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제(祈寒祭) 王以祈寒後寒甚-왕이 기한제(祈寒祭)를 지낸 후에 추위가 심하였다 製詩一絶-시 한 절구를 짓고 又賜宣醞于政院曰-또한 정원(政院)에 하사하였는데, 시에 이르기를, 祈寒初畢澟風吹-기한제 끝났으나 센 바람 불어오네 天感微誠報片時-하늘이 미성(微誠)에 감동하여 곧 보답하시리 我以醪殽欣意諭-내 술과 안주로 기쁜 마음 표하노니 不妨沈醉謹賡詩-얼근하게 취하여 내 시를 화답하오 仍書其尾曰-그리고 그 끝에 쓰기를, 惟政院知之-정원에서만 알고 毋煩傳說-번거롭게 전하여 말하지 말라.하였다. 성종실록(成宗實錄)
“기한제(祈寒祭)”를 지내며 추위를 기다린다 !!
오늘 아침(2024 10.20)을 걸으니까 춥다. 어깨를 움츠리고 걷는 사람도 있다. 북한산 아래라서 그런가? 겨울옷을 입고 멋을 내는 사람들이나 젊은이들은 추위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기한제(祈寒祭)”라는 옛글이 있다 추위가 오도록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겨울이 되어도 춥지 아니할 때에 나라에서 사한(司寒)에게 지내는 제사(祭祀)다.
지금보다 난방 시설이 부실했던 옛 사람들은 겨울이 따뜻하면 좋아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았다. 심지어 겨울이 따뜻하면 나라에서 추위가 오기를 비는 제사를 지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지속적으로 실행된 국가 제사라고 기록되어 있다 ※사한(司寒)-얼음에 관한 일을 관장하는 하늘의 신(神)이다.
우리는 종묘사직(宗廟社稷)의 토지를 관장하는 “사직단(社稷壇)”과 동대문 제기동에 농사 잘되기를 비는 “선농단(先農壇)”을 알고 있다. 아무리 천문학(天文學)을 과학적으로 관리한다 해도 우주자연이 운행하는 섭리(攝理)는 인간의 힘으로 좌지우지(左之右之)를 못한다.
성종실록(成宗實錄) 제62권에 기록하기를 今冬暖無氷 謹按杜氏通典 云其藏氷也 用黑牡秬黍 以享司寒 又云祭法曰 禳祈於坎壇 祭寒暑也 “금년 겨울은 따뜻하여 얼음이 얼지 않았습니다. 삼가 두씨통전(氏通典)에서 말하기를 얼음을 저장하는 데에는 흑모(黑牡)와 거서(秬黍)를 사용하여 사한(司寒)에게 제사한다” 라고 했습니다. ※두씨통전(氏通典)-당(唐)의 두우(杜佑)가 저술한 책이다 ※흑모(黑牡)-검은 소 ※거서(秬黍)-오곡(五穀)의 하나로 찰기장을 말함
추워지라고 하늘에 제사 지내는 곳을 “사한단(司寒壇)”이라한다 “사한단(司寒壇)”은 서울 광진구 청담동에 위치해 있다 필자가 역사유적지 답사가 취미라서 알고 있다.
한국세시풍속사전(韓國歲時風俗辭典)에는 사한단(司寒壇)에서 추위와 북방의 신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음력 12월에 제사를 지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국조보감(國朝寶鑑)” 성종 17년(1486) 12월조에도 겨울이 따뜻해서 얼음이 얼지 않자 기한제(祈寒祭)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祈寒初畢澟風吹-기한제(祈寒祭)를 끝내니 찬바람 불어오네 天感微誠報片時-하늘에서 작은 정성에 감응하셔서 보답하시는구나 라는 감사의 시(詩)를 지었다.
춥지 않은 겨울보다 더 큰 문제는 눈(雪)이 없는 겨울이었다. 눈이 많이 와야 땅속 병균이 얼어 죽고 땅이 기름져서 보리와 겨울 곡식이 잘 자라기 때문이다. 눈이 안 오면 보리나 밀이 병충해에 상한다고 걱정했다. 지금은 병충해(病蟲害)를 퇴치(退治)하는 농약(農藥)이 발달해 있으니까 다 잊어버렸지만-- 필자 어렸을때만해도 자연의 기후에 의하여 한해 농사가 결정되었다.
눈이 오지 않으면 눈을 비는 “기설제(祈雪祭)”를 지냈다. 숙종 8년에는 두 번의 기설제(祈雪祭)를 지냈으나 눈이 오지 않자 12월 16일 세 번째로 삼각산(三角山).목멱산(木覔山·남산).한강(漢江)의 풍운뇌우산천단(風雲雷雨山川壇)과 우사단(雩祀壇·기우제를 지내는 단)의 다섯 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 마포구 망원정(望遠亭) 옛 이름은 희우정(喜雨亭)이었다. 비가오니 기쁘다는 정자이름이다. 이 정자를 처음 짓고 세종대왕을 초청하였다 그때 당시 날이 가물어서 걱정을 하였을 때 였다
세종대왕이 새로 지은 정자에 왔을 때 단비가 내려 온 들판을 촉촉이 적시었다 세종대왕이 “비가 옴을 기뻐한다”는 의미의 “희우정(喜雨亭)”이라 정자(亭子)이름을 지어주고 현판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그후 월산대군(月山大君)이 희우정(喜雨亭)을 물려받자 성종(成宗)이 망원정(望遠亭)이라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망원정(望遠亭)”정자(亭子)에 올라 멀리 산과 강을 잇는 경치를 잘 바라다 볼 수 있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세조(世祖)가 죽은 후 다음 왕위는 월산대군 순서였으나 권력가 한명회(韓明澮)에 의하여 성종(成宗)에게 왕위를 빼앗겼다는 기록이 있다 성종(成宗)비 공혜왕후 한씨(恭惠王后 韓氏)는 한명회의 딸이기 때문이다. 왕위를 빼앗긴 양녕대군이 관악산 연주대(戀主臺)를 자주 찾은 것 처럼 희우정(喜雨亭)은 월산대군(月山大君)이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였는지도 모른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지역에는 사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관심이 많다 입동(立冬) 소한(小寒)등 24절기까지 있다.
영국 시인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의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겨울이 만일 온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오? 구절이 생각난다. 너무 일찍 말하나?
늦가을 10월 하순인데 겨울 이야기를 하니 필자가 생각해도 우습다 나이를 한 살 더 얹으니 마음이 시린 탓일까---
농월 |