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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제가 EBS 교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걸 보아서라도 수능연계정책을 폐지해야겠다고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cafe.daum.net/moraltc/MS9O/758
그때 제가 관계자들을 어떻게 처단할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자 힉스님께서 교육부에 글 올리면 EBS 애들이 긴장이라도 할 거라고 해주셔서, 언제 글 써야지 써야지 하고 기약만 하고 있다가(요즘 많이 바빴음) 이제야 글을 올려봅니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올려야 할 듯해서-.
아래는 교육부 사이트의 국민제안 란에 제가 방금 등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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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교재 수능연계정책 관련 개선방안 건의
[글을 통합적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지금 이 페이지에서 요구하는 칸대로 나누어 드리기는 좀 곤란합니다. 그냥 통째로 싣되, 분량상 두 칸에 차례로 나누어 싣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다년간 고등학교 윤리 과목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 온 사람입니다. 이 글에서는 EBS 수능연계교재에 얽힌 문제점을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논하고자 합니다. 윤리 과목 내용을 전혀 몰라도 한국말만 읽을 수 있으면 문제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겠습니다.
올해 『수능완성』 중 생활과 윤리 과목 교재 본책 42쪽을 펴보면 5번 문항이 있습니다. 두 개의 제시문을 읽고, 그 제시문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상가를 파악한 뒤 답을 골라내도록 만들어진 문항입니다. 해설집 16쪽을 보면, 제시문은 두 개지만 두 제시문들이 공히 하나의 사상가를 나타내도록 문항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문항에서 활용하는 사상가는 조선시대의 율곡 이이입니다. 현재 한국 화폐 중 5000원권에 있는 그 인물이지요.
우리는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이 문항에 쓰인 두 개의 제시문이 예외없이 모두 율곡 이이의 주장이어야 한다는 점만큼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해설집에서 그렇게 밝히고 있으니까요.
저는 문항의 두 제시문 중 둘째 글에 대해서는 율곡의 글에서 출처를 찾아냈지만, 첫째 글에 대해서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시문을 한 단어 한 글자 단위로까지 쪼개어 찾아보아도 좀처럼 해당하는 글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알려진 율곡의 거의 모든 문헌을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상세히 밝히고 싶진 않지만 저는 최근 율곡연구원의 자료 집성 갱신 작업에 일부분 관여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조사 가능한 자료의 범위가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그 어떤 DB범위보다도 훨씬 넓습니다. 제 자료 범위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제시문이 율곡의 글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럼 가능성은 둘 중 하나로 모아집니다. ① EBS의 교재 집필자가 율곡의 사상에 맞게 자기가 임의적으로 글을 만들어내어 제시문에 사용했을 가능성, ② 교재 집필자가 율곡의 문헌이 아닌 다른 문헌의 글을 도용해서 율곡의 글인 것처럼 꾸며 독자들을 속였을 가능성.
이 중 우리가 검증해볼 수 있는 것은 가능성 ②입니다. 어떨까요? 다른 문헌을 찾아보니 과연 다음과 같은 문헌이 걸렸습니다.
“사람된 자는 마땅히 다섯 가지 일로써 친족을 가까이하고 공경해야 한다. 어떤 것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베풀어주는 것이요, 둘째는 선하게 말하는 것이며, 셋째는 이롭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이익을 함께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속이지 않는 것이다.”
[-『불설장아함경』 권11 (T.No.n1 1p72a~b)]
『수능완성』의 그 제시문을 다시 봅시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다섯 가지 일로써 친구를 가까이하고 공경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첫째는 베풀어 주는 것이요, 둘째는 착한 말을 쓰는 것이며, 셋째는 이롭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이익을 함께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속이지 않는 것이다.”
[-『수능완성』 42쪽]
직접 대조해보시기 바랍니다.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죠.
저는 이상의 조사를 해두고 EBS에 문의를 넣었습니다. 물론 제가 힘들여 조사한 출전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고, 문제의 그 제시문이 율곡의 글에서 출전이 발견되지 않는다고만 지적하고 그 문항은 잘못 만들어진 것이니 폐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폐기하지 않으려거든 제시문이 율곡의 글이라는 증거를 대라고 했습니다.
한 달 걸려 답이 오더군요. 답변의 결론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특정 사상가의 주장 혹은 입장이라 하여 그 사상가가 사용한 문장 그대로를 제시문에 게재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사상가의 입장이나 주장을 왜곡하지 않은 내용이라면, 그 사상가의 언급 그 자체가 아니더라도 제시문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제시문은 이상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EBS의 문제의 그 제시문의 정체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① EBS의 교재 집필자가 율곡의 사상에 맞게 자기가 임의적으로 글을 만들어내어 제시문에 사용했을 가능성.
② 교재 집필자가 율곡의 문헌이 아닌 다른 문헌의 글을 도용해서 율곡의 글인 것처럼 꾸며 독자들을 속였을 가능성.
그런데 위에서 밝혀드렸듯이 저 두 가능성 중 ②만이 정답입니다. 왜냐하면 해당 제시문의 출처가 되는 문헌이 (비록 엉뚱한 출처지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으니까요.
EBS의 집필자가 그 원문을 모르고 답변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출제한 제시문인데 어디서 베껴왔는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테니까요. 그런데 답변을 보면 ②(다른 문헌에서 가져왔다)가 아닌 ①(출제자가 만들어냈다)인 것처럼 꾸며 거짓 답변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답변을 내는 이유는, 집필자가 이 사안에 대해 ②의 상황임을 자백할 경우 벌금을 물고 차후 집필진에서 쫓겨나기 때문입니다.
자, 이쯤 되면 무슨 상황인지 이해될 겁니다. 한마디로, 『수능완성』 집필자는 저 문항을 만들던 중에 자기가 언젠가 본 불경에 그럴듯해 보이는 글이 있으니까, 거기서 '친족'을 '친구'로만 슬쩍 바꾸면 자기가 만들고 있는 문항에 써먹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겁니다.(문항의 해당 단원이 친구 관련 단원이므로.) 설마 누가 출처를 추적해 보겠는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을 테지요. 그래놓고 저한테 걸린 뒤에는 최후의 양심적일 기회마저 서슴없이 걷어차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상 제가 소개한 사례는, 상당히 심각한 사안입니다. EBS 연계교재 집필진이 독자들을 속이고 사실관계를 왜곡 및 날조해도 상관없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지니고 있음이 밝혀진 것입니다. 도대체 역사적 사료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에 있어서 무려 공교육 교재에 거짓말을 늘어놓고 또 그걸 들킬까봐 숨기기에나 급급하다는 것이 용납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이는 단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 윤리 과목 연계교재 안에 저런 식의 거짓 정보가 얼마나 더 널려 있는지 아시나요? 올해 교재만 해도 유사한 문제가 수없이 발견됩니다. 한 가지만 더 예를 들어드리자면, 같은 교재 21쪽에 실린 4번 문항의 경우, 사상가 한 명을 제시하고 제시문도 한 개의 글만 주었는데 해설집(8쪽)에 의하면 그 사상가는 ‘공자’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시문의 출처를 추적해보면 ‘공자’의 말도 있지만 공자의 제자인 ‘증자’ 및 ‘자장’의 글이 마구잡이로 함께 뒤섞여 있습니다. 그래놓고 '제시문의 사상가는 공자'라고 해설을 해놓고 있어요. 이 역시 명백한 거짓 정보를 교재에 서술해놓은 사례입니다. 만약 역사과목에서 사료를 제시해놓고 해설집에 엉뚱한 정보를 잘못 써주면 과연 문제가 안 되겠습니까? 윤리 과목의 원전도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지금 폭로한 것은 극히 일부의 사례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EBS 연계교재 관계자들이 허위사실유포를 마다하지 않으며 이 점을 이의제기해도 거짓말로 빠져나가기에만 급급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저는 이러한 실태를 신고하고,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EBS 교재의 수능연계 정책을 폐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전과목에서 폐기할 수 없다면 국영수만 연계하고 나머지 과목에서는 폐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EBS 관계자들이 스스로 정직해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 때문에 거짓 정보가 국가적인 교재에 남발되고 있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용납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연계교재 정책이 폐지되는 것만이 이러한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둘째, 연계 정책 폐기가 지금 당장 이루어지기 어렵다면, 지금 시점에서 임시적이나마 중간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우선 EBS 교재에 관한 이의신청 및 답변 내역이 전체에 개방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시스템은 문의자와 답변자만이 내용을 열람할 수 있고 제3자는 볼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걸 전체적으로 개방시켜서 어떤 문의와 답변이 오갔는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다 볼 수 있도록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2] 이의제기 답변을 정확히 어떤 사람이 했는지도 공개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는 문의하는 사람만 자기 신상을 입력하고 답변하는 측에서는 아무 정보도 밝히지 않게 되어 있는데 아주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답변자의 이름만이라도 명기되어야 합니다.
[3] 교재 출간 시 단원별로 정확한 책임자를 명기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제가 문제삼았던 교재의 경우 어떤 단원을 어떤 사람이 썼는지 파악할 수가 없고, 따라서 책임을 구체적으로 묻기가 난감합니다. 잘못에 대해 확실하게 문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담당자를 밝혀주기 바랍니다.
[4] 집필이나 답변 등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관계자는 즉각 엄벌에 처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위에 길게 글 적으면서 소개한 것처럼 답변자가 잘못을 회피하고 도망다니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 경우 공적인 일에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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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글을 맺겠습니다. 담당자께서 글을 확인하셨다면 가볍게 지나치지 마시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처리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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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놀라는 점은 선생님의 깊은 공부와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윤리의 현실입니다. 찾아보니 율곡 이이의 주장이라고 해설에 나오네요. 어떻게 보면 윤리교사는 더 도덕적이길 바라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단원 별로 담당자를 명기하면 더 책임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불교 경전 내용이 율곡 이이의 주장으로 둔갑해 버린 상황.... 게다가 아무 반성 없이 믿고 가르친 저! 아휴~ 부끄럽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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