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不汗黨)”을 한자의 뜻을 직역으로 풀어보면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당)'라는 뜻입니다. 중국에서 온 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무리 나쁘고 포악한 짓을 벌임에도 눈물은커녕 땀 하나 흘리지 않을 정도로 양심이 없고 냉혈한적인 질 나쁜 무리’라는 뜻을 표현하는 의미고, 두 번째는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족속’이라는 의미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뜻을 모두 가지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정치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나라 정치인들은 어떤지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 중 다수가 이 두 가지를 대부분 가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요즘의 정치인들은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도 자기 죄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게 다 검찰이나 정권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작태라고 큰 소리를 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검은 돈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더불어민주당 5선의 중진 안민석 의원은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관한 폭로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자기 살려고 이렇게 발버둥 치는데 인생 똑바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14일 비판했다고 합니다.
그는 또 최근 신년 특별사면 대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김 전 지사뿐만 아니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면도 포함돼야 균형이 맞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언론 인터뷰 통해서 작심 폭로에 또 나섰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배신자들의 특징은 자기가 먹던 국물에 침을 뱉는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입니다.
‘불한당’끼리는 그들 나름의 의리를 지키는 것이 도리인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니 참 가관입니다. 자신들이 불한당이라는 것을 만 천하에 자랑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심복인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 기소되자 내놓은 말이다.
정 전 실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2억4000만 원의 뇌물을 받고, 428억 원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나눠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저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강한 ‘멘털’에 놀라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최측근으로 꼽은 정진상, 김용(불법 대선자금 8억4700만 원 수수 혐의)이 구속 기소됐으면 최소한의 유감이나 사과 표명 정도는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민간업자들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도록 한 대장동 사건을 자신은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고 측근들에게 속았을 뿐이라고 해도 도의적·정치적 책임에 따른 사과 정도는 하는 게 상식이고 기본이겠지만, 이 대표는 역시 달랐다.
검찰 수사가 이제 이 대표만 남겨 두고 있는데도 ‘정치검찰’ ‘야당탄압’ 운운하는 낡은 레퍼토리만 반복하고 있다. 그는 정진상이 기소된 지난 9일 “정치검찰이 정해 놓은 수순에 따라 낸 결론이라, 예견된 일”이라며 “정치검찰은 저의 정치 생명을 끊는 것이 과제이겠지만 저는 민생과 민주주의를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겠다.”고 엉뚱한 말을 했다. 판사가 정진상, 김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땐 범죄 혐의가 웬만큼 소명됐기 때문인데, 법원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검찰만 비난하고 있다.
사건을 꼼꼼히 챙겨보지 않는 사람이 들으면 멀쩡한 사람이 야당 대표가 되자 검찰이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줄 알겠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정치검찰, 야당탄압 주장이 어불성설인 게 대장동 사건 외 성남FC 불법 후원금, 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은 이 대표 당선 뒤에 새로 드러난 게 아니다.
대선 이전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대부분 사건이 터져 나왔고, 수사와 기소가 예정된 수많은 사건의 범죄 피의자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사법 리스크를 덤터기 쓰고 함께 휩쓸려 간다는 위험 경고가 있었지만, 이 대표 본인과 ‘개딸’, 친명(親明)파 의원들이 밀어붙여 이 사달을 만들었다.
‘이재명 수렁’에 자진해서 빠진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 무차별 삭감과 ‘이재명 예산안’ 끼워 넣기, 법인세 인하·반도체 특별법 제정 반대, 방송법·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개정 추진 등 거의 모든 정부 정책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169석 절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반정부 투쟁 때문에 ‘집권 야당’ ‘야당 독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민주당이 출범 7개월밖에 안 된 정권을 주저앉히고 반신불수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면 2024년 총선에서 국민 심판을 받을 공산이 크다.
서울시의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의 민주당이 오세훈 시장의 정책을 사사건건 발목 잡다 지방선거 때 처참하게 참패한 전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 절대 의석을 장악하고도 고질적인 한국병인 노동·연금·교육 등 국가백년대계 개혁을 방기하고 검수완박, 포퓰리즘성 세금 뿌리기에만 허송세월하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고 국민이 각성하는 순간 민주당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이대로 브레이크 없이 ‘이재명 방탄’으로 물불 안 가리고 달려가다간 내후년 국회의원 선거 때 국민이 ‘민주당 의석이 너무 많다’고 판단하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로선 당의 안위보단 공천받는 게 더 중요할 성싶다. 이들이 민주당을 진짜 죽이는 사람들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의 하나다. ‘자화상’ ‘별 헤는 밤’ 등 다른 작품에서도 윤동주는 ‘부끄러움’을 화두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아픔과 고뇌, 자아를 끊임없이 성찰했다.
그런데 전과 4범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고, 대장동·성남FC 사건 피의자로 사실상 입건된 이 대표가 최근 서시의 시구를 인용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다.
윤동주는 물론 예수도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정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고 감히 말하지 않는다.>문화일보. 김세동 논설위원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한 사람이 있다는데 더 더욱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나는 부끄러운 사람입니다’고 말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황당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흔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떤 정치인들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버티다가 나중에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끝까지 뻔뻔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있는 곳을 보면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이렇게 타락했는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총을 들고 나와서 정권을 차지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원죄 때문에 엉뚱한 일들에 생색을 내고 그게 우리나라의 정신을 퇴보시켰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파렴치한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무리들을 몰아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장래가 정말 암울하게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