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며칠 째.
서울, 경기에선 눈이 엄청 쌓여 교통이 말이 아니랜다 40 몇년만의 눈이라니 대단하겠지.
여긴 눈대신 비가 내려 교통대란도 없고, 눈치우는 고생은 안해도 된다.
단지 일 못하는 안타까움은 감내해야겠지. 은행이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어쩔 수 없다. 겨울 비 맞으며 은행을 주을 수는 없잖아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할까' 일이 없으면 좀이 쑤셔서....
'그렇지 호박다리기가 딱이다' 내일 모레 안사람 올때 자랑스럽게 내어놓으려면 .... 생각만해도 흐뭇하다.
이런 날을 대비해 미리 준비해둔 재료들을 꺼낸다.
호박 한 솥을 다리는데 호박 30kg, 생강 1근, 대추 한 근, 잔대가 1근, 꿀이 반병 필요하다.
어제가 공주장날이라 공주에 가서 이것 저것 사들였다.
생강 1근에 7000원, 대추 한 근에 만원,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잔대를 구하기가 쉽지않다.
잔대가 여자들한테 좋다는데 .... 어혈을 풀어줘서 산모에게 좋고.... 두루두루 좋다니 꼭 넣어야 하겠는데....
물어물어 찾은집에서 겨우 잔대를 볼 수 있었다.
"잔대가 파동이라 비싸요" 미리 겁부터 주네. "얼만데요" "한 근에 4만원요" "예 그렇게 비싸요 ?"
"국산은 씨가 말랐어요. 수입산인데 요 거밖에 없어요"
'햐, 잔대가 너무 비싸네. 그래도 여자들한테 좋다니 별 수 없이 살 수밖에.... 한 근이래야 쬐끔이다,
꿀은 양봉하는 아는 사람에게서 미리 사놓았다.
"이 꿀은 밤나무 꿀하고 바로 옆의 헛개나무 꿀하고 섞여서 아주 약이되는 꿀이예요. 한 병 6만원"
호박은 내가 농사를 지은 것이니까 돈들어갈 일이 없지만 대충 계산해도 원가가 꽤 들어가네.
자아 준비는 다 됐으니 시작이다.
먼저 호박을 저울 위에 주섬주섬 올려놓는다. 여덟통을 올리니 32kg. 됐고
겉을 수세미로 박박 닦아 칼로 자르니 밝은 주황색에 눈이 환해지고 달콤한 호박향이 코를 찌른다
과연 맷돌호박이다. 썩은 게 한통도 없네. '약은 제대로 되겠다.
자른 호박을 분쇄기에 넣고 잘게 부순다.
약탕기에 부직포를 넣어 벌린 후 미리 물을 1.5L부어준다. 호박은 물이 많이 나오지 않아 탈 수 있어서다.
잘게 부순 호박을 한 켜 깔고 그 위에 생강, 대추, 잔대를 깔아준다.
그 위로 호박을 계속 넣어주는데 다 들아가질 않는다. 뚜껑을 연채로 스위치 온하여 불을 땐다. 온도 설정은 130도. 남는 것은 1시간 30분 정도 후 호박이 끓어오르면 주저앉으며 공간이 생기는데, 그때넣어주고 부직포를 묶어주면 된다.
호박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넘치려할 때 뚜껑을 닫고 끓인다.
압력이 1,2가 되면 스위치를 끄고 20분 정도 뜸을 들인다.
분배기 스위치를 약간 열어 분배기로 옮긴다. 진한 호박액의 향긋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분배기에 반 정도 차오르면 호박즙을 반바가지 정도 옆으로 빼내어 꿀 반병을 넣고 잘 저어준 후 분배기에 다시 부어넣는다.
꿀이 녹아 잘 섞이지 않으면 관이 막혀 파우치에 담을 수가 없다.
파우치 수가 215봉 네박스다.
총 세시간 정도 걸린다.
파우치 한 봉을 열어 컵에 따른다.
먼저 냄새로 맛을 가름한다
'호, 이 거 약 되겠다'
입으로 맛을 본다
'야, 맛있다. 안사람한테 칭찬 듣겠네'
첫댓글 사랑과 정성이 듬뿍담긴 호박즙 엄지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