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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다른 하루, 저에겐 또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오늘은 주말입니다. (토요일)
정규적인 교육은 없고, '자전거 나그네'가 돼보려다,
'일단 여기 버스 시스템을 알아놓아야 해!' 하는 심정으로,
'농어촌 버스'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자전거 나그네'를 위한 사전 작업이기도 해서지요.
그렇지만 이른 새벽엔, 잠깐 짬을 내어 '꽃밭 만들기'를 계속합니다.(아래)
비록 보기엔 삐툴빼툴 모양새는 없을지라도,
여태까지 보기 싫었던 '철책'과 '큰 바위들'은 뽑아낸 상탭니다. 높이도 전체적으로 제법 평평하게 만들었구요. (아래)
그랬더니 마을 노파 둘이 지나가면서,
"밭이 만들어졌네?" 하기도 하더군요.
저 오른 쪽 뒤편에 있는 풀밭도 해야만 하는데, 그러려면 일이 커져서...
제 힘이 부치드라구요. 그래서 아담한 모양으로만 하기로 했답니다.
그래도 힘이 상당히 들었답니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어?
7 시가 돼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나가는 버스가 7시 50분에서 8시 사이라 했기에,
서둘러야만 했습니다.
얼른 들어와, 샤워하고 아침도 챙겨먹고......
반 시간만에 그 일을 마치고, 가방까지 챙겨서 마을 입구에 도착한 시각이 7시 45분.
드디어 버스가 나타났습니다.
8시가 넘어가면서였을 것 같습니다.
근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요, 여기 '봉화군'에서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는 무료입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퍽 좋은 일이지요.
'차를 가지고 있지 못한, 가난한 시골 노인네'......
그러니까, 오늘부터 저는 본격적인(?) 봉화산골 노인네가 돼보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장을 보러(그러면서 읍내 나들이) 나가려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교통수단인데, 무조건 공짜니까요.
그런데 버스에 오르니 단 세 분이 탔던데, 그 중에는 엊그제 '통리 5일장'에 함께 갔던 00씨 형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 형제가 둘이 산다는데, 그들도 가난해서(그들은 노인네는 아니지만) 차가 없어서일 터였습니다.
그 날 장에 갔다가 분천역에 돌아왔는데, 그 때 처음 봐서 아는데 차를 타고 있기에,
제가 다가갔지요. (그 뒷좌석에 앉아)
"00씨 형이지요?" 했더니,
"예!" 하기에,
"나도 오늘 '춘양'에 나가려고 처음으로 버스를 탄 거랍니다." 하면서, "나도 차가 없어서요." 하자,
"저는 오늘 초등학교 총동창회에 갑니다." 하더군요. 그러더니,
"차 시간을 아시나예?" 하고 묻더니,
자기 지갑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거기에 '버스 시간'을 적어주더군요.
제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해 주는 모습이, 형제가 다 닮았더라구요.
근데요, '춘양'까지의 시간표를 알려주더니, '봉화'에 대한 시간표까지 적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몇 마디 나누다가 저는 갑자기, 원래는 '춘양'에 가려고 나섰던 길인데, '봉화'까지 가기로 결정을 내리는데요,
어차피 춘양에 내리면(8시 반 경), 여기 '분천'으로 돌아오는 버스가 12시 50분에 있다는데,
4 시간을 거기서 보내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기왕에 나온 김에, 아예 읍내까지 가 보자!' 하게 되었는데,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버스 시간표가,
우리가 춘양에 도착한 약 5분 쯤 뒤에 '봉화'행 버스가 있고,(그래봤자 봉화에 9시 전에 도착)
봉화에서 일을 보고 11시 차(춘양방면)를 타고 오면,
약 한 시간을 기다려야만, 12시 40분 버스를 탈 수 있고,
그렇게 제 숙소에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이라서였지요.
그런데 그 사람,
각 도시에 내리면, '버스 터미널에서 시간표를 달라'고 하라고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꼭 그게 아니었다 해도, 오늘의 제 목적은 그런 시간표 등을 전체적으로 알아두는 발걸음이기도 했기에,
춘양 버스 터미널에 내려, 거기 안내에게 '시간표' 요청을 했더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가라고 해서,
그렇게 했답니다. (아래)
그 코스만 버스가 바로 이어졌는데,
저는 '봉화'를 향해 두번째 버스를 탔습니다. (아래)
그리고 봉화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거기 시간표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두었구요. (아래)
그래봤자 아직도 9시 전이어서,
시간도 널널했습니다. 약 두 시간 정도, 봉화읍내에서 시간을 보낸 뒤 11시 '서벽행' 버스를 타면 '춘양'에 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근데요, 버스가 봉화 터미널에 도착하려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했습니다.
'장이 선 거 같네?' 했는데,
그랬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바로 '봉화 장'이라잖습니까?(2, 7일)
그래서 제가 터미널에서 길을 건너자마자(전통시장) 한 사람에게 물으니,
"장이 맞아예." 하더니, (요새는... 꼬추 따느라 사람들이 바빠서, 장에 잘 나오지도 않아... 장이 볼 것도 없을 건데예......" 하더군요.
그 말도 재미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시골이라, 주민들이 고추 따느라 바쁘다 보니... '장이고 뭐고... 정신이 없다'는 거지요.
그랬습니다.
지난 번에 갔던 '통리 5일장'에 비해선 훨씬 볼품없는 시골장이었는데,
그래도 장은 장이드라구요.
그리고 저는, 재수가 좋았다고나 할까요?
어쨌거나 '봉화 5일장'도 구경은 한 셈이니까요.
더구나 시간도 널널한 상태에서......
사실 저는 '우유'가 필요했기에 오늘은 마트에 가야했던 날인데,
그래도 장을 돌다 보니,
'농약사' 앞 등, 가을 채소 모종도 제법 나와있어서,
그저껜가?
'꽃밭'을 고르는데 00씨가 왔기에,
"00씨, 여기 앞 부분은 꽃밭을 만들 거고(그래서 코스모스 씨앗도 사왔답니다.), 뒤에 조금은... '상추'를 심고 싶은데, 상추씨앗 좀 구해줄 수 있어요?" 했더니,
"씨앗을 뿌려 언제 싹을 돋을 때까지 기다릴라고예? 그냥, 모종 사다 심으소." 했던 말이 떠올라,
(그래도 씨앗이 있으면 씨를 뿌리고 싶었는데)
눈으로 모종을 보니,
'그래, 모종을 사다 심어... 빨리 자라는 모습이라도 좀 보자!' 하는 식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답니다.
그렇게 뜻밖에 만난 '봉화 장'에서, '상추 모종'(14포기에 2천 원)을 샀고,
'우유' '종량재 봉투' 제일 작은 것(마을에선 큰 것만 팔아서 불편했거든요.) 등을 샀는데,
그래봤자 버스 타는 시간이 아직도 한 시간 반 가량이 남았드라구요.
근데요, 봉화 읍내라도 한 바퀴 돌고도 싶었는데,
이미 햇볕이 어찌나 따갑던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봉화 버스 터미널'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는 노인네가 되어,
한 시간 넘게... 멍하니 그늘에 앉아 있을 수밖에요.
근데, 오늘 얘기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입니다.
11시가 돼가는데,
하필이면 제가 타야 할 버스에 승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제일 먼저 도착했던 저는 거의 맨 나중에 버스에 타게 되었고,
그나마 다행히 제일 뒷좌석 앞에 앉게 되었는데, 제 옆에 아주 연세가 많은 노인이 앉아계셨습니다.
제 보기에 90은 넘으신 노인이셨는데,
기운이 없으신지... 멍한 표정에, 저 같은 사람에겐 신경도 쓰지 않으시드라구요.
그래서 제가 가끔 그 분을 쳐다 보니, 멍하니 앉아 계시다가, 잠깐 조는 모습이었는데요,
여기 '법전면' 한 정거장 전이었던 것 같은데(저는 잘 모릅니다만,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이 갑자기 손으로 가리키는 게 있었는데,
버스 내릴 때가 되셨는지, '버튼을 누르라.'는 뜻 같아서,
가까이 앉았던 제가 '멈춤' 버튼을 눌러드렸는데,
버스가 섰고, 그 분이 천천히... 그리고 비쩍거리는 걸음으로 버스에서 내렸는데,
그 분이 다 내리고 나서도 버스가 출발을 하지 않더니,
무슨 일인지 버스 기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야(승객들), 처음엔 무슨 일인가 몰랐지요.
그런데 (밖에 나갔던)그 기사를 보니,
그 마을 버스 정류소에 겨우 앉아 계셨던 조금 전 그 노인에게 가더니,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라지?' 하고 있는데,
몇몇 승객들(노파들)이, 뭐라고 쑤근대는 말을 들으니,
그 노인이, 이 땡볕에... 저기 멀리 보이는 마을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러다간 사람 죽겠다는 등의 얘기였습니다.
(왜 아니었겠습니까? 이 살벌한 햇살에... 그 먼길을 걸어가실 노인을 상상하니......)
그러기를 2-3분?
기사는 그 노인을 다시 버스에 태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또 느릿느릿... 그 노인이 버스에 올랐고,
그 즈음엔 이전의 다른 정류소에 승객들이 제법 내려서,
원래 제 옆 좌석으로 오시지는 않고, 거기 내리는 문 가까이에 노인이 앉으셨는데,
그제야, 버스가 출발을 했는데,
'법전면' 면사무소가 보이기에, (그래서 제가 그곳이 법전면이란 걸 알게 되었던 거지요.)
그러고도 두어 정거장을 더 달리기에,
(승객들은, 줄곧 그런 얘길 나누었고, 저는, '어떡하려고 한다지?' 하고도 있었는데,)
또 중간의 어떤 제법 큰 마을에 버스가 멈추더니, 기사가 그 노인을 부축해서 내려드리는 것이었구요,
노인을 거기 버스 정류소에 앉게 했는데(아래사진 가운데),
버스 기사는 거기 가까이에 있는 '수퍼'에 들어가더니 쉬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틈을 이용해, 그 노인의 모습을 사진에 찍을 수 있었는데요(위),
거기서도 한 5분?
그 정도만에 나온 기사는,
그 노인에게 가더니... 또 뭐라 얘기를 나눈 뒤,
그제야 버스에 올라, 버스가 '춘양'을 향해 달렸는데요.
저는, 잘은 몰라도,
아마 그 기사가 농촌택시(?)를 불러, 그 노인을 거기 댁인지 '요양원'인지에 모셔다 드리게끔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를 다른 승객들이 하는 걸 들었는데......
그때였습니다.
웬일인지, 울컥! 제 눈에선 눈물이 솟아올라...
다른 사람들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고, 창쪽으로 얼굴을 돌려... 안경을 벗고, 슬쩍(?) 닦아내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답니다.
아, 인생이 슬펐고... 그 기사의 따뜻한 마음씨가 너무나 고마워서,(여러가지 감정들이 뒤범벅이 되어)
멈춰지지 않는 눈물을 훔쳐내느라, 애를 많이 먹었답니다.
쉬 멈춰지지 않는 눈물에, 미치겠드라구요.
제가 여기 '봉화군'에 내려와, '농어촌 버스'를 탄 첫 날에 있었던 일이랍니다.
아, 이런 시골을 운행하는 버스는(무료), 기사들도... 그 손님들의 인적사항도 어느 정도 파악을 해서인지, 그런 따뜻한 마음을 보여줘서(일부러(의식적으로)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승객들에게 감동을(?) 주어...
저 같은 사람은, 주책없이... 울기까지 했답니다......
(나중에 춘양에서 저는 그 버스를 내리면서, 일부러 그 기사에게 다가가,
"기사님! 제가 고맙습니다."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답니다. 물론 그 기사는 저보다 한참 젊었구요.)
첫댓글 버스 기사님의 따스한 마음씨에 제 가슴도 넉넉하고 푸근해지는 느낌인데요...
근데 작가님이 눈물을 줄줄 흘렸다고 하니...
저렇게 마음이 여린 분이 대도시의 각박한 삶을 어찌 견디겠나 싶어서...
비록 몇 달 동안에 불과하지만 산골에서 지내시게 된 게 참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제 마음이 너무 약한 거, 맞지요?
안 그러려고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툭하면 눈물이 쏟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