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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7일(목) 집 떠난 지 열나흘 째
아름다운 세상과 다시 통화를 시도하여 이 선생과 연결되다. 오후 두 시에 스님이 외출하신다고 한다. 일단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기로 했다. 자전거로 달려 1시 30분쯤에 도착하여 스님을 만났다. 사실 방문하기 하루 전에 연락을 드렸으면 더 좋았겠다. 신 사무국장과 인사를 하고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눈다.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기에 봉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무척 조심스럽다. 사전에 협의만 된다면 방문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준비되지 않는 방문은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어느 개인이나 단체에게나 적용되는 관례다.
밥퍼 센터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세상도 인터넷으로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다. 현지 여건 때문에 그렇다. 아무리 인터넷 활용이 잘 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직접 만나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일이 아직은 더 많다.
교육을 담당하는 박영신 씨가 시설을 안내해주었다. 경내엔 작년보다 나무들이 많이 늘었다. 나무가 자라서 훨씬 시원해질 것이다. 방문객들은 기념 식수를 하면 좋겠다.
구석에 도서관 건물이 하나 생겼다. 아직은 건물만 완공된 상태이고 안에 집기와 도서는 전혀 갖추어 있지 않았다. 캄보디아도 철재나 건축 자재 등 원자재 가격이 무척 올랐다고 한다.
야채를 심어놓은 작은 농장이 있다. 토양과 환경 등을 잘 살펴서 해봐야 할 것이다. 농업 기술이 있어야 제대로 자랄 것 같다. 생육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다.
숙소로 게스트하우스 7번 방에 배정받았다. 침대가 세 개 있다.
수세식 화장실이 있고, 냉장고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전기를 서비스 하는 시간이 정해져있다.
기숙사 내부 시설과 아이들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걸 조심해달라고 한다. 초상권 문제도 있고, 또한 사진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해야 한다.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서 직접 주지 않고 디카로 사진만 찍는 것은 무척 삼가야 할 일이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인터넷 등에 아이들 얼굴을 쉽게 올려서는 곤란하다.
너무 넓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시 시설을 돌아본다. 마하사 법당에 들어가 조용히 명상을 한다. 지붕이 높아서 아주 시원하다.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과 <아름다운 세상>이 함께 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1박 2일 만 24시간 머물면서 그 답을 찾아볼 것이다.
템플 스테이와 유적지 탐방을 겸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흘 유적 답사, 하루 노력 봉사를 한다.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아침 식사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하고 하루 일정을 시작하며, 9시에 전원 취침한다. 시설에서는 금주와 금연을 원칙으로 한다. 버스 차량으로 함께 이동한다. 1인당 체제 비용은 어떻게 될까? 노력 봉사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현재 아름다운 세상에는 건양의대 <김 안과>와 <KT&G>에서 정기적으로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김안과 병원 봉사활동 관련 기사)
의료 봉사할 시설, 특히 안과 진료 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다. 의료 봉사단을 만들어서 방문해도 되겠지만, 그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신 사무국장은 바탕방에 있는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의료진료단이 규모도 적정하고 아주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사무국장은 다섯 번이나 방문했는데, 의료봉사단을 꾸릴 것이라면 그곳도 좋다고 추천한다. 원불교 교무 두 분이 운영하며 처방 위주로 운영한다고 한다. 바탕봉에는 이경용 신부님이 계신다고 해서 이번에 만나볼 예정인데,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그곳도 이번 기회에 찾아가 보기로 마음 먹는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5시쯤 숙소 밖으로 나가려니 스님이 자전거를 타고 찾아오셨다. 함께 대화하며 저녁 공양을 위해 식당으로 가다.
아이들이 모두 식판을 받고 조용히 앉아 있다. 스님이 '밥 먹자!'고 말씀 하시니 아이들이 우리 마로 "잘~ 먹~겠~습~니~다~'하면서 먹기 시작한다. 70여명의 아이들이 스님을 중심으로 한 가족인 셈이다. 매일 식수 인원 100여명의 살림을 꾸리는 게 쉽지 않다.
나는 스님과 마주보며 함께 식사를 한다. 보통 스님은 혼자 공양을 하신다. 일반인들은 식사하면서 대화를 주고 하고, 수행하는 스님들은 묵언 중 공양을 하기 때문에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서로에게 갈등의 소지가 된다. 하지만 나하고는 고향이 같다고 아무래도 특별히 신경을 써주시는 것 같다. 스님은 피부병과 관절염을 앓고 계신다. 일종의 풍토병인지도 모른다. 오이 비슷한 것을 삶아서 약으로 드신다. 관절염에는 코코넛 즙이 좋다고 해서 그것도 늘 마시고 계신다고 한다. 마국상 목사님도 캄보디아에 몇 년 있으면 병에 걸리는 선교사가 많다고 예전에 말씀하셨다. 물이 다르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식사후 운동장을 스님과 함께 산책하면서 큰 경내를 세 바퀴나 돌았다. 스님은 매일 저녁 세 바퀴를 도신다고 한다. 운동장에서 기어다니는 제법 큰 민물 게를 발견하다. 수원포교당과 복지관 얘기를 주고 하셨다. 스님은 복지를 전공하셨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신다. 역사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점을 피력하신다. 박정희 정권 이후 전두환, 노무현, 김대중 정권을 바라보는 스님의 입장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역지사지로 생각해볼 화두를 던진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에 나타나는 불교 차별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다. 귀국 후 8월말에 불교계에서 서울에서 이와 관련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원효의 대승기신론의 깊은 철학을 언급하신다. 귀국해서 꼭 읽어볼 일이다.
아소카 대왕이 전쟁을 통해 많은 살육을 한 다음 불교에 귀의한 일이며, 그로 인해 인도가 통일되고 다양한 불교 상징물들을 건립한 것이다. 캄보디아 앙코르 제국의 역사도 마찬가지로 전쟁을 통해 동남아시아 강대국으로 성장하면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불교가 필요했고, 포로의 노동력으로 거대한 건축물을 건립했을 것이라고 설명하신다.
의료봉사팀이 오면 이곳에서 준비해야 할 일이 이만저만 아니다. 또한 봉사 팀과 달리 받아드리는 입장에서 준비와 후속조치 등 단순하지 않는 많은 일들이 도사리고 있다. 섣불리 봉사로 접근해서는 정말 곤란하다.
<아름다운 세상>에서 원래 초등학교를 세우려고 했으나 바로 옆에 캄보디아 공립 초등학교가 있기에 허가가 나지 않는다. 충분한 사전 조사가 없이 일어나는 시행착오다. 네 명의 현지 교사를 채용했으나 개교 허가가 나지 않아, 방과후 학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현재 최고 나이 많은 학생이 15세인데, 대학교까지 교육을 시키려고 할 계획이라고 한다. 저녁이 되니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저녁 식사후 한 시간 이상 산책을 하면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스님 방에 들어가 차를 한 잔 하다. 텔레비전도 없기에 세상 소식을 접하기는 어렵다. 새벽부터 일과가 무척 힘드시기에 조용히 책 읽을 시간도 없다고 한다. 내가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녁 인사를 드리고 내 숙소로 돌아오다. 아름다운 세상 근처에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술집이 붙어있는 모양이다. 처음엔 우리 방 스위치를 못찾아 헤매다. 원 스위치를 내려놓았던 것이다.
세면장에 비누를 찾지 못해 그냥 세수하다. 나중에 잘 살펴보니 말라비틀어진 비누 한 조각이 있어 다행이다. 수건도 챙기지 못했다. 다음에 올 때는 세면도구 일체가 필요하다. 세면장 청소가 깨끗하지 못하다. 청소를 깨끗하게 해놓은 것도 봉사에 속할 것 같다.
에어컨과 선풍기는 잘 돌아간다. 문을 열어놓고 자도 괜찮을 듯하다. 일단 전기가 들어오는 9시까지는 최대한 활용해야 할 모양이다. 시계는 멈추어 있고, 선풍기가 달린 샹들리에는 건들 건들해서 아무래도 손을 봐서 고정시켜 놓아야 할 판이다.
사무국장은 결혼을 해서 외부에서 출퇴근한다고 한다. 나머지는 자원봉사자로 와 있다고 한다.
다일공동체 밥퍼 센터에서는 단기 선교팀들이 자비량으로도 오는데 불교계에서는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을 스님께서도 인정하신다.
오늘은 이곳 규칙대로 일찍 잠들도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그대로 생활을 따를 것이다.
9시 3분에 전기가 나가다.
전기를 끌어들이려고 하기 우리 나라 돈으로 2억을 요구한단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부패한 캄보디아에서 희망을 찾을 길이 있을까? 퓰리처상 수상자인 조엘 브린클리(Joel Brinkley)는 훈센 총리의 조카가 교통 사고를 내어 사람을 치어 죽였는데도 4,000 달러 보상금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법보다 권력에 따르고 부정부패가 판치는 캄보디아다.
꿈을 꾸다가 깼다. 휴대폰 시계를 보니 아직 11시다. 나무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 때문에 자꾸만 잠을 깨게 된다.
8월 8일(금)
새벽 3시에 다시 잠을 깨어 뒤치다꺼리다 어두운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조용히 새벽을 맞이하였다.
정전 상태라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 받아 놓은 물로 씻어야 한다. 욕실에 창이 없고, 전체적으로 건물이 단층으로 되어 더위를 이기기 어려운 구조다. 2층으로 지어 에어컨 없이 시원하게 지낼 수도 있을 터인데, 설계자가 아무래도 한국 사람일 것 같았다. 캄보디아에서는 캄보디아 방식으로 건축을 하는 게 가장 좋다.
자전거를 타고 아침 산책에 나선다. 마하사 법당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누군가 촛불도 밝혀놓았다. 불자가 아니라서 새벽 예불에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몰라 그냥 돌아온다. 기숙사 숙소에서 아이들이 나와서 마당에 줄을 서서 앉아 있다. 아침 점호인 모양이다. 40분쯤 되니 노래소리가 들린다. 여자 아이들이 먼저 시작하고 남자 아이들 숙소는 좀 늦다. 체조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스님도 법당으로 가신다.
6시에 아침 식사를 스님과 함께 한다.
또 대화를 나누다가 사무실에 가서 차를 마시려고 하지만 커피가 없다고 한다. 8시 아침 조회 준비하러 스님은 잠시 일어나고, 나는 서가에 있는 인도 역사에 관한 책을 하나 꺼내 입구에 있는 나무 그늘 밑에서 읽다. 고요히 책을 읽다보면 무척 졸린다.
9시가 넘어도 사무국장이 출근하지 않는다. 스님께 물어보니 오늘 쉬는 날이라고 한다. 할 수 없이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다. 아직은 단체로 봉사 활동을 하기에는 아름다운 세상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직접 가서 확인해보려는 내 태도를 높이 산다. 물론 언젠가 이루어질 것에 대비한 사전 답사다.
작년에 만났던 김 박사 소식이 궁금했지만, 부인이 건강에 이상이 생겨 귀국하셨다는 소식에 더 이상 물어보기가 그랬다.
http://cafe.daum.net/dasungsa/mgl/1056
(김 박사 부부에 관한 이야기)
백구 한 마리가 그늘에서 쉬고 있다. 한국에서 진돗개 한 쌍을 가지고 왔는데, 수놈은 더위와 물 탓인지 미쳐서 죽었다는 얘기도 전해주신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성질 급하면 안 된다.
* 여행일자 : 2008년 7월 25일(금)-8월 24일(일) 30박 31일
* 여행장소 : 포항-서울-태국 방콕-아란-캄보디아 뽀이뻿-씨엠리업-바탐봉-씨엠리업-태국 방콕-타이완 타이중-컨띵-까오슝-타이페이-서울-포항
* 함께 여행한 이 : 연오랑 세오녀 찬이 가족여행
* 환전 : 1달러=1,012.38(2008년 7월 외환은행 사이버환전 70% 우대)
1달러를 4,130 리엘로 바꾸다(2008년 8월 6일, 씨엠리업 HK 환전소)
1000원=3,200 리엘
* 1994년부터 시작된 연오랑의 아시아 여행은 벌써 서른 네 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여행기는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