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씹기도 운동...덜 씹으면 살 찐다

[쪼꼬미코]

껌 자주 씹으면 턱이 사각턱이 된다던가,  살짝 불량스러워 보인다던가 이런 느낌 때문에 껌을 자주 씹지는 않는데요, 

껌 씹기도 운동이라는 기사가 있더라고요. ㅎㅎㅎ 

공유해봅니다.  운동 안하는 1인으로서 껌이라도 씹어야 할까봐요. 

[강석기의 과학카페] 껌 씹기도 운동...덜 씹으면 살 찐다

딸들이 어릴 때 나는 아내에게 애들한테 먹일 고기를 너무 잘게 자르지 말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좀 씹어먹게 하자고”라며 간청했다. 아내는 아이들이 고기를 먹다가 목에 걸리느니 치과 교정 치료비를 내겠다고 답했다. 나는 대화를 포기했다.
- 피터 웅가르,  《진화의 깨물기》에서
 
오늘날 만연한 질병 가운데 상당 부분은 오랜 세월 진화로 세팅된 상태를 무시하고 특정 장기를 지나치게 쓰거나 너무 안 쓴 결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영양 과잉은 이를 처리하는 췌장과 신장에 무리를 줘 당뇨병 등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높인다. 눈은 밤낮없이 가까운 대상을 보는 일에 혹사당하며 안과 질환이 급증하고 귀 역시 귀청 바로 옆 이어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에 시달리며 일찌감치 고장이 난다.
 
반면 정적인 생활 습관으로 골격근을 너무 안 쓰다 보니 근육량이 줄어들고 혈관 네트워크도 부실해지면서 심혈관계질환 위험성이 커지고 낙상 사고 빈도가 잦아지며 발생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운동 부족인 근육이 또 있으니 바로 음식을 씹을 때 동원되는 얼굴의 근육들이다. 인류가 1만 년 전 농업을 발명한 이래 음식을 먹기 좋게 만드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고 최근 수십 년 사이 식품가공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씹을 일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을 씹는 데 들어가는 시간뿐 아니라 힘도 줄어들면서 수렵채집을 통해 거친 음식(물론 도구와 불을 써서 자연 상태보다는 먹기 좋게 만들지만)을 먹는 데 최적화된 구강구조가 망가지고 있다. 거친 음식을 씹어야 치조골(이틀뼈)이 자극을 받아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특히 아래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그 결과 윗니와 아랫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이 급증하고 있고 이가 나올 공간이 확보되지 못해 사랑니가 속에 박혀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선사시대 수렵채집인의 치아를 보면 잇몸질환과 부정교합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실제 현대인이 하루에 음식을 씹는 데 들이는 시간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26개 집단 평균이 35분이었다. 가장 긴 경우가 76분이었고 가장 짧은 경우는 7분에 불과했다. 식사 시간 전체가 아니라 음식을 씹는 시간만 측정한 것임에도 막연한 예상(가장 긴 경우 수준)보다 훨씬 적다. 반면 인류와 가까운 종인 침팬지와 고릴라는 야생 관찰 결과 하루에 먹이를 씹는 시간이 각각 4.5시간과 6.6시간으로 우리의 10배 수준이다.


○ 에너지 10~15% 더 써
지난달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는 음식을 씹을 때 들어가는 에너지를 측정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영국 맨체스터대 생물과학부를 비롯한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폐쇄된 공간에서 실험 참가자가 껌을 씹을 때 소모되는 산소의 양과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분석해 대사량을 측정했다. 음식 대신 맛과 향이 없는 껌을 택한 건 섭취한 음식이 소화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없애기 위해서이다.
 
실험에 쓰인 껌은 부드러운 것과 딱딱한 것 두 종류로 강도가 각각 89와 209킬로파스칼(kPa)로 우리가 평소 씹는 껌은 후자의 범위다. 참고로 날당근의 강도는 3410kPa로 딱딱한 껌보다 10배 이상 딱딱하다. 
 
참가자들은 매트리스에 편하게 누워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대사량을 측정했다. 그 뒤 같은 자세에서 껌을 씹을 때 대사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부드러운 껌을 씹을 때는 대사량이 10% 늘어났고 딱딱한 껌을 씹을 때는 15% 늘어났다. 얼굴의 근육 몇 개가 움직일 뿐임에도 씹는 데 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다만 하루에 음식을 먹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껌 씹을 때 값을 적용하면 실제 음식을 씹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전체 대사에너지의 0.2% 내외다. 26개 집단 가운데 가장 긴 시간인 76분 동안 딱딱한 껌 수준의 음식을 씹는다고 해도 0.5% 수준이다. 반면 가장 짧은 시간인 7분을 부드러운 껌 강도의 음식을 씹는다면 0.05%도 채 안 된다. 
 
반면 침팬지나 고릴라처럼 오래 씹는다면 딱딱한 껌 강도의 음식의 경우 전체 에너지 소모량의 최대 2.6%가 씹는 데 들어갈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껌을 씹는 게 살을 빼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하루 대여섯 시간 껌 씹는 건 고욕이고 치아 건강에도 해로울 것이다. 


○ 비만인 사람은 덜 씹는 경향 있어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껌을 씹지 않아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껌을 씹으면 포만감이 커져 음식을 상대적으로 덜 먹게 된다는 것이다. 배가 고파 음식을 먹거나 목이 말라 물을 마시면 어느 순간 포만감을 느껴 더이상 섭취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실제 몸이 효과를 느낀 결과가 아니라 뇌가 행동을 통해 판단한 것이다. 만일 음식이 소화되거나 물이 흡수돼 혈액에 영향을 미친 뒤에야 그친다면 큰 탈이 날 것이다.
 
뇌는 여러 정보를 종합해 음식 섭취량을 판단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씹는 행동이다. 많이 씹을수록 많이 먹었다고 판단해 포만감을 더 느끼게 된다. 패스트푸드가 범람한 오늘날 비만이 급증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음식을 씹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힘이 줄어든 상황을 반영하게 진화하지 못한 뇌의 판단 착오로 인한 과식에 있다.
 
실제 비만인 사람은 덜 씹고 음식을 빨리 먹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라고 권하지만, 길든 식습관을 고치기 어렵다. 따라서 음식 대신 껌을 씹어 뇌가 식탐을 줄일 수 있게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016년 학술지 ‘생리학 & 행동’에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살이 찔까 걱정돼 밥을 반 공기만 먹는 사람들도 간식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과자 같은 간식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체 칼로리 섭취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일리노이공대를 비롯한 미국 공동 연구자들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점심 식사(정량) 후 1시간 간격으로 세 차례 15분간 껌을 씹게 한 뒤 간식 섭취량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껌을 씹었을 때 간식 섭취량이 9.3% 줄어들었다. 식전 15분 정도 껌을 씹고 밥을 먹으면 식사량이 줄어들지 알아보는 실험도 흥미로울 것이다.

○ 유산소 운동과 시너지 효과
음식이나 껌을 씹을 때 동원되는 얼굴 근육 가운데 가장 중요한 네 가지는 깨물근과 관자근, 가쪽날개근, 안쪽날개근이다. 좌우 쌍으로 있는 이들 근육을 합쳐 씹기근육이라고도 부른다. 이 가운데 광대뼈와 아래턱뼈에 걸쳐있는 깨물근은 우리 몸에 있는 근육 가운데 가장 힘이 세다(단위 단면적 기준). 귀밑 턱에 손을 대고 이를 꽉 물면 불끈 솟아나는 근육이 바로 깨물근이다.
 
저자들은 깨물근 바로 위 피부에 전극을 붙여 껌을 씹을 때 근육 활성을 측정하는 근전도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부드러운 껌을 씹을 때에 비해 딱딱한 껌을 씹을 때 신호가 더 컸다. 후자의 칼로리 소모량이 5% 더 많은 건 근육이 힘을 더 쓴 결과라는 말이다. 골격근의 근력운동과 같은 맥락으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걷기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할 때 껌을 씹으면 운동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8년 와세다대 스포츠과학과를 비롯한 일본 공동연구팀은 산책처럼 자연스럽게 걸을 때 껌을 씹으면 그냥 걸을 때에 비해 심박수가 더 높다는 실험 결과를 학술지 ‘신체요법과학저널’에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40세를 기준으로 청장년층과 중노년층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청장년층에서는 차이가 없었고 중노년층에서 뚜렷했다. 한편 중노년층 남성의 경우 껌을 씹을 때 걸음걸이도 약간 빨라져 15분 동안 50m를 더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유불급이라고 껌 씹기도 지나치면 오히려 해롭다. 침팬지와 고릴라가 먹이를 씹는 데 하루 대여섯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인류 역시 이 정도 시간이 최적인 것은 아니다. 침팬지와 갈라진 뒤 특히 호모속이 나타난 뒤 도구와 불의 사용으로 턱과 어금니가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하루에 고작 30분을 그것도 부드러운 음식을 씹는 데 쓰는 현대인들의 씹기근육은 운동 부족 상태이지만 말이다.
 
한편 껌의 종류도 중요하다. 껌 씹기의 효과를 보는 실험에 쓰인 껌들은 다 설탕이 들어있지 않다. 물론 껌에 들어있는 양으로는 영양이나 운동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대신 치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껌을 씹으면 양치질 뒤에도 이 사이에 남아있는 음식 찌꺼기를 흡착해 없애므로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설탕이 들어있을 경우 역으로 이 구석구석에 설탕을 공급해 유해균의 증식을 부추긴다.
 
또 음식을 먹을 때와는 달리 껌은 부피가 얼마 되지 않아 자칫 한쪽으로만 씹기 쉽다. 이 경우 씹기근육 쌍의 균형이 깨져 안면 비대칭이 생기고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경향이 있다면 의식적으로라도 옮겨가며 씹어야 한다. 물론 안면 비대칭을 껌 씹기로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들어간 쪽 씹기근육을 키우는 방식). 
 
밖에서 식사하고 양치질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껌을 씹는 걸 빼곤 거의 껌을 씹지 않았는데, 수개월 전 저녁 양치질 뒤 껌을 씹는 게 구강 건강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요즘은 저녁에 10분 정도 껌을 씹는 일이 습관이 됐다. 앞으로는 식후 산책을 할 때마다 껌을 씹을 것 같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강석기의 과학까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