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애명상
자애명상은 초기불교나 남방불교 수행전통에서 굉장히 중요한 명상법이다. 4무량심(無量心) 수행에서 첫 번째 자(慈) 수행법이다. 자애명상을 하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둥글어지며,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명상하기 전에는 머리가 무겁고 마음이 힘들었더라도, 명상을 하고 난 후에는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고요하며 깨끗해진다. 초기불교에서 자애명상은 색계 3선정을 얻을 수 있는 사마타 명상인데, 세간적인 차원에서 명상의 이익이 아주 많다. 다른 수행법에 비해서 쉽게 수행할 수 있고, 안전한 명상법이고, 화나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히고 제거하는 대치법이자 치유명상법이다. 사마타 위빠사나를 함께 닦아가는 지관쌍수(止觀雙修)의 방법도 있고, 보호수행법과 바라밀 공덕명상으로 실천할 수도 있다.
빨리어로 자애(慈愛)는 ‘멧따(metta)’이다. 자애, 우애, 사랑, 호의, 타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등의 뜻이 있다. 영어로는 ‘Loving-kindness’이다. 이렇듯 자애는 ‘모든 중생이 평안하고 안락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수승하고 고결한 마음’이다. 보상이나 보답을 바라는 조건적인 사랑이 아니고, 애착이 묻어있는 뜨거운 사랑도 아니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게 보내는 가장 따듯하고 친절한 마음이자, 번뇌를 시원하고 청량하게 식혀주는 마음이기도 하다. 자애명상에 대해 ‘조티카 사야도’는 “자신을 보호하는 캡슐과도 같다” 했고, ‘찬메 사야도’는 ‘위빠사나 도우미’라 했으며, ‘웃따마사라 사야도’는 “자애라는 법 하나를 잘 지닌다면 윤회하는 내내 무서울 것이 없다”고 했다.
‘5부 니까야’에는 여러 가지『자애경』이 등장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숫따니빠따(經集)』에 나오는「자애경」인데, 3대 보호경 가운데 하나로써 남방불교권에서는 호신주나 호주처럼 많이 염송되는 경전이다.「자애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보호하듯이, 모든 존재를 향해서 무량한 자애를 닦으라. 시방세계 온 세상을 자애로 풍성하게 가득 채우는 수행을 하라.”
『앙굿따라 니까야』「손가락 튕기기 품」에 보면, “만약 수행자가 손가락 튕기는 짧은 순간만큼이라도 자애 마음을 받들어 수행한다면, 그를 일러 비구(수행자)라고 한다. 열심히 오랫동안 반복해서 수행한다면 그 결실과 공덕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가마솥경」에 보면, “아침 점심 저녁에 백 개의 가마솥으로 음식을 해서 사람들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소젖을 짜는 짧은 시간만큼이라도 자애심을 닦는다면 그것이 더 큰 결실이 있다”고 했다. 자애명상은 음식이나 재물 보시보다 더 수승한 공덕이 된다는 의미이다.「라훌라교계경」과「메기야경」에서는 “악의를 제거하기 위해 자애를 닦아야 한다”고 했다. 악의의 반대가 자애이기 때문이다.「자애수행경」에 보면, “보시, 지계 등 윤회 재생을 가져오는 공덕 토대들은 자애선정(자심해탈)의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마치 별빛이 달빛의 16분에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자애선정은 그것들을 능가하고 찬란하게 광채를 발한다”고 했다.
자애명상을 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자애(慈愛, mettā)를 보낼 살아있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주 대상이지만, 반려견 등 다른 존재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 대상을 향해서 자애를 일으킬 자애 구절이 필요하다. 어떤 대상을 떠올린다고 자애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애 구절을 마음속으로 읊조릴 때, 그것이 마중물이 되고 안내 표지판이 되어 자애가 일어난다.
셋째, 자애라는 마음을 일으키며 계속 마음챙기고 집중해야 한다.
『청정도론』 9장은 자비희사 4무량심 수행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자애를 다루는 서문에서 “자애를 닦고자 하는 수행자는 만일 그가 초심자라면 장애를 끊고 명상 주제를 배워 공양을 마친 뒤, 식곤증을 떨쳐버리고 한적한 곳에서 잘 마련된 자리에 앉아 먼저 성냄의 위험과 인욕의 이익을 반조해야 한다”고 했다. 초심자가 자애명상을 시작하려면 자애 닦는 법을 배운 뒤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수행처에서 바른 자세를 취하고 앉는다. 그런 다음 모든 생명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자애를 일으키기 전에, 성냄의 위험이 무엇인지 먼저 반조해야 한다. 왜냐하면 성냄과 자애는 정반대의 마음으로 공존할 수 없다. 성냄은 자신도 불태우고 타인도 불태우는 가장 파괴적인 마음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을 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도 조장하고 전쟁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마음이다. 그래서 먼저 성냄을 버리고 인욕의 이익을 반조한 다음 자애수행을 시작해야 한다.
자애수행을 할 때는 제일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거듭거듭 자애를 닦아야 한다. “내가 행복하기를, 고통이 없기를” 또는 “내가 원한이 없기를, 악의가 없기를, 근심이 없기를,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기를”이라고 하면서 자애를 일으킨다. 또는 “내가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몸 마음 평안하기를”이라고 짧게 할 수도 있다. 자애 구절은 너무 많지 않게 2~3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자기 자신을 자애의 첫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본보기로 삼기 위해서이다. 내가 행복하기를 원하고 고통이나 불행, 죽음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중생들도 그렇다고 알 때, 타인의 행복과 안녕에 대한 기원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자신을 대상으로 자애를 충분히 닦았다면 이어서 네 부류의 사람들에게 차례대로 자애를 닦아야 한다. 첫째는 존경하는 분, 둘째는 좋아하는 사람, 셋째는 중립의 사람, 넷째는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 순서는 자애가 잘 일어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분류한 것이다. 첫 번째 대상인 존경하는 분에게 자애를 닦을 때, 그분의 성품이나 좋은 점을 잠시 떠올리고 자애 구절을 마음속으로 읊조리면 된다. “부디 내가 존경하는 분께서 행복하시길, 고통 받지 않으시길” 또는 “그분께서 평안하고 행복하시길,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자유롭기를”이라고 읊조리며 자애를 보낸다. 나머지 세 부류의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방법으로 자애를 보낸다.
때로는 자애가 잘 일어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삼았을 때, 그 사람에 대한 과거의 나쁜 기억이 떠올라서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경책하면서 화를 가라앉혀야 한다. 그렇게 수행하여 네 부류의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자애가 잘 일어나면 대상에 대한 좋고 나쁨의 차별심을 극복하면서 자애선정(慈心解脫)을 성취한다. 수행자가 자애선정에 들었을 때는 자애를 지닌 무량한 마음으로 시방세계를 풍성하게 가득 채울 수 있다. 자애명상은 자심해탈이라는 선정을 성취할 수 있는 사마타 명상으로 수행하거나, 위빠사나 수행을 돕는 보호 명상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
현대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화’가 많다는 것이다. ‘화(anger)’라는 에너지는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잘 다루지 않으면 큰 문제를 일으킨다. 잘 돌보고 다스리며 치유해야 할 우리 마음의 약한 고리이다. 화는 표출해도 문제이고 억압해도 문제이다. 그러면 화를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 현대인이 풀어야 할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바로 화이다. 자애 선정인 자심해탈(慈心解脫)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자애를 일으켜야 하는데, 애착하는 마음과 싫어하는 마음의 차별과 한계를 극복하고 선정을 성취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자애를 보내려고 할 때 화가 가라앉지 않으면 이렇게 반조해야 한다.
“그에게 화를 내어 무엇을 할 것인가? 화냄으로 인한 그대의 업이 그대를 해로움으로 인도하지 않겠는가?… (화내는) 이 행위는 정등각을 얻게 하는 행위도 아니고, 벽지불의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도 아니고, 성문의 지위에 이르게 하는 것도 아니고, 범천과 제석과 전륜왕과 지방의 왕 등 가운데 어느 지위를 얻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이 (화내는) 행위는 교단으로부터 물러나게 하여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지경에 처하게 하고, 지옥 등 갖가지 고통을 겪게 한다. 화내는 업을 행할 때, 양손에 시뻘건 숯과 똥을 쥐고서 다른 자에게 던지려는 사람처럼 첫 번째로 자신을 태우고 악취 나게 한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면 털끝만큼의 이익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손해만 막심하다. “상대방을 괴롭히기 전에 자신이 먼저 상처 입고 불행의 희생자가 되는데 무엇하러 화를 내는가?” 이렇게 자신을 경책하며 화를 버려야 한다. 그런데 존경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자애를 닦아도 때에 따라 불편함이 올라온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자애를 보내려 할 때 미움이나 분노, 저항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화의 위험을 잘 알아차리고, 여러 방편을 써서 자신을 보살피며 화의 백해무익함을 반조해야 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될 뿐만 아니라, 자애명상의 결실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애명상으로 자심해탈을 성취하면 11가지 이익이 있다. 편안하게 잠든다. 편안하게 깨어난다. 악몽을 꾸지 않는다. 사람들이 좋아한다. 사람 아닌 존재들이 좋아한다. 신들이 보호한다. 그에게 불이나 독이나 무기의 악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마음이 빨리 삼매에 든다. 안색이 맑다. 매 하지 않은 채(휘둘리지 않은 채) 죽게 된다. 더 높은 경지(아라한과)를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범천에 태어난다. 이와 같이 자애명상은 세간적인 이익과 장점이 아주 많다. 그래서 자애명상은 수많은 명상법들 중에서 치유명상, 보호명상 그리고 바라밀 공덕명상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