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 2024년7월20일 토요일 오후11시42분 운수사 신축 대웅전 앞, 종루 아래 작은 의자에 앉아있다. 날씨가 짙게 흐려 습도를 조금이나마 피해 보려고 자리를 잡은 곳이다. 오늘도 산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지금 여자들이 화장품 몇가지만 넣고 다닐만한 어깨 가방을 메고 다닌다. 가방에는 커피 한 잔 분령과 비스켓 하나, 그리고 물 한모금 정도가 들어가는 약200ml정도의 패트병이 전부다. 가끔은 여유가 조금 있다 싶으면 휴대폰도 구겨 넣는다. 그러면 어께가 느끼는 무게가 다르다. 산을 다닐때 베낭을 매고 다닌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베낭에 챙기다보면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베낭이 빵빵해진다. 필요할 것 같은 짐을 더 챙기고 싶지만 여유가 없어 더이상 담을 수 없을 때도 많다. 그때는 베낭 무게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꼭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혹시 하는 마음으로 챙겨 넣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공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 그래서 베낭을 새로 살때는 보다 좀더 큰 것으로 고르게 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그 베낭의 부피는 차츰 줄어든다. 우선 부피가 크면 부담감을 느낀다. 부피와 함께 걸어 가야할 거리도 생각해 본다. 이래저래 가늠하다 보면 이제는 조금씩 짐을 줄이기 시작한다. 꼭 필요한 것만 챙긴다. 그래도 많다 싶으면 현지에서 대체 할수 있을것 같은 것은 들어낸다. 다녀본 경험에서 수건 한장도 무게를 느낄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그러다 점점 가는 거리도 줄인다. 이제 높은 산은 벌써 기가 죽는다. 팔팔할때는 그 까짓것 했지만 지금은 그런 용기는 만용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유명하다. 프랑스의 아주 오지 마을에서 출발하여 거의 800km를 걷는다고한다. 한달 이상의 고된 걸음이다. 그들의 한결 같은 조언은 무조건 짐을 줄여야 된다는 것이다. 먼 거리를 가다보면 수건 한 장에도 무게를 느낀다는 것이였다. 젊었을때는 웃어 넘길 말이었지만 요즘 나이가들어 산을 다녀보면 실감하는 말이다. 점점 기력이 떨어져가는 나이에 종이 한 장의 무게도 가늠해 진다면 그것은 오롯이 나이가 주는 무게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