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질 베이킹소다도
오래쓰면 아토피 일으키죠
천연 살균·탈취제 사용 때 주의할 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생활 속 화학 용품을 대체할 천연제품이 뜨고 있다. 특히
베이킹소다·구연산·과탄산소다는 '천연 3종 세트'로 불리며 판매량이 급증하는 분위기
다. 하지만 원료만 있을 뿐 어떻게 제조·사용하는지는 저마다 말이 다르다. 대부분 인
터넷 블로그나 카페 게시글 등 제대로 검증된지 않은 곳이 출처다. 심지어 판매업체 마다
조합 방법, 취급 방법이 다르다. 화학용품보다 독성은 적지만 잘못 사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천연제품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천연 원료도 위험할 수 있다
화학세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세 가지 물질(베이킹소다·구연산·과탄산소다)은 모두
어느 정도 세척·살균·표백·탈취 성능이 있다. 특히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식품에 넣을
정도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하지만 살균 능력이 있다는 건 다른 말로 독성이 있다는
의미다. 아무리 천연 원료라도 장기간 계속 노출되면 아토피피부염, 자극성피부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베이킹소다보다 염기성이 강한 과탄산소다는 더 주의해야 한다.
물질 고유의 독성보다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 인체에 흡수되느냐다. 피부에 닿을 때, 섭취할
때, 흡입할 때 각각 미치는 정도가 다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호흡을 통해 들어왔을 때다.
입자가 작을수록 위험하다. 특히 입자가 고운 베이킹 소다는 조심해서 취급해야 한다. 유해성
이 전혀 없는 밀가루조차 호흡을 통해 폐에 들어가면 적잖은 문제를 일으킨다. 한국산업환경경
보건학회 김판기(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회장은 "가루는 항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빵
공장 근로자들이 밀가루 분진을 지속적으로 흡입한 결과 단체로 천식에 걸렸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역시 입자가 1㎛(마이크로미터·0.001㎜) 이하로 폐포에 도달하기
좋은 크기였다. 물에 녹여 용액으로 만들었더라도 가습기나 에어컨 필터 소독에 사용하면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천연제품이든 화학제품이든 세척 목적으로 사용하고 난 다음엔
반드시 씻어내야 한다.
지중에 판매 중인 '천연' 제품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름만
천연일 뿐 실제 내용물은 천연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유통을 위해 방부제, 인공향료, 합성계면
활성제 등을 첨가한 제품이 적지 않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어느 제품의 어떤 성분이 얼마나
해로운지를 알 방법이 거의 없다. 일부 제품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지만 극소수에 지나지 않
는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화학용품을 소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균제 산+염기 중화되면 '無쓸모'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3대1 비율로 섞어 살균제 대신 사용 하세요." 인터넷상에서 어느 블로
그에 게재된 글의 일부다. 다른 블로그에선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1대1 비율로 섞으라고 조언한
다. 어떤 카페 게시글에선 베이킹소다만 물에 10% 희석해 사용하라고 한다.
제조 방법에 '정석'은 없다. 다만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섞으면 살균 효과가 떨어진다. 염기
성과 산성이 결합하면서 중화되기 때문이다. 두 용해액을 섞으면 작게 거품이 일어 세척 효과
가 좋아 보이지만, 실은 반대다. 중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면서 생기는 거품에 불과
하다. 만약 산과 염기가 정확히 균형을 이룬다면 효과는 0이 된다. 둘 모두를 사용하려면 베이킹
소다를 먼저 사용한 뒤 깨끗이 헹궈내고 이어 구연산을 사용하면 된다. 베이킹소다는 세척력이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는데, 이땐 과탄산소다를 사용하면 된다. 단, 염기성이 강하므로 맨손
으로 만지거나 눈·코·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탈취제 2~3일 내 사용 한 하면 변질 우려
천연탈취제는 에탄올에 과일이나 천연 오일을 섞는 방식이 주로 소개된다. 문제는 독성은 적은 반
면 변질 우려가 비교적 크다는 것이다. 과일 속 영양성분이 전부 휘발되지 않고 남게 돼 세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최은정과학교육연구소 최은경 박사는 "일례로 에어컨 탈취·소독에 레몬
소주를 사용하곤 하는데, 날아가지 않고 남은 레몬의 영양 성분이 세균이나 곰팡이를 끌어모을 수 있
다"고 말했다. 천연탈취제는 매번 쓸 만큼만 적당량 만들고, 2~3일이 지났다면 교체하는 게
좋다.
살충제 분사제>훈증제>모기향 순
계피와 에탄올을 섞어 천연 살충제를 만들 수 있다. 천연 살충제는 벌레를 쫓는 효과가 있다. 다
만, 화학살충제처럼 해충의 호흡기 및 신경계에 작용해 즉시 죽이긴 힘들기 때문에 보다 직접적
인 효과를 원한다면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면 된다. 다른 생활화학용품과 달리 살충제는 의약품으
로 비교적 관리가 잘 된다. 그러나 그것이 살충제가 안전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독
성 자체로만 보면 일반 화학용품보다 큰 편이다. 다양한 제품 가운데 분사제, 훈증제, 모기향 순으
로 흡입할 확률이 낮다. 특히 밀폐된 곳에서 모기향을 피우면 미세분진과 포름알데히드를 흡입할 가
능성이 있다.
살충제를 상용할 땐 사람이 없을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사용하고, 사용 후엔 반드
시 환기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홍윤천 교수는 "스프레이 자체로는 위험하지 않지만
입자가 작기 때문에 폐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훈증제는 하루 종일 나오기 때문에 좁은 방
에서 사용하는 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요 천연 물질의 효과와 주의사항
과일 세척, 설거지, 욕조, 변기 청소 세탁 입자가 작으므로 호흡기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구연산
물때 제거, 살균, 얼룩 제거, 섬유 유연
물때 제거, 살균, 얼룩 제거, 섬유 유연 염소계 표백제(락스)와
함께 사용하지 않는다.
과탄산소다
표백,살균, 탈취, 얼룩 제거, 세탁조 청소 사용 시 가급적 고무장갑을
착용해 피부에 직접 닿지 않게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베이킹소다·구연산·과탄산소다 같은 천연 원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잘 못 사용하면 역효과다.
- 도움말: 프리랜서 임성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