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6시간, 일요일 5시간, 뙤악볕 아래 우산 하나로 작은 그늘만들어 그 속에서 버틴 시간입니다. 완이녀석이야 너른 바다와 빌레들이 만들어 낸 여기저기 웅덩이 찾아다니며 물을 만끽하면 되지만 그거 지켜야하는 감시자역할은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요즘은 물 속에서 자꾸 바지를 벗으려하니 그것 감시와 용납할 수 없는 지랄수준의 호통을 해야 하기에 눈길을 뗄 수가 없습니다. 금요일에는 그 너른 여기저기 웅덩이에서 어디다 벗어 내팽겨쳤는지 찾지를 못해 결국 집에 갈 때는 하체벌거숭이로 내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짚 앞 바다와 차도에 사람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런 묘한 짓은 그만두어야 할텐데요...
토요일에는 바다에 풀어놓자 신나서 먼저 뛰어가더니 크록스를 어디다 내팽겨쳤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 신고 온 것은 이미 진작 한 짝이 없어졌고, 다시 사주었건만 이제 그것도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바다풍경이 근사해서 시간때울만 합니다. 완이 뒤로 한번씩 몰아치는 파도가 근사합니다.
완이 물놀이가 한도끝도 없으니 집 앞이 최고입니다. 한 두시간 놀고 태균이 집으로 돌아가기에 이제 다른 곳으로 가기도 힘듭니다. 완이가 돌아가면 이제 바다가기에는 어려울 듯 하니 본격적으로 태균이와 자전거 산책도 좋을 듯 합니다.
일요일은 아예 12시부터 아이들 성화에 바다를 찾았는데 지랄수준의 호통에도 바지를 벗어대는 통에 감시까지 더 철저히하며 조짐만 보여도 저승사자처럼 눈 앞에서 불호령이나 결국 포기모드로 갔습니다. 전두엽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황인지하며 보상체계 불가동이니 일관된 강경불허 대응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일요일 한층 잔잔해진 듯한 바다에 여전히 조용한 파도힘이 꽤셉니다. 먼바다로 한번 가볼까 채비를 하던 태균이, 파도의 힘에 밀리는지 얼마가지 않아 포기합니다. 태균이는 그 나름 호기심도 많고 새로운 활동에 꽤 적극적이지만 무모한 일은 하지않는 좋은(?) 유전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제 것은 아니지만 나름 안전대비책이기도 해서 다행입니다. 수시로 무모하게 달려드는 것이 제 유전자이지요...
일요일 한 시간 수영하고간 태균이 최소의 완이 마실 것만 놔두고 가버렸으니 목이 마른 완이가 좀 일찍 물놀이를 끝냈습니다. 물마시러 가자는 말에 오후 5시 정도 끝냈으니 평소보다 2시간 앞당긴 셈입니다.
물자극 욕구가 충족되어가는 시간이 길어지니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긴 합니다.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 스스로 변기에 앉아 대변을 보았다는 것! 완이를 지켜본 4년 만에 처음보는 모습입니다. 스스로 변기에 앉아 대변을 본 것은 용변근육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된 것을 의미하니 이건 획기성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집에서 커튼잡고 서서는 두 다리꼬고 대변을 싸던 기간이 너무 길었던지라 이 자세 그대로 배출근육이 굳어져 버렸으니 이 굳어진 근육가동에 스스로의 조절힘이 생겼다는 것은 정말 너무 기쁜 일입니다.
옛버릇 쉽게 떨쳐내기에 시간을 더 요하겠지만 큰 물꼬는 틔운 셈이라 집에 가기 전까지 계속 시켜볼 예정입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지라도 일단 최선을 다해볼 요량입니다.
길고도 격한 물놀이가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선물! 식사량이 장난아니게 늘어난 것! 식사 때 양도 작고 종일 군것질꺼리로 입을 잠시도 쉬지않던 습관이 놀랍게 바뀌고 있습니다. 일단 밥은 안 먹어도 밥에 가깝게 만들어준 식사 (주로 감자와 떡국떡이용)양은 폭발적으로 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더 다행인 것은 드디어 무미의 물맛을 깨달은 것! 완이와 같이 극심 촉각추구의 아이들은 아주 시고 달고 자극적인 음료에만 집착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갈증해소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경험치로 깨닫고 있습니다. 실제로 13살 아이 하나는 물을 절대 먹지않아 물먹는 방법까지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요...
완이가 딱 그 짝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깨달은 물맛! 황홀한 그 갈증해소의 충족을 이제서야 느끼니 갑자기 물매니아가 되어버렸습니다. 집중 바다물놀이가 준 귀한 선물입니다!
이렇게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고 그렇게 작정하고 가야하건만... 여기와 같은 환경은 이제 없을테니 완이 스스로 잘 조절하며 살아가길... 꼭 바라게 됩니다. 한 달 사이 엄청 컸습니다.
첫댓글 와~~ 바다 물빛도 오늘따라 넘 예쁘고, 완이의 반가운 소식에 기쁨이 차 오릅니다. 배변, 식사, 물맛 등 모두 중요하고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넘 고생하셨고 보람 느끼시겠습니다. 완이 부모님도 얼마나 좋을까요.
감사합니다. 태균 형님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