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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거북선의 막내 주장 김다영 3단(왼쪽 대국자)이 밤 11시 16분까지 이어진
격전에서 동갑내기 강지수 초단에게 역전승했다. 길고 어지러웠던 승부의 끝을 양팀 감독과 선수들, 해설자와 진행자까지
함께했다.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10R 3G
거북선,
바둑의품격 누르고 선두 지켰다
11시 16분 종료. 올 시즌
최장 경기 끝에 여수 거북선이 선두 자리를 지켰다. 여수 거북선은 14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10라운드 3경기에서 서울 바둑의품격에 2-1 진땀승을 거뒀다.
7승1패의 1위와
4승4패의 5위가 맞섰지만 매판 긴장감이 넘쳤다. 두 판에서 묘한 라이벌전 기류가 흐르는 동갑내기 대결이 이뤄졌다. 세 판 모두 계가까지 간
것도 올 시즌 두 번째일 정도로 아주 드문 일이다. 또한 두 판은 320수를 넘겼고 한 판도 300수 가까이 갔다.
2국 속기판을 여수 거북선이 선취했을 때만 해도 쉽게 갈 것 같았다. 이슬아가 동갑
친구 박지연을 꺾으면서 기선을 잡았다. 세 판 중 상대전적과 랭킹에서 여수 거북선이 유일하게 열세에 놓여 있던 대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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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둘러 집짓기를 마친 두 기사는 1분 정도 서로 말 없이 반상을 응시하다가 박지연이
먼저 돌을 담기 시작했다. 라이벌전을 이긴 이슬아 4단(왼쪽)은 3연승과 함께 7승2패, 박지연 5단은 3연승이 끊기면서 5승4패의 시즌 전적.
2시간 25분, 332수 접전. 라이벌전은 길고 길었다. 박지연이
우세를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을 놓친 순간부터 이슬아가 집요하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후반에는 흔들린 장면도 있었으나 박지연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바둑의품격은 양팀의 최고참이 맞선 장고판에서 반격했다. 이영주가
그동안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던 이민진에게 첫승을 따냈다. 초반부터 약간 앞서나간 흐름을 3집반승으로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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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주 2단(왼쪽)이 이민진 8단을 상대로 3패 후 첫승으로 팀 스코어 1-1을
만들었으나 강지수 초단이 받쳐주지 못했다.
1-1이 되긴 했어도 여수
거북선에 승산이 높아 보였다. 최종 3국이 5승3패의 1주전과 3승5패의 2주전 대결이었기 때문. 그러나 여수 거북선 1주전 김다영이 바둑의품격
2주전 강지수에게 밀리는 흐름이 계속됐다.
강지수는 꽤 유리한 형세를 지키지
못했다. 노련미가 부족했다. 상대가 고민해야 하는 장면에서 자리를 비워 주는 바람에 계시기가 정지되어 생각할 시간을 준 것에 대해 "웬만해선
(자리 뜨는 것을) 참고 싶다"는 중계석의 멘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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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먹으면 바둑 두기가 싫어져서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는 이슬아 4단이
검토실에서 이현욱 감독과 함께 휴대폰 기보로 복기하고 있다.
우세를
거의 다 까먹은 후에도 끝내기를 잘했으면 남는 형세. 승리를 날려 버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역전패가 되고 말았다. (흥미로운 점
하나. 규정상 초읽기 때 한 차례 자리를 비울 수 있는데 강지수는 계시원에게 공손하게 의사 표현을 한 다음에 앉아 있던 의자를 살짝 밀어넣는
모습.)
9개팀이 더블리그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려내는 정규시즌은
충남 SG골프와 인제 하늘내린이 10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15일 오전 10시부터 인제에서 투어 경기로 치른다. 개별 대진은
김신영-박지은(1:3), 최정-이유진(0:0), 송혜령-김미리(1:0, 괄호 안은 상대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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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의품격은 팬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팀. '클럽 바둑의 품격' 살림꾼 하호정
4단(왼쪽)과 진주에서 올라온 후원자 가족이 끝까지 관전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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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진 8단에게 첫승을 거둔 이영주 2단의 시즌 2승째는 팀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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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적인 추격전으로 뒤집기에 성공한 김다영 3단. 세 경기 연속 팀 승리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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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지 해설자가 "확실히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말한 강지수 초단. 대국할 때면
극도로 긴장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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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판을 계가하는 사이 대국장의 벽시계는 11시 16분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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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한산한 여수 거북선의 검토. "처음에는 외로웠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다"는 이현욱 감독, "검토실에 인기가 없는 것은 제 인기가 많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고, 외모 관리에도 신경을 써서… 살도 많이 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라는 이슬아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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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조적으로 북적대는 서울 바둑의품격 검토. 개인승수에서 뒤져 서귀포 칠십리에 5위
자리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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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이 저보다 여자리그 베테랑이어서 알아서 잘하기 때문에 특별히 당부하는 말은
없고 컨디션 관리 정도만 신경을 쓴다." (이현욱 감독ㆍ왼쪽)
"항상 불안해서 공부를 과도하게 하는
편이었는데 오히려 상한 음식을 먹은 것처럼 역효과가 났던 것 같다. 그런 불안한 마음을 가질 바에야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요즘에는 꾸준히
운동하는 걸로 콘셉트를 바꿔 보았다." (이슬아 4단ㆍ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