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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DAYS-day 03
[배수진]
후아아암..
눈을 떴을 땐..이미 찜질방 창 안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강렬히 들어오고 있었다.
벌떡!
분명..새벽의 여명은 아닌데..지금 몇시지?
근데..나 알람 해 놓고 잤는데??
하지만 내 주머니와 배만 덮고 자던 수건 한장 아래에도 아무리 찾아도 폰은 보이지 않았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으아아악!!!..세상에..9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난 나갈 때 직원에게 폰 분실했다고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일어났다.
화장실로 가서 고양이 세수를 3초만에 끝내고 양치도 3초간 한 뒤에..
바로 옷을 갈아입으러 락커에 들렸다.
락커의 하얀 바닥에 단정히 놓인 익숙한 폰 한개.
어제 잊어 먹을 까봐서 락커에 넣어놓고 샤워를 하고 나와서..
분명..식혜를 사러 가면서 알람을 맞춘 후 주머니에 넣었는데..?
뜨악...맙소사...
기분 좋게 시원한 식혜를 마시면서 나는 잘 준비를 하기 전에 지갑을 다시 락커에 넣어두러 탈의실에 들렸다가..
거기서.....지갑과 폰을 같이 넣어 잠근 것이었던 것이다!
폰을 열어보니...
부재중 통화가 제법 와 있었다.
경아와 미경이 하나씩 나머지는 모르는 번호...
암튼..난 빛의 속도로 찜질방을 나와서 택시를 잡으려 했건만..
꼭 잡으려 하면 없다더니...
이 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 20여 분을 더 기다려 겨우겨우 한 대를 탔다.
"J대요. 급해요. 빨리 좀 가주세요."
사색이 된 얼굴로 그렇게 말했건만..
서울과 다르게 뻥~ 뚫린 도로를 달리면서도 너무나 느긋한 운전 기사 아저씨.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산만한 덩치에 너무나 무섭게 생겨서 한 마디도 못하고 난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으로
손가락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다리를 다다다닥 떨면서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지각하는 것을 끔직이도 싫어하는 나는..
좀체 지각을 하지 않지만..
만약 지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면 차라리 결석을 하고 말았다.
사실 지각 자체가 싫다기 보다..
남들 모두 앉아서 조용히 수업 받는 그 상황에 눈총 받으면서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쪽팔리기 때문이었다.
J대 정문에 날 버려두고 떠나고 싶어하는 험상궂은 아저씨의 눈빛 따위...
평소의 나라면 절대 무시하지 못할테지만..
지금은 정말 눈에 뵈는게 없어서..
아저씨 뒷자석에 바짝 붙어 앉아서 ..
"빨리 들어가세요. 저기서 우회전~ 저기서 좌회전...아니 여기 말구요 다음요 다음!!"
아저씨의 귓가에서 마구마구 소리치고는 거스름 돈도 꼬박꼬박 받고 심지어 잘 받았나 확인까지 한 뒤에 차에서 내렸다.
적막이 돌 정도로 조용한 건물이 왠지 무섭게 느껴졌다.
물론 연습하다가 화장실 등으로 자유스럽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그저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나는 혼자 움츠러 들었다.
2층 연습실 가까이 갈 수록..
가슴이 콩닥콩닥..
아무래도 노래 소리가 들리는 것이.. 도저히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가까운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마음은 두근반 세근반...
얼마나 있었을까..
웅성웅성 거리면서 화장실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우리 몸짓패의 동생들 목소리가 들리길래 나는 조용히 화장실에서 나왔다.
"어라? 언니? 여기서 뭐하세요? "
두명의 동생이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난 그냥 우물쭈물 웃으면서 그들과 함께 조용히 연습실로 들어갔다.
지수가 날 보고는 아침에 어디 갔었냐면서 묻긴 했지만..
얼버부리는 날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우리 모두 거의 동년배의 학생일 뿐더러..
사실 이것은 강요도 아니고..그저 자율 참석을 위한 것인 만큼.....
조금 궁금해 하긴 했지만..오후 있을 평가 때문에..모두 정신이 없어 보였다.
다행히 곧 연습이 시작되었다.
팀장도 날 물끄러미 바라보긴 했지만..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부팀장 언니를 바라볼 용기는 왠지..도저히 나지 않아서..
난 그녀를 외면한 채 연습에 들어갔다.
곧 이어 음악이 다시 틀어지고..
각 음악에 맞추어 안무를 연습했다.
각 춤을 가르쳐 주는 팀원은 한명 한명 돌면서 자세를 잡아주고 앞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지난 이틀간과 다를 바 없는 연습에..
난 크게 한 숨 돌리면서
다시 열심히 아주아주아주~~~ 열심히 안무를 다시 익혔다.
오늘 오후는 중간 평가가 있기 때문에..
모두들 약간 긴장하고 있었고...
더욱이 못하면서 지각까지 한 연장자인 나는....
팀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식사를 한 후에 바로 올라와 연습에 들어갔다.
식사를 한 후 점심 시간이 끝나기 까지 각자는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면서..
혹은 잡담을 하면서 여유롭게 보내왔지만..
오늘은 모두 올라와 안무를 맞추어 보았다.
드디어...오후 1시가 되자..
우리는 모두 건물 1층 로비 바깥에 각 패별로 줄지어 앉았다.
이제 중간 평가 구나..;;
마음이 두근두근..
"자. 오늘은 모두 아시다 싶이 중간 평가를 합니다.
물론 서로 평가를 한다기 보다..
페스티발 전에 한번 예행 연습 해 보시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더 옳을 듯 합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연습하시던 대로 보여주시면 됩니다."
J대 이페 준비단 총 회장이 로비 앞 계단에 올라서서 확성기를 들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는 준비단 각 패별 팀장과 부팀장이 서 있었는데..
그의 말이 잠깐 끊기자...
우리 부팀장 언니가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가서 뭔가 말을 하더니..
확성기를 들었다.
??
난 언니가 뭔 말을 하려나..궁금한 얼굴로....쳐다 보고 있었다.
아마 다들 그랬겠지..
"다른 것이 아니라...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서 확성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 이페 준비단은 모두의 자율적인 참여로 인하여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은 모두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 학생이라서 강요하거나 이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현재 대부분 그렇게 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아무래도 저희 J대가 이페 준비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분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아니..대체 뭔 소릴 하려는 거야..
한 없이 길어질 것 같은 언니의 목소리에 난 하품을 하면서 폰을 만지작 거렸다.
"술을 마시건! 잠을 자건! 그것에 대한 터치는 하지 않지만..
그 모든 것은!
저희 J대 내부에서 일어나야 하며..
만약! 외부로 나갈 시에는 관리팀에 어떤 이유로 누구와 동행해서 몇시까지 복귀하겠다는 것을 알려 확인 후 가셔야 합니다.
혹시 J대 밖을 무.단. 이.탈.하신 분 계십니까?!!"
헉!!!
무단이탈이란 말에 무진장 힘주어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은..
정말 내가 도둑이 제발 지리기 때문만일까??
아무튼..저 인간이 지금 내가 나간 것을 꼬집는 거지? 그치?
남들 앞에서 쪽팔림 당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난 갑자기 하늘이 노랗게 되는 것 같은 현기증을 느꼈지만..
선택의 여지란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정도로 뻔뻔한 성격도 아니고 말야..
떨리는 손을 들키지 않으려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
꼬물꼬물 올라가지 않는 손이 겨우 귀까지 올라갔을까..
"계시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왠만하면 이페 준비단이 끝날 때까지 J대 내에서 활동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갑자기 마무리된 부팀장의 말에 방향을 찾지 못하고..
이미 어정쩡하게 올라온 손은....
괜히 머리를 쓰다듬는 척...어색하게 내렸다.
정말...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아아아..저 녀석이 바로 무단이탈한 녀석이구나아..
하고 생각할 정도로 이상했을 법한 내 행동에..
정말 마법처럼 푹~ 개미로 변해서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두 무릎을 세워서 고 사이에 얼굴을 푹..파묻고는...
바닥의 모래를 손으로 갈랐다 모았다 하면서..
속으로 부팀장 욕을 무진장 하고 있었다.
심하게 고동치는 가 슴이 겨우 진정되려고 하자..
갑자기 부팀장이 무진장 미워지기 시작했다.
저 ..인간이..나 나간거 알고..일부러.... 이 치사한 인간..
내가 자기한테 뭔 잘못을 했다고..날 못잡아 먹어 안달이야..
재수없는 인간..치사한 인간..모른척 해 주면 될 것을..
차라리 따로 불러서 한 마디 하면 알아들을 텐데..
빵꾸똥꾸같은 인간...
내가 자기가 주는 밥 막막 신경질 내면서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첫날 그렇게 잔 거에 대한 복수??
치사한 인간...
너그럽게 넘어가는 것 처럼 하더니..결국 이거였군..
소리패의 경쾌한 풍물 소리와..
연습 때와 다르게 제법 풍물패답게 맞춰입은 복장이 멋있게 보였지만..
전혀 내 눈과 귀에는 들어오질 않았다.
노래패의 노래 2곡을 듣고 바로 우리 차례가 왔다.
노래패가 흰색 이페스티발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면..
우리는 붉은색에 로고가 들어간 단체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제일 앞 줄에 J대 회장과 각 패별 팀장과 부팀장이 앉아 있었고..
각 자리로 가 자리를 잡고 음악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사이..
부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
기분 나쁜 눈동자로 인상을 써줄까했지만.이내 시작된 음악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우왕자왕 안무를 시작하였다.
다행히...
정신은 이미 혼이 슈슈슉...빠져나간 것 처럼 없었지만..
몸이 익히고 있는지라..
조금 당황하던 안무가 자리를 잡고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갔다.
딱딱히 굳어 버린 얼굴로..
잔뜩 긴장한 채 안무를 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부팀장의 얼굴을 보니..
조금씩 안정이 되어가서..
몸을 돌려서 앞을 볼 때마다 자꾸만 자꾸만 나도 모르게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2곡 내지 1곡을 각 패별로 돌아가면서 페스티발 당일과 마찬가지로 진행되었다.
우리패의 마지막 안무를 마치고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로 앞을 바라보았다.
딱 떨어졌는지 아닌지 전혀 알 수 없었고...
동작이 멈추고...음악이 멈추어 앞을 바라보자..
부팀장이 날 바라보면서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올려 주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웃음은 따가운 햇살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향해 미소지어졌다.
아무래도 공연하면서 처음 짓는 미소가 아니었을까..
그제서야 박수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웃으면서 자리로 돌아왔다.
마지막으로는 노래패의 감동적인 하모니로 마무리 되었다.
제법 알토, 소프라노 식으로 파트가 정해져 있었으며..
간간히 잘하는 사람들의 솔로 파트도 있었다.
가장 쉬울 것 같아 보였던 노래패도 사실 몹시 많은 연습을 했다는 것이 음악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보일 정도였다.
그 중에 미경과 경아도 소프라도 솔로 파트의 한 부분씩 했었다.
참..노래패에 갔으면 큰일 날 뻔 했네...
모든 중간 평가가 마치고..
우리는 각 패별로..
2인 1조 10분 축구를 했다.
각 패별로 두 번씩 붙어서 골 수가 많은 팀이 우승.
우승하는 팀에게는 연습 때 먹을 음료와 다과가 제공되었다.
역시...음식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지..
남자 1명과 여자 1명이 2인 1조가 되었고..
그 중에서 남자는 그냥 여자를 따라다니는 것..
여자들이 공을 차서 골을 넣어야 했다.
난 나랑 안무시 파트너인 180이 넘는 거대한 공룡같은 C대 학생과 발을 묶었다.
과연...저 몸뚱이를 내가 끌고 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뭐....안무 하나를 가르치고 있는 힙합 소년이니까..알아서 잘 하겠지?
"우하하하..저거 뭐야."
"일어나 일어나~"
"아싸 골이다!"
떙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면서 남자들이 끌려가다 미끄러지고..
남자를 끌다가 헛발질 하는 여학생들..
여학생 특성상 각 지점에 배치해서 공을 기다리기 보다..
공을 우르르르 따라 다녀서 절대로 축구라 볼 수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 모습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우리는 보는 내내 응원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풍물패가 2승, 노래패는 1승, 몸짓패 2승으로 결승은 풍물패와 몸짓패가 붙기로 했다.
재미 있었지만 지나치게 더워서 우리는 한 판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로 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우리는 파트너와 다시 다리 한쪽을 묶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내 파트너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부팀장 언니가 내 옆에 털썩 앉더니 의아해 하는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우리 발을 묶기 시작했다.
"간식 사러 팀장이랑 나갔어. 짐이 많아서 말야..
나한테 부탁하고 갔어."
뭐라 대꾸할 시간도 없이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물론 부팀장은 남자 파트너 대신이라서 내가 공을 차고 몰아야 했다.
언니가 큰 편이긴 하지만 공룡과는 체급이 전혀 다른데다...
잘록한 허리를 손을 감으니 사뭇 느낌이 달라서 꽉 붙잡지 못했다.
하지만 언니가 어찌나 내 허리를 꽉 붙잡는지.....
스킨쉽 싫어하지 않았나?
들러붙어 잔다고 아주아주 날 괴롭힌 주제에..
아무튼 난 다시 공을 쫒기에 여념이 없었다.
난 운동을 좋아하고..
사실 절대! 절대로 간식을 놓칠 수는 없었다.
아침에 지각까지 했는데 어떻게든 만회해야지..
하지만..이 인간..
왜이리 굼떠..
공룡도 언니보단 빨랐다구!!
안그래도 몸도 나보다 길쭉길쭉한 팔 다리를 가지고도..굼떠서.. 좀처럼 잘 발이 맞지 않아
우리는 공을 쫒아가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고..
그 덕에 우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우리 위로 넘어졌다.
2인 1조의 서너팀이 뒤엉켜 넘어졌는데..
그 뒤로 공을 쫒아 오던 다른 사람들이 또다시 걸려 넘어지고....완젼 아수라장.
서로 발이 묶인 상태라 중심이 맞지 않아 빨리 일어나지도 못하고
서로 버둥버둥 일어났다 다시 넘어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쿠엑!!!
정말이지....
제일 밑에 깔린 나는 정말 이대로 압사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숨도 쉬기 어려웠다.
"으악!!일어나 언능! 숨막혀 죽겠어!"
제일 밑에 깔려 머리도 보이지 않던 내가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자.위에서 사람들이 몸을 굴려서라도
비켜 일어서는 동작이 재빨라 졌다.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지고..
흙바닥에 깔려 있던 난...그제야 내 위에 있던 부팀장의 손을 잡아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시뻘겋게 된 얼굴로 난 겨우 몸을 일으켜서 고개를 숙여 몸에 흙을 털어내었다.
다시 경기 재개.
한번 깔린 후에 내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왜 그래?"
날 보면서 이상하다는 듯 보는 부팀장이 물었지만..
난 말 없이 공을 쫒는 척만 하다가
경기가 끝났다.
사실 내가 아주아주 열심히 하면서 2골이나 넣었었는데..
깔리고 난 후 부터는 급 분위기가 풍물패로 돌아가면서 우리는 2대 1에서 3대 4로 지고 말았다.
"에이..아깝다.."
모두들 땀에 젖어 흙먼지에 젖어 아쉬워 했지만..
아주아주 재미있었기에 모두 웃으면서 자리로 돌아왔다.
"뭘 그렇게 생각해?"
발목의 끈을 푸는 부팀장의 목소리에 나는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아뇨..별로.."
"어라? 근데 너 팔꿈치에 스쳤나봐 피난다."
"에? 그렇네.."
"자..소독하러 가자."
곧 경기 후에 1시간 가량 휴식 시간이 주어졌기에
모두 씼으러 쉬러 흩어졌다.
사실은 각 패별로 친목 도모를 위해서 모이기로 되어 있었기에..
경아와 미경과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난 언니의 손에 이끌려 상처를 소독하러 가고 있었다.
별 깊은 상처도 아니라 그냥 씻고 말면 되는데
굳이 소독해 주겠다는 언니를 그저 묵묵히 따라나서고 있었다.
사실...아까 깔려 있을때..
누군가...내 가슴을 더듬었다.
처음엔...일어나려고 손을 짚다가 실수 한 줄 알았지만..
잠시 멈칫하는 손길은 다시 조심스럽게 내 가슴을 더듬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누굴까..?
고개도 돌릴 틈 없이 바닥에 끼어 있었던데다..
위에 겹겹히 쌓인 사람들 무리에서 그 누군가를 찾는 다는 건..정말 ...
이거 성추행?
치한........이랑 뭐가 다르지..?
실수인가? 아닌가..?
누굴까?...
난 알고 싶은건지..아닌지 알 수 없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분명한 것은..그 인간 걸리면 나한테..죽여버릴테다!
"아야!"
그 인간 찾아내면 어떻게 괴롭혀줄까..고민하고 있는 사이..
피부에 닿는 따끔한 느낌에 난 조금 움찔거렸다.
언니는 별 큰 상처도 아닌데 참 소독약을 박박 발라대었고..
제법 따끔거렸지만..그닥 반박할 기운도 없었다.
붕붕 고개를 돌려 나쁜 생각을 잊어버렸다.
설사 그렇다 한들..
같은 과 학생을 상대로 고소할 수도 없고..
그 인간은 분명 그런 적 없다고 펄쩍 뛸거고..
설사 알려진다 한들 좋을 것이 없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으면 된거야!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닌걸 뭐..
말도 안됀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게 고민은 별로 어울리질 않았다.
물론 고민하지 않는 편은 아니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을 들고 고민하는 것 만큼 시간 낭비도 없었기 때문에..
"다 됐다."
귀여운 반창고 하나를 붙여주고는 탁! 그부위를 때리는 언니.
때문에 난 따끔거림 때문에 인상을 쓸 수 밖에 없었지만...
씨익 웃는 언니의 왼쪽 손바닥에 쓸린 상처가 보였다.
"언니도 여기 다쳤네요. 제가 소독해 줄게요.
난 가뜩이나 심각한데..
소독약이나 박박 바르고..꼭 아픈데만 때리고..
아침에도 그랬다 이거지..?
언니가 손사래를 치면서 자기가 하겠다고 했지만..
난 바로 옆에 놓인 뚜껑열린 소독약을 거의 들이 붙듯이 언니의 손에 뿌렸다.
한껏 인상을 구기면서 연신 손을 털어내려는 언니의 손을 꽉 붙잡고
아까 언니가 나한테 한 것 처럼..
아주아주 박박..소독을 했다.
움찔움찔거리는 언니의 몸짓에 묘한 통괘함에..겨우 기분이 좀 나아지기 시작했다.
한 껏 찡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언니의 얼굴에..
콧노래가 나올 것 같았지만..
꼭 참고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다 됐습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언니의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다.
분명 아파서 상당히 찡그리고 있을 거라 생각한 내 기대와 달리..
너무나 진지하게 날 바라보는 언니의 눈동자에 난 조금 얼굴이 붉어졌다.
왜 붉어졌는지 나 조차도 알 수 없었지만..
이런 얼굴 보이는 것도 부끄러워..
나는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덥다 좀 씻어야지."
"그래. 씻으러 가자."
성큼성큼 날 따라오는 언니가 보였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지하의 샤워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농후했지만 이미 아무도 없었다.
벌써 씻고 간건지..아니면 씻으러 별로 안내려온건지..원..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언니의 시선 따위 무시하면서..
난 시원한 물에 첨벙첨벙 얼굴과 목, 팔을 씻었다.
"샤워 안해?"
"저 원래 좀 드러운 여자거든요?
이렇게 씻으면 땡이죠 뭐.."
사실 샤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왠지 부팀장의 묘한 시선이 날 몹시 부끄럽게 했다.
아까 시선이 못내 신경쓰였다.
더욱이 ... 안 씼는 척이라도 해야..
잘 때 내가 달라 붙는게 싫어서 내 옆에라도 안자게 만들어야지..
아무래도 찜질방 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으니..뭐..
좀 아쉬워보이는 부팀장의 모습에 난 또다시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언니에게 샤워하라면서 재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사실은..혹여나 또다시 내 앞에서 훌렁훌렁 옷을 벗을 것 같아 두려웠다.
사실..아까까지만 해도..
남들 앞에서 내가 어딘가 딴데 가서 자고 온 것에 대해서 나무랄 땐..
정말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 싶어서...정말 미워 죽을 뻔 했지만...
같은 패 소속이고..
축구라 부를 수도 없는 경기를 통한 묘한 동기애가...
그런 느낌 따위 자연스럽게 누그러들게 해 주었다.
그렇게 누군가 미워하면서 지내기엔 ...
난 머리가 그렇게 좋지도 않았고..예민한 편도 아니었고..
그런건 좀 피곤했다.
더욱이 이제 3일이나 지났고..
앞으로 4일 밖에 남지 않은 몸짓패 동지들과 조금 더 즐겁게 지내고 싶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뒤로 하고..
나는 계단을 총총히 올라서 연습실로 향했다.
모두 이미 둘러 앉아 팀장이 사가지고 온 음료와 과자를 앞에 두고 재잘재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처음의 어색함은 함께 한 시간과 한 배를 타고 같은 것을 완성시켜가고 있다는 그 느낌에 사라진지 오래.
우리는 서로에 대해 전우와 같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까르르 까르르 웃으면서 선풍기의 후덥지근한 바람 마져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어떻게 나 엄청 틀렸어."
"나도..긴장해서 아까..**파트에서 완젼 헷갈렸다니까..
앞에 있는 수진 누나 보고 따라 했잖아."
"나두나두 언니 안틀리고 해서 저두 언니 보구 했다니까요?"
엥?
나도 한 두번 정도 틀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그냥 겨우 맞춰가면서 한 줄 알았는데..
나 잘한거야??
처음엔 애들의 말이 몹시 미심쩍었지만..
하나 같이 그런 이야기를 해 주어서 나름 좀 우쭐해졌다.
내심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 않지 않았다.
아침에 늦었지..팀원중 연장자로서 나름 역할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헤헤. 그랬어? 난 내가 제일 못한 줄 알았어."
"ㅎㅎ 근데 언니 난 언니 나이 듣고 진짜 놀랬다니까..
엄청 어려보이는데... 저희 동생으로 보이지..언니로 안보여요."
어려보인다는 말은 많이 들은 터라..별로 놀랍지도 않았지만..
별로 좋지도 않았다.
나름대로 난 어려뵈는 얼굴보다 좀 어른스럽고 여성스럽고 섹시한 그런 모습이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 옷이랑 분위기랑은 나랑 전혀 안맞는 걸...어찌하누..ㅜㅜ
애들한테 듣는 귀엽단 말은 그닥 듣기 좋지만은 않았다.
정확히 1시간 쉰 후에 다시 연습이 시작되었다.
중간 평가를 하고 나니..은근 긴장이 되었던지..
제법 안 맞추어 지던 안무도 동작들도 맞추어 지기 시작했고..
아직 완벽하진 않았지만..나름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이 몸치인 내가..춤이 재미있어지다니...!!
연습을 하다 저녁을 먹으러 갔고..
여전히 내게 밉살스런 웃음을 보이면서 산처럼 쌓아주는 부팀장의 밥을..
이젠 나도 제법 밉살스런 웃음을 대돌려주면서 먹어치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분노의 숟가락질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점차 많아지는 양에...
이번 기회에 하루 죙일 운동하면서 살이나 빼고 가야지 하는..
아무도 모르는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여하튼 평소처럼..
창밖의 풍경이 어둠에 묻히고 건물에 불이 환하게 밝아진 저녁 9시가 되어서 연습이 모두 마쳤다.
반가운 두 얼굴...
경아와 미경이 날 술자리에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우리 수진이 잘하던데?"
"그치? 나 잘했지? ㅋㅋ "
"네가 제일 귀엽더라."
"야. 귀엽다고 하지 말고..섹시하다고 해줘."
"풉..그거 너랑 전혀 상관없는 단어인데..?"
"아하하하
너희도 정말 잘 하더라..솔로파트도 그렇고.."
내 말에 싱긋이 웃는 미경과 부끄러워하는 경아.
역시나 같은 말인데..반응은 전혀 다르군..
오늘은 어제 푹 잔 덕인지..
중간평가를 잘 치르고 나서인지..왠지 술이 마시고 싶었다.
1층으로 내려가니 평소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시고 있었고..
우리도 처음엔 우리끼리 자리를 잡았다.
제법 얼굴이 익혀져서 처음과는 달랐지만...그래도 다른 패 사람들은 왠지 ..낯설었다.
"ㅋㅋ 있잖아 우리패 오빠 하나가..
이러는거 있지..
너보구.. 너네 친구 밥 잘 먹는 애라고 그러더라구.."
"뭐어? 그거 욕이잖아!"
"뭘 그리 놀래?
안그래도 너 평소보다 2배는 더 먹는 것 같더라만..
하루 종일 운동해서 그런가?"
미경의 그저 재미있단 반응에 내가 발끈하자..
경아가 말을 이었다.
"미경아 그렇게 이야기하면 우리 배수가 오해하잖아.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아.
밥 잘 먹는 애랑 친하냐고 물으면서 남친 있냐고 묻더라."
"그래? 그래? 누군데?"
경아의 말에 미경이 내 눈을 바라보면서 눈짓으로 슬쩍 내 뒷쪽을 가르켰다.
안보는 척 슬며시 돌아본 그는..
상당히 훈남이었기에..나는 두근두근거렸다.
아..내게도 봄이 오는가?
"어때?"
"흐음..나쁘진 않네."
좋았지만..내심 별 관심 없는 듯..말을 이었다.
"ㅋㅋ 너 상당히 유명해.."
"내가? 내가 왜 유명해?"
오늘 내가 춤 좀 잘 췄구나..헤헷.
"쬐끄만데 밥을 산처럼 먹는 애라고..ㅋㅋ"
뭐어!!!
경아의 제지에도 불구하고..미경이 잽싸게 말을 이었다.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음을 잔뜩 머금은채..
"크억! 진짜야?
내가 못살아..
부팀장이 나만 보면 밥을 산처럼 줘서 버릴 수도 없구..이게 뭐야!!"
"아냐아냐 관심이야 관심.
너 귀엽다고 은근 말 많이해."
"쳇 됐거든!!"
경아의 말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밥 많이 먹는 애라고 소문이 난 것은 정말 쪽팔렸다.
"근데..너네 부팀장 너한테 엄청 관심 많더라?"
"또 왜?"
잔뜩 인상을 구기면서 과자랑 맥주를 먹고 있는데..
"너 어제 어디 갔냐고 난리였어.
우리한테 너 전화해보라 해서 하긴 했는데..
어디서 짱박혀 자거나.
어디서 술 먹고 있겠거나...놀고 있겠거니..했거든..
너야..어디선가 자고 있었겠지만..
굳이 전화해 보래서 한번씩 하긴 했는데..
성애 안차는지 니 번호 따서 가더라..?
어제 어디갔었어?"
이..무심한 인간들..내가 어디가서 잔 줄도 모르고 있는 거냐?
뭐..딱히 상관은 없지만..
"부팀장 그 인간이 나랑 왠수인가보다.
그 이상한 소문의 장본인도 그 부팀장이야. 젠장"
오늘 쬐금..아주 쬐금..이뻐보였던 것은..
다시 저만치 안드로메다로 날려 보냈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저만치서 술마시던 부팀장이 슬슬 잔을 들고 내쪽으로 오는게 보여서..
나느 자러 가는 척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자러간다."
부팀장이 저만치서 아직 우리에게 가까이 오기 전이어서 난 두 친구에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내게 다가오기 전에 재빠르게 난 장소를 벗어났지만..
축구할 땐 그렇게나 굼뜨던 그녀가 무슨 축지법이라도 쓰는냥 내게 다가왔다.
"자러가?"
"자러 안가거든요?"
왠지 그녀의 물음에 밉살스럽게 대답하고 싶어졌다.
"아까 친구들한테 자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이 여자..
귀는 또 왜이렇게 밝데..?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냥 화장실 가는 거예요."
"근데 왜 올라가?
일층에도 화장실 있는데?"
"...그....그냥요.
2층 화장실 가면 안돼는 법이라도 있어요?"
그녀의 물음에 당황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 그렇게 노력했건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내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빨리 와.
술 한잔 하자."
난 살작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잽싸게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승자같은 그 미소가 못내 미웠고..
또다시 말려버린 것 같아 괜히 속이 상했다.
젠장젠장..
쳇 그런다고 내가 갈 줄 알고?
난 늘상 자던 자리가 아닌 다른 호수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가방을 모두 둔채 몸만..
옷도 여기와서 한번도 입지 않은 것으로 갈아입고는
모포를 머리까지 덮어쓰고 잘 준비를 했다.
ㅋㅋ 날 찾으려면 고생 꽤나 할걸~~~
왠지 언니가 날 찾지 않으면 몹시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난 그 더위속에 굳이 얼굴 위까지 모포를 덮어쓰고는..
더위를 애써 참아가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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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눈이 온다네요.
날씨가 미쳤어요.
봄인데..
첫댓글 다시 날씨 쌀쌀해 지는데 하늘님 몸 조심 하시고..^^일도 화이팅 하세요^^
비가 눈비가 되어 눈으로 탄생하는 현장에 있었어요
느무 추워요 그래도 쓰나미에 비하면 이건 애교..
돌연님 늘 감사드립니다 ~
그러게요.. 날씨가 미쳤네요..ㅠㅠㅠ'봄은 어디로 사라진걸까요..?ㅠㅠㅠ
하늘님도 추위 조심하시구여.ㅎㅎㅎ
잘 읽었습니다~ㅎㅎ
별지기님도 좋은 저녁 보내세요
너무 추워요 감기 조심
잘봤습니다
오늘하루님도. 편한 저녁 되세요
네...저녁에 한 겨울에도 보기 힘든 함박눈이 엄청 내렸어요~~
그래도 춥진 않네요~~
전 오랜만에 무지 춥던걸요 ㅎㅎ
추위 엄청 타거든요.
잘 읽었습니다. 주인공이 너무 귀여운데 그 컨셉 계속 유지가 됐으면 좋겠어요.
잘 웃었습니다 하하.
ㅎㅎ 재밌게 읽어주시니 보람이~~
과연 배수진 양과 부팀장은 어찌될지~~
빵꾸똥꾸 ㅋㅋㅋㅋㅋㅋㅋ
빨리 부팀장님이랑 이어지게해주세요 ㅋㅋ
ㅋㅋㅋ 빠..빨리?? ㅋㅋ
음...적당히..??ㅋㅋㅋㅋㅋㅋㅋ
ㅋㅋ 꼬마님 귀여운 꼬마같음;; ㅎㅎ
주인공이 너무 귀여워요..
다들 그러시네요 ㅎㅎ
잘읽고 갑니다 ㅋ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