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두 얼굴
이헌 조미경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 봄부터 고추 모종을 심고 가꾼 결실이 알알이 익어 가는 밭를 보니 어린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불볕 더위에 운동 하면서 이헌 조미경
낮 최고 기온이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며 가만히 그늘에 있어도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그런 뜨거운 여름을 사서 고생하는 일이 라운딩을 즐기는 일이다.
스타트업 시간이 12시,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무더위에 상관없다고 오로지 성적만 좋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막상 운동복을 갈아입고 햇볕 속으로 뛰어드니 태양은 얄미운 누군가를 태워 죽이려는 듯
바람 한 점 없는 하늘에는 뭉게구름만이 유유자적 한가롭게 나를 바라본다.
푸른 소나무들 사이로 행여 소슬바람이 불까 기대했지만 바람은 미동도 없고, 땅에서는
펄펄 끓어오르는 지열에 숨어 턱 하고 막힌다. 평상시에는 참고 넘어갈 일이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정말 악 소리는 나는 한숨이 터지면서 어휴 힘들어 정말 덥다 하면서
얼음물을 들이키며 오 분에 한 컵씩 물을 마셔도 돌아서며 목이 마른다.
요즘 우리나라 날씨가 바뀌면서 어느 땐 스콜처럼 갑자기 햇볕이 쨍쨍하다,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는데 오늘은 비도 내리지 않고 햇살만 뜨거웠다.
계속 해서 물을 마셨지만, 헛배도 부르지 않고 자꾸 갈증이 났다
소금기가 많은 음식을 먹어서 물을 마시게 된 것은 아니었다.
경기 시작 전, 캐디가 준 식용 소금을 두 알 먹었더니, 속에서 짠 소금을
섭취했기 때문에 몸은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 하기 위해 물을 계속 마시게 했다.
운동하는 중간 나무 그늘에 들어가 서 있어도 그늘의 고마움을 느낄 수 없었다.
평상시처럼 햇살을 마주하고 걸어도 덥다고 아우성 치는 일은 없었다.
자동차들이 내뿜어 대는 도시보다 산이 더 더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은 점점 고갈되고 몸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니
칼로리가 많은 간식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평상시처럼 밖에서는 일절
군것질을 하지 않는 습성 때문에, 가방에 먹을 것을 챙기지 않는 게으름 때문에
계속 냉수만 들이켰더니, 땀으로 배출된 만큼의 영양이 필요했는지
다리가 아프고 팔이 아팠다.
전반전을 끝내고 냉콩국수로 점심을 대신하고 약 30분을 쉬었다.
후반전이 시작되는 오후 3시 다시 무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이번에는 식당에서 준 물티슈에 얼음물을 묻혀서 목에 걸었다.
물티슈 덕분에 잠시는 더위가 가신 듯했다.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는 챙이 넓은 모자와 목을 감싸는
아주 얇은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걸고 있으면 몸을 조금은 보호할 것 같았다.
오늘처럼 이렇게 무더운 날 뙤약볕에서 일을 했다면 아마 나는 30분을 못 버티고 쓰러졌을 것이다.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는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건설 현장이나 늘 밖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서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