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가 지나고
추분(秋分)이 코앞 인데
비는 오지 않고
태풍도 비껴가는
이 어이없는
기후 정점(頂點) 속에
2개월째
숨통을 가로 막는
폭염(暴炎)은
갈수록 비스듬히 증폭하여
뒤통수를 갉아 먹는 듯
이런 어지럼증은
난생 처음이다.
그렇지만
엄동설한(嚴冬雪寒) 보다
훨씬 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겨울에는 모든 것이
따뜻해야 하기 때문이다.
씻는 것 부터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까지...
그래서,
더워서 죽겠다
더워서 미치겠다는
이런 수준 낮은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복잡 다난(多難)한 건
마찬가지 이겠지만...
우리의 신체 중
오장육부(五臟六腑)는
어느 것이
가장 소중하고
어느 것이
최고인 것은 없다.
전부
다 중요하여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안되는 것들이다.
그 중에,
대장(大腸)은
내장(內腸)의 하나로
소장(小腸)
그 주위를 돌아서
항문(肛門)에 이르는
창자를 말하는데
그 대장(大腸)이
끊어지는 것을 두고
단장(斷腸)이라 하고,
그 단장(斷腸)이
창자를 끊어내는 고통을 의미한다.
정말 창자가 끊어져서
아픈것이 아니라
그 고통이
형용 불가한 것으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 일것인데...
살아가면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철창속 갇힌 한마리 범
먹다 버린 사과
아무도 없는 고궁(古宮)
쓸쓸히 내리는 가을비...
교복 입던 시절 한때는
빈 노트에
빼곡히 적어가며
외우기도 하였는데...
지금의
이런 감성적인 것들은
싸늘한
여운만 남아 있을 뿐
느끼는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반갑지 않은 낭만이고
충분히
소통을 원하면서도
감성을
지키기 위한
현실을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인
모습에 불과하다.
하지만,
텅 빈 쌀독
난방을 대신하는 야윈 촛불
바닥 난 약 봉투
3개월째 끊어진 생활비
목숨은 위태로운데
수술비 없어
길바닥에
버려진 가족들
그리고,
어느 순간
폭삭 늙어버린
자신의 증명사진을
보노라면
받아 들일수 밖에 없음이
지극히 당연하지만
망연자실(茫然自失)한
현실 앞에
또,
할 말을 잃는다.
이를 두고
단장(斷腸)의 아픔이 아닐까?
내가 밥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뭘 먹었는지
몇일 굶었는지...
나의 지갑에는
지폐가 얼마나 들었는지
은행 대출금 이자를
납부 못하여 연체는 아닌지...
심지어,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렇게,
진지한 삶과
나열하기도 버거운
필수적 사항에
철칙(鐵則)이
전제되어 있는 건
이 세상은
나에게
절대 싸늘히 침묵하고
나와는
절대 싸늘히 무관하며
세상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 또한,
나와는
아무런 상관과
아무런
관심없다는 것이
명확하고
싸늘한 팩트(Fact) 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모두가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이고
도덕적으로도
전혀 옳바르지 못한
이 사회의 부조리(不條理)로
치부될 수 있으나,
본래
인생과 세상은
홀로
거듭되는 과정으로
결국
홀로 되는 것이고,
그 의의를
발견할 가망이 없기에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은
불합리한
관계라 하겠으며,
더더욱
각자의 물음이 절실하다면
차라리,
차디찬
돌을 가슴에 품고
속삭이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늦은 오후
돼지국밥은
허기를 달래주고
소주 한 잔은
시름을 달래주고
나는 그 속에
조용히 앉아 있다.
나에게
추석은 무슨 의미인가?
甲辰年
九月 第一十三天
寓居泗川 灑落堂
律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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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律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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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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