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9 16:42 헤럴드 경제 뉴스 윤정현 기자>
향긋한 봄은 와인과 함께 온다. 와인의 향긋한 아로마는 입속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산뜻한 꽃향과 달콤한 과일향의 풍부한 부케가 봄 메뉴와 어우러져 한층 풍부한 식감을 살려준다.
취, 냉이 등 봄나물이나 봄이 제철인 두릅 등 따사로운 봄빛과 어울리는 다양한 메뉴에 어울리는 와인을 알아본다.
▶봄나물 비빔밥엔=취, 냉이, 달래 등의 봄나물을 살짝 데쳐 밥과 비벼 먹는 비빔밥은 식욕을 북돋워준다. 봄나물 고유의 향과 질감이 참기름과 어우러져 짙고 깊은 맛을 내주기 때문.
진한 향미를 가진 칠레 카르미네르 와인이 알맞다. ‘콘차이토로 그란레세르바 카르미네르’는 진하고 부드러운 타닌에 검은 과일의 느낌이 풍부함을 전해준다. 자두향과 흰 후추향, 검은 과일향 등이 두드러져 카르미네르 특유의 진한 풍미가 비빔밥의 복합적인 맛을 더한다.
매콤함을 씻어줄 수 있는 드라이한 로제 와인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가볍고 신선하면서 적당한 타닌감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진한 음식의 맛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스페인 로제 와인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로사도’는 레드 베리류의 달콤한 부케와 꽃향기가 입안을 채워주고 상쾌한 산미가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준다. 새싹도 봄철 영양과 입맛을 돋우는 웰빙식의 주재료다.
다 자란 채소보다 영양분이 높고 산뜻한 맛이 강해 봄과도 어울린다. 재료를 데치거나 볶지 않고 바로 요리에 사용하기 때문에 아삭거리는 질감도 느낄 수 있다. 향이 강한 편인 새싹비빔밥엔 소비뇽 블랑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할 만큼 산도와 질감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칠레산 ‘몰리나 소비뇽 블랑’이나 ‘1865 소비뇽 블랑’은 산미가 살아 있어 신선한 비빔밥 재료의 풍미를 살려주고 강한 매운 맛은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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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산뜻한 꽃향과 달콤한 과일향은 봄철 메뉴들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사진 좌측부터 그린애플 모스카토, 콘차이토로 그란레세 르바 카르미네르, 실리니 셀라 셀렉션 소비뇽 블랑, 비냐마이포 리제르바 까베르네소비뇽, 1865 소비뇽 블랑.<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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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전과 달래 된장국엔=특유의 독특한 향이 인상적인 두릅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당을 내리며 혈중지질을 낮추어 주기 때문에 당뇨병, 신장병 등에 좋은 대표적인 재료로 꼽힌다.
두릅의 제철은 봄으로,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초고추장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은 그리 많지 않은 만큼 와인과 함께 하고 싶다면 두릅전으로 형태를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계란물을 입혀 살짝 지진 두릅엔 프랑스 화이트 와인 ‘프리미우스 보르도 화이트’가 입안의 생기를 더해준다. 싱싱한 향과 상큼하면서도 쌉쌀해 깔끔한 뒷맛을 자랑하는 두릅과 어우러지는 꽃향, 과일향, 시트러스향 등은 은은한 여운을 오래 남긴다. 레드 와인이라면 기름기를 살짝 머금고 있는 두릅전의 계란옷은 미디엄 바디 와인을 고른다. ‘비냐 마이포 리제르바 까베르네 소비뇽’은 전체적으로 우아하면서 집중적인 향에 뛰어난 구조감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향긋한 향을 발하는 달래 된장국을 함께 한다면 두릅과 마찬가지로 고유의 향이 진한 달래를 감안해 와인을 골라야 한다. 이런 달래의 특성에 따라 달래 된장국엔 진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풀바디 와인을 매칭한다.
‘두르뜨 메독 그랑 떼루아 2006’은 블랙커런트와 잘 익은 과일의 풍부한 향이 가득하고, 정교한 타닌이 조화를 이뤄 입안 가득 점성을 느낄 수 있는 풀바디 와인이다. 메독 와인 특유의 굵은 자갈 내음이 진한 된장과 달래의 땅내음에 밀려 묻히지 않고 균형을 맞춘다.
▶시금치 라자냐엔=풋풋한 향의 한식도 좋지만 와인과 어울리는 이탈리아 음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린푸드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시금치는 철과 비타민A, B1, B2, C, K까지 골고루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인 건강재료로 꼽히는 이유다.
밥 반찬으로는 시금치 무침을 즐겨 먹지만 와인과 함께 할 때는 파스타 중 하나인 시금치 라자냐가 제격이다. 흔히 라자냐에 들어가는 다진 고기류 대신 잘게 다진 야채를 풍성하게 넣고 토마토소스와 먹기 좋게 손질한 시금치를 넣는 것.
무게감을 주는 라자냐는 비교적 묵직한 맛의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 와인 ‘바바 리베라 바르베라 다스티’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감촉과 풍성한 바디감으로 라자냐에 풍미를 배가한다. 유칼립투스, 민트아로마가 가볍게 씹히는 시금치의 맛과도 잘 어우러진다.
상큼한 디저트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싶다면 제철 과일을 준비해 화이트 와인인 ‘그린애플 모스카토’를 곁들일 수 있다. ‘그린애플 모스카토’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 과일과 가볍게 즐기기 좋고 모스카토 품종 특유의 달콤함이 과일 맛을 부각시켜준다.
<고찰> 101매14정지혜
흔히들 사람들은 와인과 어울리는 안주로는 카나페 치즈 비스킷 양식과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한식이 와인의 안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뉴스기사를 통해 처음 접해본다. 평소 와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 마셔본 적도 손에 꼽을 정도다. 한식이 와인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번 주말엔 가족들과 함께 한식에 와인 한 잔 해보는 것은 어떨까?
*배가 : 갑절 또는 몇 배로 늘어남. 또는 그렇게 늘림.
*타닌 : 떫은 맛으로 포도 껍질과 줄기 및 포도씨에서 나오는 성분. 타닌으로 말미암아 와인이 산화하는 것을 막고 오래 숙성할 수 있다.
*산미 : 산에서 나는 나물, 과실 따위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