 공포 발작 등의 특징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자폐증이 유전적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비범한 자폐인들
최근 3년에 걸쳐 나의 시각화 기술이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탁월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능력을 잃어야만 한다면 나는 정상인이 되고 싶지 않다. 또 나는 아직도 어린애 같기 때문에 창의적일 수 있는 것 같다.
지나치게 격식을 갖춘 언어 구사는 고기능 자폐인의 특징이기도 하다.
심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적 성향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과 과학적 발견을 가져온 재능과 천재성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뚜렷한 경계는 없다. 나는 자폐증 , 심한 조울증, 정신분열증 같은 장애가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주면서도 우리 유전자 안에 계속 남아 있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학자들은 정신분열증이 언어 능력과 사회적 상호 작용 능력을 얻는 대신 치러야 하는 진화상의 대가라고 말한다. 런던 임상 연구 센터의 팀 크로는, 정신분열증 환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아이를 적게 낳는데도 불구하고 정신분열증이 나타나는 비율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정신분열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약한 형태로 나타날 때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조울증이나 자폐증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경우, 내가 가축의 인도적 도살과 동물에 대한 처우 개선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그것은 나의 비정상성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나름의 신앙 체계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면 아마 이런 일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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