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집과 아주 가까운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을 알고 가려고 하다 그만 놓치고 말았어요.
하루에 단 1회 상영하는데 그걸 놓치고 만 거죠.
대단히 실망해서 다른 영화관을 검색하던 중....넷플에서 12월 31일 공개하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물론 영화관에서 보는 게 훨씬 낫지만, 어쩔 수 없죠 뭐.
어떤 영화길래, 어떤 삶이길래 '퍼펙트 데이즈'라고 할까? 그게 무척 궁금했었죠.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
하지만 그 일상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만의 특별한 삶을 이어가고 있더라구요.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적으로 도쿄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집안에 키우는 식물에 물을 주고,
자기 전에는 소설을 읽고,
대중탕에서 졸고 있는 동네 노인에게 부채를 부쳐주고,
늘 가는 음식점에 저녁을 먹으러 가고,
오래된 필름 카메라로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코모레비)을 찍어 현상하여 선별한 후 남은 사진을 박스에 월 단위로 넣어두고....
지루하리만치 똑같은 일상이죠.
무언가 사연이 있을 거라는 짐작은 히라야마가 꾸는 초현실적인 흑백 꿈으로 관객이 마음껏 상상하게 합니다.
그가 읽는 책 들 중- 작가와 제목이 화면에 선명하게 나오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이 암시해주는 그 남자의 과거.
아내에게 버림 받은 남편이 나오는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 종려나무'
엄마에게 학대받다 결국은 엄마를 살해하는 아이가 나오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 "11" 중 '테라핀'
아야 코다의 '나무'
어두운 과거를 나타내는 '야생 종려나무'와 '테라핀'.
그리고 나무처럼 고요하게 사는 현재를 나타내는 '나무'?
저한테는 좀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여백이 많은 영화라고나 할까?
하지만 주인공의 연기는 제76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기에 충분한....
빔 벤더스 감독은 독일 사람.
첫댓글 저도 넷플릭스에서 잘 봤어요. 너무 좋은 영화에요.
어쩜 표정이 그렇게 섬세한지 남우주연상 맞네요.
영화속에 언급되는 책 내용들을 몰랐는데 좋은 정보 얻고가네요.
저는 주인공의 과거를 그냥 내 상상력에 맡기기로 했어요. ㅎ
예, 과거는 과거...
현재에 충실하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