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862〉
■ 더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1938~)
아직 멎지 않은
몇 편의 바람
저녁 한 끼에 내리는
젖은 눈, 혹은 채 내리지 않고
공중에 녹아 한없이 달려오는
물방울, 그대 문득 손을 펼칠 때
한 바람에서 다른 바람으로 끌려가며
그대를 스치는 물방울.
- 1978년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문학과 지성)
*어제부터는 한낮 맑은 햇살이 투명하게 비치며, 초봄에 가까운 포근한 하루였습니다. 엊그제 제법 많이 내렸던 눈들은 거의 녹아서 산기슭의 그늘에서만 하얗게 쌓여 있습니다. 물론 이번 주말 중에는 다 사라질 듯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2월 중순도 지나가고 있으니, 앞으로는 눈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겨집니다만.
겨울의 눈이 주요 포인트가 되는 이 詩는, 며칠 전 소개한 황동규 시인의 널리 알려진 <조그만 사랑 노래>와 연계되어, 사랑을 간결한 필치로 함축하여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이 詩에서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 포인트가 되는 ‘눈’의 이미지가 중요합니다. 내용을 읽으며 유추해 본다면, 시인은 ‘젖은 눈’, 그리고 눈과 같은 뜻으로 쓰인 ‘물방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대’에게 거리를 좁히려 다가서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바람’이라는 방해자로 인해 ‘스치는 물방울’이 되어 결국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조그만 사랑 노래>에서 처럼 좌절하고 있습니다.
다만 내용상 비교해 볼 때 이 詩가 사랑의 상실감이 조금 작기 때문에 제목에 “더 작은”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