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 오횡묵의 ‘고성관사(固城官舍)’ 희제일어(戱題一語)> 해암 고영화
고성부사 오횡묵이 1893년 초봄에 부사로 부임하여 보니, 관청 사무실에 심한 악취가 풍겨서 이리저리 살펴보니 쌍창문을 통해 건물 바로 뒤편의 뒷간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였다. 그래서 당장 뒷간을 옮기게 되었는데 이는 부임 후 20일 만이었다. 이후 시야가 트여 창문을 통해 멀리 미륵산이 보이고 공기가 상쾌해져 비로소 시를 짓고 매화를 찾게 되는, 정서적 안정을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관청 사무실의 북편에 싸늘한 한기가 생겨나 둘러보니, 벽 윗면에 설치한 쌍창문이 있는데 창문 밖 수보 거리에 뒷간이 있고 창문이 열려 있었다. 뒷간에 오직 더러운 냄새가 풍기어 눈을 가리게 한다. 너무 독하고 매번 괴로워 보는 것 자체가 매우 거북하다. 그래서 관방과 통하는 서쪽 벽 너머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이로써 오고갈 때마다 심히 편리하게 되었다. 내가 창문을 여니 이내 눈앞에 미륵산이 완연히 드러났다. 온전히 하늘 높이 솟아올라 환히 보인다. 이른 아침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걸 유쾌하다하는 것이리라. 뒷간을 옮기기 전과 후가 다르다하여 누가 간사하다 하리오. 동쪽 서쪽 사람 이야기일 뿐이다. 장난삼아 한마디 적는다.”[官房北便全寒惟壁之上面設雙窓然窓之外未數步有厠間窓開則厠便遮目非但穢氣可惡每苦眼界太碍卽命撤移於通房西壁外其往來亦甚便易也 余乃闢窓擧眼彌勒山畢露 而全輸凌虛之踴躍朝來之爽氣擧以有之快矣哉 前之作厠者爲誰可謂奸沒東西人也戱題一語] / 오횡묵(吳宖默,1834~?) 고성부사(固城府使, 1893~1894년).
祛穢除遮轉眄間 더러움을 떨쳐 제거하려고 잠깐 곁눈질 하는 사이에
開窓忽得一靑山 창을 여니 온통 푸른 산이 홀연히 드러나는데
香爐秀色帆頭出 향로의 빼어난 색과 뱃머리가 나타나고
玉女眞容鏡裡還 옥녀(玉女)의 참모습이 거울 속으로 돌아왔다.
坐此二旬今始見 여기에 앉은 지 이십 일 만에 이제야 비로소 보니
從玆三籟可追攀 이제야 하늘 땅 사람소리 따라 잡을만하네.
詩成起傍梅花問 일어나 시를 완성하고 매화 곁을 찾게 되니
存濟高堂幾倍顔 고상한 집에서 몇 갑절 좋은 안색으로 살아가리라.
[주] 삼뢰(三籟) : 천뢰(天籟), 지뢰(地籟), 인뢰(人籟)를 통틀어 이르는 말.
<부사 오횡묵의 ‘점술(占術)•풍수(風水) 폐단’ 희제일어(戱題一語)> 해암 고영화
부사 오횡묵이 경남 고성부사로 재임하고 있을 시기는 조선왕조의 국운이 기울고 있었고 세기말적인 온갖 흉흉한 소문과 이상한 종교가 사람들을 미혹하던 때였다. 이는 우리나라 전국적인 상황이었는데, 통영고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륵산 암굴의 늙은 할미가 미래를 내다보는 점술을 가졌다고 소문나고 고성 침령(砧嶺) 고개에는 풍수를 근거로 사람들을 미혹하니 오횡묵은 이들을 모두 추방해 버린다. 이에 기쁜 마음으로 7언 절구를 짓고 스스로 만족해하는 글이다.
“미륵산 암굴에 어떤 한 늙은 할미가 있었다. 수명과 미래의 점을 치는 분이라 하였는데 멀고 가까운 곳에서 그 재주가 알려졌다. 어리석은 부부들이 신령이 씌었다는 기이한 소문을 듣고 물결이 치듯 다투어 달려왔다. 이러한 이유로 길을 메우고 고향 산 아래 기거하는 사람들이 오고가는 일이 어려워져, 기숙하는 폐단까지 생겨났다. 또한 침령(砧嶺) 고개 가까이에 한 여인이 있었는데 풍수설에 따라 묏자리 집터 등을 보며 대중을 현혹하니 생민들에게 심한 폐단이 발생했다. 이런 연유를 바로잡으려고 관리를 보내 고을 밖으로 축출하니 모두가 기뻐하여 장난삼아 한 절구를 짓는다.”[彌勒山巖窟有何一老嫗稱以筭命及推占等術遠近愚夫婦風趨波盪爭稱灵異問者塡路由是之故山下居人不勝來往寄宿之獘又砧嶺近地有一女稱以地術惑衆爲獘於生民亦甚云故定送巡校逐出境外皆稱快戱賦一截] / 오횡묵(吳宖默,1834~?) 고성부사(固城府使, 1893~1894년).
巖竇令人慧竇昏 바위굴이 슬기가 나오는 구멍이라고 사람들을 현혹케 하는데
女中張甬騁妖言 여인이 요사스런 말을 늘어놓으며 길에서 크게 떠벌린다.
丈夫一拔龍光劒 대장부가 용광(龍光)의 검(劒)을 한번 휘두르니
劈破靑山鬼怪門 청산(靑山)의 요괴 문(門)이 쪼개 깨뜨려졌네.
[주] 용광(龍光) : ①군자(君子)의 덕을 칭찬(稱讚)하여 이르는 말. ②남의 풍채(風采)의 경칭(敬稱) ③용광 정명(龍光貞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