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줄거리>
북만주 오랑캐 땅을 통일한 '잘안타'는 군대를 몰아 삼한 땅을 침범한다. 초야에 묻혀 학문에 정진하던 '펜슬'은 의병을 모아 '잘안타'에 맞선다. 책사 보여와 양돈부대의 활약으로 '잘안타'의 군대를 평양성에서 막은 펜슬은 탄국의 군대를 무찌를 수 있는 우기를 기다린다. 한편 '잘안타'의 책사 '마이꼴'은 펜슬 군영의 전략을 파악하고 이를 깨기 위해 일본을 전쟁에 끌어들이고, 서역국의 '불타는 물'을 구입한다. 적의 예봉을 꺽고 평양성에서 때를 기다리며 농성하던 펜슬 군영에 위기가 닥치는데,,,
단기 4612년 5월 중순, 신의주성의 쌀뒤주 속에서 은거하며 은밀히 활동하던 '새앙쥐'로부터 왜국의 '와리바시'가 2만의 왕새우를 거느리고 삼한 북부의 원산항에 상륙하였다는 급보가 날아들었으니, 이에 크게 당황한 펜슬이 휘하 장수와 부장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탄국이 바다 건너 왜국을 전쟁에 끌어 들였다. 왜국의 2만에 이르는 왕새우들로 인해 벌써부터 양돈부대가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도다. 내 밖을 보니 군영의 돼지 병사들이 서로의 삼결살을 부여잡으며 근심하였다. 창궐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구제역'이라는 역병을 걱정하는 것도 버거운 마당에 왕새우라니. 참으로 새우가 버겁도다. 그대들은 이 난국을 타개할 비책을 말해보라."
이때의 일을 해동 사학자 '알지롱'이 '삼한야담'에 기록하였다. 후일 서양의 문물이 이 땅에 전해지고 열국의 사람들이 이 땅에 드나들기 시작할 무렵, 삼한 땅의 역사를 연구하던 서양 열국의 역사학자 '히스테리'가 세상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묻혀 있던 이 기록을 찾아 내었다. 글을 읽으며 연구하던 '히스테리'는 문득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돼지고기에 새우를 얹고 빵을 덮어 먹었는데, 그 맛이 매우 뛰어나니 이름 지어 붙이기를 '새우버거'라 하였다.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새우버거'의 유래가 여기에 있다할 것이니, 삼한 땅의 후손으로서 참으로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이로다.
워낙 급작스런 일이라 휘하 장수들이 말을 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사이 예성강 벽란도의 정미소 부근에서 활동하던 세작 '참새'로부터 새로운 첩보가 급히 날아들었다. 그가 올린 보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지급. 서역국 상인 사이에 탄국이 '페르시아국'의 '불타는 물'을 대량으로 구입했다는 설이 파다. 확인요'
보고서를 받아본 펜슬은 더욱 당황하였다.
"저들이 '페르시아국'의 불타는 물이라는 것을 대량구입하고 있다는 설이 서역상인들 사이에서 떠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라."
"장군, 신 '보여'가 아뢰옵니다. 이는 필시 우리가 장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부수기 위한 계책일 것입니다. '불타는 물'은 작은 불꽃에도 잘 타는 성질이 있고, 물과 화하지 않아 방수에도 특효입니다. 왜국을 끌어들이고 장마를 이길 수 있는 계책을 일거에 마련한 걸로 보아 탄국에 상당한 책사가 있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이대로 저들의 공격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장군! 신에게 시간을 벌고 저들을 다시금 도모할 수 있는 계책이 있사오나..."
"뭐라-. 그대는 어서 말하라."
"하오나 아군의 큰 희생이 필요한 작전인지라 선뜻 말할 수 없사옵니다."
"그대의 작전을 들어보고 실행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니, 그대는 우선 기탄없이 말하라."
"우리는 저들에게 허를 찔렸사옵니다. 허니 우리 역시 저들의 허를 찔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옵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우선 우리는 이 평양성 버리고 다시 후퇴하여 개성으로 우리의 주력 부대를 철수하여야 할 것입니다. 주력의 안전한 철수를 도모하고, 저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결사항전을 각오한 약 5천의 결사대가 이곳 평양성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할 것입니다. 후퇴한 주력이 저들의 공격에 맞설 수 있게 진지를 구축하고 군진을 펼칠 때까지는 버텨 주어야 합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이 결사대는 이곳 평양성에 모두 뼈를 묻어야 할 것이옵니다. 이들이 이곳에서 적의 주력을 묶고 있는 사이에 저희는 철수하여 개성에서 새로운 군진을 구축하고, 중원의 대국에 사신을 보내어 대국의 군대가 탄국의 국경 부근을 공격하도록 요청해야 할 것이옵니다. 탄국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대국으로서도 이번 차에 저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오니, 노쇠한 대국으로서도 이 정도 요청에는 필시 응할 것이옵니다. 허면 위협을 느낀 탄국이 본국 방어를 위해 필시 군대를 잠시 물릴 것이니 이때를 틈타 저들을 추격하여 궤멸시켜야 할 것이옵니다."
"허나 저들이 우리의 의도대로 따라 주겠는가. 저들에게도 그대와 같은 책사가 있지 않는가."
"신도 그 점이 염려스러우나, 신에게 저들의 책사를 도모할 비책이 있사오니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나 역시 책사의 전략에 전적으로 동의하나, 대체 누가 5천의 결사대를 이끌고 평양성을 사수하겠는가."
이때에 침묵하고 있던 휘하 장수 중 한명이 일어서 말하였다.
"장군, 신이 5천의 결사대와 함께 저 평양성에 뼈를 묻을 것이옵니다."
이에 펜슬을 비롯한 모든 휘하 장수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니, 그는 바로 '문방사우'중의 한명으로 세상의 칭송이 자자하였던 '한지'였다. '한지'의 호는 '공책'이고, 자는 '종이'이다. 본디 한지는 서북지방 '정주'가 고향이다. 정주에 살고 있던 한지는 탄국이 침입하자 가족을 데리고 피란하였다. 그의 피란 행렬이 평양성에 이를 무렵 탄국의 첨병과 맞닥뜨려 크게 싸웠다.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 탄국의 병사들을 물리치었으나, 손가락에 침을 묻히고 돌진하는 탄국의 병사들에 의해 그의 아내 '창호지'에 구멍이 뚫리는 비극만은 막지는 못하였다. 한지는 그곳에 죽은 아내를 묻고 비석을 세웠는데, 훗날 그 무덤가에 나무가 자라고 그 나무로 종이를 만드니, 훗날 사람들은 한지의 아내가 다시 살아난 것이라 하여 그 종이의 이름을 '갱지'라 하였다.
아내를 묻고 평양성에 이른 한지는 그 명성과 실력을 인정받아 펜슬 휘하의 장수로 일하면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던 것이다.
"한지 부장, 정녕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이 전투에서 살아 돌아오기 힘들도다. 한지 부장은 잘 생각하라."
"탄국의 침입에 아내 하나 지키지 못한 못난 대장부이옵니다. 어찌 하늘아래 얼굴을 들고 살 수 있겠사옵니까. 어차피 버려야 할 목숨, 사직과 백성을 위해 초개와 같이 버리겠나이다."
"장하도다 한지여, 내 그대의 충절을 알겠도다. 가라! 오천의 결사대와 함께 평양성을 최선을 다해 사수하라. 훗날 삼한의 모든 백성이 그대의 충절을 노래할 것이다."
하며 친히 따뜻한 술을 내리고, 붓을 들어 한지의 몸에 글을 쓰니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한지장군 파이팅"
훗날 사람들이 게임을 하거나 싸울 때 '파이팅'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는데, 많이 이들이 이 말을 서양 열국의 말로 알고 있다. 허나 이 말은 본디 펜슬이 한지장군의 몸에 써넣은 글에서 유래한다.
파이팅(fighting)- 파(破); 깨트릴, 이(夷): 오랑캐, 팅():버팀나무
*실제로 버팀나무 '팅'이라는 한자가 있음. '한글97'에서는 이 한자가 나오는데 다음에 이 한자가 없어서 그런지 여기에 입력이 안됨.
이를 풀이하면 '한지장군, 오랑캐를 쳐부순 나라의 버팀나무'라 할 수 있다. 뒷날 평양성에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전사한 한지 장군을 남몰래 흠모한 탄국의 책사 '마이꼴'이 고국으로 돌아가 '파이팅'란 말을 수없이 되뇌였는데, 마이꼴의 밑에서 지하드(성전)을 수행하던 용사들이 그 말이 알라의 계시라 하여 많은 전투에서 그 말을 외치며 돌진하니, 이를 본 열국의 각 나라 병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기운을 북돋우고 전의를 불태울 때 이 말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그 말이 다시금 삼한 땅으로 흘러들었던 것이다.
드디어 펜슬은 평양성에 오천의 결사대를 남겨두고 모든 부대를 개성으로 철수시켰다. 탄국을 속이기 위해 펜슬은 철수 이전에 일부러 펜슬이 개성으로 퇴각한다는 소문을 널리 퍼뜨렸다. 그리고 요란스럽게 퇴각하였다. 이를 정탐한 탄국의 첩자가 '잘안타'에게 이러한 소식을 전하였으나, '잘안타'는 이를 함정을 파기 위한 펜슬의 계책이라 여겨 휘하의 책사 및 부장들과 의논하지 않았으니, 이때에 '잘안타'는 펜슬의 군대를 무찌를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펜슬이 철수한지 10일 후, 드디어 '잘안타'는 군대를 일으켜 왜국의 2만에 이르는 왕새우를 선봉으로 세우고 평양성을 공략하기 위해 출병하였는데...
<다음편 예고>
"공격하라."
"죽음으로 성을 사수하라. 나라의 운명이..."
"예상보다 공략이 여의치 않사옵니다."
"가라! 아들아. 선봉에서 나 '잘안타'의 이름을..."
"장군. 성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