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교 때 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폴로(Polo) 난방이 무척 유행이었습니다.
정확한 가격은 생각나지 않지만 비슷한 재질과 품질의 옷에 비해 약 5배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전 그게 너무 입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그거 입은 사람만 보면 왠지 다시 한번 얼굴 쳐다 보고 유사품(머 로고가 비슷한거)을 입은 사람을 비웃고(혼자 속으로라도) 기를 쓰고 유사품을 색출(?)해 내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나중에는 멀리서 봐도 Polo인지 아닌지 알아차릴 만큼 전문가가 되었답니다.
저는 물론 무지 무지 애를 쓰고 무리해서 딱 하나 사서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입고 다녔답니다.(심지어 다림질까지 직접 했으니깐 말 다했죠 머 ^^;)
그리고 누군가가 '야 그거 넘 비싼거 아냐? 그런 가격 만큼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라고 하면 게거품을 물고 (또는 속으로) '넌 입어나 봤냐, 짜식아, 그게 얼마나 비싼건데, 넌 자격이(또는 수준이) 안돼 임마' 어 이런식으로 읊조리곤 했습니다.
비슷 비슷한 수준들이 모여 있던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학교를 가게 되면 전국에서 다양한 인간들이 모이게 됩니다.
그때 학교내 동아리에서 알게된 한 친구, 정말 '뉘집' 자식 이었습니다(지금은 가끔 경제 신문에 나온답니다. ^^). 역시 이친구도 폴로 옷이 많더군요. 그래서 전 '역시 얘는 달라' 머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제가 괜히 으쓱하곤 했었지요.
근데 말입니다. 어느날 문득 제가 '저기 저거 가짜 폴로 아니냐'하고 물었더니 글쎄 얘는 폴로라는 브랜드 자체를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이해했습니다, 그아이는 폴로를 산것이 아니라 옷을 샀는데(또는 누가 사줬는데) 그게 폴로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겠지만 그애는 폴로뿐 아니라 아마도 내가 그때 모르는 더 고급 브랜드(지금도 모르겠지만)를 소비하고 있었겠지요.
그때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즉 저처럼, 그 브랜드를 소비하는(소비하는 줄도 모르면서) 계급에 끼고 싶은 사람들이 브랜드와 제품에 민감한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일상 소비였을 뿐, 저처럼 유사품 색출에 기를 쓰지도 않았고 누가 입고 다니는지 신경쓰지도 않았으며 그 브랜드를 '모욕(그때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또는 무시 하는 사람들을 속으로 비웃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그러한 브랜드의 최대 소비층이 그러한 브랜드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계급을 준거집단으로 하는 그 아래 계급 사람들(저 같은 사람들이겠죠)이라는 씁쓸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유럽 명품의 최대 소비처가 중국, 한국, 일본이라는 사실도 이런것과 관련이 있겠죠.)
즉 그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는 준거집단과 소속집단사이의 괴리를 이용하여 꿈을 팔았던 것이었습니다.(적어도 저에게는 그랬답니다) 즉 그때 저에게 '폴로'라는 브랜드는 성경에서 말하는 '우상'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할리를 타는 사람들은 3부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첫번째는 위의 '뉘집 자식' 제 친구와 같이 바이크를 샀는데 내 수준에 맞는 거 사고 보니 할리더라' 머 이런 분들(HOG 보니깐 이런분들 많으신 것 같더군요)
두번째 할리라는 제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하고 가격을 기꺼이(그러나 쫌 힘겹게 ^^;) 그 라이딩과 문화 등 할리가 주는 Total Experience를 구매하는데 지불하는 분들 입니다. 아마도 저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이 카페회원들이라고 생각됩니다.(저만 힘겹나요? ^^)
세번째는 할리를 타면서 첫번째 부류와 자신을 동일시 하고자 하는 분들입니다. 고등학교때 저처럼...
이 세번째 분들이 위의 쪽지 보내신 것 같은 반응들을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글을 보고 저에게도 '상식밖의 쪽지'를 보내시거나 '험악한 댓글'을 다는 등 유사한 반응들을 보이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작년 말경에 올린 글중 '왜 할리를 타는가'라는 것이 있었습니다.(기억하는 분들이 계실려나...)
사실 동력성능, 주행성능, 내구성, 가격대비 성능 등 물리적인것은 하나도 탁월한 것이 없는데 세계적으로, 특히 미국문화가 한때 나마 우상이었던 지역(한국, 일본)에서 열광적인 팬들을 확보한 것이 의아해서 제가 할리를 구매하기 전에 한번 질문 삼아 올린 글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댓글들은 '워낙 종합적이어서 설명 보다는 직접 타보고 경험해 봐라'라는 글이었습니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설명 들이었습니다. 세상일이 머 다 설명해서 되는게 아닌것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는 되었으니까요.
근데 댓글이 20개 넘어가니 슬슬 험악한 이야기들(수준이 안되면 타지 마라 머 이런식의 글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제가 그 글을 지워 버렸습니다.
아마도 그때 험악한 댓글을 단 사람들이 위의 세번째 부류라고 생각됩니다.
대학교때 그 친구 앞에서 만약 제가 폴로를 '모욕'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더라면 어떻게 반응 했을까요? 아마도 100%무시 또는 전혀 관심이 없었을 것입니다.
근데 만약 다른 친구가 제앞에서 폴로를 모욕했더라면 저는 아마도 위의 그 쪽지 보낸 분 처럼 반응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번째 분들은 만약 할리가 미국내 판매 가격으로 국내에서 판매 된다면 대부분 없어질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교때 정말 '뉘집 자식들'과의 격차(출신성분)가 너무 커서 옷 한두개 같은거 입었다고 같이 어울리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폴로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심지어 그러한 옷 브랜드 자체에서 관심이 멀어진것 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의 말씀:
"첫번째 부류 여러분, 세번째 부류의 분들이 눈에 띄더라도 모른척 해 주시고 그냥 같이 껴주세요, 어쨌든 간에 같은 할리 라이더 아닌가요? 거기서 무시 당하면 얼마나 상처가 큰데요"
"그리고 넘 티내지 말아 주세요, 저는 모 클럽 임원분이 '난 할리 가격이 지금보다 더 비싸져서 개나 소나 타는게 안됐으면 좋겠어'라는 말씀에 저와 같은 '개나 소'는 정말 가슴이 아프답니다. 다른것으로 저희와의 수준차를 과시해 주세요, 머 좋은 집이나, 경주마, 좋은 차, 좋은 옷 머 이런걸루요, 저는 정말 할리를 타고 싶답니다. 더 비싸지면 안돼요...."
첫댓글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짝짝짝짝~~~~ 티나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써준 시원하고 좋은글에 감사할뿐입니다. 수준차이가 년령에서 묻어나는 학식,경험,인격이 있으면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정말 좋은 글 입니다. 바른 의견이십니다. 할리 자켓을 입고 라이딩이나 외출 나갈 때, 혹시 사람들이 나를 할리 노예로 보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할리 타는 사람들의 볼성사나운 모습에 고개 흔들었던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할리 노예(?)"...비슷한 뉘앙스인지 몰라도..저같은 경우도 이러다 혹시 "할리 신도(?)"가 되는건 아닌가싶어 가능한한 할리 브랜드의 의류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바이크는 그렇다쳐도 온통 몸 전체를 할리 브랜드로 감싸야하는지는 의문이더군요. 우리나라 바이커가 오히려 할리 본고장보다 더 할리 브랜드의 어패럴을 선호하고, 이러다 개성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되더군요.
한번 만나보고싶은 분이군요.. 아마도 좋은 시간을 가질수있는 격의없는 친구가 될수 있을것 같습니다. 젊은 친구가 아닌 좋은친구가 될수 있는분..^^*
정말 좋은 글 입니다. 제가 평소 생각만 있고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쉬운 예를 들어주시며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동감합니다.............^^ 최첨단기능이 탑제된것은 삻타..그냥 기본적인 원리..... 원시적인.......... 그래서 자연스러운..........머 이래서 할리를 타지만.......사람이 많아지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아지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스크랩 좀.....ㅎㅎ
중학교때 나이키는 사는 집 아이들만 싣는 신발이었는데 아님 뽀리??했거나..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 할리를 좋아해야지 할리노예는 되지 말아야할텐데~~ 좋은글입니다.. ^^
감동입니다...^^
(HOG보니깐이런분들...)은 또 다른 오해와 갈등을 낳습니다...편견없는 좋은 글이길 바랍니다.
짝짝짝!!!
소설가 같아요
한때 프랑스에서는 빈민층이나 흑인들이 라코스테 제품을 가장많이 사입었던 시기도 있었읍니다. 테니스아 골프웨어로 그당시만만치 않은가격인데도 아마 그들도 그제품을 입는다는자체로 심리적인준거집단에 포함된듯 한자부심이 생기는듯합니다..
재미난 글이네요. 많이 동감합니다. 참고로 저는 할리 없읍니다, 주로 기능적인 일제 알차와 스쿠터를 탑니다.
한가지로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습니다...할리란 것이...^^ 두번째 부류의 분들이 공감하는 내용이 아닐런지요..아~ 저두 두번째입니다...^^ ㅎㅎ
있는 그대로 상대를 보려하면 별 어려움이 없을듯 합니다. ^^ 선입견과 고정 관념이 힘든 거겠죠 ^^ 글 잘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