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 날줄로 엮은 헌신
11월 초 하 집사님께서 연합찬양 집회를 제안하셨다.
두 교회 초청하여 함께 할 계획을 세웠다.
목사님들이 흔쾌히 응하는 바람에 서둘렀다.
스물다섯을 선곡하여 보냈다.
사모님들 특송도 추가시켰다.
기타 반주를 도울 피아니스트 부재가 문제였다.
모든 진행을 하 집사님께 맡겨도 내 몫이 아홉이었다.
영적 방해에 기도하며 형제 같은 교회 식구들 맞을 채비에 나섰다.
‘목사님! 밤 11시 되면 술 취한 짐승?
태우지 않으려고 메타기를 접었어요.’
몸과 마음 추스르며 경건한 삶을 이어 갔다.
프로젝트 말씀과 가사는 김 권찰에게 맡겼다.
개인 초청한 자의 기대감에 잠을 설쳤지만 부푼 가슴으로 끝났다.
점심은 묵은 지와 따신 밥, 어묵과 김밥을 곁들었다.
하 집사님의 도끼눈? 밥값? 때문인지 간 분이 없었다.
기다리는 시간 김효진 사모님 간증을 띄웠다.
오후 2시가 되자 드디어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나 반갑게 맞았다.
코로나 전 매월 금요 기도회로 모일 때가 그리웠다.
앞에 선 아내의 풍성한 성량에 놀랐다.
인도자가 두 사모님에게 마이크를 건네 당황한 모습이었다.
찬양이 무르익어 간 순간 투병 중인 성도님이 정신 줄을 놓았다.
콧등을 의자에 부딪쳐 상처가 났다.
승용차에 태워 집으로 모셨다.
심장을 쓸어 담고 다시 돌아왔다.
부실한 음향 눙치지 않고 은혜의 도가니 속에 두 시간을 넘겼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말씀대로였다.
김 목사님 축도로 마쳤다.
목사님들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
운행 중 김 집사님의 간증도 새로웠다.
한창남 성도님 ‘우선하다’는 류 집사님 문자가 고마웠다.
이튿날 어김없이 손녀, 손자를 챙겼다.
‘사랑하는 예진, 범진아! 새 아침이 밝아 온다.
어제 예쁜 얼굴 봐서 행복하고 기뻤다.
다른 아이들은 용돈 만 원씩 줬는데 너희는 5천 원?
그게 전부였어.
필사할 동시는 ‘철거’다.
건물 허는 것만 철거인 줄 아는데 이빨도 철거?
시인 선택한 단어가 탁월하지?
이빨 빼기 전, 다 경험한 일이라 무서웠던 기억이 날 거야.
옛날 시골은 치과가 없어 엄마가 실로 묶어 잡아당겼지!
두렵고, 아프고, 피나고 하지만 시원했어.
뽑은 이빨을 초가지붕에 던지면 까치가 물어가 새 이빨 준다고 믿었어.
요즘은 치과에서 쉽게 뽑아 무서울 것 없을 거야.
오늘 멋지고 더 행복하길 기도할게..
‘철거’ –곽해룡-
‘엄마는 나를 붙들고/ 아빠는 끈으로 묶었다//
헬멧을 쓰고/ 긴 막대기를 든 아저씨들보다/ 더 무서운 엄마 아빠//
"가만있지 못해!"/ 엄마는 소리치고/ 아빠는 끈을 당겼다//
쏙!/ 뿌리째 뽑힌,/ 내 앞니’
애들이 꿀을 먹었는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저녁으로 손자가 필사 노트 인증 사진 올린 게 기특했다.
늦은 막이 하 집사님께 치하의 글을 보냈다.
‘집사님! 연합 찬양 집회 너무 수고 많으셨네요.
헌신과 섬김으로 은혜로운 시간 보내 감사했어요.
빈틈없는 기도와 준비로 모두가 누리는 기쁨이 컸네요.
사모님들 찬앙 온 땅은 하나님의 성소 은혜로웠지요.
집사님의 집으로 가자 특송은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어요.
입에서 자꾸만 흘러나오네요.
시간상 전부 찬양하지 못한 거 아쉬웠네요.
뜨겁게 합심 기도로 마치지 못한 부분도요.
간식 메뉴, 치밀하게 꾸려진 거라 달게 먹었네요.
아무튼 은혜로운 간증과 말씀 마음에 새겼어요.
참석한 분들이 큰 변화 이루도록 더 기도할게요.
집회 준비로 긴장감에 피로 많이 쌓였지요.
회복이 좀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하 집사님의 애씀으로 연합하여 하나님께 영광 돌렸네요.
행복한 시간 누렸음에 더없이 감사드리네요.
남은 시간도 힘내시고 편한 일상 이어 가세요.’
‘염려 중에 진심 어린 목사님의 기도와 응원,
온 마음 가득 채워 넣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 뜻하신 일, 계획하시고 명령하신 집회,
사람으로서는 많이 부족하였지요.
하지만 하늘 아버지께서 우리의 심정을 잘 헤아려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기온이 급강하합니다.
건강 유지에 더욱 만전을 기하는
목사님과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아닌 게 아니라 그제부터 날씨가 심술을 부렸다.
심통이 났는지 세찬 바람이 가로수 잎을 떨궈 고독만 남겼다.
맑은 하늘은 눈비로 채워졌다.
새벽녘 굵은 빗발이 컴퓨터실 패널 지붕을 때렸다.
우리 방앗간 집 양철 지붕보다 나았다.
2층 벽에 걸어 둔 양파 망으로 비바람 들칠까 걱정이 앞섰다.
김장 날 빗물에 가을이 떠내려갔다.
궂은 날과 갠 날, 걸림돌과 디딤돌, 씨줄과 날줄로 엮였다.
여전히 옆집 업소 대형 냉장 기계음이 들렸다.
체념한 시간에 길냥이 두 마리가 머리 위로 달려갔다.
배부른 고양이라 창고 주인 된 쥐는 끈끈이로 잡았다.
새벽 기도 후에 안수집사님이 다가섰다.
가슴 벅찬 말씀을 드러냈다.
세상 물정은 어둡지만 성경을 사모하는 열정은 뜨거웠다.
우중에 운동장이 불렀다.
우의 틈으로 빗방울이 들쳤다.
신발은 물먹는 하마였다.
달릴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신나게 뛰어왔다.
오후에는 아내와 시장을 봤다.
진눈깨비에 장닭 비 털 듯 갔다.
날개 달린 물가!
북새통에서 무, 당근, 갓, 쪽파, 마늘, 생강, 청각..
김장거리를 양손 무겁게 들었다.
교회 2층으로 옮겼다.
무 씻고, 바닥 걸레질에 순한 손이 까칠해졌다.
절임배추를 올려 물 빼기와 뒤치다꺼리, 분리수거를 도왔다.
고무 통에 갖은양념을 넣고 휘젓는 일에 힘을 썼다.
가사 노동이 쉽지 않았다.
김치를 그냥 낳지 않았다.
입담과 땀방울, 정성과 휜 허리, 씨줄과 날줄로 엮은 헌신이 그 맛을 냈다.
2024. 11. 30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